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다차원의 강령술사-38화 (38/181)

7. 과도기 (3)

실재세계라면 나라와 나라의 바깥. 즉, 외부라 불리는 영역에 확연한 차이가 있다.

나라에 있는 사람들이 누리는 모든 일상이 외부에서는 꿈과 같은 일이거나 생존을 위해 필요한 과제가 된다.

실재세계에서 법과 질서가 없는 외부에는 도적, 추방된 범죄자, 악령, 야생동물이라는 위협이 존재한다.

반대로 이곳 잿빛세계라면 어디를 가든 법과 질서가 없고 이물이라는 공통된 위협만이 존재할 것이다.

「일단 여기는 주인이 없는 것 같네.」

높은 바위산이 뾰족하게 솟은 땅.

두 바위산의 가파른 협곡을 통과해보니 자그마한 폐가들이 모여있었다. 거의 수직에 가까운 바위산의 벽으로 감싸진 폐허의 규모는 웬만한 마을보다 작으며, 허물어진 건물들과 녹슬어 방치된 농기구들 사이에 인기척은 찾아볼 수 없다.

그래도 이물들은 있었다.

‘탐지 3계.’

내 탐지 능력은 3계로 강화된 상태다. 덕분에 나는 이 작은 폐허를 범위로 삼아 그 범위 안에 존재하는 모든 이물들을 분석해낼 수 있었다.

「가뭄의 생존자.」

「각각 70에서 140의 악을 갖고 있어.」

놈들은 외견상 성별, 신장, 연령이 제각각인 것 같지만 다들 비슷비슷한 누더기를 걸치고 있다. 그래도 공통된 특징이 하나 있다면 상하로 크게 벌어진 턱이다.

사람은 턱이 빠져도 아래턱이 저렇게까지 밑으로 내려오지 않는다.

그런데 놈들은 벌어진 턱이 거의 배꼽까지 내려와 있다. 입안은 방금 생간을 씹은 것처럼 새빨갛고 이빨은 마귀처럼 뾰족하게 들쑥날쑥하다.

‘머릿수는?’

「25마리.」

「생각보다 부담스러운 숫자인데 악귀를 소환할까?」

‘아라나크가 기껏 모아둔 악귀들이 승천자를 상대하다가 많이 죽었어.’

이 순간에도 세인트 왕국의 폐허에서 규모를 키우고 있을 악귀 군단을 또 끌어다 쓰기는 싫다.

‘이번엔 혼자서 상대한다.’

우선 놈들은 두 눈과 두 귀가 멀쩡하게 달려있는 이물이다. 손에 도구를 들고 있지는 않으니 놈들의 공격 수단이 있다면 아마도 저 턱이다. 자기 몸보다 큰 상대라도 뱀처럼 삼킬 수 있을 것 같은 흉포한 형태다.

나는 등을 바위벽에 두고 발소리를 죽여 이동했다. 그리고 무리로부터 혼자 떨어진 녀석을 목표로 삼았다.

도끼를 쓰면 소리가 날 것이다. 일격에 해치우지 못하면 소리가 나서 다른 24마리의 이목이 집중될 수도 있다.

따라서 주술을 쓴다.

「어떤 거? 영력 발산? 발화? 방혈? 재결합?」

저주 저항 4계는 결코 낮은 능력이 아니다. 그리고 70에서 140의 악을 가진 놈들이 그만한 저항 능력을 갖추고 있을 가능성은 거의 없으리라.

나는 오른손에 도끼를 든 채 왼쪽 손아귀로 놈을 조준했다.

‘방혈 4계.’

투두둑….

방혈에 걸린 녀석은 그 자리에서 선 채로 경련을 일으켰다.

“우욱…. 욱…!”

몸속 혈액이 역류하는 고통을 느꼈으리라. 그래서 신음이나 비명이라도 지르려 했을 것이다.

하지만 방혈이 4계로 강화되면 부수적인 능력을 하나 개방할 수 있게 된다. 발화 능력이 방사라는 능력을 개방할 수 있게 하는 것처럼, 나는 방혈 4계로 새로운 능력의 개방 조건을 충족한 것이다.

나는 하던 방혈을 멈추고 곧장 다음 주문을 외웠다.

‘마른 익사(溺死).’

방혈에 이어지는 마른 익사.

몸속의 혈관이 다 터져버린 녀석은 폐에 피가 들어차서 신음조차 낼 수 없게 되었다.

오로지 한 대상을 상대로 피 한 방울, 물 한 방울도 없이 침묵 속에 익사시킬 수 있는 것이다.

풀썩!

녀석은 눈이 까뒤집혀져서 흰자위만 드러낸 채 쓰러지고 말았다.

「가뭄의 생존자라는 이물은 전생에 식인을 했어.」

「먹을 것이 없어서 같은 정착지에 있는 사람을 사냥해 먹은 거야. 일할 수 없는 늙은이와 장애인들을 먼저 먹고. 그다음엔 먼저 쓰러진 자들의 신선한 시체를 먹었던 거지. 그러다 일부는 악령이 되기도 했고.」

전생에 얼마나 배고픈 삶을 살았다는 말인가. 사람을 먹을 정도였다니.

「그렇게나 처절했던 생존의 결말은 잿빛세계의 이물이 되는 것이었어.」

식인을 저질렀음에도 악의 숫자가 생각보다 낮은 이유는, 아무래도 전생에 그 당시의 환경 자체가 많이 혹독했다는 것으로 추측된다. 어쩌면 놈들의 식인이 생존을 위해 필요했던 최후의 선택일지도 모르니까.

하지만 그것이 ‘최후’의 어쩔 수 없는 선택이 아니라 하나의 익숙한 ‘방법’이 된 순간부터, 그들은 사람이 아니게 되었던 것이다.

나는 계속해서 내 기척을 숨겼다. 가뭄의 생존자들을 한 번에 하나씩 익사시켜 그 머릿수를 줄여나갔다. 필요하다면 돌멩이를 던지는 식으로 주의를 끌어서 놈들의 무리가 흩어질 수 있도록 유도하기도 했다.

그러다 마지막엔 폐허의 중심에 여섯 마리만 남게 되었다. 그 여섯 마리는 서로의 거리가 너무 가까워서 한 마리씩 떨어뜨리기가 힘들었다.

「쟤들 한방에 다 불태워 죽일 수 있으려나?」

나는 여섯 마리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나를 목격한 가뭄의 생존자들은 타액을 질질 흘리면서 느릿한 걸음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짐승처럼 소리라도 지르며 뛰어올 줄 알았는데 말이다.

「식욕.」

적의도 살의도 아니다.

오로지 식욕이다.

놈들이 내 살점을 탐하고 있다. 감정이나 목적 따위도 없이 그저 배가 고파서 먹을 것을 취하려 다가오는 것이다.

하지만 저렇게나 느려터진 속도로는 내 털끝조차 건들지 못할 것이다.

나는 발화 능력을 준비했다.

‘방사…’

그 순간, 놈들이 엉뚱한 방향으로 시선을 옮겼다. 놈들의 눈동자가 내가 아닌 다른 방향의 무언가를 쳐다본 것이다.

‘뭐지?’

「식욕은 그대로야.」

「이러면 네가 아니라 다른 걸…」

가뭄의 생존자 여섯 마리는 다른 쪽으로 걸어갔다. 나는 그 이유를 금방 알 수 있었다.

…쩌업!

「어우….」

쩌업! 쩌업!

오도독…!

지금 놈들은 방금 죽은 다른 놈들의 사체에 옹기종기 붙어서 그악스럽게 턱을 움직이고 있다.

이젠 나를 향한 식욕이 없다. 그래서 녀석들의 바로 뒤까지 접근했지만 내겐 눈길조차 주지 않는다.

“맛있냐?”

“우웁.”

쩌업!

놈들의 기괴한 턱이 상하로 움직일 때마다 뼈가 부서지고 살점이 씹히는 소리가 난다. 쓰러진 사체는 흙바닥에 혈흔만 남긴 채 금방 놈들의 위장 속으로 사라졌다.

“우우웁…. 우욱….”

배가 빵빵해진 놈들은 다시 일어나서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그러다 내게 이목을 집중했다.

“우욱……!!”

「이 새끼들 지금 뭐 하는 거야?」

나는 지금까지 온갖 흉한 꼴 더러운 꼴을 다 보면서 살아왔다. 그래서 내 비위가 좋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번엔 나도 하마터면 속에 있는 것을 게워낼 뻔했다.

“우웨에에에엑!!!!”

“에에에에엑…!”

“구우우웨에엑!”

여섯 마리 모두가 방금 먹은 것을 다 토해내고 있는 것이다. 그 새빨간 토사물의 양이 방금 먹은 양보다 더 많은 것 같다. 위장을 비우는 게 아니라 내장까지 전부 토해내는 것처럼, 아니, 실제로 살점뿐만 아니라 형체를 알아보기 힘든 내장 같은 것까지 게워내고 있는 모습이다.

뭔가 대화가 통한다거나 특수한 능력이 있다면 목줄을 쓸까 생각하면서 조금 관찰해봤는데.

그럴 가치가 없었다.

‘방사.’

화아아악!

나는 발화 능력을 썼다. 자꾸만 지면에 퍼지는 토사물과 녀석들의 불쾌한 존재 자체를 불태워 깨끗하게 지워버렸다.

「미친…. 예전에 그 똥오줌에 욕정하는 악령도 이렇게까지 비위가 상하진 않았어.」

‘그만. 그때 그 악령 얘긴 꺼내지마.’

나는 이후 가뭄의 생존자들을 죽이고 얻은 악을 전부 성장에 투입하였다. 그러자 또 영혼에 축적된 악이 3000에 가까워졌다.

이젠 내가 사냥하는 이물들이 기본적으로 세 자리 이상의 악을 가지고 있는 탓에 악의 축적도 빨라지는 것이다.

악이 3000을 넘어가게 되면 악령화가 진행되기 때문에 성수를 마셔야 한다.

「망할…. 앞으로 성수 마시는 주기가 점점 짧아지겠네….」

더 많은 성수가 필요해졌다. 그래서 해가 저물진 않았지만 실재세계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일단 잿빛세계에서 이 위치까지 도달했으니, 다음번엔 이 장소에서 이동을 시작할 수 있으리라.

그리고 이 장소에 폐허가 있다는 걸 알았으니 실재세계에서 이 장소에 똑같은 폐허가 있는지, 아니면 정착지가 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겠다.

* * *

반쯤 빛을 반사하는 나무 바닥과 일직선의 회백색 기둥들이 있는 실내. 높은 천장으로부터 햇빛이 그대로 부서지는 장소에 세인트 왕국의 신관들이 모여서 일정한 간격으로 둥글게 서있다.

그렇게 모인 신관들의 숫자는 30명에 가깝다. 그래서 한쪽 끝에 있는 신관과 반대쪽 끝에 있는 신관 사이의 거리가 제법 있지만, 이 장소는 마법에 의해 목소리가 증폭되어 울리는 공간이다.

“세인트 로이틀란크 전 신관님과 헤이틀란크 전 신관님의 영령(英靈)은 승천자의 직위를 계승할 수 없다는 뜻을 밝히셨습니다.”

“이제껏 이 나라에 승천자가 한시라도 없던 적이 없습니다. 조속히 새로운 승천자의 계승을 알려야 할 시국에 전 신관님들께서 나서지 않는 이유가 무엇이라 하십니까?”

“전 신관님의 영령 두 분께서는 자신들이 잿빛세계의 존재라 하셨습니다.”

“맙소사….”

“현계는 자신들이 있을 곳이 될 수 없으며, 죄를 저지르고 이물이 된 자신들이 승천자가 되는 일은 더더욱 있을 수 없는 것이라 확고히 거절하셨습니다.”

“그럼 두 분께서는 어디로 가셨죠?”

“잿빛세계로 돌아가셨습니다.”

“잿빛세계에서 실재세계로, 실재세계에서 잿빛세계로 차원을 건널 수 있다니…. 그것도 근래 언급되고 있는 강령술사의 주술인지요?”

“그것 말고는 달리 설명할 방도가 없다고 봅니다.”

“곤란하군요. 이건 그자의 처분을 고려하기 이전의 문제입니다. 승천자가 타락하여 악령이 되고, 천사의 신성한 힘을 모방하며 그간 음지에 손을 댔다니 말이죠.”

“이러면 승천자가 달란트 상회의 후원을 허가했던 일이 재해석되는군요. 그들 조직이 악할지언정 마음을 고쳐 갱생하려는 시도를 외면할 수 없으니, 그들 또한 세인트교의 신자로 보아 포용해야 한다는 뜻이 있었지요.”

“그게 전부 음지에 손을 대기 위한 작업의 일종이었다는 게 아닙니까.”

“그것은 틀림없이 자국의 치욕이자 천사를 모욕하는 만행이었습니다. 게다가 그 타락한 승천자를 심판하고 세인트교를 바로잡은 인물이 신관도 마법사도 아닌, 심지어 자국의 백성도 아닌 외부 출신의 ‘강령술사’라니요.”

“우리는 모두 이 일을 기억하고 훗날 그릇된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해야만 할 것입니다.”

“승천자가 되기 위해선 천사의 축복부터 받는 것이 관례입니다. 하지만 이젠 모순적이게도 천사를 강림시킬 승천자가 없으니 이를 어쩝니까.”

“천사가 스스로 돌아오기 전까지는 임시 승천자를 선출합시다.”

그러자 대다수 신관들이 그 발언에 거부감을 드러냈다.

“무슨 말씀을…! 세인트교와 왕국의 위상을 대표하는 승천자에 임시가 어디 있습니까?”

“옳습니다. 임시 승천자라는 건 동의할 수 없습니다. 그것이야말로 승천자라는 책임 막중한 직위를 더욱이 바닥에 추락시키는 대처가 될 것입니다.”

“여기서 더 추락할 곳이 어디 있겠어요? 기존 승천자가 악령이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왕국은 위험해졌습니다.”

“예. 벌써 비첸크로이 제국의 정찰병이 성벽 바깥에서 망원경의 빛을 보이고 사라졌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지리적으로 세인트 왕국과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 있는 비첸크로이 제국.

두 나라는 뾰족한 돌산 능선을 사이에 두고 있다.

비첸크로이 제국은 제국답게 공격적인 방식으로 국력을 키우기 때문에 언제나 인접한 국가와 전쟁을 벌여왔다. 그러나 세인트 왕국은 제국의 전쟁에서 제외되었다.

두 나라 사이에 있는 돌산 능선이 군대의 진군을 어렵게 한다는 것도 이유다. 하지만 지금껏 왕국이 제국과의 전쟁을 피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다름 아닌 ‘승천자의 존재’였다.

한 해에 한 번 이상은 천사를 강림시키기도 하는 세인트 왕국이다.

그런 왕국에 있는 승천자라는 존재는 그 한 명이 군대에 필적하며, 승천자의 직속인 소수 정예의 마법사들까지 합치면 웬만한 소국 하나의 전력에 가까운 것이다. 세인트 왕국 자체의 군대를 제외하고도 말이다.

물론 비첸크로이 제국이 출혈적인 피해를 감수하고 어떻게든 세인트 왕국을 집어삼키려 한다면 그럴 수 있겠지만, 그럴 바엔 차라리 주변에 있는 다른 국가들을 정복하는 편이 합리적이었다.

“제국의 입장에서 세인트 왕국은 삼키자니 탈이 나고 삼키지 않자니 눈엣가시 같은 나라였습니다. 돌산 능선과 혹독한 외부 환경은 제국 앞에 사소한 걸림돌일 뿐이죠. 지금쯤 승천자의 죽음을 알아차린 그들의 황제는 전쟁을 검토하고 있을 겁니다.”

승천자가 죽임당하지만 않았다면 왕국은 늘 그랬듯 제국의 침공에서 제외되었을 것이다.

결국 이 모든 것이 승천자의 죽음으로 인해 벌어진 일들이다.

승천자 개인의 힘이 군대에 필적했기에. 그 강력한 억제력이 있었기에 왕국은 지금까지 강대국과의 전쟁을 피할 수 있던 것이다.

“결국 원점으로 돌아옵니다. 승천자의 빈자리는 자국 군사력의 크나큰 공백입니다. 그 공백을 채우려 임시 승천자를 내세워봤자 막지도 못할 폭풍을 모래벽으로 막으려 하는 꼴입니다.”

“예. 임시 승천자 건은 반려합시다.”

“왕국은 제국에 무너지지 않을 겁니다! 아직 우리에겐 승천자 직속의 마법사가 셋이나 있습니다! 그중에 한 명은 역사상 최초로 네이트의 축복까지 받은 여전사가 아니겠습니까! 돌산 능선을 1차 전선, 성벽을 2차 전선으로 삼아 방어하면 제국도 미련하게 돌파를 감행하진 않을 겁니다!”

“제국 측에서는 모르겠지만…. 아그니샤에게는 악한 존재에게만 무력을 쓸 수 있다는 제약이 걸려있습니다.”

“그게 문제라도 됩니까?”

“제국의 지도부가 악하더라도 그 밑에 있는 군대, 병사들 하나하나까지 사악한 자들이라 할 수 있는지요? 아그니샤가 악령과 범죄자를 심판할 수는 있어도 적군을 심판하긴 어려울 겁니다.”

“그보다 좋은 해결책이 가까운 곳에 있죠. 이 문제의 핵심은 다가올 전쟁에 대비할 군사력입니다. 군대에 필적하는 개인의 힘에 공백이 생긴 탓이지요. 어떻게든 그 공백만 채우면 되는 일입니다.”

그 발언을 들은 신관들은 모두 동일한 인물을 떠올렸다.

“타락한 승천자를 해치우고, 전 신관이었던 두 존재의 영령까지 강림시킬 수 있는 영력의 소유자가 이 나라에 있지 않습니까.”

“하지만 강령술사는….”

그의 힘은 신성한 마법이 아니라 악을 원천으로 삼는 주술이다.

“승천자의 저택에서도 수상한 화재가 발생하여 그 직계 가족들이 모두 실종된 건이 있습니다. 심지어 저택에서 근무하던 하인, 성녀, 성기사들까지 실종됐고요. 그 일이 강령술사의 소행일 수 있다는 의혹이 있습니다.”

“왕궁의 보고로 확실하게 알려진 것은 화재뿐입니다. 그 화재가 강령술사의 소행인지, 저택 안에서 발생한 악령의 소행인지, 승천자의 소행인지는 아무도 모르지 않습니까.”

그 의견에는 반박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이 시국에 중요한 건 강령술사 개인의 선악이 아닙니다.”

“…왕국과 백성의 안위지요. 또한 그것이 세인트교의 ‘기원’이지 않습니까.”

그러자 신관들이 하나둘씩 시선을 교차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강령술사 개인의 힘을 자국의 군사력으로 활용해야만 합니다.”

“허면 두 세계를 오가는 그와 접촉할 방도가 있습니까?”

“저희가 음지의 소식에는 어둡지만 그래도 승천자 직속 마법사들을 통하여 아는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차원을 오가며 출몰했다가 사라지는 강령술사.

그런 정체불명의 능력자와 접촉할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

“황금달의 베르자인입니다.”

승천자의 죽음.

페인이 만들어낸 물장구가 어느덧 대국적 파도를 일으키고 있던 것이다.

“베르자인. 그녀가 현재 강령술사와 가장 가까이 있는 인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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