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다차원의 강령술사-66화 (66/181)

13. 몰락한 밤 (1)

나는 왕국 최후의 전선에 합류했다.

물의 마법사 파보크가 불타는 바위에 다리를 깔려있길래 그것부터 치워주었다.

“페…. 아니, 가, 강령술사….”

그는 아픈 와중에도 내 이름을 언급하는 것에 주의했다.

“미안하다. 막판에 일이 꼬여서 늦었어.”

내가 등장했으니 걱정하지 말란 말이라도 해줘야 할까. 그러기엔 너무 늦은 등장이라 아군들은 원망 섞인 시선을 보내오는 것 같기도 하다.

그리고 나를 목격한 제국군들의 입장에서는 등장이 아니라 ‘출몰’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맞으리라.

“페레스가 목숨을 잃었습니다!”

파보크는 내게 화를 냈다.

“당신이 카누스를 죽이지만 않았어도…! 승천자를 해치우지만 않았어도 이런 일들은…!”

그렇게 화를 내다가 스스로 입을 닫아버렸다.

갑자기.

“……미안합니다. 모든 원인은 승천자에게 있는 것인데….”

「이 새끼가 미쳤나?」

“오히려 당신은 왕국의 타락한 교단을 정화했다고 봄이 옳은데…. 나 또한 당신에게 죄가 있습니다.”

이해한다. 지금 파보크의 심정은 복잡할 것이다.

“맹목적으로 타락한 승천자를 따라서, 승천자라는 이유만으로 장님이 되었지…. 당신을 추방하는 일에 일조하기도 했고…. 당신의 동생이…”

“그만.”

“….”

“리인 얘기는 꺼내지 마.”

“으으윽…!”

파보크는 다리가 으스러졌는데도 기를 쓰며 내게 무릎 꿇었다. 주변에 수많은 병사들이 지켜보고 있는데.

“미안합니다. 반드시 사죄를 드리고 싶었습니다.”

“멋대로 사과하지도 마. 그런다고 죽은 사람이 돌아와? 난 당신들을 용서할 생각이 없어.”

“그래도 미안합니다.”

나도 그처럼 복잡한 심정이다.

내가 늦게 도착했다. 내가 그들을 죽였다. 나로 인하여 지금까지 수많은 사람들이 죽었다. 그래도 그가 밉지만 미안하고, 미안하지만 밉다. 용서하고 싶지 않은데 용서하고 싶고, 당시 그의 사정이 이해가 되면서도 이해가 되질 않는다.

뜨겁게 화가 나면서도 그것을 중화하는 동정심이 복잡하게 마음속에서 맴돈다. 그것 말고도 뭔가가 많다.

그래도 악연의 근원은 끊어졌으니, 우리는 새로운 날을 향해서 걸어가야만 한다.

이제 그가 나를 존중하는 것처럼 나도 그를 존중할 것이다.

“…뒤로 가서 치료하고 영력이나 채워오세요.”

“파보크 님!”

병사들이 달려와서 그를 부축했다.

하지만 파보크는 차마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 듯했다. 병사들이 끌고 가려고 하지만 버티고 있는 것이다.

“가라니까요.”

“제국은…. 황제는 어떻게 된 겁니까?”

그를 부축하던 병사들과 주변에 있는 모든 이들이 내게 이목을 집중했다.

그래서 나는 모두가 들을 수 있도록 살짝 목소리를 높였다.

“수도에 있는 자들은 모두 악령과 싸우게 됐습니다. 황제는 혼란한 그곳에서 악령들을 상대하느라 바쁘고요.”

“황제가 악령을 상대한다고요?”

“황제는 엑수스의 화신이었어요.”

“그게 진짜였다니…. 어째서 하늘은 그런 잔악무도한 지도자에게 권능을….”

“저도 알고 싶습니다. 그것 때문에 황제에게 당했거든요.”

그를 부축하던 병사가 간절하게 호소했다.

“강령술사님. 아직 저들에겐 대군이 남아있습니다. 지금 왕국의 병력으로는 도저히 방어할 수가….”

“압니다. 제가 좀 늦었죠.”

“왕국을…!”

어떤 지휘관 정도로 보이는 병사가 내게 무릎 꿇었다.

“왕국을 구해주십시오!”

그러자 그를 따르는 것으로 보이는 다른 병사들도 와서 무릎을 꿇었다.

「얘들 지금 뭐 하자는 거야? 싸움이 급한데.」

“제발 왕국을 구해주십시오!”

그럴 생각이다.

이들이 이렇게 나서서 무릎 꿇지 않았어도 나는 마땅히 그럴 생각이었다.

세인트 왕국은 내가 태어나고 자란 나라다. 아무리 싫은 일들이 있어도, 아무리 역겨운 부분들이 있어도, 아무리 내 나라를 욕해도, 결국 나라를 생각하는 이 마음은 어쩔 수 없다.

“…저도 애국심이 있는 사람입니다.”

내 정체와 이름을 아는 파보크는 힘없이 안심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내 정체와 이름을 모르는 자들은 저절로 입이 벌어졌다.

「이걸로 네 출신이 세인트 왕국이라는 건 모두가 알게 되겠네.」

- 키에에에에엑!

-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멀찍이서 거미 악귀들의 울음과 제국군의 고함이 들려왔다.

거미 악귀 3천 마리가 제국군의 후방을 친 것이다.

그러나 3천 마리로는 백만 대군을 이길 수 없다. 거미 악귀가 아무리 강해도 녀석들 모두가 마리당 333명 이상을 해치울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저는 황제에게 선전포고를 했습니다.”

그래서 준비한 전략이 있으니, 나는 이들에게 당당히 선언한다.

“저는 제국의 수백만 명을 죽일 겁니다.”

“어떻게…”

어찌 그런 일을.

어떻게 그런 결정을.

어떤 수단으로 그런 일을.

병사들은 저마다 그런 의문들을 가졌으리라.

나는 여기서 한 가지 의문에만 대답할 것이다. 나머지 의문들에 대해선 한 문장으로 대답하기 어렵기 때문에.

“흑사병입니다.”

그러면서 나는 경고한다.

“전황이 유리해져도 진격하지 말고 이 위치만 사수하세요. 적들은 며칠 안에 알아서 무너질 테니까.”

괜히 역병이나 걸리지 말란 소리였다.

* * *

제국의 진영.

어느 공성탑의 꼭대기.

망원경을 들고 있는 일개 병사는 절대 보고 싶지 않았던 그 존재를 목도하고 말았다. 차림새는 둘째치고 저 까마귀를 닮은 방독면만 보아도 알 수 있다.

“강령술사…!”

어느 틈에 나타난 걸까. 어디서 나타난 걸까. 어떤 경로를 통해 저곳에 합류한 걸까. 그런 생각들은 하나의 대답으로 정리되었다.

그냥, 강령술사니까. 이해를 벗어난 존재니까 가능한 것이다.

병사는 바로 곁에 있는 지휘관에게 알렸다.

“공성부대장님! 강령술사가 출몰했습니다!”

“무슨…. 거짓말하지 마라! 자네가 잘못 본 것이겠지!”

공성부대장은 병사의 망원경을 뺏어서 직접 강령술사를 확인하였다.

“아니야. 그럴 리가. 수도에서 우토 님과 나쿠타서스에게 생포당했다고 했는데….”

“인상착의가 완전히 강령술사이지 않습니까! 저 섬뜩한 방독면과 핏물 같은 로브를 보십시오! 등에 있는 도끼는 또 어떻습니까! 저건 일반적인 도끼가 아닙니다!”

“아니지! 궁지에 몰린 왕국이 방독면과 옷을 준비하여 강령술사가 있는 척을 하는 거다! 우리는 저런 속임수에 넘어갈…”

- 키에에에에엑!

그때 멀찍이서 퍼져오는 소리가 등줄기를 훑었다. 그건 이 세상에 존재하는 생물의 소리가 아니었다.

-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병사들의 비명. 고함. 절규.

듣고 싶지 않았던 빠른 보고.

“공성부대장님!”

“수천 마리의 괴물들이 최후방을 급습했습니다!”

제국의 백만 대군이 시야 바깥까지 빼곡하게 진군해오고 있다. 그래서 최후방의 모습은 여기서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끔찍한 소리는 하늘에 퍼지는 메아리처럼 들려오고 있는 것이다.

“진짜 강령술사라고…?”

그는 숱한 전장을 경험해온 공성부대장이다. 또한 원로원에서 인정받은 지휘관이다.

그래서 전략과 전투에 훈련된 그의 뇌는 당장 이곳이 아니라 제국을 생각하게 되었다.

‘저 강령술사가 제국에서 탈출하여 여기까지 온 거라면…. 수천의 괴물들을 이곳이 아니라 수도에 보내는 것이 더 전략적이지 않나…?’

공성부대장의 머릿속에서 시작된 의문은 연쇄적인 사슬을 타고 깊은 심연에 가려져있던 공포를 끄집어냈다.

‘설마 괴물들을 수도에 보낼 필요가 없었다?’

‘수도가 이미 끝장나서?’

‘강령술사가 탈출했다는 소식을 전하지 못할 정도로?’

‘그럼 폐하는? 원로원은?’

‘흑마법사 우토와 의술사 나쿠타서스는?’

‘고작 수천 마리로 백만 명을 상대할 수 있다고?’

‘그럴 리가. 신의 군대도 아니고.’

‘그럼 다른 타개책이 있다는…’

그 순간이었다.

콰직!!!

“으아앗!”

공성탑이 무너졌다. 왕국의 병사들이 여기까지 치고 들어온 것도 아니고 저쪽에서 무언가를 쏜 것도 아니다. 그런데 그냥 아래쪽이 무너져서 공성탑 전체가 쓰러지고 말았다.

공성부대장은 철판을 밀쳐내며 가까스로 일어섰다.

그의 앞에 도끼를 든 강령술사가 있었다.

깔끔하게 조각난 병사들의 시신도 있었다.

“가, 강령술사! 어떻게 여기까지…”

다수의 공성탑과 최전선 돌파를 맡은 공성부대장.

그는 말을 다 끝내기도 전에 머리가 떨어졌다.

“으아아아…!”

갑자기 공성탑 안에서 출몰하여 몇 번의 도끼질로 공성탑 하나를 무너뜨리고 공성부대장의 목까지 쳐버린 존재.

싸움은커녕 저항조차 성립되지 않는 존재.

“강령술사다!”

“망했어…!”

“이, 이건 그냥 개죽음이야!”

가까이서 그를 보게 된 제국군들은 등을 보이며 도망쳤다.

「제국군은 훈련된 자들이 아닌가? 왜 다들 겁쟁이처럼 도망가지?」

페인은 도망치는 자들을 향해서도 도끼를 휘둘렀다. 새까만 검기가 도끼를 휘두른 방향으로 쇄도하여 그들의 몸을 절반으로 갈랐다.

장궁병과 석궁병들은 떨리는 손으로 화살을 쏴보기도 전에 온몸이 빨갛게 터져버렸다.

그런 일방적인 학살을 목격한 이들은 또 도망쳤다.

「친위대가 용맹한 거였나? 걔들은 적어도 너를 앞에 두고 도망가진 않았잖아.」

적진에 대놓고 들어왔는데 포위당하지 않는다. 적들이 달려들지 않고 도망치니 말이다.

‘시체가 많아.’

페인은 주저 없이 제물방류를 발동했다. 주술의 반경 안에 있는 것들은 살아있는 사람이든 쓰러진 시체든 흙바닥에 뿌려진 혈액이든 두둥실 떠올라서 허공에 뭉쳤다.

그것은 혈액과 살점과 내장과 혈관으로 빚어진 붉은 덩어리였고, 수많은 붉은 실을 만들어내 땅 위를 걷는 다리처럼 활용했다.

쿠적쿠적쿠적…!

붉은 덩어리는 날뛰었다. 붉은 실로 시체를 흡수하고 사람을 죽여서 또 흡수했다. 그러다 몸집이 너무 커져서 형태가 무너졌고, 아주 커다란 물방울이 떨어지는 것처럼 사방으로 퍼져서 적들에게 공포를 심어주었다.

페인이 그러는 사이에 왕국군은 대열을 재정비하고 더 견고한 방어선을 갖출 수 있었다.

그리고 제국군의 최후방에서는 거미 악귀들이 날뛰고 있었다.

어차피 앞뒤가 막혀 도망칠 수도 없는 제국군은 거미 악귀 군단과 싸울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왕국으로의 진격을 잠시 보류한 채 해가 떨어질 때까지 거미 악귀들을 상대했다.

수적으로 거미 악귀는 3천 마리뿐이니 제국군은 끝내 이길 수 있었다.

그들은 새벽이 되어서야 거미 악귀들을 모조리 해치웠고, 백만 대군의 중요한 지휘관들은 천으로 엮어 만든 막사에 모였다.

현장에서 이들을 지휘하는 머리는 ‘백만대장’이다.

“전격대장.”

“예. 저희 창기병은 전멸했지만 장창병의 대열을 축소하면 운용이 가능하며, 절반 이상의 장창병은 창기병으로 전환이 가능합니다. 그리고 1군단 전격부대장이 전사, 3군단 전격부대장이 실종입니다.”

“도망칠 곳도 없는 전장이네. 지금부터 실종은 전사로 보고하게.”

“따르겠습니다.”

백만대장은 다음 지휘관을 지목했다.

“공성대장.”

“1군단 공성부대장, 2군단 공성부대장이 전사했습니다. 과정에 공성탑 28채와 투석기 6대를 잃었습니다.”

“남은 공성탑과 투석기는?”

“공성탑 31채, 투석기 45대가 더 남았습니다.”

“알겠네. …철갑대장.”

“저희 중보병들은 약 200명이 전열에서 전사, 약 300명이 후열에서 전사하였습니다. 나머지 250명이 대기 중입니다. 그래도 적들의 주력인 성기사를 대부분 해치웠고 괴물 군단도 없어졌으니 앞으로 중보병 숫자엔 문제없습니다.”

백만대장은 한숨을 섞어 말했다.

“그래……. 다들 종합하면 약 80만이 남았다는 말이지. 왕국군은 10만이고.”

“아직도 저희는 여덟 배나 우위에 있습니다.”

“병력의 규모, 물자, 지휘관들의 생존 여부도 나쁘지 않은 전황이군. 여전히 왕국의 빈약한 전력으로는 우리를 이길 수 없네.”

“…그렇습니다.”

그렇지만 이들의 얼굴에는 패색이 짙고 침울한 새벽 공기가 무겁게도 내려앉았다.

“가장 마지막으로 강령술사를 포착한 군단이 어디인가?”

전격대장이 낮게 손을 들었다.

“저희 진영입니다.”

“그렇군.”

백만대장은 이 자리에서 이 질문을 입에 올릴까 말까 고민했다.

자칫 이 자리에 모인 지휘관들의 사기가 떨어질까 염려되어서다.

“강령술사가 단신으로 전열에 몇 명의 희생자를 만든 것 같나?”

“천인대장과 백인대장들의 보고에 따르면 대략…”

그들은 침을 꿀꺽 삼켰다.

“…대략 1600명으로 추정됩니다.”

“단신으로 파고들어서?”

“예. 그렇습니다.”

“괴물도 없이 혼자서? 그 도끼와 주술만으로?”

“……예. 1600이라는 병력의 피해뿐만 아니라 정신적 피해까지 큽니다. 그자의 학살을 목격한 자들은 사기가 크게 저하된 상태인지라…. 다들 싸우기를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이 자리의 지휘관들은 그러면서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수도에서 일찍이 생포당했다는 강령술사가 어째서 이 전장에 출몰했는가.

어째서 수도로부터 보급과 전령이 끊겼으며, 수천 마리의 괴물들은 어떻게 후방에서 나타날 수 있었는가.

지금 이곳에서만의 전황이 아니라 전쟁의 전체적인 상황이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가.

“백만대장님. 제 직책을 걸고 감히 말씀드리고 싶은 건이 있습니다.”

강령술사의 학살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본 전격대장.

그는 알게 모르게 목소리를 떨고 있었다.

“말해보게.”

“이 전쟁에는 저희가 모르는 무언가가 뿌리내리고 있습니다. 미심쩍고 불안한 부분들이 너무 많지 않습니까.”

“그렇지.”

“수도로 회군하심이 어떻습니까.”

보통의 상황이라면 다들 이 대목에서 덜컥 화를 내야만 할 것이다. 하지만 아무도 전격대장의 제안에 화를 내지 못하고 있다.

침묵으로 긍정하는 것이다. 혹은 진심으로 회군에 대해 고민하고 있거나.

“이게 황명을 거역하는 일이 될 수도 있지만…. 만약 수도가 위기를 맞이한 상태라면 또 이야기가 다르지 않겠습니까. 지금 저희 대군이 해야 할 일이란 어쩌면 정복이 아니라 수호일 수도 있습니다.”

아무도 그 제안을 부정하지 않자 전격대장은 덧붙였다.

“…그리고 수도가 최악의 상황에 직면했다면 저희가 할 일은 정복도 수호도 아닌 ‘탈환’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백만대장은 고뇌했다.

‘있어선 안 될 일이다.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후방의 수도가 함락되었다면….’

절대로 있어선 안 될 일이지만.

그럴 수가 없다고 믿고 싶지만.

‘만약….’

‘폐하께서 작고하셨다면….’

황제가 없다면 당장 누가 제국을 이끌어야 하는가.

수도가 강령술사에게 당해서 집정관도, 법무관도, 호민관도, 원로원도 모두 죽었다면.

그나마 자체적인 군사력이 남아있는 일부 소국들이 제국을 차지하려 역모를 일으킬 수도 있고.

그러면 안 되지 않는가.

‘내가…. 비첸크로이 제국의….’

그러면 이 거대한 군대를 이끌고 있는 자신이 황제가 될 수도 있지 않은가. 그게 최선이 될 수도 있지 않은가.

고민하던 백만대장은 신중하게 입을 열었다.

“우선은 군사 1만을 빼내어 수도로 보내겠다. 이쪽의 상황을 알리고 그쪽의 상황을 확인해야겠군. 그때까지 우리는 자리를 지킨다.”

펄럭!

그때 말단 지휘관이 막사로 헐레벌떡 들어왔다.

“저…!”

“무슨 일이냐?!”

그는 절규하듯 외쳤다.

“역병이 돌고 있습니다!”

그들은 몰랐다.

후방을 급습한 3천의 거미 악귀들이 모두 ‘시한부’였다는 사실을. 그 거미 악귀들이 모두 흑사병에 감염되었다는 진실을.

제국의 심장부만 도려내려고 했던 강령술사가, 결국 다른 길을 선택하게 되었음을.

“여, 역병이라고?”

망국으로의 직항로가 열렸다.

절망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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