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용의 무덤 (2)
“…여기가 아니었군.”
골수의 턱에서 튀어나온 어깨와 팔.
살갗에 새빨간 선혈을 묻히고 있는 손아귀가 매의 목을 조른다.
숨이 막히는 것보다, 피가 머리로 쏠리는 것보다 뼈가 문제다. 이대로라면 목뼈가 부러질 것만 같다.
스억!
매는 녀석의 팔을 베기 시작했다.
스억!
살갗에 피의 균열이 생겼지만 뼈가 잘리질 않았다.
“…이 주변에 있었는데….”
어깨까지만 내보이고 있는 미지의 존재는 매에게 관심조차 없는 것 같았다. 와중에도 매의 칼질에 의해 팔이 너덜너덜해져서 하얀 뼈 위로 살점을 떨어뜨리고 있는데 말이다.
매는 녀석의 팔이 베이지 않자 직접 골수의 육체를 노려서 칼질을 해댔다. 칼이 닿지 않아도 검기로 칼날을 연장시키면 골수의 육체는 베어낼 수 있는 것이다.
촤아아!
그러나 흐르는 강물에서 물줄기가 촉수처럼 뻗어와 매의 두 손목을 묶어버렸다.
“…어이.”
챙그랑!
매는 양손에 쥐고 있던 칼 두 자루를 떨어뜨리고 말았다. 미지의 손아귀가 목을 더 강하게 조른 탓이다. 여기서 조금이라도 발버둥 치면 몸의 움직임에 의해 목뼈가 부러질 것 같다.
“…설마 네놈이 강령술사인가?”
“커흑…! 끄으으…!”
“벨드샤가 그러더군. 강령술사는 ‘변장’도 할 수 있다고.”
매의 손목을 묶고 있던 물줄기가 더욱 길어져서 그의 양팔을 휘감고 가슴팍까지 뱀처럼 휘감으며 올라갔다.
뚜둑! 뚜둑!
매의 양쪽 손목이 부러지고 말았다. 그뿐만 아니라 양팔의 관절이 반대 방향으로 꺾여버렸다. 그래도 비명은커녕 신음조차 낼 수 없는 상황이다.
“…한 놈씩 죽이다 보면 알아서 기어 나오겠지.”
이제 물줄기는 매의 온몸을 휘감았다. 이대로 구렁이처럼 조이든 목뼈를 부러뜨리든 매를 죽일 것이 확실해 보인다.
그때였다.
“….”
“….”
“…처음 보는 인간인데.”
작은 키, 왜소한 체구에 맞지 않게 커다란 누더기를 걸치고 있어 끝자락이 땅에 끌릴 정도.
커다란 렌즈와 안면에 바짝 붙은 짧은 부리.
방독면의 동그란 두상과 특이한 이목구비.
그녀의 방독면은 역병 교수들 중에서도 가장 기이한 감각을 안겨주는 것이었다.
“까마귀, 독수리, 매에 이어서…. 이번엔 올빼미인가?”
“….”
올빼미는 골수와 매 사이에 서있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아무 행동도 하지 않는다.
그저 가만히, 자신의 머리 위에 있는 너덜너덜한 팔을 올려다볼 뿐이었다.
“…음?”
순간, 매의 목을 쥐고 있던 손이 사라졌다.
매의 온몸을 옥죄던 물줄기까지 사라졌다.
퍼억!
매는 자갈 위에 힘없이 떨어졌다.
“끄허어억…! 커허억…! 허억…!”
올빼미의 머리가 뒤로 휙 돌아갔다. 그녀는 그렇게 매의 생사를 확인하고는 다시 머리를 휙 돌려서 골수를 쳐다보는 것이다.
“….”
“….”
강물이 흐르는 소리, 매가 거칠게 호흡하는 소리만이 의문스러운 적막을 채웠다.
누가 보더라도 불가사의한 일이었다.
“…내가 방금 꿈에 갇혔던 것 같은데, 기억이 나질 않는군.”
“….”
“……무슨 꿈이었더라.”
“물을 조심하시오!”
촤아앗!
강에서 새로운 물줄기가 튀어나와 올빼미의 등을 노렸다.
푸푸푸푹!
각 물줄기가 올빼미의 상반신을 꿰뚫었다. 등에 닿기 전까지는 투명했던 물줄기가 올빼미의 앞으로 튀어나오면서 붉게 변했다.
“…기이한 재주가 있는 년이구나.”
사라졌다.
물줄기도, 올빼미도, 올빼미가 흘린 피도 사라졌다.
처음부터 그런 건 없었다는 것처럼 사라지고 말았다.
“강령술사를 데려와라. 어차피 네놈들은 내 상대가 되지….”
미지의 존재는 하던 말을 멈추었다.
올빼미가 쓰러진 매의 곁에 서있다.
아니, 서있었다고 하는 게 맞을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어느새 사라졌던 손이 생겼다. 손이 멀쩡하게 붙어있다.
미지의 존재는 거듭 의문을 표했다.
“…어디부터 어디까지가 현실이었지?”
올빼미는 고개를 기이하게 움직여 골수를 쳐다보았다.
짧은 침묵 속에 두 당사자를 제외하곤 누구도 알 수 없는 탐색전이 오갔다.
이윽고 미지의 존재는 깨달았다.
“…이런, 지금부터가 현실인가.”
- 드라쉬르!
샤아아아!
골수의 배후에서 그림자가 솟아올랐다. 그것은 인간보다 훨씬 큰 몸집에 야수 같은 손톱을 자랑하는 존재였다.
쩌저저저적…!
그림자는 골수의 상반신을 네 갈래로 부숴버렸다. 그와 동시에 골수의 머리 위에서 암흑 같은 소용돌이가 생겨나며 거구의 남자가 튀어나왔다.
“독수리…”
부웅!
독수리는 가시 박힌 몽둥이로 미지의 존재가 꺼내놓고 있는 팔뚝을 힘껏 내려쳤다. 가시가 살갗을 파고들기가 무섭게 순수한 힘만으로 뼈를 부러뜨리는 것이었다.
상반신이 갈기갈기 찢긴 골수는 그 자리에 쓰러졌다. 벌어진 턱에 달려있는 팔은 팔꿈치 아래쪽이 없는 채다.
“죽어라. 악마의 하수인.”
독수리는 골수의 두개골까지, 두개골 안에 숨어있는 미지의 존재까지 으깰 작정으로 몽둥이를 치켜들었다.
그때 두개골 안에 있던 존재가 팔을 하나 더 뻗었다.
파사삭!
그 팔이 지면을 긁어서 두개골은 이동시켰다. 그렇게 아슬아슬하게 몽둥이를 피한 직후였다.
뚜득뚜득뚜드드드득!
미지의 존재는 벌어진 턱을 출구로 팔을 하나 더 뻗고, 머리칼도 얼굴도 없는 머리를 내놓고, 근육질의 육체까지 바깥으로 꺼내고야 만 것이다.
“…좋다. 나도 이 육체를 시험하고 싶던 참이다.”
독수리와 얼추 비슷한 신장과 덩치. 천 한 쪼가리도 걸치지 않은 나체. 방금 태반에서 떼어진 아기처럼 온몸에 매끄러운 점액질과 선혈을 뒤집어쓰고 있으며, 머리칼과 얼굴뿐만 아니라 유두도, 성기도, 배꼽도 없다.
마치 어머니의 숭고한 잉태라는 것 자체를 부정하는 듯한 육체.
결코 생명이라고 부를 수 없는, 그저 생명의 탈을 쓰고 있는 사악한 육체.
누구에게도 물려받지 아니한 몸.
“나는 벨로움이다.”
순식간에 실체화되어 피와 살까지 갖추게 된 악마의 하수인.
“내가 존재함을 잊지 마라.”
“알겠다.”
부웅! 부웅!
독수리는 여러 차례 몽둥이를 휘두르며 벨로움이 뒷걸음질을 치게 만들었다. 그리고 이렇게 벨로움이 뒷걸음질을 치며 몽둥이를 피한다는 건, 어쨌든 독수리의 몽둥이가 녀석의 육체를 해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샤아아아…!
벨로움 뒤에 붙은 그림자도 독수리와 합을 맞추어 손톱을 휘둘렀다. 그러자 벨로움은 마치 이전에 벨드샤가 보여줬던 것처럼 육체를 기이하게, 관절의 가동 범위와 길이를 무시하듯 점멸하며 앞뒤의 모든 공격을 회피하였다.
‘저주 저항 능력이 있다.’
독수리는 싸우는 도중에 방혈을 걸었지만 먹히지 않았다.
몸을 기이하게 뒤틀던 벨로움은 한순간에 온전한 육체가 되었다. 그러고는 척추 전체를 180도 이상 틀면서 수평으로 손날을 휘둘렀다.
“흐어어어…!”
피와 살로 이루어진 손날이 그림자의 허리를 베어버렸다. 하지만 그때 벨로움은 독수리에게 등을 보인 채였다.
……부웅!
독수리의 몽둥이가 소리보다도 빨랐던 걸까. 공기가 한 박자 늦게 비명을 질렀고 독수리의 몽둥이는 벨로움의 뒷덜미부터 허리의 절반에 이르는 척추까지 짓이기며 내려온 것이다.
“흐흐…!”
벨로움의 육체가 꿈틀댔다. 살갗과 피부가 끓는 진흙처럼 요동치더니 새로운 형태로 굳어갔다. 날개뼈가 사라지고 상처가 사라지고 엉덩이가 사라지고 허벅지, 종아리, 발등까지 밋밋하게 납작해져 사라졌다.
서있는 그대로 몸의 앞뒤가 뒤바뀐 것이다. 그리고 독수리에게 입은 상처까지 수복한 것이다.
그 과정을 코앞에서 지켜본 독수리는 짧은 감상을 내뱉었다.
“너는 이 세계에 존재하는 것이 금기다.”
벨로움은 자신과 신장이 비슷한 독수리를 정면으로 마주했다.
“금기라, 내가 정한 것도 아닌 것을 내가 지킬 필요는 없지.”
“사고방식부터가 틀렸군.”
“그래서 다들 싸우는 게 아니겠나?”
퍼억!
독수리는 벨로움의 왼쪽 다리를 찼다.
그 발길질이 벨로움의 다리 관절을 부수고 육체가 오른쪽으로 기울게 만들었다. 그리고 오른쪽으로 기울고 있는 벨로움의 턱을 노려 몽둥이를 사선으로 올려쳤다.
쿠직!
벨로움의 턱이 왼쪽으로 돌아갔다. 찢어진 살갗 틈새로 새빨간 턱뼈가 드러났다. 독수리는 쉬지 않고 왼손으로 주먹을 날렸다.
터걱터걱!
벨로움은 독수리의 양손을 붙잡았다. 그렇게 힘 싸움에 돌입했다.
“너는 좀 다르구나. 너의 몸을 가져가는 것도 괜찮겠다.”
벨로움의 양손이 진흙처럼 뭉개져서 독수리의 양손을 감쌌다. 그러자 독수리의 팔에서 악령화의 증상처럼 기이한 촉수가 자라나기 시작했다.
‘재결합.’
카각…!
독수리는 당황하지 않고 양손의 철 장갑으로부터 예리한 가시를 돌출시켰다. 그대로 두 팔을 벌림으로써 손을 감싸고 있는 살점을 찢어발겼다. 와중에도 오른손에 꼭 쥐고 있는 몽둥이는 절대 놓치는 법 없이 즉각 벨로움을 공격하는 무기가 되었다.
이번엔 몽둥이를 휘두르는 도중에 두 손으로 고쳐 쥐어서 전력을 다하는 것이다.
“그런데 저기 자빠진 놈보다는 느려터졌구나!”
벨로움의 턱뼈가 야수의 주둥이처럼 앞으로 길게 돌출되어 독수리의 몽둥이와 양팔을 물었다. 독수리의 팔을 보호하고 있는 갑옷이 일그러지며 그대로 팔이 뽑혀버릴 상황이었다.
그 순간, 독수리의 양쪽 어깨에서 올빼미가 자라났다.
스스스스슥!
올빼미의 방독면에 누더기 옷만 길게 붙은 것 같은 형체였다. 그런 형체를 갖춘 올빼미 네 명이 벨로움에게 얼굴을 들이밀었다.
쩌어…!
올빼미 네 명의 방독면이 제각기 위아래로 갈라지며 촘촘한 이빨과 뱀 같은 혀를 드러냈다.
“흐흐, 흐흐흐…!”
벨로움은 자신의 시야에서 가장 오른쪽에 있는 올빼미의 방독면을 왼손으로 움켜쥐고, 오른손으로 주먹을 날렸다.
퍼억!!
그러자 다른 올빼미 세 명이 환상처럼 사라지고, 주먹에 맞은 올빼미는 멀찍이 나가떨어진 것이다.
이어서 벨로움은 독수리의 몽둥이와 팔을 턱으로 잡아당겼다. 철인 능력을 갖춘 거구의 독수리가 규형을 잃을 정도의 괴력이었다.
“이제 됐다! 물러나라!”
독수리의 배후에서 다시금 그림자가 솟아올라 손톱을 휘둘렀다. 벨로움은 그림자의 손톱질에 팔이 베이기 직전에 독수리를 놓아주었다.
그리고 독수리는 우토의 외침을 듣자마자 뒤로 물러섰다. 그 즉시 독수리 뒤로 우토가 달려와서 준비된 주문을 외웠다.
“슈탈룬헤르토툼!”
온 사방에서 어둠이 둥글게 몰려와 매, 올빼미, 우토, 독수리를 통과했다.
그것은 우토가 셰르카에게서 직접 배운 흑마법이었다. 물론 셰르카가 하는 것처럼 원하는 순간에 맞춰서 즉각 발동할 수도 없고 벽의 크기나 모양 등을 다양하게 전개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래도 우토는 뒤에서 영력을 집중하고 몇 번의 시행착오 끝에 주문을 성공하여, 벨로움을 영혼의 벽에 가두는 걸 성공해냈다.
샤아아…
영혼의 벽은 빠르게 좁혀져서 곧 비좁고도 새까만 원기둥 형태로 벨로움을 가둔 것이다.
“드라쉬르!”
그림자는 우토의 배후로 돌아왔다.
이어서 우토는 벨로움에게 당한 역병 교수들부터 확인했다.
“올빼미! 드디어 죽은 것이냐?!”
“살아있어요….”
“제길! 그럴 줄 알았다!”
올빼미는 비틀비틀 일어섰다.
“매는?!”
독수리가 우토 옆으로 물러서서 말했다.
“매 또한 쉽게 죽을 자가 아닙니다.”
독수리는 양팔에서 자라난 촉수들을 무덤덤하게 떼어냈다.
“올빼미! 어서 매를 깨워라!”
“또 깨워요…? 그러다가…”
“심장이 멈출 정도로 하진 말고! 적당히 깨우란 뜻이다!”
매는 혈골군주의 위치를 파악하고 아그니샤에게 알렸다. 그리고 앞서 혈골군주에게 접근하여 아그니샤가 올 때까지 기꺼이 시간을 번 것이다.
혈골군주는 매가 상대하기에 버거운 악령이었지만, 그래도 매는 아그니샤와 힘을 합쳐 싸웠고 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전장에서 기어코 살아남았다.
그렇게 살아남은 매를 골수가 노렸다.
골수는 매를 물방울에 가둬서 익사 혹은 추락사를 유도하려고 했다. 하지만 매는 기지를 발휘하여 살아남았고 단신으로 골수와 싸우기까지 했다.
우토는 매의 그런 부분들을 높이 평가했다.
‘위기에 대처하는 능력이 뛰어나군. 오직 그 부분에 한해선 강령술사님과 비슷할 지도….’
매는 골수와 싸우다가 미지의 존재에게 죽임당할 뻔했다. 아니, 미지의 존재가 아니라 필시 악마의 하수인 벨로움이었다.
매는 녀석에게 죽임당하기 직전까지도 몰래 방혈을 써서 아군들에게 상황을 알렸다. 악마의 하수인이 이곳에 있다고.
하지만 좀 전까지 독수리가 벨로움을 상대로, 무려 피와 살점까지 갖춘 악마의 하수인을 상대로 보여준 싸움 또한 결코 낮게 평가할 일이 아니다.
‘독수리냐, 매냐….’
우토는 머리를 한번 흔들었다.
‘어차피 결정은 내가 하는 게 아니었지.’
잠시 지켜보고 있으니, 벨로움은 영혼의 벽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모양이었다.
“스승님. 그림자 형태였던 벨드샤도 빠져나오지 못했던 벽입니다. 그러니 살갗이 있는 벨로움이 빠져나올 수 있을 리가 만무합니다.”
“허나 살갗까지 갖춘 악마의 하수인이 벨드샤처럼 호락호락 당하리라 기대하긴 어렵다. 이번엔 발키리가 입혀둔 상처도 없으니 말이다.”
“그렇습니까.”
“너는 머리를 더 써야 한다. 독수리.”
우토는 애써 태연하게 말하면서도 억누르고 있던 내면의 두려움이 스멀스멀 올라옴을 느꼈다.
‘너무 늦으면 안 되는데.’
영혼의 벽을 유지하고 있는 것만 해도 상당한 영력이 소모되는 일이다. 당장 흑염이라도 쏴보고 싶지만 그건 셰르카의 지원이 필요한 일이다.
그래서 가장 좋은 방법은, 애당초 계획은 우토가 이렇게 가두고 아그니샤가 마무리하는 그림이었다.
우토는 뒤에 있는 매를 곁눈질하였다.
올빼미가 그의 곁에 붙어있으니 곧 깨어나겠지만, 지금 당장 매를 이용해서 아그니샤를 불러야만 한다.
“당장에 아그니샤 님이 어디 계시는지 아는 건 저 독수리 녀석뿐인데….”
와중에 독수리는 협곡 위를 보았다.
까만 연기가 하늘에 뭉게뭉게 퍼지고 있다.
“산불이 번지고 있는 곳의 어딘가에 있지 않겠습니까?”
“당연하다. 그리고 지금쯤이면 그 괴이한 혈골귀 대장을 무찌르고서 우리를 찾아다닐…. 아니, 잠깐.”
우토는 번쩍 떠올렸다.
“우리 위치를 알리지 않아도 되었다.”
“어째서입니까?”
“그분이라면 우리 위치는 몰라도 악마의 기운을 귀신같이 알아채고서 왔어야만 했다. 강령술사님 또한….”
그런데 아그니샤는 오지 않고 있다.
저 위에서 혈골군주를 해치웠다면 진작 여기로 왔어야만 했는데 말이다.
페인도 벨로움의 존재감을 느꼈다면 발길을 틀어서 곧장 이곳으로 왔어야만 했다.
그런데 가장 강한 두 사람이, 이쪽에서 자신과 역병 교수들이 협공으로 악마의 하수인을 몰아붙이는 사이에 와야 할 두 사람이 오질 않는다.
“…그렇다면.”
우토는 원기둥 모양으로 솟아오른 영혼의 벽을 향해 손아귀를 뻗었다.
그렇게 벨로움을 가뒀던 영혼의 벽을 조심스레 해제하였다.
그러자 우토가 깨달은 것을 독수리도 깨달았다.
“강령술사님은 가던 길을 그대로 가셨고. 아그니샤 님은 강령술사님과 같은 곳으로 가신 것 같습니다.”
영혼의 벽이 해제된 자리.
그곳에는 아무도 없던 것이다.
“벨로움은 다른 곳으로 사라졌다. 우리는 서둘러 올라가서 혈골귀 무리를 정리하고 두 분께 합류한다.”
그때, 저 멀리 북서쪽 능선에서 태양보다 밝은 빛이 하늘을 밝혔다.
그 빛의 중심에는 거대한 마법진이 있었다. 찬란한 십자가들이 쏟아지고 있었다.
“이제, 두 분 모두 용의 무덤에 진입하셨다.”
“예. 벨로움을 쫓아서 말입니다.”
“그렇지. 벨로움 또한 저곳으로 돌아갔겠지….”
이렇게 멀리서 저쪽 하늘을 보고만 있어도 감히 상상할 수가 없다.
페인과 아그니샤가 저곳에서 도대체 어떤 싸움을 하고 있는 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