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다차원의 강령술사-65화 (65/181)

12. 잊지 않겠다 (5)

세인트 왕국은 왕궁이 있는 성을 중심으로 도시가 퍼져나가는 형태이며, 도시의 외곽은 방벽이 아닌 성벽이라는 개념으로 둘러싸인 국가다.

그리고 성벽 바깥에는 드넓은 농지, 숲, 자그마한 마을들이 있으며 그 영역을 벗어나면 비로소 외부라고 한다.

제국의 백만 대군은 절벽길을 통과하였다.

그들은 날이 밟자마자 세인트 왕국을 침공했다. 전장은 이제 외부가 아니라 엄연히 백성들이 거주하고 있는 농지, 마을, 숲 따위가 되었으며 왕국 백성들은 모두 성벽 안쪽의 도시로 피난한 상황이다.

화아아아아아아…!

농지는 뜨겁게 불탔다. 제국군이 성벽 바깥에 있는 농지를 모조리 불태워 파괴하는 목적은 먹을 것을 없애, 왕국이 농성전을 택할 수 없도록 강제하는 것이다. 그러면 왕국은 병력을 빼내 성벽 밖에서 제국군을 상대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절벽길이 돌파당한 다음부터 왕국은 전장에서 연이어 패배하게 되었다.

절벽길에는 맨바닥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사체가 쌓였다. 그리고 절벽길의 입구를 끝까지 지키던 마법사 한 명은 싸늘한 주검이 되었다.

성서를 잘 다루는 강경한 퇴마술사.

겁이 많지만 올바른 마법사.

페레스가 전사한 것이다. 유언을 들어주는 이도, 그의 장렬한 최후를 목격한 이도 없이 그렇게 쓸쓸히 전쟁의 죽음을 맞이한 것이다.

세인트 왕국에는 제국의 지휘관만큼 실력 있는 지휘관들이 극히 적고, 군사를 움직이는 병법과 무기 따위는 제국의 것에 비해 낡고 비효율적인 것이었다.

병사들의 훈련 역시도 제국이 더 공들인 마당에 숫자에는 압도적인 격차가 있다. 게다가 승천자, 화염술사 카누스, 퇴마술사 페레스까지 없으니 그 불리함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제국군은 이미 왕국의 성벽까지 진격하고 있었다. 제국과 왕국의 군대가 빼곡하게 뒤섞여 싸우고 있는데 제국의 백만 대군은 저 멀리 산까지 뒤덮고 있어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여기서 더 밀리면 왕국은 끝장이다!”

세인트 왕국 마법사들의 머리이자 온화하고 신중한 성격인 물의 마법사, 파보크.

그는 원래 왕궁에서 왕을 수호해야 하지만 고집을 부려 전장에 나왔다. 제국군이 도시까지 진입해버리면 그땐 강령술사가 나서도 너무 늦을 거라고 주장하면서 말이다.

그러나 이미 왕궁에서는 강령술사에 대한 기대를 접어버린 지 오래다. 도와줄 생각이었다면 절벽길처럼 그나마 유리한 지형에서 도와주던가, 적어도 제국군이 여기까지 오기 전에는 어떻게든 도와줬어야 했다는 것이다.

또한 이전에 제국의 선봉대가 알리길, 제국 측에서는 강력한 흑마법사와 의술사로 강령술사를 협공하여 생포했다고 알렸다.

그리고 그 소식을 증명하듯 강령술사는 지금까지 깜깜무소식이다. 마음만 먹으면 어디에서든 출몰하는 그 강령술사가 말이다.

‘제국을 안팎에서 무너뜨린다고 하더니. 정말로 실패했다는 말인가….’

“파보크 님! 10시 방향입니다!”

파보크는 끊임없이 날아드는 제국군의 화살을 물의 장벽으로 막았다. 그리고 허공에 떠오른 물의 장벽에 마법을 걸었다.

‘압출(壓出).’

촤아아아아아!!!

갑옷과 방패마저 꿰뚫는 물줄기들이 빼곡한 제국군 대열을 갈랐다. 마치 날카로운 실이라도 휘두른 것처럼 그의 물줄기에 맞은 자들은 온몸이 깔끔하게 절단되어 쓰러졌다.

전방에서는 왕국의 징집된 창병들이 제국군의 장창병들을 상대하고 있다. 그것은 화려한 싸움이 아니라 반복적인 작업 같았다.

쿠직!

카강!

방패와 창을 들어 올려 상대의 대열을 찌른다. 앞에 있는 자들이 쓰러지면 뒤에 있는 자들이 빈자리를 대신한다. 그리고 다시 찌른다. 반복한다.

다른 한쪽에서는 성기사들이 제국의 중보병들을 상대하는 중이고 또 어딘가에서는 검을 든 왕국의 기병과 제국의 창기병들이 이리저리 뒤섞여서 서로를 죽이고 있다.

쐐애애애앵…!

제국의 투석기들은 아까부터 계속 바위를 날려대고 있다. 그리고 제국 진영에서 이쪽으로 진격해오는 공성탑들은 움직이는 요새 같다.

‘투석기와 공성탑이 골칫거리다!’

파보크는 더 위험한 전방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러자 뒤에서 왕국 지휘관이 그의 팔을 붙잡았다.

“그쪽은 위험합니다! 파보크 님은 후방에서…”

“위험하면 어떤가!”

그는 지휘관을 뿌리쳤다.

“파보크 님은 귀중한 전력입니다! 파보크 님까지 전사하게 되시면 적들의 공세를 막아낼 길이 없어집니다!”

“적들의 공세란 저것이다!”

파보크는 진격해오는 공성탑과 투석기가 있는 곳을 가리켰다. 그러면서 소리쳤다.

“나는 지휘관이 아니다! 조금 더 잘 싸우고 조금 더 능력 있는 일개 병력일 뿐이다! 그러니 내가 죽더라도 당장 아군을 휩쓸고 있는 저 투석기와 공성탑을 무너뜨려야겠다! 그게 내 역할이다!”

“하지만…!”

“지휘관인 자네는 후방에서 병력을 지휘하라고!”

“파보크 님!”

“다들 지치고 두려울 거다! 그러니 내가 적들의 공성탑을 무너뜨리면 그걸 계기로 병사들의 사기를 높여라!”

그렇게 파보크는 창병들이 있는 대열까지 접근한 것이다. 수십 걸음 앞에 높디높은 공성탑들이 있다. 그중에 일부 공성탑들은 투석기까지 적재하여, 투석기의 고질적 문제인 기동성까지 보강한 것으로 보인다.

‘지휘관들이 있는 후방이나 민가가 있는 성벽 안쪽까지 바위가 날아들면….’

그렇게 되기 전에 이 앞까지 나섰으니 다행이었다.

적들의 장창이 위협적이다. 군마가 뾰족한 창을 두려워하여 창병 대열에 뛰어들지 못하는 그 감각을 왠지 알 것만 같다.

저쪽이나 이쪽이나 창에 맞아서 앞에 있는 자들이 쓰러지고 있다.

…타닷!

파보크는 앞으로 달리면서 자신의 신발에 물을 입혔다.

촤아아!

그의 신발 밑창으로 강한 물줄기가 뿜어졌다. 그러면서 그는 공중에 떴고 양측의 창병 대열을 뛰어넘어 대놓고 제국의 공성탑 앞에 착지한 것이다.

공성탑을 지키고 있던 제국의 검사들이 즉각 반응했다.

“물의 마법사다!”

“여기에 마법사가 있다!”

그 외침에 일부 창병들이 뒤를 돌아보았고 주변에 끝도 없이 포진한 제국군들의 이목이 집중되었다.

‘역조(逆潮).’

파보크를 중심으로 얕은 물이 둥글게 파장을 일으키며 퍼져나갔다.

근처 제국군들은 발목이 얕은 물에 잠겼다.

‘물줄기는 솟아오르고 핏줄기는 떨어지리라.’

‘압출.’

촤아아아악!

얕게 깔린 물에서 살인적인 물줄기들이 거꾸로 솟아올랐다. 그것에 당한 자들은 사지가 분쇄되고 온몸이 꿰뚫려 공중에 솟아올랐다.

거꾸로 분사된 물줄기는 파보크가 좀 전에 퍼뜨린 얕은 물을 따라서 순차적으로 퍼져나갔다. 그리고 공중에 솟아오른 채 죽은 제국군들은 피를 흩뿌렸다.

얕게 깔린 물이 빨갛게 변하여 피의 강물을 이루는 듯하였다.

“저놈이다!”

“물의 마법사를 죽여라!”

“여길 도와라!!!”

제국군은 계속해서 파보크를 향해 모여들었다. 그는 스스로 적진에 뛰어들었으니 끊임없이 포위당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여기서 영력을 더 써버리면 후퇴는 할 수 없게 될 것이다.’

하지만 파보크는 자신이 위험에 처하는 것보다 목적 달성이 우선이었다. 바로 눈앞의 공성탑, 조금 더 뒤에 있는 몇 개의 공성탑과 투석기들이다.

그는 피로 물든 얕은 물에 두 손바닥을 짚었다. 그리고 눈을 감았다.

“놈이 술식을 구축하고 있다!”

“달려들어!”

“으아아아!”

“…엇?”

당장 달려드는 자들의 발목을 물의 손아귀들이 휘감았다.

으득!

“끄아악!”

물의 손아귀들은 수십 명의 발목을 일제히 부러뜨렸다. 그들이 얕은 물에 쓰러지면 손아귀들은 그들의 머리를 집어서 억지로 코를 처박도록 만들었다. 그렇게 얕은 물에 수십 명을 익사시키는 것이다.

“제기랄! 석궁병!”

찰박찰박찰박…!

일촉즉발의 상황. 석궁병들이 달려와서 활시위를 당긴다는 준비 과정도 없이 방아쇠만 당겨 화살을 쏘아댔다.

쐐액!

그러나 일단 물이 퍼진 이곳은 파보크의 영역이었다. 화살들은 파보크의 몸에 닿기 직전에 정지하고 말았다. 이번에도 거꾸로 솟아오른 압출의 물줄기들이 방패가 된 것이다.

‘용서하소서. 재해를 범람시켜 사람을 해치는 제 만행을.’

이윽고 파보크의 술식 구축이 완료되었다.

‘홍수(洪水).’

파보크가 두 손바닥을 짚고 있는 부분부터 물의 장벽이 높게 일어섰다.

쿠와아아아아아!!!

피에 물든 물을 투명하게 정화할 정도로 많은 물이 재해가 되어 제국군을 덮쳤다. 파보크 주변 진영이 무너졌고 공성탑 다섯 채와 투석기 열 대 이상이 포악한 강물에 휩쓸려 부서졌다. 그리고 수백의 제국군이 익사하거나 물에 떠밀려오는 무언가에 부딪혀 죽고 말았다.

찰박…!

파보크는 일어서려다가 다리가 풀려서 그만 두 손바닥을 지면에 짚고 말았다.

“저놈부터 죽여!!!”

그가 홍수로 휩쓴 범위는 어디까지나 그의 전방이었다. 그래서 그의 배후에 있던 제국의 장창병들은 멀쩡했던 것이다.

찰박찰박찰박!

일부 장창병들이 창을 버리고 검을 뽑아들어 뛰어왔다. 물을 밟는 소리가 나지만 물의 손아귀는 나타나지 않았다. 파보크는 자신의 뒤에서 달려드는 자들을 돌아볼 힘조차 남지 않았다.

‘그래도 이걸로 30시간은 벌었을 것이다….’

영력을 소진한 마법사는 무능력의 일반인과 다름없다.

“아아아악!”

“끄아악…!”

찰박!

그를 향해 달려들던 제국군들이 쓰러지는 소리.

파보크는 허리와 목을 가까스로 틀어서 자신의 뒤를 돌아보았다.

“페레스 님의 복수다!”

열댓 명의 퇴마술사들이 성서로부터 신성한 번개를 쏘아내 장창병 대열을 좌우로 갈랐다.

“뛰어라! 가서 파보크 님부터 모셔라!”

그리고 갈라진 대열 사이로 왕국의 성기사들이 파고들어 성검을 휘두르는 현장이었다.

“무사하십니까?!”

“다치진 않았다.”

“놈들이 합류하기 전에 후방으로 모시겠습니다!”

성기사들은 군마를 끌고 와서 파보크를 태웠다. 퇴마술사와 평범한 병사들이 제국의 갈라진 대열을 유지하는 사이, 파보크를 태운 군마는 무사히 왕국의 진영으로 빠질 수 있었다.

“잠시라도 좋으니까 성벽 안으로 가셔서 안정을 취하십시오! 영력을 다 쓰지 않으셨습니까!”

“전장에서 자리를 비우고 나 혼자만 쉬라고? 그럴 수 없다.”

“제발 좀 뒤로 가서 쉬십시오! 영력을 채우고 다시 오셔서 싸우면 되지 않습니까!”

“왕궁을 지켜야 할 퇴마술사들까지 전장에 나왔는데 내가 어떻게 자리를 비우는가. 그리고 난 아직 전장에 날아드는 화살 정도는 막을 수 있는 힘이 있다.”

“저희는 파보크 님을 구하기 위해 목숨을 바쳤습니다!”

일개 성기사가 왕국을 대표하는 마법사에게 화를 내고 있다.

‘조급한 마음에 내 판단력이 흐려졌나.’

이들이 목숨 걸고 뛰어들어 자신의 목숨을 구했으니 쉽사리 거절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리고 지휘관도 아닌데 영력이 부족한 상태로 전장에 남아봤자 할 수 있는 것도 많지 않고.

‘내가 바보 같았군. …이건 전쟁이었지.’

목숨의 효율을 따져야 할 때였다.

“알겠다. 그럼 미안하지만 조금만 쉬고 돌아오…”

그 순간, 익숙하고도 불길한 그림자가 드리웠다. 하지만 익숙지 않게 뭔가 위쪽이 뜨거웠다. 어렴풋이 다가오는 열기가 느껴졌다.

콰아앙!!!

불타는 바위들이 떨어져서 수많은 성기사들을 죽이고 일부 퇴마술사들까지 쓰러뜨렸다.

“히아아아악…!”

그들은 산 채로 불에 익었다. 파보크는 손을 부들거리며 그들에게 물을 쏘아주려고 했지만 그만한 영력이 없다.

무력하게 그들이 불타서 죽는 꼴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그때 누군가가 외쳤다.

“투석기다!”

파보크는 다시 하늘을 보았다. 불타는 바위들이 이곳뿐만 아니라 전장 곳곳에 날아들고 있었다. 저 멀리 왼쪽에서도 오른쪽에서도 불타는 바위들이 아군 진영에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무슨 소리냐! 이 근방 투석기들은 파보크 님께서 방금…”

“화염술사다.”

“네?”

파보크는 기운 없는 목소리로 적들을 원망했다.

“빌어먹을 제국 놈들….”

이 근방에서 아군 진영까지 사정거리가 닿는 투석기는 파보크가 모조리 부숴버렸다. 그런데도 저 멀리서, 지나치게 먼 거리에서 불타는 바위들이 포물선을 그리며 여기까지 날아들고 있는 것이다.

“제국의 화염술사들이 투석기에 실린 바위에 힘을 더한 것이다.”

“제국에도 화염술사들이 있던 겁니까?!”

“발화 1계 정도면 바위에 추진력을 가하는 것쯤은 가능하다. 낮은 계를 개방한 화염술사들을 양성해서 투입한 것이겠지….”

저런 사정거리에 저런 파괴력에 저런 숫자들이라면 왕국의 병사들이 방어할 수단이 없다. 그런데 저렇게나 위력적인 것을 진작 쓰지 않았다는 건 파보크에게 더욱 큰 무력감을 심어주었다.

마치 저 수단을 아꼈다는 듯.

마치 숨겼다는 듯.

마치 이 순간을 기다렸다는 듯.

마치, ‘불’에 대항할 수 있는 이쪽의 물의 마법사가 ‘영력’을 소진하기까지 기다렸다는 듯.

정말이지 믿고 싶지 않은 지략이었다.

누군가 그런 세부적인 것까지 전략을 구성해서 저 수많은 제국군들에게 하달했다는 것이다.

‘제국의 황제….’

콰아앙! 콰아앙!

왕국의 대열은 약화되었다. 앞에 있던 자들이 죽으면 뒤에 있던 자들이 빠르게 자리를 채워야 하는데, 이런 식으로 불타는 바위들이 뒤에 떨어지면 도저히 앞쪽의 빈자리를 빠르게 채울 수가 없는 것이다.

그 피해의 결과는 당연히 제국군의 진격으로 이어졌다. 조금씩 전선이 밀린다.

…후우웅!

“이쪽으로도 떨어진다!”

“방패를 들어도 의미 없어!”

“산개해라!”

그 사이에 파보크의 대략적인 위치까지 적들은 파악한 것 같았다. 불타는 바위들이 파보크 주변에 떨어져서 그의 주변에 있는 자들을 죽였다.

그리고 파보크 또한 자신의 머리 위로 떨어지는 불타는 바위를 목격하고 말았다.

“피하십시오!”

성기사가 그를 밀쳤다.

불타는 바위가 성기사를 으깨서 즉사시키고, 파보크의 두 다리를 뜨겁게 짓이겼다.

“끄으으으아아아악…!”

다리가 익는 격통 속에 파보크는 보았다. 불타는 바위들이 이 주변에만 집중적으로 떨어지고 있음을.

그리고 이 주변에만 집중적으로 떨어진 탓에 이 앞의 아군 대열이 무너졌음을.

그리고 이 앞의 아군 대열이 무너진 탓에 적들의 창기병들이 이쪽 창병 대열을 뚫고 들어왔음을.

그리고 창병 대열을 뚫은 적들의 창기병들이 자신을 향해 달려오고 있음을.

‘카누스…. 자네만 있었으면 저런 1계 화염술사들의 공격 따위는….’

이러고 싶지 않았다. 이런 생각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 처하니, 이런 상황이 되어서도 모습조차 보이지 않는 그를 떠올리니 분통이 치밀었다.

그가 승천자를 죽이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그가 화염술사 카누스를 죽이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그가 제국을 안팎에서 무너뜨려 멸망시키겠다는 호언장담을 하지 않았다면 또 어땠을까.

이 상황에 마음은 괜히 그를 탓하고 있다.

“파보크.”

기괴하게 변조된 그 목소리.

환청일까.

환각일까.

다리를 뜨겁게 짓누르고 있는 바위를 누군가 발로 차서 치워버린 것이다.

“끄아아아아…! 흐윽…! 흐으으…!”

통증은 가짜가 아니었다.

“페…. 아니, 가, 강령술사….”

그때 페인을 목격한 왕국의 병사들은 원망과 기대감이 섞인 눈빛을 했고, 제국의 병사들은 원망과 두려움이 섞인 눈빛을 하였다.

“미안하다. 마지막에 일이 꼬여서 늦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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