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다차원의 강령술사-131화 (131/181)

26. 우리는 그것을 악마라고 부른다 (1)

아그니샤는 연달아 찬란한 빛을 터뜨리며 델펜토르를 잘게 조각내고 있다.

델펜토르가 끓는 점액과 창자를 사출하면 그녀는 재빠르게 몸을 피하거나 보호막을 전개했다. 이어지는 무수한 촉수의 공세에도 그녀는 전혀 밀리지 않았다.

그녀는 촉수를 베어내고, 천노의 십자가까지 발동하여 델펜토르를 폭격했다. 그래서 싸움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델펜토르는 더 잘게 조각나는 것이다.

페인은 그녀와 가까운 곳에서 싸우는 중이다. 델펜토르가 토출한 창자들은 대체로 아그니샤를 노렸지만 그중에 또 어떤 창자들은 아그니샤를 무시하고 연합군이 있는 전선으로 기어가는 것이었다. 그래서 페인은 지상과 지하로 기어가는 창자들을 최대한 많이 해치우고 있다. 그래야 배후에 있는 연합군이 감당해야 할 창자의 숫자가 줄기 때문이다.

퍼억…!

도끼로 창자를 찍으면 창자는 두 조각이 되었다.

쩌어어어…

두 조각이 된 창자는 각자 몸을 가진 별개의 창자처럼 변하였다. 그래서 하나를 쪼개면 둘이 되고 둘을 쪼개면 넷이 되는, 그야말로 무한히 숫자가 늘어나는 적들을 상대하는 기분이었다.

퍼어억!

하지만 충분히 작아진 델펜토르의 창자에 방혈을 걸면 그걸로 마무리가 되었다. 작아질 대로 작아진 것들은 방혈을 버티지 못하고, 검기의 위력을 버티지 못하고, 발화로 붙인 불을 버티지 못했다.

‘가장 작은 것들을 해치울 때마다 조금씩 악이 흡수되고 있어.’

「존재는 하나인데 몸의 일부를 죽일 때마다 악을 얻을 수 있다니.」

「뭐 이런 해괴한 녀석이 다 있어?」

이물이나 악령이나 사악한 피조물을 죽여서 악을 흡수한다.

다시 말해, 페인은 사악한 상대의 숨통을 끊어서 그 존재가 ‘죽음’에 이르게 되었을 때 악을 흡수하게 된다.

그런데 델펜토르의 육체로부터 빚어진 것들은 하나씩 처리할 때마다 악이 흡수되는 것이다.

‘악명도 존재감도 하나인데….’

혹시 여러 존재가 모여서 하나가 된 것이 델펜토르가 아닐까. 좀 전까지는 그런 가정도 내려봤지만 틀렸다. 페인은 알 수 있었다.

녀석의 가장 작은 단위에서는 존재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악명도 악의 숫자도 보이질 않는다. 마치 살아있지 않은 나무나 바위를 보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기어 다니고 꿈틀대는 그것들은 분명히 살아있는 것이었으며, 하나씩 마무리를 할 때마다 어떤 존재를 ‘죽음’에 이르게 했다는 것처럼 악이 흡수되었다.

「살아서 움직이며, 악이 있어. 그런데 영혼이 없다고?’」

이렇게 창자들과 싸우는 중에도 페인과 악령은 난해한 수수께끼에 빠지고 있다.

창자는 악명도 악도 없다. 창자로부터 느껴지는 존재감도 없다. 따라서 창자에는 영혼이 없다. 그런데 죽이면 악이 흡수된다. 창자라는 존재를 죽인 것이다.

존재를 죽였는데 그 존재는 영혼이 없다.

이 얼마나 이상한 상황인가. 마치 거미 악귀의 다리를 잘라서 부쉈는데, 딱 다리만큼의 악만 흡수되었다는 소리와 비슷하지 않은가.

끝내 페인은 납득했다.

‘이해하지 말자.’

절대적인 진리다.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원초적인 이유다.

실재세계에 있는 악령은 이해하기 어렵다.

잿빛세계는 시간감각과 이물의 정체성이 난해하다.

악마의 하수인, 악마가 빚어낸 피조물들은 매번 이쪽의 상식을 벗어났다. 예측과 예상을 벗어났다.

어떤 것은 계속 상대하다가 이해하게 되기도 했지만 그건 극히 일부에 불과했다.

대체로 악에서 비롯된 존재들은 해치우고 나서도 의문투성이인 부분들이 많았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정의할 수 없고 설명할 수 없어.’

두 세계에 널린 악령과 이물들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악마가 직접 빚어낸 피조물이라니 더욱 이해하기 어려운 게 정상이다.

지금은 델펜토르의 육체와 영혼에 대해서 이해가 되지 않는 거지만, 훗날 핏빛세계에 간다면 그곳에서는 시간부터 시작해 공간과 존재까지도 굉장히 혼란스러운 것이 되리라.

어쨌든 자신이 태어나 자라온 세계는 실재세계이기 때문에.

쿠르르르르르…….

그때 페인의 시야 안에 수상한 것이 들어왔다.

끝없이 기어 오는 창자들의 뒤, 아그니샤와 델펜토르가 싸우고 있는 곳의 뒤, 저곳에서 일정하게 움직여야 했던 파도가 변화한 것이다.

‘…거품?’

파도가 거품을 물고 있었다.

「바닷속이야. 심연의 밑바닥 그 아래의 지하까지 델펜토르가 있었어.」

「올고호르휘가 바다를 막고 있어서… 그냥 다들 지상으로 올라와 싸우기를 선택한 거야.」

저것도 델펜토르의 일부다. 그래서 존재감이 없던 것이다. 그런데, 그래서 존재감이 없다고 하기엔 또 이상하다.

‘너무 크잖아.’

처음에 출몰해서 지금까지 싸우고 있던 델펜토르의 육체. 몸체. 본체.

그렇게 부를 수 있는 델펜토르와 덩치가 비슷한 것들이 파도를 뚫고서 모래사장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델펜토르가 더 많아질 거야.’

「진짜 질기네.」

페인은 전선에서 활동 중인 역병 교수들에게 ‘자신의 피’로 된 글자를 보냈다. 델펜토르의 피는 거의 점액에 가까운 것이라 의도대로 통제하는 게 어렵기 때문이다.

일단 그는 델펜토르가 더 나타나서 더 많아질 거라는 정보를 후방의 모두에게 알렸다.

「이쯤 되면 델펜토르는 그냥 ‘델펜토르’라고 정의하는 게 맞겠어.」

「다른 말로는 설명이 안 되니까.」

해안에 추가로 합류한 델펜토르는 여섯 마리였다. 저런 피조물을 여섯 ‘마리’라고 부르는 게 맞는 건지도 페인은 혼란스러웠지만.

어쨌든 델펜토르는 행동을 시작했다.

푸화아아아아!!

전과 같이 엄청난 숫자의 창자와 점액을 토해내는 것이었다. 모래사장 전체를 노려서 높이 올랐다가 곧 떨어지는 혐오스러운 폭격은 연합군에 궤멸적인 피해를 입힐 수도 있는 규모였다.

그러자 이번에도 셰르카가 전개한 영혼의 벽이 하늘을 천장처럼 뒤덮으며 연합군 전체를 보호하였다.

쿠지지지지직…

거대한 여섯 몸체가 모래 위를 기었다. 하나는 아그니샤를, 둘은 페인을, 나머지 셋은 세 갈래로 방향을 나눠서 연합군을 노리는 듯하였다.

저만한 크기의 몸체 세 개가 연합군 전선에 뛰어든다면 당연히 피해가 막심할 것이다.

「여기서 다 저지하기엔 너무 많아. 악귀들의 지원이 필요해.」

‘안 돼. 지금도 녀석의 창자들은 도주를 시도하고 있어.’

페인은 이 순간에도 목줄로 연결된 악귀들을 조종하고 있다. 전장의 경계선을 에워싼 악귀들이 그 자리를 이탈하면 자칫 델펜토르의 일부가 빠져나갈 우려가 있다. 그렇게 녀석의 일부가 하나라도 빠져나가게 된다면 훗날 델펜토르는 되돌아오리라.

촤아아아악!

기어서 돌진해온 몸체 두 개가 페인에게 촉수를 날렸다. 등에서 자라난 혐오스러운 촉수들이 각자 살아있는 창자처럼 어지럽게 허공을 가르다가 페인의 사방에서 동시에 달려들었다.

콰콰콰아!

페인은 검기를 날렸다. 앞에서 달려든 촉수들을 파괴했다. 동시에 그의 도끼가 눈알, 촉수, 살점, 뼈로 된 가시 따위로 뒤덮였다.

「뒤에 있는 거 터트릴게!」

퍼어억!!!

페인의 등을 노리던 촉수들이 방혈을 당해 터졌다. 끓는 점액이 그를 향해 쏟아졌지만 이를 미리 알고 있던 페인은 아주 짧은 광속을 발동하여 앞으로 내달렸다.

으지직!

그의 좌우를 노리던 촉수들이 서로 충돌했다. 그때 페인은 이미 촉수들이 노리던 자리를 벗어나서 바로 앞에 있는 델펜토르의 거대한 몸체 두 개를 노리고 있었다.

부웅!

그가 도끼를 휘두르는 와중에도 녀석의 거대한 몸체들은 창자를 쏟아내고 있었다.

퍼어어…!!

페인의 앞에 있던 몸체가 격렬하게 터졌다.

「뭐야, 방혈이 이렇게 잘 통했어?!」

「이럴 줄 알았으면 진작…」

페인은 모래로 된 벽을 올려서 점액을 막아냈다.

‘내가 한 거 아니야.’

모래로 된 벽은 녀석의 점액에 맞아서 금방 허물어졌다. 그러자 방금 터진 몸체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눈에 들어왔다.

쿠저저저저…!

사람보다 조금 큰 몸체들로 분열한 것이다. 그리고 분열하는 과정에서 쏟아낸 창자들이 서로 뒤엉켜 쌓인 언덕처럼 보일 정도로 많았다.

직후, 창자들은 꿈틀대는 파도처럼 페인에게 달려들었다.

‘광…’

광속을 발동하려고 했는데 그 짧은 틈에 지하로 파고든 창자들이 페인의 발목을 붙잡았다. 이러면 점액을 뒤집어쓸 것을 각오하고 싸우는 수밖에 없다. 그렇게 판단한 순간이었다.

…쿠웅!!

천노의 십자가가 페인 앞에 떨어졌다.

퍼엉!

십자가는 선명하게 보이는 일직선의 빛줄기를 그의 주변에 쏘아댔다. 그러자 그의 발목을 휘감았던 창자들이 빛줄기에 맞아 순식간에 타버리고 그의 앞에 분열한 몸체들도 빠르게 타오르며 더 작은 몸체들로 분열하였다.

“같이 싸워야 해요!”

아그니샤가 그의 곁으로 달려왔다.

그녀는 델펜토르의 몸체 하나를 해치우고는 바다에서 그녀를 노려 추가로 기어 온 몸체까지도 십자가로 폭격하고 있었다.

“세 마리가 연합군을 공격하고 있어요!”

굳이 뒤를 돌아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전장에 울려 퍼지는 싸움의 소리가 더욱 격렬해진 것이다.

“우리 앞에 있는 셋을 해치우고 연합군을 도와서 나머지 셋을 정리해야겠어.”

“빠르게 해치워야죠! 지금부터는 정말 많은 사망자가 속출할 거예요!”

“그게…”

그게 왜.

사망자가 속출하는 건 당연한 게 아닌가.

상대는 악마가 빚어냈다는 태고의 피조물이자 무려 4593의 악을 갖고 있는 470번째 크라켄. 가라앉은 카프하니드보다 강한 괴물, 기어가는 델펜토르인데 말이다.

연합군은 세계를 악으로부터 지키겠다는 일념으로 목숨을 걸고 나온 자들이다. 그러니 싸우다가 목숨을 잃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다. 만약 그들이 많이 죽게 된다면 그만큼 델펜토르와 싸우다 죽었다는 뜻이니, 오히려 이쪽에서는 델펜토르를 상대하는 부담이 덜어진다.

그래서 지금부터 정말 많은 사망자가 속출한다는 게 왜 문제가 되냐고.

하지만 페인은 목구멍까지 올라온 그 말을 꾹 삼켰다.

지금부터 많은 이들이 죽어갈 것이다.

그 침착한 아그니샤가 그런 말을 꺼내며 이렇게까지 반응하는 이유를, 그녀가 이렇게 반응할 만한 어떤 중요한 이유를.

자신이 잊어버린 것 같아서다.

그래서 말을 삼킨 것이다.

“…계율부터 쓰자.”

“영혼의 벽으로 위를 방어할 수 없게 될 텐데요?”

그녀가 계율의 십자가를 떨어뜨리기 시작하면 셰르카는 영혼의 벽으로 하늘을 막을 수 없게 된다.

“어차피 지금부터는 근접전이야. 연합군은 머리 위로 떨어지는 것들이 아니라 앞에서 기어 오는 것들을 상대해야 해.”

그 거대했던 몸체가 세 마리나 지나갔다. 따라서 지금부터는 연합군도 피를 보게 될 것이다. 그리고 어차피 다들 피를 보게 되었으니, 이쪽보다 델펜토르가 더 많은 피를 흘리게 해야 한다.

“알겠어요.”

전장의 하늘 전체를 뒤덮는 찬란한 마법진이 전개되었다.

이윽고 계율의 십자가가 전장 전체에 떨어지기 시작했다.

* * *

- 탈루윈이라는 광인이 있었어. 녀석은 벨로움의 도움을 받아서 델펜토르의 힘을 가지게 되었지.

- 창자를 토출하더라고. 그게 화살이라도 쏘는 것처럼 빨랐어. 그만큼 강하게 쏘아낼 수 있었다는 거야.

- 그러면 진짜 델펜토르는 더 많은 창자를 더 강하게 토출할 수 있겠지.

- 나와 아그니샤가 녀석의 진격을 막는다면, 녀석은 투석기처럼 하늘로 창자를 쏘아댈 거야. 그 위험한 점액도 뒤섞어서.

- 대규모 주술이나 마법처럼 강대한 위력을 품은 광범위한 공격이야. 연합군이 본격적으로 싸우기도 전에 전멸해서 좋을 건 없겠지.

- 셰르카. 네가 하늘을 막아줘. 전장에 지붕을 씌울 수 있는 건 너뿐이야.

- 그 역할을 언제까지 하냐고?

- 아그니샤가 계율을 발동하면 그만해야지.

- 화신이 십자가 폭격을 시작하면 네가 전개한 영혼의 벽은 어차피 무너질 테니까.

이제 셰르카는 전장 전체를 보호하지 않아도 된다. 그래서 조금 더 앞쪽으로 나와서 우토와 함께 싸우기로 했다.

“드라쉬르!”

흑마법사인 우토와 셰르카는 서로 연계하여 싸울 때 최고의 효율을 냈다. 단순히 뛰어다니며 손톱으로 적들을 베는 것밖에 못하던 그림자는 셰르카의 지원을 받아 흑염까지 쏘아낼 수 있게 되었다.

“흐으어어어어…!”

흑염은 들끓는 창자들을 상대로 매우 효과적이었다. 셰르카가 검은 연기를 날리거나 이리를 휘둘러 죽이는 것보다 우토의 그림자가 이렇게 흑염으로 몇 차례씩 전방을 휩쓰는 것이 영력과 시간 면에서 훨씬 효율적이었다.

“퀴이익!”

셰르카의 손에 붙들린 이리는 자신의 몸보다 큰 촉수를 내지르며 미친 듯이 창자를 으깨고 먹어치웠다. 그렇게 먹고 먹어도 배가 차지 않는 이리였다.

“퀴익! 퀴익!”

“알겠다. 마음껏 먹어라.”

셰르카는 이리를 놓아주었다.

쿠드드드드!

이리는 잔뜩 흥분해서 촉수를 부풀렸다. 우산의 형태를 하고 있던 몸이 더는 보이지 않을 정도로 촉수를 부풀리고, 더 많은 촉수를 꺼내서 스스로 모래 위를 뛰어다니는 것이다.

“퀴이이이!”

그녀는 그렇게 이리를 풀어놓고는 우토의 그림자를 도와서 창자들을 상대했다.

그리고 그녀나 우토가 놓친 창자들은 바로 뒤에서 싸우는 연합군 병사들을 끈질기게 노렸다.

“셰르카 님! 놈들이 너무 많습니다! 이것들은 죽여도 죽여도…!”

“바다에서 새로 나타난 세 마리가 후방을 타격하고 있구나.”

“세 마리가 더요?!”

“네 앞에 전언을 봐라. 강령술사가 보낸 것이다.”

이 상황에 대응하여 전장의 모든 곳에 계율의 십자가가 떨어지고 있지만, 그렇다고 병사들이 전처럼 희생 없이 싸울 수는 없을 것이다.

뒤에서 들려오는 격렬한 싸움의 소리가 증명하고 있다. 델펜토르는 그렇게 간단한 상대가 아닌 것이다. 당연하게도.

“….”

그러던 순간, 셰르카는 제자리에 얼어붙었다.

‘이게 무슨 소리지?’

셰르카는 언제나 영혼의 소리를 듣고 있다. 자의와는 상관없이 언제 어디서든 무조건 들리는 소음 같은 것이다.

‘이건….’

델펜토르는 포효하지 않는다. 어떠한 울음소리도 내지 않는다.

- 히이이이이이이…!!!!

그런데 녀석의 영혼이 큰 소리로 울부짖고 있었다.

그 소리는 이 전장에서 오로지 그녀만이 들을 수 있는 것이었다.

‘지금껏 조용했던 녀석이 어째서….’

비명일까. 신음일까. 포효일까.

고통스러워하는 걸까. 화를 내고 있는 걸까.

목적도 원인도 알 수 없는, 괴성과도 같은 울부짖음이었다.

그때였다.

- 견뎌내라. 델펜토르여.

그녀는 가짜 눈을 크게 떴다.

섬뜩했다.

- 너의 형제들이 너의 복수를 대신할지어다.

델펜토르에게서 들려오는 목소리는 델펜토르의 것이 아니었다.

그 목소리는 이 세계의 것이 아니며, 실체도 없고 육체도 없는, 그녀가 지금까지 들어본 그 어떤 목소리보다도 사악한 것이었다.

가히 절대악이라는 표현만이 어울릴 정도였다.

- 저 흑마법사가 나의 음성을 엿듣고 있다.

- 죽여라.

스스스스스스스…!!!

무언가 보이지 않는 것이 바닥을 기면서 돌진해오고 있다. 그러한 소리가 들려온다.

“슈탈룬헤르토툼!”

스아아아악…!

그 순간 보이지도 않는 소름 끼치는 것이 영혼의 벽을 훑고 지나갔다.

지나갔다. 뒤로.

셰르카는 외쳤다.

“우토!”

그녀는 외치면서 뒤를 돌아보았다.

“방금 악마가…!”

스스스스스!!!

우토가 허공에 매달려있었다.

- 그 녀석이 아니다.

- 그 앞에 있는 흑마법사를 죽이라 하였다.

“우토…. 너 지금 뭘 하는….”

허공에 매달린 우토는 검은 피를 토해내고 있었다.

자신의 새빨간 내장까지 토해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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