4. 당신에게 도달하는 길 (1)
* * *
터질 듯한 눈알을 달고 있는 피투성이의 고양이들은 최전선의 거미 악귀 무리를 덮쳤다.
날카로운 괴성이 허공에서 뒤섞인다. 그 소리가 척추를 타고 전신으로 퍼지는 듯하다.
- 키이야아아아!
- 키에에에에!
내가 목줄로 묶고 있는 거미 악귀는 10마리, 선생의 거미 악귀는 26마리로 총 36마리의 거미 악귀가 고양이들을 상대하는 중이다.
으적…! 으적…!
거미 악귀는 녀석들의 눈알을 씹어서 터뜨리거나 거미줄을 그물처럼 날려 녀석들을 저지하려 했다.
하지만 고양이들은 죽어서도 싸웠다. 아니,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죽을만한 상처를 입어서 한번 죽고도 되살아나 싸웠다.
「99마리의 한(恨).」
「한 마리당 갖고 있는 악은 9.」
거미 악귀에게 물려서 눈알과 머리가 씹혀 죽은 고양이는 사체가 되었다. 피에 흠뻑 젖은 내장을 터진 살가죽 바깥에 흘리고 새까맣게 끈적거리는 뇌수를 기형의 두개골에서 쏟아내는 사체가 전쟁터를 방불케했다.
그런데 그런 고양이 사체들이 부활하는 것이다.
“뭐 저딴 이물들이 다 있어…?”
내장이 살아있는 뱀처럼 저절로 살가죽 속에 말려들어갔다. 잔뜩 쏟아냈던 뇌수는 역류하는 강처럼 두개골 속으로 흘러들어갔다. 부서진 두개골의 파편도 역류하는 뇌수 위에서 헤엄치듯 움직여 저절로 제자리를 찾아가고, 그렇게 황급히 봉합된 인형처럼 이전보다 훨씬 끔찍한 몰골이 된 고양이가 다시 살아서 움직이고 있다.
한번 죽었다 살아난 것들은 앞다리가 있어야 할 자리에 뒷다리가 있거나 눈알이 항문에 붙거나 방관자처럼 깊고 공허하게 파인 눈매에서 혈관인지 내장인지 모를 것을 이형의 촉수처럼 흔들어댔다.
「99마리야.」
「갖고 있는 악도 크지 않아. 한 마리 한 마리를 따져보면 그리 위협적이지도 않은 이물이야.」
「그런데 문제는…」
내 옆에 있던 커다란 배척자가 강조했다.
“저 존재들은 아홉 번을 죽여야 한다.”
그럼 다 합쳐서 99마리니까, 각 한 마리를 아홉 번 죽인다고 계산하면 891번을 죽여야 이 싸움이 끝난다는 것이다.
그런데 거미 악귀는 벌써 다섯 마리가 죽었다. 그마저도 지금 살아있는 거미 악귀들이 나무 위로 도망쳐서 태세를 수비적으로 전환한 덕분이다.
「어쩌지? 이거 어떡해야 돼?」
도끼를 들고 무작정 저곳에 뛰어드는 건 자살행위다. 도끼를 휘두르기에 상대의 눈높이가 너무 낮은 것도 문제지만, 파도처럼 덮쳐오는 머릿수 앞에 내가 아무리 능숙하게 싸워본들 탈진하거나 숫자에 당할 것이 뻔하다.
그렇게 고민하고 있던 찰나, 두 배척자가 앞으로 나섰다.
“저 존재들의 이빨과 발톱. 우리를 죽일 수 없다.”
“너무 많잖아.”
“그렇다. 따라서 우리는 저 존재들을 최대한 많이 붙잡고 있겠다. 대신 우리가 놓치는 것들. 알아서 처리해라.”
두 배척자는 일방적인 통보 후 최전선으로 뛰어들었다. 그들의 제단분쇄는 부채꼴 범위로 커다란 폭발을 일으켰고 그것이 산발적인 산사태가 되었다.
하지만 그렇게 흙에 파묻히고 몸이 찢겨나가서도 되살아나 달려드는 고양이들이었다. 당연히 두 배척자와 거미 악귀들이 녀석들을 다 붙잡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벌써 수십 마리의 고양이가 열 걸음 밖까지 접근해왔다.
“페인!”
투두두두!
거미 악귀에 올라탄 선생이 내 옆으로 왔다.
“선생님! 저것들은 죽여도 아홉 번을 되살아납니다!”
“그보다 지금 네 머리에 쓰고 있는 게 무엇이냐!”
방독면 말고 다른 걸 말하는 것이다.
“세비우크의 머리띠입니다! 안구에 저주 저항 4계를 입혀주는…”
“당장 버려라!”
선생까지 이렇게 말할 정도면 더는 고민할 필요도 없다.
나는 즉시 방독면을 헐겁게 만들어서 이마에 손을 집어넣었다. 가벼운 철로 된 머리띠의 끈을 풀어서 손에 들고, 가까운 곳에 있는 고양이들에게 잘 보이도록 높이 들었다.
- 키이야아아아!
그러자 머리띠를 목격한 일부 고양이들이 거의 발작을 하다시피 괴성을 질러댔다. 공처럼 부푼 붉은 눈알의 새까만 동공들이 미칠 듯 원망스러운 시선을 내게 쏟아내는 것이다.
“이건 우리가 이길 수 없는 재해다!”
선생의 그 말을 끝으로 내 손에서 머리띠가 떠나갔다. 숲속 고양이 무리 위로 힘차게 던져진 머리띠는 혈액과 살점이 가득한 곳 어딘가에 떨어졌다. 그리고 녀석들의 커다란 눈알도 일순간 그 머리띠를 따라가는 듯했다.
「제발…」
하지만 통하지 않았다.
머리띠에는 관심도 없다는 듯 처절한 싸움이 계속됐고 고양이들은 내 다섯 걸음 앞까지 거미줄을 헤치며 달려들었다.
“타라!”
선생의 거미 악귀가 머리로 내 엉덩이를 밀었다.
“거미 악귀랑 배척자들은요?!”
“악귀들은 시간을 번다!”
“이야야아아옹…!”
나는 고양이에게 물리기 직전, 거미 악귀 위로 올라탔다. 말보다 빠르게 내달리는 두 거미 악귀는 나와 선생을 숲길 끝자락의 오두막까지 데려다주었다.
“발화 능력 같은 거 없어요?”
“없으니까 도망친 게 아니냐. 그러는 자네는?”
“아직 발화 1계라서 화력이 부족해요.”
넓은 범위에 불을 붙여두면 고양이들은 불길 위에서 아홉 번이고 수십 번이고 타죽을 것이다. 당장 내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묘책은 그것뿐이다.
“기름은요?”
“지방으로 만든 기름이 있긴 하지만 그건 물처럼 뿌릴 수가 없는 것이네. 물컹하게 굳은 것이라.”
「네 거미 악귀들이 죽고 있어. 물어뜯기고 할퀴어져서 아주 고통스럽게 죽어가고 있다고.」
“제기랄…. 저것들 목적이 뭔지 모르겠어요.”
“나도 그 불길한 머리띠가 목적인 줄 알았건만 그건 또 아니었다지.”
“제 목숨일까요? 인간을 향한 원망이라던가….”
“그것들 악명이 뭐지?”
“99마리의 한입니다.”
“죽여도 아홉 번 되살아나는 이물이 99마리라면 무리야. 우리에겐 강력한 주술도 마법도 군대도 없다네.”
“그럼 어쩌죠? 이대로 도망칩니까?”
“도망쳐도 쫓아오겠지. 나도 그것들의 존재를 모르고 있었네. 오늘 네가 나타나면서 함께 출몰한 이물들이야.”
“잿빛세계에서도 절 쫓아다니고 있었다고 해요. 제가 실재세계에서 움직이는 동안 그것들도 저와 함께 움직인 거죠.”
“그렇다면 목적은 너라고 볼 수밖에.”
거기까지 생각이 도달하자 임시방책이 떠올랐다.
“일단 제가 실재세계로 가서 녀석들을 다른 곳으로 유도할까요?”
「그랬다가 실패하면 이 노인네는 오두막에서 산 채로 찢겨 죽을 텐데.」
실수다. 내 생각이 짧았다.
당장에 내가 실재세계로 돌아간다고 한들 고양이들이 거미 악귀, 배척자, 선생을 무시하고 다른 차원에 있는 날 집요하게 쫓으리라 확신할 수 있는가.
물론 그럴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지만 만에 하나라도 그렇게 되지 않는다면….
「다차원 능력은 하루에 몇 번씩이나 맘대로 쓸 수 있는 게 아니야. 영력을 정말 많이 요구한다고.」
만에 하나라도,
만에 하나라도 고양이들이 날 따라오지 않는다면 이곳에 남겨질 선생과 악귀들은 물어뜯겨서 죽는다.
선생이 거미 악귀를 타고 도망칠 수는 있겠지만, 잿빛세계에서 보금자리도 없이 계속 이동한다는 건 매우 위험한 일이다. 심지어 충분한 숫자의 악귀들도 없이 말이다.
“…그러지. 그게 좋겠군.”
“네? 무슨….”
“자네가 방금 말하지 않았나. 내 생각에도 그게 최선책인 것 같군.”
선생은 어떤 표정을 지었다.
그건 한시름을 놓은 사람이 안심하는 표정이었다. 지금은 그럴 상황이 아닌 것 같은데.
“서둘러 실재세계로 돌아가 저 고양이들을 다른 곳으로 몰아주길 부탁하지.”
그건 내게 거짓말을 하는 표정이었다.
“그러면 이쪽에서 내 나름의 준비를 하겠네.”
수틀리면 나는 살리고 자기는 죽겠다는 것이다.
“무슨 준비요?”
“3일이면 충분하네. 숲길에 더 넓은 거미줄을 치고, 언덕의 흙더미와 바위도 거미줄에 묶어서 함정을 파놓을 것이야. 그러면 녀석들을 묶어서 일망타진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네.”
“저는 3일 뒤에 돌아오라는 말씀이시군요.”
“알아들었으면 어서 가보게. 어서.”
선생은 그러면서 오두막의 문을 열고 내게 들어가라며 손짓했다.
“이 녀석이! 뭘 멀뚱멀뚱 보고만 있어?”
갑자기 화를 내고 있다.
「거짓말을 잘 못하네. 평소에도 언성은 절대 안 높이던 노인네가.」
“냉큼 가라고! 자네가 이렇게 망설이는 동안에도 그것들은 가까워지고 있어!”
나는 침을 한번 삼키고 오두막으로 발을 들였다.
“금방 돌아오겠습니다.”
“3일이네. 3일만 그것들을 끌고 다니게.”
“….”
* * *
뒷골목에 숨겨진 작은 건물.
1층은 빈 상가, 2층은 창문이 다 가려진 음습한 민가 같지만 이 정체성 없는 건물의 실체는 따로 있다.
“마음 같아선 사지를 잘라다가 개 먹이로 던져주고 싶어.”
황금달 자객 대여섯 명이 2층에 모여 있다. 누구는 버려진 가구 같은 것에 앉아서 잡담을 나누고, 누구는 담배를 태우고, 누구는 관을 보고 있는 것이다.
“그 강령술사라는 사람이 머리띠 슬쩍 했다며?”
“베르자인 님이 그건 따지지 말라고 하셨어. 전리품 같은 개념이라고.”
“적출을 방어할 수 있는 급이면 꽤 비싼 주물일 텐데.”
“그게 베르자인 님 목숨 값보다 비싸겠냐.”
“하긴.”
관에는 살갗이 다 터진 흉측한 시신이 담겨 있었다.
지이익….
한 자객이 칼을 들고 그 시신의 눈알을 도려내는 중이다.
세비우크의 시신이었다.
“이 씹새끼가 배신을 할 줄은 상상도 못했다. 한때 베르자인 님의 오른팔이자 우리들의 선배 같은 놈이었는데….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딴 짓을 벌인 거지?”
“계획적이었어. 자기 정체를 숨기고 상회에서 활동하면서 그 빌어먹을 주물까지 준비한 거야. 그 새끼가 자랑하는 가속 능력도 더 빨라졌다고 하더라.”
“진짜 좆같은 새끼네, 이거.”
지익…!
자객은 시신의 눈알 하나를 도려내서 가슴 위에 대충 얹어놓고 다른 한쪽 눈알에도 칼을 댔다.
“그래도 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세비우크랑 그 암살단은 베르자인 님을 무조건 죽이기 위한 수단이었을 테니까. 아마 몇 번이고 비슷한 훈련을 하면서 기회를 엿보고 있던 거야. 잘 넘겼지.”
“달란트 상회…. 그 새끼들은 진짜 돈만 보고 움직이는 놈들이야. 그런 놈들만 모여서 만들어진 조직체가 상회라고.”
한쪽에서 담배를 태우던 자객이 관으로 다가와 물었다.
“페인이라고 했나? 세비우크를 해치운 은인이.”
“아, 예. 그렇습니다. 그런데 그분이 저번에 광장에서 추방당한 해결사이지 않습니까. 그래서 본명 말고 ‘강령술사’라 불러달라고 요청하셨습니다.”
“페인. 나도 그 이름을 들어봐서 알아. 악령 죽이는 일 하나는 기똥차게 하던 사람이었지. 예전에 베르자인 님도 몇 번 의뢰를 했었어.”
“아, 그렇습니까?”
그는 반쯤 태운 담배를 세비우크의 공허한 눈에 구겨 넣었다.
“악령 전문이라서 그렇게 유명하진 않았지. 악령 관련된 의뢰 말고는 전부 거절했다고 하더라. 하늘에 부끄러운 일은 안 된다면서.”
“그런 사람이 어쩌다 추방을…. 손이라면 저희 같은 자들이 더 더럽지 않습니까?”
“성수를 살 돈이 없던 탓이겠지. 그리고 그쪽 가정도 나름 사연이 있잖아.”
“사연이라면…. 혹시 그분의 동생 되시는 분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들려오는 소문은 그렇다고 하는데 자세한 사정은 나도 몰라. 베르자인 님도 그자의 정신 상태에 좀 문제가 있는 것 같다며 당분간 그쪽 이야기는 꺼내지 말자고 하셨다.”
“아….”
“게다가 그자도 이 바닥에서 일하는 우리랑 똑같이 좆같은 집안에서 태어나긴 했는데, 저번에 동생 건 말고도 우리랑은 비교도 안 되게 좆같은 사연이 있다고 하시더라.”
“어쨌든 세비우크를 그렇게 간단히 해치우는 강자가 아군이라서 다행이라는 생각뿐입니다.”
“좀 들어가도 될까?”
기이하게 변조된 목소리.
자객들은 일제히 고개를 돌리고 몸을 틀어서 그 목소리의 근원을 파악했다. 그러면서 저마다 손은 언제든 싸울 수 있도록 단검의 손잡이에 위치했다.
“페, 아니…. 강령술사님?”
1층은 다른 자객들이 지키고 있는데 어디로 들어온 걸까. 지붕으로 들어올 창문도 굴뚝도 없었을 터.
정말 귀신처럼 소리도 경로도 없이 들어왔다.
“어쩐 일로 여기까지 찾아오셨습니까?”
“지나가던 너희 친구한테 물어보니까 이쪽에 세비우크가 있다고 해서.”
그는 자객들이 포진한 공간의 한가운데로 성큼성큼 들어왔다. 그 당당한 모습에서는 어떠한 긴장감이나 경계심도 찾아볼 수가 없다.
게다가 까마귀를 닮은 기괴한 방독면 탓에 표정도 보이지 않는다.
“이거 눈알은 왜 뽑아놨어?”
“달란트 상회를 향한 선전포고용입니다.”
“보통 그런 건 머리만 보내는 거잖아.”
“평소라면 그렇게 합니다. 다만 세비우크는 한때 황금달에서 이름 좀 날리던 녀석이라…. 이렇게 유린된 시체를 상회에 보냄으로써 강력한 경고까지 할 수 있습니다.”
“그래, 알겠어.”
페인은 관 옆에 있던 뚜껑을 들어서 그대로 관을 덮어버렸다.
당연히 자객들은 이런 페인의 행동이 당황스러우리라.
“무슨…?”
“이 시체가 필요해. 가져갈게.”
“…예?!”
“안되냐?”
그렇게 물으며 고개를 든 페인.
그런 페인과 시선을 마주한 자객은 그의 보이지 않는 눈빛에서 이질적인 두려움을 맛보았으리라.
승천자에게 직접 추방을 당하고 멀쩡하게 돌아와서, 그 깐깐한 베르자인과 동등한 관계로 황금달에 많은 일들을 가져오고, 최근에는 상처 하나도 없이 세비우크를 해치우고, 치료사도 의사도 아니면서 죽기 직전이었던 베르자인을 되살려놓지 않았나.
그러면서 자기는 해결사가 아니라 강령술사라고 하니 도무지 알 수가 없는 인물이다. 애당초 악령 관련된 의뢰만 해결하던 사람이 뒷골목의 혈흔 낭자한 일에 뛰어든 것도 의문이고 말이다. 악마와 거래라도 한 게 아닌가 싶을 지경이다.
그리고 결국, 인간이라면 이해할 수 없는 존재는 두려운 법이다.
“곤란합니다…. 베르자인 님께서 전쟁에 앞서 이 시체를 포장해 상회로 보내라 명령하셨습니다.”
“내가 죽인 놈인데 내 맘대로 못한다는 말이야?”
“아, 아닙니다. 그게 아니고…. 혹시 베르자인 님과 말씀은 끝내시고 이 시체를 가져가겠다는 뜻이신지….”
“시간이 없어서 그냥 왔지. 베르자인이랑 얘기는 못했어.”
그때 가만히 지켜보던 자객 한 명이 나섰다.
“이보십시오. 저희는 그쪽 명령을 따르는 자들이 아닙니다. 그리고 세비우크의 시체가 필요하면 진작 말씀하셨어야죠. 아니면 최소한 베르자인 님께 허락이라도 받으시던가요.”
페인은 그에게 고개를 돌렸다.
그가 어떤 표정을 지었는지, 어떤 눈빛을 보냈는지,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것이 두려운 법이었다. 지금 페인 앞에 선 풋내기 자객만 빼고.
“다짜고짜 찾아와서 전쟁에 필요한 시체를 대뜸 가져가겠다고 하면 어쩝니까?”
“이 개새끼가 지금 누구한테…!”
퍼억!
좀 전까지 담배를 태우던 자객이, 페인에게 맞선 자객의 복부에 주먹을 꽂아 넣은 것이다.
그래도 페인이 아무 반응이 없자 그는 주저앉은 자객을 발로 몇 번씩 밟기까지 했다.
“저분 아니었으면 지금 우리 목이 붙어 있을 것 같아?!”
험악한 분위기에 발길질 소리와 신음만 울렸다.
“전쟁이 장난이야?! 뭣도 모르는 새끼가 눈치도 없이 물만 흐리고 있어!”
퍽! 퍽!
또한 페인은 그 대목에서 생각했다.
‘나를 전쟁의 주요 전력으로 여기고 있구나.’
퍼억…!
“그러다 어디 부러지겠다.”
“죄송합니다. 얘가 들어온 지 얼마 안 된 놈이라 미숙해서…. 대신 사죄드리겠습니다.”
“내가 이 시체를 가져가도 베르자인은 이해할 거야. 이유는 나중에 걔한테 따로 설명할 테니까 걱정하지 마.”
그러면서 페인은 뚜껑 닫힌 관을 한쪽 어깨에 짊어졌다.
근육질에 가까운 몸매이긴 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페인이 우락부락한 덩치의 소유자는 절대 아니다.
그런데 저 무거운 관을 저렇게 짊어졌다는 것 자체가 자객들이 보기엔 범상치 않았다.
“미안하지만 다들 자리 좀 비켜줄래?”
자객들은 잠시 2층을 비웠다.
그리고 키이잉! 하는 소리가 들렸다. 무슨 일이라도 생겼나 싶어 그들은 후다닥 들어왔다.
당연히 페인은 관과 함께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