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 빛 (4)
눈보라가 그치고 바람이 잦아들었다.
구름이 개면서 햇빛이 도시를 비추었다.
눈과 사체가 녹았다. 물과 핏물이 거리를 따라 줄줄 흘렀다.
데이진타우 제국의 황궁 안에는 황제, 신하, 근위병들의 시신이 널브러져 있다.
“만타의 기억을 보니 정말 악질이더구나.”
그 중심에서 셰르카는 스퀴아의 본체를 상대하고 있었다.
“카프하니드나 델펜토르와는 다르더군. 아무래도 고등한 존재는 더 강하고, 더 사악하단 말이지.”
스퀴아는 떨고 있다. 덩어리 같은 육체에 달린 무수한 눈알을 이리저리 굴리며 도망칠 길을 찾고 있다.
“또 도망칠 수 있을 것 같으냐.”
샤아아…!
셰르카의 손끝으로부터 검은 연기가 피어나 칼날의 형상을 갖췄다. 그것이 스퀴아의 허리를 자르고 나아가 황궁의 벽까지 갈라버렸다.
철퍽!
“히이이!!”
스퀴아는 바닥에 녹아내렸다. 그리고 제 살길을 찾기 위해 주변에 흘러 다니는 잔해물을 뭉쳐서 여러 개의 똑같은 육체를 빚어냈다.
“드라쉬르.”
그중에 한 육체의 배후에서 야수 같은 그림자가 솟아나 스퀴아의 목덜미를 붙잡았다.
“어허케…!”
어떻게 매번 자신의 본체를 찾아내는 거냐고.
답은 간단했다.
“네놈에게서 영혼의 소리가 들리기 때문이다.”
“여혼으 소히…?!”
“반면에 네놈의 분신들은 영혼이 없는 조용한 살덩이에 불과하지.”
뚜둑…!
야수 같은 그림자는 스퀴아의 목을 비틀어버렸다. 그러자 스퀴아의 빨래처럼 비틀어진 목에서 피 같은 잔해물이 뿜어져 나왔다.
“히야아아아악!!!!”
챙그랑!!
외부에 있던 잔해물들이 황궁의 널찍한 창문을 깨부수며 난입했다. 그 잔해물들은 온갖 짐승과 인간의 육체를 무작위로 섞어서 만든 것처럼 기괴한 형체들이었다.
그것들이 셰르카에게 이빨을 들이밀고 발톱을 휘갈겼다. 그러자 셰르카는 온몸이 갈기갈기 찢겨서 쓰러졌다.
“히야아악…! 히야아…!”
스퀴아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뛰었다. 황궁을 뛰쳐나와 기나긴 복도를 따라 도주했다.
하지만 복도 끝에 또 셰르카가 서있는 것이다.
샤아아!
어둠이 복도를 잠식했다.
스퀴아는 역겨운 잔해물을 쏘아냈다. 그러자 어둠이 사라졌다.
“히이…!”
셰르카가 더 가까워져 있었다. 또다시 그녀로부터 어둠이 퍼져나가 복도 전체를 칠흑으로 채워버렸다.
직후, 스퀴아의 바로 앞에서 그녀가 나타났다. 그녀는 가볍게 바닥을 찼다.
쿵!
그녀의 발치로부터 어두운 가시가 솟구쳐 스퀴아의 온몸을 관통해버렸다. 그렇게 가시에 찔린 스퀴아는 뒤로 밀려나서 벽에 등을 부딪히고 말았다.
스퀴아의 잔해물이 묻은 벽은 순식간에 부패하였다. 이어서 셰르카가 달려들어 스퀴아의 몸 정중앙을 차버렸다.
부패한 벽이 부서지면서 스퀴아는 뒤로 나가떨어졌다.
츠즈즛!
급하게 몸을 수복하여 일어서니 또 황궁 안이다.
“새로운 걸 실험해 볼까.”
“흐크마허샤! 쉐르카아아아!!”
궁지에 몰린 스퀴아는 황궁에 있던 육체들을 모아서 하나가 되었다. 너무 많은 촉수와 너무 많은 눈알을 달고 있는, 턱이 좌우로 갈라진 멧돼지 같은 모습으로 포효하며 셰르카에게 돌진하는 것이다.
“아휘라크나툼.”
스퀴아가 무너진 벽을 넘어서 복도에 진입하자마자 그림자로 된 거미줄이라도 쳐진 것 같았다. 천장과 벽면과 바닥에서 제각기 시작된 그림자의 선들이 복도라는 공간을 복잡하게 가로지른 것이다.
투두둑! 투둑!
돌진하는 스퀴아는 그림자로 된 실들을 온몸으로 밀어냈다. 그러자 실들은 스퀴아의 몸에 얽히기도 하고 끊어지기도 하였다. 다만 실들의 저항으로 인해 스퀴아의 속도는 점점 느려졌다.
“만타가 흑마법사를 많이도 죽였더구나. 그중에는 나의 선조 같은 흑마법사들도 있었는데.”
“후리에 하글! 혀이용하는, 카증스러훈 흐크마허샤!!!”
“그렇다. 만타는 흑마법사를 증오했지. 그 덕분이다.”
그림자로 된 실에 그림자로 된 물방울 같은 것이 맺혔다. 그대로 각각의 실 위에서 끈적하게 굴러다니는 검은 구체들은 마치 살아있는 열매, 혹은 구슬 같았다.
지이이이익…!!!
스퀴아는 너무도 많은 그림자에 얽혀서 더는 앞으로 나아갈 수도, 뒤로 빠질 수도 없게 되었다.
그때 셰르카는 성취감을 만끽하고 있었다.
“역사 속에 소실된 흑마법의 비보(祕寶)가… 전부 만타의 머릿속에 있더구나.”
“히야아아아아악!!!!”
“내겐 최고의 도서관이었다. 정말로.”
치지지지지직!!!
실 위에서 굴러다니던 검은 구체들이 흑염을 머금고서 스퀴아의 육체에 파고들기 시작했다.
“히야아아악!! 하아아아아악!!!”
두꺼운 고기 위에 뜨겁게 달군 구슬이라도 쏟은 것 같았다. 검은 구체들은 만타의 육체를 녹이고 들어가서 육체 내부에 있는 것들까지 고통스럽게 태웠다. 그것은 실재하는 잔해물뿐만 아니라 영혼까지도 고통스럽게 태우는 가혹한 흑마법이었다.
푸화아악!
스퀴아는 좌우로 갈라진 턱에서 목구멍을 드러내 잔해물을 뿜었다. 하지만 셰르카는 재빠르게 영혼의 벽을 세워서 잔해물을 막아냈다.
철퍽!!
끝내 스퀴아는 온몸에 구멍이 송송 뚫린 채 쓰러지고 말았다.
본체를 감쌌던 비대한 잔해물이 녹아내렸고, 스퀴아의 쓰러진 본체가 처량하게 드러났다.
“미크쉬 니…….”
스퀴아는 앙상한 손을 허공에 뻗으며 제 주인의 이름을 애처롭게 불렀다.
“하아아아아….”
스퀴아의 무수한 눈알이 하나둘씩 잔해물 속에 파묻혀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눈을 감는 것이다.
“멋대로 죽지 마라.”
셰르카는 스퀴아 위에 물방울 같은 검은 구체를 떨어뜨렸다.
치지직!!!
“히야아아아…! 아아아아…!”
“너 또한 이리의 먹이가 될 것이다.”
“크흐마아안…. 히제 체발, 크흐만…….”
치지직!!
그녀는 이리가 올 때까지 스퀴아를 고문하였다.
* * *
승천자는 성기사들을 거느리고 데이진타우 제국의 거리에 들어왔다.
그의 곁에서 함께 걷고 있는 파보크는 길바닥에 쓰러진 아이의 시신을 보며 질문했다.
“승천자님. 세계는 어째서 이렇게 참혹한 겁니까?”
그러자 승천자는 대답했다.
“죽음이 없다면 살아 있으매 감사할 수도 없다는 말이 있네.”
“어둠과 빛의 논리입니까?”
“태초에 선악이 있었듯 우리의 세계에서도 대비되는 것들이 있기 마련이지.”
승천자는 그런 말을 하면서도 파보크와 별반 다르지 않은 표정이었다.
“세계는 우리의 생각보다 아름다우며, 때때론 잔혹한 법이네. 그것이 우리의 세계라네.”
“하지만 이런 일들은 도무지 용납할 수가 없습니다. 이들이 무엇을 잘못했기에 나라를 잃고 어린 나이에 공포와 죽음을 맞이했다는 말입니까. 승천자님께서는 정말로 이런 참극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으십니까?”
“용납할 수 없지. 세계의 섭리라며 받아들일 수도 없고.”
그들은 승천자를 따라서 데이진타우 제국의 무너진 황궁까지 들어왔다.
입구에서부터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사체들이 바닥과 벽을 핏빛으로 물들인 채다.
“이 세계에 있어선 안 될 어둠이 이런 참극을 만들었네. 아무리 빛과 어둠의 대비가 필요하다고 한들, 그것의 주체가 인간이 아닌 다른 차원의 것이라면 용납할 수 없다는 뜻이네.”
깨진 창문, 썩어문드러진 벽, 발바닥을 따라 느껴지는 잔해물의 불결한 감촉.
“그래서 우리는 싸우는 것이야. 각자의 방식과 수단을 가지고. 인간으로서 말이지.”
“….”
황궁까지 들어가는 복도에 셰르카가 기다리고 있었다. 살아있는 우산을 지팡이처럼 짚은 채 당돌한 얼굴로 이쪽을 바라보고 있다.
그녀는 말했다.
“이로써 두 크라켄을 무찔렀구나. 아주 만족스러운 결과다.”
이런 참극 속에서 재미있는 놀이라도 끝낸 것처럼 미소 짓고 있는 그녀의 모습이 파보크로선 거부감이 들었다.
하물며 만족스러운 결과라니.
“…보십시오. 셰르카 님. 우리의 동맹국이 멸망하고 수많은 이들이…”
그러자 승천자가 파보크를 살며시 밀어내며 그녀에게 다가갔다. 자연히 파보크는 하던 말을 삼키게 되었다.
“적잖은 희생이 있었다는 건 나도 안다. 하지만 우리의 힘만으로 태고의 괴물 두 마리를 동시에 무찔렀다는 건 엄청난 성과가 아닌가? ‘고작’ 나라 하나만 내어주고서 말이다.”
“맞습니다. 셰르카 님.”
승천자는 참극보다, 승리를 이야기했다.
“이제 남은 크라켄은 세 마리뿐입니다.”
163번째 크라켄. 속삭이는 이비.
83번째 크라켄. 먹어치우는 헤이거스.
3번째 크라켄. 노래하는 누샤니움토.
“혹시 스퀴아나 만타의 기억 속에서 다른 세 마리에 대해 알아내신 게 있는지요?”
“없다.”
그러면서 셰르카는 옥좌가 있는 널찍한 공간으로 들어갔다.
승천자, 파보크, 성기사들도 그녀를 따라갔다.
누구의 것인지도 모를 핏자국이 흥건하고 살덩이가 굴러다닌다. 창문은 모조리 깨져있고 기둥에는 야수의 손톱자국이 새겨져 있으며, 바닥과 벽은 군데군데가 보기 싫게 부패하였다.
“흑마법이란 계율과 선을 무시하고서 금단의 선을 넘은 힘이다. 효율을 위해 사악함을 받아들인 마법이라고도 해석할 수 있지.”
셰르카의 양팔이 검은 연기에 휩싸였다.
“하지만 이는 마법이 말하는 ‘필요악’과 본질적인 의미에서 크게 다르지 않다.”
“무슨 뜻이지요?”
“기꺼이 업보를 쌓는 것이다. 너희는 싸우다 죽었을 때 천국에 가거나, 영혼이 되어 이 세계를 떠돌다 윤회하지?”
- 샤아아…
승천자는 자신이 환청이라도 들었는가 싶었다. 그녀의 양팔을 휘감은 검은 연기로부터 ‘다른 차원’에 있는 듯한 존재들의 속삭임이 어렴풋이 들린 것이다.
“우리 같은 자들은 싸우다 죽었을 때, 반드시 지옥으로 떨어지게 된다. 늙어서 죽어도 운명의 끝에 기다리는 건 어김없이 지옥이지.”
셰르카는 승천자를 지나쳐서 파보크에게 성큼성큼 걸어갔다.
“파보크.”
“…네. 셰르카 님.”
“너는 지옥을 들여다본 적이 있느냐?”
“없습니다.”
“네가 여기까지 걸어오면서 본 거리의 시체와 무너진 건물들이, 지옥과 비교해서 어떻다고 생각하느냐?”
파보크는 마른 침을 삼켰다.
“지옥의 소리, 풍경, 냄새, 색깔, 공기를 상상해 보아라.”
셰르카는 파보크의 두 눈꺼풀을 손가락으로 닫았다.
“그리고 네가 오면서 보았던 참극을 떠올려 보아라.”
“….”
“차라리 멸망이나 죽음 따위로 설명할 수 있는 이곳이 훨씬 낫다.”
같은 세계에 있지만 셰르카와 파보크는 서로 다른 세계를 살아가고 있던 것이다.
파보크는 무고한 이의 죽음에 슬퍼하고 분노하지만, 셰르카는 그러지 않는다.
셰르카는 크라켄을 무찌르고서 성공적인 결과라고 말하지만, 파보크는 그러지 않는다.
누군가는 천국을 기준으로 이 세계를 보고, 누군가는 지옥을 기준으로 이 세계를 보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빛으로 감싸진 곳에서 태어나 선한 가르침을 받았지만, 누군가는 핏덩이로 태어나 어둠 속에서 스스로 살 길을 찾아왔기 때문이다.
즉, 셰르카는 역치(閾値)가 달랐다.
“하고자 하는 말씀이 무엇인지는 알겠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러한 참극을 상대적으로 볼 수는 없는 것입니다.”
“나도 너의 뜻이 무엇인지는 알고 있다. 단지 우리는 서로 공감할 수 없는 것이다. 네가 나를 알고 있다면 그 정도는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지 않나?”
“예. 그건…. 맞습니다.”
“그럼 잡소리는 그만하고 내일에 대해서 이야기하겠다.”
셰르카는 파보크로부터 멀어져서 승천자와 성기사들을 넓게 둘러보았다.
“업보를 대가로 하는 흑마법이란 계율을 지키는 마법보다 변칙적이고, 창조적이다. 시간만 있다면 수천, 수만 가지의 흑마법을 만들어낼 수 있지. 그리고 만타는 수백 가지의 흑마법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만타의 기억을 통해서 얻은 흑마법으로…. 다른 크라켄을 찾아낼 수 있는 건지요?”
“정확하다.”
셰르카는 모두에게 보란 듯이 양팔을 들었다.
“나는 크라켄을 추적하는 흑마법을 창조할 것이다. 바로 이 자리에서.”
그녀의 양팔을 휘감고 있는 검은 연기가 흩어져서 공간을 잠식했다. 창문이 가려지고 햇빛이 꺼진 것이다.
와중에 성기사들의 갑옷과 성검만이 광원이었다.
“크라켄의 창조자는 더러운 머리칼로 육체를 이루고 있는 악마…. 미크쉬였다.”
그러자 부서진 옥좌 앞에서 먹물로 그린 듯한 악마의 형상이 떠올랐다.
뼈와 가시로 된 몸에 살점을 대신하는 머리칼이 뒤덮여 있다. 생선 같은 커다란 눈알이 옆얼굴에 달려 있고 몸 전체가 비대칭이다.
“미크쉬에게도 크라켄들에게도 꿈이 있다. 그리고 미크쉬는 꿈의 세계에서 자신의 머리칼을 통해 실재세계의 크라켄들과 연결되어 있었지. 나는 녀석이 만들어둔 꿈의 세계를 방금 엿보았다. …그러나 미크쉬의 존재감은 지옥 저편에서 느껴지지 않는다.”
“지옥에 미크쉬가 없다면, 미크쉬가 실재세계에 강림했다는 뜻인지요?”
“그랬다면 오히려 뚜렷한 존재감을 느낄 수 있었겠지.”
츠즈즛!!
직후, 미크쉬의 형상이 좌우로 갈라져서 쓰러졌다.
“지옥에서 놈의 영혼이 찢어졌다. 찢어진 채 어딘가 돌아올 수 없는 심연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말았다. …이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아느냐?”
악마가 지옥에서 죽었다면 그 악마가 가지고 있던 악은 지옥에서 떠돌아야만 한다. 하지만 그것이 무언가에 의해 빨려 들어가서 존재감마저 사라지게 된 것이라면 그 주체는 뻔했다.
모두가 같은 인물을 머릿속에 떠올렸고, 파보크는 중얼거렸다.
“지옥에 간…. 강령술사님이….”
“가장 유력하지.”
갈라져서 쓰러진 미크쉬의 형상 위에 새로운 형상이 그려졌다.
“헤이거스, 누샤니움토.”
생선의 머리와 지느러미를 달고 있는 아주 긴 뱀 같은 형상.
촉수가 아주 많이 달린 버섯 같으면서도 불가사리처럼 많은 다리를 아래쪽에 뻗고 있는 형상.
“두 크라켄이 실재세계에 있다. 놈들은 수백만 인간을 학살하고 수십 개의 나라를 멸망시킨 후 심연을 가로질러 우리의 대륙으로 오고 있다.”
승천자는 물었다.
“허면 속삭이는 이비는 어디에 있다는 말씀이신지요…?”
“이비는 실재세계에서도 지옥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그렇다고 놈이 천국에 있을 리가 만무하니, 아마도 잿빛세계에 있겠지.”
승천자는 떠올렸다.
잿빛세계에는 강령술사의 구원을 받은 생존자 집단이 있었다. 그 자그마한 나라를 ‘낙원’이라고 했었다.
그리고 승천자는 생각했다.
‘베르자인이 당했을 때 그는….’
거악은 강령술사의 주변까지도 파괴했다.
만약 거악이 베르자인에 이어서 낙원까지 파괴한다면, 강령술사는 과연 어떤 반응을 보일까.
자신을 믿고 따르며 자신에게 감사하는 사람들이 떼죽음을 당했을 때, 그들의 머리가 되는 사람이 어떤 기분일지는 감히 헤아릴 수 없으리라.
“사악하군요. 낙원까지….”
셰르카는 히죽 웃었다.
“과연 그가 모를까?”
“예…?”
“미크쉬를 흡수한 그가, 크라켄들의 노림수를 모르고 당해줄까?”
“아….”
“전설적인, 신화적인 괴물. 태고의 시대에 천사들과 싸우며 인류를 학살했던 피조물 크라켄. 우리에겐 정말 무시무시한 존재지.”
강령술사가 모를 리가 없다는 확신에 가까운 추측.
“그렇게 인류를 공포에 떨게 했던 크라켄들이지만, 지금의 강령술사에게는 졸개만도 못한 잡것들일 것이다.”
따라서 낙원은 지켜지며,
속삭이는 이비는 강령술사의 손에 죽는다.
지금의 강령술사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강하리라. 지옥에 떨어져서도 죽지 않고 진짜 악마를 해치웠으니.
“우리는 그가 아군이라는 사실에 감사해야만 한다.”
그들은 희망하면서도 전율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