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방독면의 뒷면 (2)
교단에서는 언성이 높아졌다.
“강령술사가 당했다고?!”
“뿐만이 아니라 제국에서는 강력한 흑마법사와 의술사를 데리고 있다고 합니다. 그 둘이 강령술사를 협공하여 생포했다는 겁니다.”
“믿을 수가 없군.”
“제국의 사신을 데리러 온 선봉대가 직접 밝힌 내용입니다. 이제 그들이 왕국에서 철수했으니 곧 제국군이 들이닥칠 겁니다.”
“강령술사가 당했다는 이야기가 왕국에 퍼져선 안 돼. 병사들의 사기가 떨어질 거야.”
“황제도 그걸 노린 것 같습니다.”
“거짓 공작은 아닐까요? 강령술사는 죽이는 것도 쉽지 않을 것인데 생포라니, 어떻게 제국의 인재들이 그렇게나 강하다는 말입니까.”
“황제가 있지 않습니까. 무력으론 강령술사를 잡을 수 없어도 지략으론 혹시 모릅니다.”
“일리가 있어요. 황제의 지략은 인간 이상의 것이죠. 본인이 엑수스의 화신이라고 주장하는데 900만 백성들이 그걸 믿을 정도니까요.”
교단의 신관들 사이에는 왕국의 세 마법사도 있었다.
성서를 들고 있는 강경한 퇴마술사. 겁이 많지만 올바름을 추구하는 페레스.
자기 키보다 두 배는 큰 은의 십자가를 등에 메고 있는 마법사이자 성기사. 그러면서도 네이트의 축복을 받은 여전사. 아그니샤.
그리고 이 둘의 머리가 되는 온화한 물의 마법사. 파보크.
발언은 파보크가 했다.
“요점은 강령술사가 했던 말에 있는 것 같습니다.”
한 신관이 물었다.
“그가 무슨 말을 했지요?”
“황금달의 베르자인이 밝히기를, 강령술사는 제국을 멸망시킬 것이라 확답했습니다.”
“확답이요?”
“그걸 누가 모르나. 제국의 지도부와 황제까지 죽이고 전쟁은 세인트 왕국이 이기는 방향으로 돕겠다고 하지 않았나.”
“그렇다면 신관님들도 다음 내용을 아시겠군요.”
파보크는 신관들에게 분명히 주장했다.
“강령술사는 수면 밑에서 움직여 제국을 무너뜨릴 겁니다. 그리고 그는 자신과 관련된 소문이 돌 수도 있다고 한참 전에 언급했습니다.”
강령술사의 소식에 동요하던 교단이 차츰 냉정해졌다.
“그가 제국의 편에 섰다거나, 악행을 벌였다거나, 당했다거나…. 왕국이 듣기에 달갑지 않은 소식이 있을 수도 있다고 그는 사전에 경고했습니다. 그러니 저희가 흔들려선 안 됩니다. 이건 이미 강령술사가 예견한 일입니다.”
* * *
나와 목줄로 연결된 악귀들은 끊임없이 주변에 대한 것을 보고했다.
「세인트 왕국 폐허의 중앙교회는 재건이 끝났어. 낙원 인간들은 매일 교회에 가서 기도를 올리고 인간으로서 지켜야 할 법과 윤리를 배우고 있다는 모양이야.」
폐허에 도사리는 이물들은 거미 악귀들이 해치운다. 사람들이 살고 있는 영역으로 들어오는 이물들은 배척자들의 필요악이라는 능력으로 쫓아내고 있다.
낙원의 후계자는 조를 편성해 폐허에 있는 물건들을 수집했다. 배불리 먹고 운동과 훈련까지 병행한 그들은 철제 무기로 이물에 대항까지 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울타리 속 가축이 된 ‘산양’의 내장 고기로 배를 채우고 식수는 수로를 점검해 강물을 끌어와 뜨거운 불로 끓여먹는다.
「남은 식수는 우물에 저장하고 있어. 폐건물을 뜯어다가 물레방앗간도 만들어서 산양의 내장 고기를 부드럽게 가공해서 먹지.」
아라나크의 거미 악귀 군단은 숲 전체를 지배하고, 나는 숲에서 이물들을 꾸준히 거미 악귀나 불나방으로 변이시켰다.
그리고 이번엔 ‘가뭄의 생존자’라는 악귀를 만들어봤다.
상하로 크게 벌어져서 배꼽까지 내려온 턱이 특징적인 악귀다. 새빨간 입안에는 뾰족한 이빨들이 빼곡하다.
“배고파…….”
언제나 먹을 것에 굶주린 녀석이다. 사람처럼 팔다리와 머리를 가지고 누더기 옷까지 걸치고 있지만 지능은 짐승과 같은 수준이다.
“우우우….”
그래서 녀석이 웅얼거리는 말은 사람이었던 시절의 울음을 되뇌는 것이었다. 그게 사람의 언어처럼 보일 뿐이다.
나는 가뭄의 생존자에게 명령했다.
‘내 말을 따라 해라.’
“우우…….”
‘가뭄의 생존자.’
“가……. 우우….”
나는 녀석의 복부를 가볍게 걷어찼다.
퍽!
녀석은 뒤로 몇 바퀴 구르다가 거목에 등을 부딪치고는 힘없이 쓰러졌다.
‘일어나.’
“우…. 일어… 나….”
녀석은 사지를 나뭇가지처럼 벌벌 떨면서 힘겹게 일어섰다.
‘따라해. 가뭄의 생존자.’
“가뭄…. 생존자….”
‘가뭄의 생존자.’
“우우우…!”
나는 녀석의 멱살을 쥐고 주먹을 들어 올렸다.
“우아아…! 가뭄의…! 가뭄의 생존자!”
가뭄의 생존자는 앵무새처럼 쓸 수 있는 것이다. 사람만큼의 지능은 없지만 사람처럼 말을 할 수 있다.
그게 증명되는 순간이다.
“우….”
나는 등에 메고 있던 도끼를 뽑아서 녀석에게 줬다. 지금 내 앞에서는 약골처럼 떨고 있지만 엄연히 잿빛세계의 흉악한 이물이다.
녀석이 갖고 있는 완력은 사람의 것을 아득히 능가한다. 그래서 무거운 도끼라도 한 손으로 가볍게 들 수 있는 것이다.
‘이거 휘둘러봐.’
“우우…!”
부웅!
녀석은 도끼를 그럴 싸하게 휘둘렀다. 물론 내가 직접 휘두르는 것보단 어정쩡한 자세지만 말이다.
‘이번엔 저 나무를 향해 휘둘러. 나무를 직접 베는 게 아니라 나무가 있는 방향으로 휘두르는 거야. 허공을 벤다는 느낌으로.’
“우우아아아!”
부웅!
‘기합 소리는 내지 말고.’
부웅!
‘다시.’
그리고 녀석이 재차 도끼를 휘두르던 그 순간, 나는 도끼에 내 영력을 주입하였다.
콰콰아아!
도끼를 휘두른 방향 그대로 검기가 사출되어 거목을 일격에 쓰러뜨렸다.
* * *
홀로스트 수용소.
드넓은 제국 영토의 동쪽, 해안과 맞닿은 척박한 사막 위에 사암으로 세워진 수용소다. 거의 성벽과 비슷할 정도로 두껍고 높은 담벼락이 웬만한 마을 크기의 수용소 전체를 둘러싸고 있으며, 곳곳에 높은 망루와 훈련된 간수들이 수용소 안팎을 24시간 감시한다.
“해 떨어질 때까지 일할 작정이냐?! 빨리 옮겨!”
수용소의 일부는 채석장이었다. 정사각형으로 계단을 만들어 깊게 파놓은 채석장에서는 죄인들이 채찍을 맞으며 노동하고 있다.
곡괭이로 바닥과 벽을 찍고 망치로 돌을 부순다. 별다른 장비도 없이 달랑 속옷 한 장만 걸친 채 먼지투성이가 된 몸으로 무거운 돌을 손수 들어서 옮기는 것이다.
“뭐하는 거야! 빨리 안 일어나?!”
짜악!
이 현장에서 죄인이 지쳐 쓰러지는 일은 다반사였다. 간수는 쓰러진 죄인에게 채찍질을 하고, 그래도 죄인이 일어서지 못하면 주변에 명령한다.
“거기 너희들! 이 새끼 끌고 가!”
간신히 목숨만 붙어있는 죄인은 이곳에서 쓸모가 없다. 일을 할 수 없다면 더는 먹이고 재울 이유가 없는 것이다.
그러나 쓰러진 죄인에게 다른 죄인이 달라붙어서 호소했다.
“살려주시오! 이 친구가 어제 일을 너무 열심히 하여 기운이 없는 것뿐이오! 조금만 쉬면…”
“네놈들의 밥값은 백성들의 세금으로 만들고 있다. 그리고 폐하께서는 밥만 축내는 죄인을 용납하지 않으시지!”
“히이익!”
짜악! 짜악!
간수는 쓰러진 죄인을 옹호하는 죄인에게까지 채찍질을 마다하지 않았다.
“그러니 폐하께서 네놈들 같은 흉악범에게 왜 세금을 써가며 살려두시는지 모르는 게냐?”
“제발 살려주시오…! 오늘만 쉬면 금방 나아서 내일 오늘 분량의 일까지 해낼 친구요! 그, 그래도 일손이 부족하다면 내가 더 일할 테니 한 번만 봐주시오…!”
간수는 채찍을 들고 물었다.
“번호.”
“165번이오! 그리고 이 친구는 164번인데 벌써 10개월이나 이곳에서 버티고 있소!”
그러자 간수는 콧방귀를 뀌었다.
재밌는 일이 생각난 것이다.
“165번. 너는 연쇄살인으로 이곳에 들어왔다지?”
“그, 그게….”
“누구를 몇 명이나 죽였어? 대답까지 3초 준다.”
죄인은 무릎을 꿇고 이마까지 흙바닥에 처박았다. 땀과 피에 젖은 그의 앙상한 등에서 채찍질의 상처가 갈라졌다.
“아녀자 다섯을 죽였소…!”
“여자와 아이만 골라서 죽였다고? 이거, 이거, 치졸하고 비열한 놈이구나?”
터엉!
간수는 죄인 앞에 단검을 한 자루 던져주었다. 그러자 죄인은 슬쩍 고개를 들어 이게 무슨 뜻이냐는 눈을 했다.
“네가 사내새끼라는 걸 증명해라.”
“어떻게…?”
“거기 쓰러진 새끼를 네 손으로 직접 죽여라. 이번엔 너와 덩치가 비슷한 사내놈이지 않냐.”
작은 소란에 주변 간수들이 모여들었다. 그리고 다른 죄인들은 소란의 현장을 힐끔힐끔 쳐다보기만 했다.
“재밌겠네.”
“아, 164번 저 새낀 내가 보려고 했는데.”
“뭐해? 빨리 죽이라고 이 새끼야! 네가 대신 죽을래?!”
“내…. 내 친구란 말이오! 이 수용소에 들어와서 유일하게 사귄 친구란 말이오!”
“너는 소아성애자도 친구로 사귀나?”
“뭣이요…?”
“왜, 몰랐어? 164번이 무슨 죄로 들어왔는지.”
간수들은 얼빠진 죄인의 표정을 보면서 키득댔다.
“그, 그럴 리가…. 분명 나한테는 가축 백여 마리를 도둑질한 죄로 들어왔다고….”
“푸하하하! 멍청한 새끼!”
“고작 도둑질 따위로 이곳에 들어올 수 있는 줄 아나? 설마! 폐하께서 그 정도 죄는 용서받을 기회를 주도록 법도를 만들었는데!”
“폐하를 소인배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은데?”
“아이고! 그게 그렇게 되네!”
“한 놈은 일을 할 수 없게 됐으니 죽고. 다른 한 놈은 하늘 같은 폐하를 모독했으니…. 오랜만에 거꾸로 매달아 톱질이라도 해야겠는걸?”
“으아아아…!”
톱질이라는 단어를 들은 죄인은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단검을 주웠다. 그리고 몸을 틀어서 쓰러진 제 친구에게 기어가 심장에 단검을 찔러 넣었다.
푸욱!
그러자 간수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똑같이 반응했다.
“그렇다고 진짜 죽이면 어떡하냐?”
“농담이었는데! 저런!”
“살인죄를 추가해야겠군.”
“누가 연쇄살인마 아니랄까 봐.”
이곳의 죄인에게 희망이란 없었다. 용서를 구한다거나 형량을 마친다거나 다른 죗값을 치른다는 개념조차 없었다. 교화라는 목적 따윈 티끌만큼도 없다.
그저 고통을 주기 위한 장소다. 싼값에 노동력을 착취하기 위한 장소다. 공포정치를 위한 장소다.
홀로스트 수용소는 황제가 지상에 만들어낸 지옥이었으니.
지옥에 왔으면 그걸로 끝인 것이다.
“아아악! 잘못했소! 죽을죄를 지었소!”
“그럼 죽어야지.”
“제발 톱질만은…! 시키는 대로 했잖소…! 그, 그리고 나도 속은 것이오! 저 자식이 그런 파렴치한 놈인 줄도 모르고…!”
“누가 누구보고 파렴치하다는 거야?”
“그래도 사내새끼라는 건 증명했네.”
“어쩔까?”
“죄인이 죄인을 죽이는 죄를 범했잖아. 이건 못 넘어가지. 심지어 연쇄살인으로 들어왔는데 또 죽였어.”
“맞네. 게다가 폐하를 소인배라고 모독했지.”
“궤변이오! 나는 시켜서 했을 뿐이잖…”
“거기 너희 셋!”
간수는 지나가는 죄인 셋을 대충 골라서 명령했다.
“올라가서 물 담은 항아리랑 장작 준비해.”
“안 돼, 안 돼, 안 돼! 그건 안 돼!!!”
그날 죄인들은 고깃국으로 배를 채웠다.
* * *
홀로스트 수용소의 가장 깊숙하고 어두운 곳.
그동안 수많은 죄인들이 땅을 파내서 깊은 지하에 만들어낸 감옥이다.
철창에는 영력을 봉인하는 부적 수십 개가 붙어있다. 그리고 철창 너머에는 속옷과 방독면만 몸에 지니고, 수갑과 철퇴로 팔다리의 자유가 빼앗긴 자가 새우처럼 웅크리고 있었다.
“이곳은 폐하께서 만들어낸 홀로스트 수용소다. 죄질이 지독한 놈들이라도 쓸모가 있다는 폐하의 자비로운 방침이 녹아든 곳이지.”
우토와 함께 철창 밖에 있는 법무관은 그를 추궁했다.
“흑마법사 우토와 내가 직접 너를 감시할 것이다. 그리고 네가 폐하께 충성을 바칠 수 있는 몸종이 될 수 있도록 세뇌할 것이다. 그러니 지금이라도 실토해라. 어째서 제국의 수도를 공격했지?”
하지만 강령술사는 아직도 기가 꺾이지 않았다.
“세뇌할 거라고 겁만 주지 말고 한번 해봐. 할 수 있으면.”
“네가 승천자를 해치울 정도로 뛰어난 강령술사라도 이곳에선 잘난 재주를 부릴 수 없을 것이다.”
“확신하냐?”
그러자 우토가 나섰다.
“여, 여기까지 들어왔으면 끝이지…! 우선은 네놈을 굶기고 고문해서 약하게 만들 것이다! 몸과 정신이 피폐해진 상태로는 세뇌가 통할 수밖에 없다!”
“이제 알겠네. 너희들의 흑마법사…. 나쿠타서스도 이곳에서 그렇게 당했구나.”
법무관이 정정했다.
“그는 흑마법사가 아니라 의술사다. 여기 있는 우토가 진짜 흑마법사지. 제국의 유일무이한 흑마법사.”
“그것 참 대단한 흑마법사네.”
강령술사는 미친 사람처럼 킥킥댔다.
우토는 전혀 누그러지지 않는 그의 기세와 근원을 알 수 없는 자신감에 식은땀을 훔쳤다.
쾅!
법무관은 철창을 발로 차서 그의 웃음을 멈췄다.
“그 건방진 태도도 오래가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만약 네놈이 아주 조금이라도 세인트 왕국을 걱정하고 있다면, 이 소식을 전해주고 싶군.”
“…뭔데?”
“우리 제국의 백만 대군이 광인의 숲을 통과하여 평원에 도달했다. 그리고 그곳에 세인트 왕국의 군사들이 기다리고 있었지.”
그 소식에 강령술사는 벌떡 일어났다.
“왕국 놈들은 절벽길 앞에서 1차로 방어하고 그다음엔 절벽길에서 방어할 심산이었겠지. 그런데 우리의 백만 대군이 어떻게 했는지 아나?”
“….”
“평원에서 왕국 놈들을 전멸시킨 후 절벽길에서 농성전을 시작한 것이다. 우리에겐 투석기, 공성탑, 장궁병이 있으니 말이지.”
제국군은 평원에서 이미 한번 승리했다는 것이다. 그들이 절벽길로 진군하는 것을 막기 위해 왕국군은 절벽길에 모여서 수적 열세를 극복하려고 했다는 것이다.
엄청난 대군이라도 비좁은 절벽길을 통과하려면 거대한 대열을 갖출 수가 없다. 그래서 절벽길에 있는 동안엔 제국군과 왕국군이 서로의 숫자와 상관없이 제법 동등한 상태에서 싸울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제국군이 왕국의 노림수와 달리 절벽길에 들어가지 않고 농성전을 시작했다는 말이다.
“우리 제국은 동등한 소모전에 응하지 않았지. 그리고 왕국이 절벽길에 함정을 팠을 가능성도 있는데 굳이 거기로 대군을 집어넣을 것 같았느냐?”
“…개새끼들이.”
“공성탑을 움직이는 성벽처럼 삼아서 밀고, 빼곡하게 모인 왕국군의 머리 위에 투석기로 쏘아낸 바위를 떨어뜨린다. 그러면서도 장궁병의 화살비는 끊이질 않지.”
동등한 소모전이 성립하지 않게 되었다.
제국군은 왕국군이 더 큰 피해를 보는 전투를 유도했다. 닥치는 대로 압도적인 물량을 투입하지 않고 꾸준히 전진했다.
“나중엔 세인트 왕국의 마법사들이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올 것이다. 왕국 마법사들은 결국 군사적 격차를 마법의 힘으로 해결하기 위해 영력을 소모할 것이다. 몇 백, 몇 천, 혹은 몇 만까지도 우리 군사를 죽일 수 있을지 모르지. …그래도 ‘백만’ 대군이다.”
법무관이 말하는 사이 우토는 철창 너머의 강령술사를 관찰했다. 그리고 아주 미세하지만 우토는 포착했다.
지금 강령술사의 손발이 떨리고 있음을.
“게다가 놈들이 영력을 소모한 끝엔 우토와 나쿠타서스가 있다. 그리고 세뇌된 너까지 있을 것이다.”
“그것도 황제의 지략이냐?”
“몰랐느냐?”
끼기긱!
덩치 큰 간수 두 명이 철창을 열고 들어갔다. 그 둘의 손에는 못 박힌 방망이가 들려있었다.
“나는 이만 돌아가서 폐하께 보고를 올리도록 하지. 나머진 맡기겠다. 우토.”
“예. 법무관님.”
두 간수는 못 박힌 방망이를 휘둘렀다.
퍼억…!
피가 튀었다.
“끄윽!”
강령술사의 변조된 신음이 지하에 울렸다.
퍼억! 퍼억!
피멍이 아니라 살갗이 찢어지는 상처였다. 손발이 구속된 강령술사는 바닥에 웅크린 채 무차별적인 폭력을 받아냈다.
그렇게 30분을 때렸을까.
강령술사는 뼈마디가 다 부러진 채 신음 섞인 옅은 호흡만을 내뱉고 있었다. 바닥에는 피가 흥건하고 살점까지 굴러다녔다.
퍼억!
“허윽….”
“그만.”
우토는 그에게 손바닥을 향했다.
“엔데룸.”
투두두둑!
바닥에 고인 핏물이 흙먼지가 섞인 채 강령술사의 몸으로 흘러들어갔다. 굴러다니던 살점도 그의 살갗이 되어 몸에 엉겨 붙었다.
“됐다. 다시 시작해.”
“그냥 죽여! 난 절대 복종하지 않을 거라고!”
우토는 강령술사에게 대답하지 않았다. 단지 비장한 눈빛으로 간수들에게 말했다.
“폐하께서 힘주어 경고하셨다. 놈은 자신을 죽여달라고 하면서 뭔가를 ‘의도’했다고.”
“예.”
“절대, 절대로 죽여선 안 된다. 놈이 자결할 수 있는 일말의 가능성도 줘선 안 된다. 한순간도 긴장을 늦추지 말고 절대 방심해선 안 된다. 놈의 모든 반응을 의심하고 관찰해라.”
“그런 건 저희가 전문입니다.”
그래도 우토는 강조했다. 더 구체적으로, 더욱 진심을 실어서 강령술사에 대한 것을 경고했다.
“시위하겠답시고 혀라도 깨문 것 같으면 그 즉시 보고해라. 혀를 다시 붙여줄 테니. 화장실도 보내지 말고 그 자리에서 싸게 해라. 먹을 것은 목구멍을 뚫어서 주입한다. 또한 녀석과 일체의 소통을 불허하겠다. 녀석이 무엇을 말하더라도 대답하지 마라. 너희나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무서운 놈이니까.”
“그렇게까지 하는 겁니까?”
“폐하께서 적잖은 흥미를 갖고 계신다. 조금이라도 이 일이 틀어지면 나와 너희들은 물론이고 법무관님까지 책임을 피하지 못할 것이다.”
“…아, 명심하겠습니다. 우토 님.”
퍼억!
때리고 고치고 때리고 고친다.
본격적인 세뇌 전에 육체와 정신부터 무너뜨리는 것이다. 또한 황제의 경고에 따라 어떤 수단을 쓰더라도 죽지 못하도록 조치한다.
- 아아아아악!!!
지하에서 밤새도록 살을 때리는 소리와 비명이 끊이질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