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다차원의 강령술사-81화 (81/181)

16. 포기하지 않는 자가 발버둥 친다 (1)

셰르카는 우토가 자리하고 있던 항구에 남아 우토의 제자들에게 방혈을 가르치기로 하였다.

그리고 나는 우토와 함께 데이진타우의 황궁으로 들어왔다. 날 기다리고 있다던 이 나라의 황제와 젊은 원로들을 만나게 된 것이다.

“낙인의 돌이라…. 과인은 강령술사 공이 찾고 있다는 주물이 무엇인지 잘 모르오.”

황제 또한 주변에 있는 원로들처럼 젊어 보인다. 그래서 황제라기보다는 왕자에 가깝다는 인상이다.

“하지만 우리 모두가 귀공에게 크나큰 빚을 지게 되었으니, 귀공이 그토록 찾고자 하는 물건이 있다면 마땅히 일조하리다.”

“도움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우토 역시도 낙인의 돌에 대한 것은 모른다고 하였다. 그도 셰르카처럼 흑마법사인 인물이라 낙인의 돌이 무엇인지는 잘 알고 있었지만, 돌 자체의 행방은 묘연한 것이다.

「비첸크로이의 황제보다는 한결 편한 분위기야. 무릎을 꿇지 않아도 된다니.」

나와 우토는 당당하게 서있다. 그것만으로도 저 황제가 우리를 어떻게 여기고 있는지 알 것 같다.

“허면 이제…. 강령술사 공은 역병이 끝날 때까지 계속해서 순회치료를 돌 계획이오? 아니면 그 낙인의 돌이라는 것을 먼저 찾을 계획이오?”

“낙인의 돌이 어디에 있는지 알 수만 있다면 곧장 움직이고자 합니다. 그전까지는 아무래도 제국령을 돌아다니며 역병을 치료하게 될 것 같습니다.”

낙인의 돌을 최우선으로 찾고 싶다. 그러면서 역병도 계속 치료할 것이다. 따라서 이곳에 언제까지고 남아있을 수는 없는 몸이다.

그렇게 돌려서 말했더니 황제는 굉장히 조심스럽게 물었다.

“혹, 강령술사 공은 전언을 쓸 수 있소?”

전언.

그것은 누군가와 영혼의 목소리를 연결할 수 있는 마법이다. 주술이 아닌 마법이기 때문에 우토나 나 같은 사람은 쓸 수 없는 능력이다.

하지만 기존에 누군가들끼리 연결된 전언이 있다면 그곳에 끼어들 수는 있다. 또한 전언을 쓸 수 있는 마법사가 내게 전언을 한다고 하여 딱히 거부반응이 생기는 것도 아니다.

“소인은 쓸 수 없습니다만 강령술사님이라면…?”

“저도 전언을 직접 발동하진 못합니다.”

“흠. 그렇소?”

젊은 황제는 곁에 있던 원로를 손짓하여 불렀다. 부름을 받은 원로가 황제 곁으로 가서 귀를 내주었다.

나는 청각을 증폭하였다.

- 이러면 세인트 왕국과 전언을 연결할 수 없지 않으냐.

- 그렇다 하여 강령술사 공이 도울 수 있는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옵니다. 차원을 오가는 강령술사 공은 십만 보를 열 보처럼 움직이고, 왕국의 교단과도 연결점이 있을 것이라 사료되옵니다. 폐하.

- 내가 물어봐야 하나…?

- 도움을 받는 입장인지라, 새로운 제국의 황제로서 지조를 지키기 위해선 원로의 입을 빌리지 아니하시는 편이 좋을 것 같사옵니다….

「황제가 어리긴 어리네. 사람을 앞에 두고 뭐 하는 거야?」

- 우린 지금껏 도움을 너무 많이 받지 않았느냐. 첫인상이 10년을 간다고 하거늘 염치없는 황제처럼 보이진 않을까 염려스럽다.

- 하오면 제가 직접…

우토가 멋쩍게 웃었다.

“하하. 그렇게 속닥거리지 않으셔도 이쪽에는 다 들립니다. 훤히 들리는데 안 들리는 척 엿듣는 것도 폐하껜 예우가 아닌 것 같아서….”

그러면서 내 눈치를 살피는 우토다.

나는 그에게 잘 했다고 고개를 살짝 끄덕여주었다. 방독면을 쓰고 있어서 내 표정은 읽을 수 없을 테니까.

“아! 말씀하시고 싶은 게 있다면 얼마든지 말씀하시는 편이 강령술사님께도 좋을 것 같사옵니다!”

“크흠.”

민망해진 황제는 괜스레 콧등을 만지작거렸다.

“마법사는 아니지만 우리 원로원에는 그간 비첸크로이 제국 몰래 전언을 연마한 자들이 있소. 그리고 최근 비첸크로이 제국의 몰락이 열쇠가 되었는지는 모르겠으나, 우리의 원로들 중 하나가 전언을 깨우치게 된 것이오.”

그러면서 황제는 부탁했다.

“세인트 왕국에서 전언을 쓸 수 있는 마법사가 있다면 그자와 우리 제국의 전언을 연결하고 싶소. 그리한다면 우리 제국과 세인트 왕국은 건설적이고 긴밀한 관계를 형성하여 내일을 개척할 수 있지 않겠소?”

“왕국의 마법사들은 전언을 발동할 수 없지만 승천자라면 발동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승천자는…. 타락한 승천자는 귀공의 심판을 받은 게 아니오?”

아직 여기까진 세인트 왕국의 중대한 정보가 도달하지 않은 모양이다.

“얼마 전에 발키리가 강림하여 새로운 승천자가 탄생했습니다.”

이후 황제와 나는 약속을 빙자한 거래를 하였다.

나는 황제에게 요구했다. 하늘 아래에 두 개의 제국이 있을 수는 없다고. 데이진타우가 제국이라는 자리를 차지하였으니 이왕 이렇게 된 것, 앞으로는 데이진타우 제국이 이 대륙의 중심점이 되어 평화로운 시대를 만드는 일에 앞장서달라고 말이다.

황제는 굉장히 기뻐하며 승낙하였다. 그러면서 낙인의 돌을 찾는 일을 적극적으로 도와줄 것이며, 오늘날 각국이 입고 있는 역병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약속했다. 그리고 언제든지 제국의 도움이 필요하다면 망설임 없이 부탁하라고, 나의 든든한 뒷배가 되어주겠다고 덧붙였다.

「왕국이랑 제국이 전언을 연결하면 뭐라도 바뀌는 거야?」

‘많이 바뀌지.’

데이진타우 제국의 젊은 황제는 굉장히 외교적인 성향이었다. 물론 경험이 적기 때문에 미숙한 부분이야 있겠지만, 시대의 흐름에 어떤 방식으로 올라타야 자국이 이득을 보는지 발 빠르게 대응하는 것 같았다.

‘세인트 왕국은 더 이상 변방의 조용한 종교적 국가 같은 게 아니야.’

권선징악을 추구하는 세인트교의 성지.

건들기 껄끄러운, 괜히 세간에 나서지 않는 조용한 나라. 세인트 왕국.

이제 그런 꼬리표는 사라졌다. 세인트 왕국은 누가 뭐라고 해도 강대국이며, 변방에서 조용히 세간을 지켜보는 최고 중재자 같은 입장이 된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세인트 왕국의 외교적 입지는 나날이 커지리라.

그러한 시대적 변화 속에 새로운 제국으로 일어선 데이진타우.

제국은 세인트 왕국보다 인접한 국경이 많기 때문에, 이 대륙의 국가들 사이에 어떤 일이 생긴다면 세인트 왕국보다는 데이진타우가 더 빠르게 개입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또한 데이진타우는 동쪽의 잔잔한 해안을 차지하고 있어, 이 대륙의 바닷길까지 관리할 수 있다.

「그래도 세인트 왕국이 더 강하다는 인식이 클 것 같은데? 이번 전쟁에서 활약한 왕국군이나 너도 그렇고. 이젠 새로운 승천자까지 탄생했으니까.」

정확하다. 이곳의 젊은 황제는 그 사실을 받아들였다.

따라서 결론은 간단하다.

‘황제는 세인트 왕국이라는 최고 중재자를 배후에 두고, 이 대륙에서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는 거야.’

그러한 황제의 뜻은 세인트 왕국의 입장까지도 고려한 것이었다.

세인트 왕국은 세인트교의 성지 그 자체이므로 절대 수도를 옮기지 않으며, 선을 추구하기 때문에 정복활동을 벌여 영토를 확장하지도 않는다.

그래서 세인트 왕국이 아무리 평화로운 시대를 만들고 싶다 한들, 변방에 있는 작은 국가로서 실질적인 개입 속도에 차이가 있는 것이다.

「뭔 소린지 하나도 모르겠네.」

‘데이진타우 제국은 멀리 있는 세인트 왕국을 대신해서 자기들이 평화로운 시대를 만들 거야. 필요하다면 왕국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관계까지도 더해서.’

그러기 위한 초석이 전언 연결이었다.

왕국과 제국은 아무리 멀리 있어도 영토가 맞닿은 국가처럼 긴밀하게 소통할 수 있는 것이다.

* * *

아주 성공적인 선택이었다.

데이진타우 제국은 역병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또한 제국에 몸을 담그고 있는 우토가 동참하였다.

흑사병에 감염된 쥐들은 셰르카의 명령에 의해 모두 사라진지 오래다. 그래서 현재 흑사병에 추가로 감염되고 있는 자들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 혈액, 타액, 체액 따위가 옮김으로써 감염되고 있는 것이다.

데이진타우 제국은 제국령에 있던 모든 국가에 사신단을 보냈다. 그들은 흑사병이 퍼지는 것을 예방하는 방법을 각국에 가르쳤다. 그러면서 한때 속국이었던 데이진타우가 오늘날의 새로운 제국이 되었음을 당당하게 선포했다.

우토는 내 명령을 따라서 ‘역병 의사’들을 양성해냈다.

역병 의사들은 모두 우토의 제자로서 종전 이후 오로지 방혈만 연마했던 초보 주술사들이다.

그래서 방혈을 배울 준비가 되어있는 자들이었고, 셰르카는 단기간에 그들을 가르쳐서 정밀한 방혈을 쓰도록 만들 수 있었다.

데이진타우 제국의 사신단이 대륙 곳곳에 돌아다닌 다음에는 역병 의사들의 순회치료가 이어졌다.

흑사병과 악취를 차단하는 까마귀 모양의 방독면, 더러운 피로부터 접촉을 피하게 해주는 굽이 있는 구두, 살갗을 전부 가린 어두컴컴한 로브, 가죽 장갑, 챙이 넓은 중절모자.

혹여나 거리에서 마주치면 알아서 길을 비켜주고 싶은 차림새다. 그들이 항상 더러운 피를 뽑아내는 자들이라는 걸 아는 사람들은 알아서 길을 피하였고, 그들이 무엇인지 모르는 어린이들이라도 그들의 기괴한 옷차림에 지레 겁을 먹고 피하였다.

셰르카는 광인의 숲을 돌아다니며 어두운 힘이나 지옥의 진리를 추구하는 광인들을 포섭하고 다녔다. 그녀에게 포섭된 자들은 모두 데이진타우의 항구로 들어가서 우토의 제자가 되었다.

처음엔 우토가 강제로 그들을 세뇌하는 게 아닌가 걱정했는데, 직접 확인해 보니 광인들은 힘을 얻고 통제하기 위해서라면 기꺼이 세뇌라도 자처하는 자들이었다.

역병 의사들은 나날이 늘어갔으며 흑사병의 환자들은 점차 줄어갔다.

- 우리는 스승의 제자이자, 강령술사님의 종입니다.

어둠에 심취하여 세뇌를 자청한 역병 의사들은 나를 ‘스승의 스승’으로 대했다. 그러나 우토와 호칭이 겹쳐서 그냥 강령술사라 부르기로 한 것이다.

나는 열흘 동안 데이진타우 제국의 행보, 역병 의사들의 행보, 우토의 행보를 관찰했다. 내 의도와 다른 부분은 없는지 그들 중에 누군가 이상한 마음을 품진 않았는지 검증하는 과정이었다.

「다들 잘 하고 있네.」

아주 작은 실수 하나도 없었다.

황제는 의리가 있는 인물인진 모르겠지만 적어도 나와 관계가 틀어지는 것은 절대 원치 않았다. 나와의 약속을 지키겠다고 다른 지도자에게도 따로 사신을 보내어 낙인의 돌을 수소문할 정도였다.

우토는 내게 절대적으로 충성하였고 그런 우토에게 세뇌된 역병 의사들은 말 한마디의 실수 하나도 저지르지 않았다.

애당초 ‘역병 의사들은 매우 과묵하다’는 소문이 퍼질 정도이니, 세뇌라는 것이 역병 의사들의 소통 능력을 최소한으로 제한한 것 같기도 했다.

「어쨌든 데이진타우 제국이나 역병 의사나 우토는 잘 하고 있다는 걸 확인했잖아. 신뢰라면 몰라도 나름 검증은 된 것 같은데?」

‘그래. 이제 황제와 약속을 지켜야지.’

데이진타우 제국은 전언을 깨우친 원로를 이용하여 세인트 왕국의 승천자와 전언을 연결하고 싶다고 했다. 이제 내가 그 약속을 지킬 차례다.

나는 잿빛세계의 오두막으로 갔다가 실재세계의 세인트 왕국으로 이동했다.

황금달 본거지의 귀빈실. 한번 방문한 적이 있는 이 공간에 사람이 아무도 없다.

키이잉!

나는 귀빈실에서 다차원 능력을 해제했다. 그런데 다차원 능력의 소리가 들리기 무섭게 누군가 문을 박차고 들어왔다.

“강령술사님?!”

자객이다.

그런데 왜 이렇게 기겁한 반응일까. 그리고 귀빈실엔 아무도 없는데 왜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것처럼 곧잘 들어온 걸까. 마치 내부의 무언가를 경계라도 하고 있던 듯하다.

「황금달 덩치가 커졌다고 내부에서 분열이라도 생겼나?」

자객이 이렇게 반응하는 까닭을 달리 모르겠다.

“여기로 오시면 안 됩니다…!”

그가 갑자기 목소리를 낮췄다. 나도 얼떨결에 목소리를 낮춰서 물었다.

“문제라도 있어?”

“강령술사님께서 세인트 왕국으로 돌아오신다면 반드시 이 건물에서 나타나시지 않습니까. 그래서 자객들이 빈 공간마다 문을 사이에 두고 배치되었습니다.”

“그러니까 그게 무슨 말이냐고.”

“자세한 건 설명드릴 시간이 없습니다. 어서 차원을 건너 왕국에서 벗어나셔야 합니다.”

자객은 말하면서 창문을 한번 곁눈질했다.

나도 그를 따라서 창문을 곁눈질했다.

바깥의 하늘이 유난히 맑아 보인다. 찬란하다는 표현을 빌려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맑고 밝다.

“절벽길의 진입로에서 성기사들이 외부 경계라는 명분으로 대기 중입니다.”

“명분이라니?”

“사실 그 성기사들은 왕국 바깥에서 강령술사님께 자초지종을 설명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는 자들입니다. 어, 어서 차원을 건너셔야 합니다! 어서요!”

혹시 이 자객이 뭔가 수작을 부리고 있는 게 아닐까. 위해를 가하려고 절벽길 진입로에 누군가 매복하고 있다거나.

「매복이면 어때? 누가 감히 너한테 위해를 가하겠다고….」

직접 가보면 알 것이다. 지금 내 앞의 자객도 굉장히 급하게 요청하는 느낌이고.

그래도 한번 떠보기는 하자.

“만약 이게 개수작이면 각오해.”

“눈알을 걸고 맹세컨대 강령술사님께 거짓을 고하진 않습니다! 이젠 정말로 시간이 없습니다! 어서 가셔야 합니다!”

내게 어떤 능력이 있는지 알 것이다. 차원을 건너서라도 추적할 수 있는 내게 이런 경고를 듣고도 그는 일관된 요청을 하고 있다.

일단은 믿어보자.

“알겠어. 자리 좀 비켜줘.”

타다닷! 쿵!

자객은 그와 동시에 귀빈실을 뛰쳐나가서 문을 닫아버렸다. 그리고 나는 방금 뛰쳐나간 자객의 말을 믿기로 했으니.

지체할 것 없이 다차원 능력을 발동했다.

키이잉!

대충 오두막 앞에 발을 딛고 다시 다차원 능력을 발동했다.

「절벽길의 진입로는 가본 적 있는 장소야.」

나는 실재세계와 잿빛세계의 틈에서 절벽길의 진입로를 확인해 보았다. 전에 제국군이 진을 치고 가로막던 장소이며, 그 제국군들을 셰르카가 몰살해버린 장소다.

어쩌면 이곳은 절벽길의 진입로가 아니라 입구라고 표현해도 좋을 것이다.

「진짜네? 성기사들이 있잖아.」

전신을 보호하고 있는 갑옷과 성검.

성기사 8명이 대기하고 있었다.

나는 적당히 그들의 시야가 닿지 않는 나무 뒤편의 그림자에서 다차원 능력을 해제했다.

키이잉!

꽤나 가까이에서 능력을 해제한 터라 성기사들은 즉각 반응했다.

“강령술사님이십니까?”

그들은 성검을 뽑지 않고 있다. 8명이 각자의 시야각을 포기하고 일제히 내게 다가오고 있다. 만약 나를 적으로 간주하는 자들이라면 저렇게 무방비하게 다가올 리가 없다.

나는 그들 앞에 전신을 드러냈다.

“무사하셨군요! 다행입니다!”

“설명 좀 해주시죠.”

“저희는 아그니샤 님을 따르는 성기사들입니다.”

네이트 여신의 축복을 받은 여전사. 은 십자가를 휘두르는 그녀가 내게 왜 이런 사람들을 보냈다는 말인가.

“이곳으로 오시기 전에 황금달의 자객과 접촉은 하셨습니까?”

“했습니다.”

“그럼 곧 베르자인 씨가 자객의 보고를 받고 주물을 활용해 사람을 움직일 겁니다.”

베르자인도 이 일에 관련되어 있다.

“그 사람이 저희 쪽 사람과 접촉해서 다시 움직이고, 구두로 말을 이어서 현 승천자님께도 알려질 것입니다.”

황금달뿐만 아니라 교단 전체가 이 일에 관련되어 있다고 한다. 도대체 무슨 일이기에.

“이쪽에 서주십시오.”

성기사들은 절벽길 진입로의 한쪽에 날 세웠다. 그리고 여덟 명이 날 둥글게 에워쌌다.

지지지지지징…

그러자 내 발밑에서 빛나는 마법진이 그려지는 것이다.

「잠깐, 잠깐! 이 개새끼들이 무슨 짓이야?!」

‘정말 작은 영력이야.’

이런 영력이 담긴 마법으로는 날 죽이지 못할 것이다. 죽인다고 하여도 되살아날 것이다. 잿빛세계로 추방한다고 하여도 돌아올 수 있다. 그보다 영력 자체가 너무나도 작아서 상처는커녕 내게 어떠한, 아주 작은 영향이나마 줄 수 있을까 의문이다.

심지어 내가 영력을 느끼려고 의도해야만 느껴질 정도로 아주 작은 영력인 것이다.

때마침 성기사가 설명했다.

“승천자님과 전언을 연결하기 위해, 강령술사님의 위치를 알려드리는 겁니다.”

“이러고 있으면 승천자가 전언을 연결할 거라는 뜻인가요.”

“맞습니다.”

“누굴 경계해서 이러는 겁니까? 승천자까지 이렇게 뒤에서 진행할 일이면….”

“발키리 님입니다.”

발키리.

실재세계에서 병사들이 싸우는 것처럼 천계에서는 발키리가 싸운다. 한마디로 발키리라는 이름을 갖고 있는 천사들은 모두 천계의 병력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천계에서는 흔한 천사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천계의 기준이다. 실재세계에서는 타락한 승천자가 불안정한 몸으로 ‘발키리의 낙뢰’를 흉내만 내었을 뿐인데도, 세인트 왕국의 중심에 분지가 생길 위력이었다.

그러니 진짜 발키리는 인간이 범접할 수 없는 힘을 가지고 있으리라.

“발키리 님께서 강령술사님께 집행을 실행하려고 합니다. 당분간 강령술사님을 보호하기 위해선 어쩔 수 없는 조치입니다.”

악마는 내 존재를 빼앗으려 하고,

천사는 내 목숨을 빼앗으려 한다.

「….」

나는 도대체 누구에게 기도하고 어디에 기대라는 말인가.

“……천사가 나한테 왜 그러는지 이유나 들어봅시다.”

천사다.

다른 것도 아니고 천사다.

발키리는 천사가 아닌가. 천사가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가 있나. 아무리 생각해도 천사는 내게 이래선 안 된다. 천사라면 말이다. 천사가 왜 천사인가. 천사의 마음은, 그들의 선심은, 배려심은, 이해심은, 이타심은 우리 같은 한낱 인간의 마음보다 초월적인 것이 아닌가. 그런데 천사가 어떻게 날 죽이려고 할 수가 있나.

지금 내 앞의 성기사가 어떤 대답을 하더라도 도무지 납득할 수가…

“악마의 기운과 관련된 것이라고 얼핏 들었습니다.”

“아.”

…벨드샤였다.

놈은 악마의 하수인답게 교활하게도 나를 따라다니면서, 나를 무너뜨릴 수 있는 사악한 수단과 방법을 하나씩 다 시도해왔다. 지금 이것도 그러한 시도 중에 하나인 것 같다.

「야…. 발키리를 무슨 수로 이겨…?」

‘발키리는 이길 수 없어. 절대.’

「그러면 어떻게….」

내가 천계의 집행으로부터 살아남기 위한 방법은 하나뿐이다.

‘벨드샤.’

놈을 하루라도 빨리 죽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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