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 빛 (2)
주변에는 내가 살면서 들어본 적도 없는 천사들이 모여있다. 발키리와 포드키엘은 익숙하지만 다른 천사들은 모두 생소하다.
백조의 날개와 하나의 뿔을 달고 있는 백마(白馬), 중보병 같은 갑옷에 방패와 창으로 무장한 수호자, 그 외에도 아주 두꺼운 책을 들고 있는 천사, 하얀 깃털이 달린 날렵한 갑옷으로 무장한 장신의 천사, 자기 키보다 큰 고목 지팡이를 들고 있는 신도복의 천사 등이다.
물론 이들은 모두 대천사인 네이트보다는 계급이 낮다고 한다.
네이트는 다차원 거울 앞에서 내게 설명했다.
“데이어 세인트. 천계에서 공통으로 섬기는 여신의 존함이에요. 최초의 선이자, 모든 천사들의 근간이 되신 분이죠.”
“그럼 세인트 여신과 하나의 천계 아래에 수많은 교단이 존재한다는 뜻입니까?”
“인간들은 교단이라고 구분하지만 저희는 딱히 구분하지 않아요. 각각의 상위 천사들이 있고, 상위 천사들을 따르는 천사 집단들이 있죠.”
쉽게 말해서 네이트는 발키리들의 머리.
엑수스는 포드키엘들의 머리.
그리고 수호자들의 머리는 천계의 대장장이 라만이라고 한다.
즉, 천사들은 저마다 하나의 대천사를 따르고 있다는 뜻이다. 마치 우리가 모두 같은 인간이라는 종이지만, 각자 다른 나라에서 살아가며 다른 지도자를 위에 두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선악의 농도와 인과율이 있어요. 설명하기 어렵지만 그게 뭔지는 알죠?”
“예.”
“그것 때문에 상위 천사들이 천계를 벗어나 다른 세계에 대거 강림할 수가 없는 거예요.”
하지만 이곳은 핏빛세계.
지옥이기 때문에 악마와 피조물들이 가득하다. 천사들의 숫자는 턱없이 부족하고 적들은 끝이 없다. 우리 입장에서는 적진에서 싸운다는 불리함이 이런 식으로 적용되는 것이다.
“각각의 세계는 지리적으로 연결되어 있어요. 동일한 장소에서 발생한 사건과 선악의 변화는 새로운 영향력을 만들어내죠.”
세인트 왕국과 그 대륙은 세인트교를 따른다.
그리고 그 대륙과 지리적으로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다른 교단은 ‘아마카라교’다.
“따라서 가장 가까운 곳에서 싸우고 있는 아군 진영은 만카라를 따르는 천사들이에요. 그들은 나락불탑(奈落佛塔)을 세워서 저희처럼 이 세계에 들어와 싸우고 있죠.”
“혹시 세인트교와 아마카라교의 천사들 말고도 또 다른 천사 집단이 이 세계에 있습니까?”
“있죠. 많아요. 그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천계와 지옥을 연결하는 통로를 만들어 전초기지를 세우고, 지금도 지리적으로 어딘가 먼 곳에서 저희와 같은 뜻으로 함께 싸우고 있어요. 따라서 미크쉬 같은 고도의 악마들이 또 그들의 상대가 되겠죠.”
「현실적으로 지옥 전체가 오로지 너만 노리고 달려들 수는 없다는 거네. 천국 전체가 지옥을 침공하고 있으니까.」
알면 알수록 넓은 세계였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당연하다. 나는 실재세계에 있는 국가를 다 아는 것도 아니며, 실재세계에 몇 개의 국가가 있는지조차도 모른다.
그런데 그런 국가들마다 하나의 교단을 가지고 있다고 가정하면 천계에는 몇 명의 대천사가 있다는 말인가.
“천계는 정보를 공유하고 함께 전략을 세워서 싸울 수 있지만, 현계의 인간들은 다르죠. 거리가 멀면 멀수록 소통하기 어렵고 바로 옆에 있는 국가끼리도 싸우는 게 현계니까요. 그게 현실이에요.”
상황은 이해가 되었다.
이제 내가 질문할 차례다.
“샤를 죽이면 끝나는 겁니까?”
“아니요.”
“그럼 지옥에 있는 사악한 존재들을 말살하면 끝나는 겁니까?”
“아니요.”
“놈들에게 본진은 있습니까? 놈들이 지켜야 할 장소나 힘의 원천 같은 것이 있습니까?”
“없어요. 악마들은 정착을 하지 않죠. 안정하게 있을 필요도, 지킬 것도, 생산할 것도 없으니까요.”
“뭘 어떻게 해야 끝나는 겁니까?”
“답은 현계에 있어요.”
실재세계.
“현계에는 지옥으로부터 비롯된 악이 도사리고 있어요. 그런 악을 정확하게 걸러내서 하나의 바구니에 담아, 지옥에 돌려놓는 것이죠.”
바구니.
“제가 그 ‘바구니’군요.”
네이트는 침묵으로 긍정한 후 말을 이었다.
“마지막엔 저희가 현계에서 스스로 물러날 거예요. 그러면 천사의 선, 악마의 악이 없는 현계가 되겠죠. 정확히 50 대 50 비율의 선악을 가진 인간의 세계가 완성돼요.”
인과율이 본래의 형태로 돌아온다. 망가진 것들이 고쳐지고 정상적인 세계가 된다. 천사들은 천국에서 천국의 역할을, 악마들은 지옥에서 지옥의 역할을 마땅히 수행한다.
어느 한 세계의 존재가 다른 세계의 존재들에게 간섭하지 않는다. 차원을 넘나드는 영혼은 정상적으로 회복된 인과율의 흐름에 맡긴다.
심판받을 영혼은 인과율의 심판을 받는다.
선한 자는 천국으로.
사악한 자는 지옥으로.
윤회할 영혼은 윤회한다.
바로 그런 세계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샤가 다 망친 거구나….」
“저희의 진짜 목표는 샤와 샤를 추종하는 악마들을 멸하는 거예요. 그래야 고칠 수 있으니까요.”
그것이 이곳에 발을 들인 천사들의 역할이다.
그리고 나는 유일무이한 바구니 역할이다.
“저는 실재세계로 가서 그곳에 있어선 안 될 악을 모조리 흡수하겠습니다.”
“이곳에서 오랫동안 힘을 키워야 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시간을 아꼈네요. 강령술사 씨가 그 정도로 강한 줄은 몰랐거든요. 미크쉬조차 상대가 되질 않았잖아요?”
“저도 몰랐습니다. 정신을 차려보니 이렇게 되어 있어서….”
“크라켄부터 정리해야 해요.”
“놈들의 위치는 왠지 모르게 알 것 같습니다.”
“미크쉬를 흡수한 영향이죠. 녀석의 심연에는 머리카락으로 이어진 크라켄들의 정신이 있으니까요.”
“무슨 말씀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모두가 꿈을 갖고 있어요. 때때론 그게 일종의 세계가 되기도 하죠.”
누군가의 꿈이 세계가 된다.
미크쉬의 꿈은 크라켄들의 꿈과 연결되어 있었다는 뜻인가.
“…알 것 같습니다. 조금은.”
“다른 질문은요?”
“없습니다.”
“그럼 서두르죠.”
네이트가 턱짓하자, 두꺼운 책을 들고 있는 천사들이 나를 둥글게 에워쌌다.
키이이잉!
발치에 성스러운 마법진이 깔렸다.
“강령술사 씨.”
네이트는 내 두 손을 잡아주었다.
손가락을 타고서 뭔가 따뜻한 것이 흘러들어오는 듯하다. 그 따뜻한 것이 가슴을 데우고, 머릿속을 맑게 정화하는 듯하다.
“지옥에서 당신을 추방하겠습니다.”
눈앞이 점점 하얗게 변하고 있다.
하지만 현기증을 느낄 때와는 사뭇 다르다.
그것보다는 뭔가 더 뚜렷하고, 성스러우며, 가장 행복했던 기억을 되짚는 것처럼 찬란하다. 그런 하얀색이었다. 어쩌면 빛이었을지도 모른다.
- 당신이 하늘을 믿는지는 모르겠지만.
- 적어도 나는 당신을 믿어요.
나는 이제껏 내가 몰랐던 차원을 넘고 있다. 세계에서 세계로 떨어지는 게 아니다. 세계에서 세계로 올라간다. 내 영혼과 의지가 어딘가로 상승한다.
인식을 초월하는 공간을 지나고 있다. 시간감각이 이상하고 눈에 보이는 것이 빛인지 어둠인지 알 수 없다. 어떤 모양을 하고 있는지 어떤 소리를 내고 있는지 알 수 없다.
다만 아주 깊은 지하에서 햇빛이 닿는 지상까지 올라가는 듯한 변화가 느껴졌다.
그러다 찾아낸 것은 만인의 영혼이었다. 구슬처럼 둥근 세계에서 살아 숨 쉬는 수많은 이들의 존재감이었다.
그들은 각자 꿈을 꾸고 있다. 자고 있을 때도 깨어있을 때도 꿈을 꾸고 있다. 그 비슷한 꿈들이 모여서 세계가 되기도 하고, 때로는 한 명의 깊은 꿈이 하나의 세계가 되기도 했다.
그 세계들을 차원이라는 개념이 가로막고 있다. 벽처럼, 바닥처럼, 천장처럼.
이윽고 내가 알던 세계가 보였다. 혹은 느껴졌다.
실재세계다.
저 수많은 존재감 사이에 불순한 것이 있다.
거대하고 어둡다. 깊고 짙다. 사악하다. 그리고 머리카락 한 올 한 올이 나와 연결되어 있다는 직감이 생긴다.
그래서 나는 그 사악한 존재감이 무엇인지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동안 미크쉬는 이런 방식으로 자신의 크라켄들과 연결되었던 것이다. 이렇게나 넓은 시야로. 이렇게나 멀리 볼 수 있는 눈으로.
「우린 결속되었어.」
내 안의 악령이 나와 함께한다.
영혼이었던 나는 그림자가 되었고 그림자였던 나는 다시금 뼈와 살을 갖춘 존재가 되었다
「강림했어.」
* * *
데이진타우 제국에 눈보라가 몰아치고 있다. 얼어붙은 해안에 붉은 빙산들이 처박혀서 기형적으로 녹아내리고 있다.
제국의 군대는 기름을 쏟아서 거리에 불을 질렀다. 다리의 개수도 육체의 형태도 막무가내로 빚어진 붉은 잔해물을 향해 넓적한 칼을 휘둘렀다.
츠즈즈즛…!
하지만 붉은 잔해물에 닿은 그들의 칼날이 부식되었다. 그들의 갑옷과 방패는 쓸 수 없는 것이 되었고 그들의 살점은 붉게 변하여 부패하였다.
피난하는 자들은 눈에 파묻혀 죽었다. 얼어서 죽었다. 바위 같은 우박에 맞아서 죽었다. 건물들은 폭삭 주저앉았고 가려던 길은 잔해에 막혔으며 마차의 바퀴는 눈에 빠져서 움직이질 않았다.
만타는 어느 건물의 지붕 위에서 사람들의 몸을 우적우적 씹어서 삼켰다.
“으으음. 스퀴아.”
츠즈즈….
만타의 곁에 쌓인 눈이 붉게 변했다. 그러더니 눈을 뚫고서 부패한 잔해물이 올라왔다.
수많은 생물의 뼈와 붉은 잔해물이 뒤엉킨 채 무수한 눈알을 달고 있다.
“병사들을. 심문했는데. 론은. 죽었다.”
“어휘서…?”
“세인트 왕국에서.”
“카뤼어슈샤…”
“강령술사뿐만이. 아니다.”
만타는 사막의 저편에서 진군해오는 왕국군을 예의주시했다.
“성기사. 마법사. 빛으로 무장한. 군대. 까다로울 것이다. 성역 출신의. 인간들은.”
“크훼봐챠… 힌간… 히니타…”
“그래봤자, 인간이다. 하지만 다르다.”
스퀴아는 만타의 시선을 따라서 사막의 저편을 내다보았다.
“불타, 지유토. 그들과 같은. 강한 인간이. 있다.”
만 명의 왕국군이 사막에 자리를 잡았다.
“코샥… 만 며…”
“우리가. 상대할 것은. 만 명이 아니다.”
만타는 곧 벌어질 전투를 예상하고 있었다.
“셋이다. 무려.”
“히이이이…?”
“온다.”
키이이이잉!
하늘을 거대한 마법진이 뒤덮었다. 그리고 제국의 수도를 감싸는 성벽을 따라서 그림자 같은 것이 솟아올라 벽처럼 유지되었다.
“하나. 슈탈룬. 헤르토툼. 영혼의 벽. 우리의 악을. 역이용하는. 가증스러운. 흑마법.”
도시 전체에 퍼져있는 스퀴아의 잔해물이 성벽을 따라서 기어올랐다. 잔해물은 그대로 영혼의 벽까지 닿았지만, 스퀴아의 힘으로는 결코 넘을 수 없는 벽이었다.
“둘. 네이트의 화신.”
“네휘트…!”
도시 전체에 계율의 십자가가 비처럼 쏟아졌다. 보행할 수 있는 형태를 갖춘 잔해물들은 십자가에 맞아서 은빛의 가루로 붕괴되었다. 사람들을 으깨던 바위 같은 우박들은 공중에서 십자가에 당해 격파되고 있다.
“셋. 성역의 승천자.”
마법진으로부터 빛줄기가 떨어지고 있다. 빛이 강타한 곳에서는 눈부신 섬광이 터졌고, 열심히 규모를 부풀렸던 스퀴아는 기껏 빚어둔 잔해물들까지 한순간에 잃게 되었다.
그렇게 십자가와 빛줄기가 도시를 폭격하는 동안 사람들이 성벽을 넘어서 사막으로 탈출하고 있었다.
탈출하는 그들에게 강력한 눈보라나 우박이라도 보내고 싶지만, 하늘에서 끝없이 쏟아지는 십자가와 빛줄기가 방해다.
“선의 영향력이. 강해지고. 있다.”
“카뤼어슈샤의….”
“동료들이겠지. 녀석과 함께. 우리의 형제. 론을 죽인.”
“히이이…! 히이이이이!”
스퀴아는 온몸을 뾰족하게 부풀리며 분노를 표출했다. 그런 스퀴아의 모습을 곁눈질한 만타는 갓난아기의 얼굴에서 히죽대는 미소를 지워버렸다.
“어차피. 승천자는. 지휘관이다. 여기까지. 오지 않는다. 원거리에서. 지원을 할 뿐. 따라서 우리는. 흑마법사와 네이트의 화신. 둘을 상대하게. 될 것이다.”
곧이어 하늘에서 빛줄기가 떨어졌다.
퍼엉!!
섬광이 사라지고 보니 스퀴아의 잔해물이 우산처럼 펼쳐져 있다.
“너는. 흑마법사를. 맡아라.”
만타는 바로 옆에 박힌 은빛 십자가를 앞발로 쳐 날렸다.
“나는. 네이트의. 화신을. 맡겠다.”
* * *
아그니샤는 눈보라를 돌파하고 있다. 종종 거리를 핏빛으로 물들인 잔해물이 뒤틀린 손아귀나 촉수 같은 것을 뻗어왔지만 그녀에겐 보호막이 있었다.
키잉!
보호막에 떨어진 우박이 산산조각 났다.
- 조심하게.
- 만타는 태고의 시대에 만카라의 화신까지 죽인 크라켄이네.
- 화신을 죽였다는 건, 대천사에 준하는 존재를 죽였다는 것과 같은 뜻이네.
‘안 될 것 같으면 도망칠게요.’
- 잘 생각했네.
- 네이트 님께서 자네의 몸에 빙의할 수 없는 상황이 않은가.
- 너무 무리하지는 말게.
눈이 쌓인 거리에 만타가 기다리고 있었다.
아그니샤는 만타와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고서 멈췄다.
“반갑다. 네이트의 화신.”
湖
‘일륜.’
그녀가 허공에 십자가를 휘두르자 짧고 강렬한 섬광이 터졌다. 그녀와 만타 사이에 내리던 눈과 우박이 보이지 않는 힘에 의해 좌우로 갈라졌다.
…쩌적.
만타의 이마에서 턱까지 한 줄로 핏물이 스며나왔다. 하지만 피부에만 얕게 생채기가 생긴 정도였다.
“통성명도. 없나?”
아그니샤는 눈과 우박의 방해가 없는 직선의 공간을 재빠르게 가로질러 만타에게 돌진했다.
‘이륜.’
허공에서 작은 십자가들이 소환되어 만타에게 쇄도했다. 등딱지에 쇄도한 십자가는 튕겨져 나갔고 네 발이나 머리에 쇄도한 십자가는 역시나 작은 생채기를 내고서 어딘가로 멀리 날아가거나 주변 눈밭에 떨어졌다.
“강하긴. 강한데.”
‘삼륜.’
퍼퍼퍼펑!!
만타 주변에 떨어진 작은 십자가들이 일제히 폭발했다. 또한 폭발하지 않은 일부 십자가들은 허공에서 묘기를 부리는 새떼처럼 어지럽게 날아다니며 만타에게 더 많은 생채기를 냈다.
그리고 십자가들은 아그니샤에게 돌아와서 그녀 앞에 전개된 마법진으로 들어가 사라져버렸다.
만타는 등딱지를 제외한 모든 부분에서 선혈을 뚝뚝 흘리고 있다.
하지만 히죽 웃었다.
“그거. 두 번 남았지?”
‘사륜…!’
거리에 쌓인 눈과 눈 속에 처박힌 우박이 순식간에 녹아서 반짝이는 물처럼 변하였다. 그렇게 반짝이는 물이 그녀의 발목을 적시고 만타의 네 발을 적셨다.
그녀의 발목은 멀쩡했지만 만타의 네 발에서는 끓는 소리가 나면서 새하얀 연기가 피어올랐다. 그래도 만타에게선 전혀 고통스러운 기색이 보이질 않는다.
‘…오륜!’
반짝이는 물이 불어났다. 만타는 몸이 반쯤 잠겼고 아그니샤는 수면 위를 질주하면서 신성한 빛을 검기처럼 연달아 사출했다.
키깅…! 키잉…!
그때 만타는 등딱지에 숨어있었다. 등딱지에 닿은 빛이 엉뚱한 각도로 튕겨서 근처에 있는 건물을 베었다.
첨벙! 쿠구구궁!
그리고 점차 수심이 낮아지다가, 물이 사라지고 만 것이다.
“내가 얼마나. 강한지. 잘 모르나 본데.”
등딱지에 숨었던 만타는 머리와 네 발을 내밀었다.
좀 전에 만들어놨던 생채기가 깔끔하게 지워져 있었다.
“나는. 지금보다. 약했을 때도. 화신을. 죽였다.”
“….”
“그런데. 빙의도 못하는. 네가. 뭘 어쩌겠다고?”
만타가 눈을 떴다.
희생자들의 눈알이 아그니샤를 향해 애처로운 시선을 보냈다.
“괴물 새끼….”
만타는 아그니샤의 경멸하는 시선을 짧게 즐긴 후, 그녀에게 들으라고 대놓고 말했다.
“삼륜.”
순간, 아그니샤의 근처에 십자가 모양의 우박이 떨어져 폭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