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 비탄하는 세계를 등지고서 (2)
계율의 십자가는 본래 광범위한 영역에 폭격처럼 떨어지는 대규모 마법이다.
그런 마법을 ‘영역’이 아닌 ‘개인’을 향해서 발동한다면 그 파괴력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것이 되리라.
하늘에서 수천 개의 십자가가 내게 떨어지고 있는 광경은 눈으로 보고 있어도 비현실적이다. 저런 것이 나를 향하는 날이 오게 될 줄은.
「저항 능력이 있어도 이건 맞으면 안 돼!」
내게는 신성 저항이 없다.
나는 쏟아지는 십자가를 피해 자리를 이탈하려고 했다.
투두둑…!
그러나 셰르카의 흑마법이 내 발목을 붙잡았다. 그녀로부터 시작된 그림자가 내 그림자와 연결되어 있었고, 내 그림자에서 검은 손아귀가 튀어나와 발목을 붙잡고 있는 것이다.
콰가각!
재빠르게 도끼를 꺼내서 그녀와 나 사이에 연결된 그림자를 땅과 함께 베었다. 그러자 검은 손아귀의 힘이 빠지면서 내 발이 풀리게 되었다. 하지만 십자가의 타격 지점을 벗어나기엔 너무 늦었다.
콰콰콰콰쾅!!!
나는 몸을 바삐 움직이며 계율의 십자가를 피했다. 앞으로 갔다가 뒤로 갔다가 어깨를 틀기도 하고 바닥을 구르거나 짧게 이리저리 도약하며 십자가를 최대한 피했다. 그래도 쏟아지는 십자가가 너무 많아서 몇몇 십자가에 긁혀 피를 흘리게 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샤아아아!!”
셰르카의 그림자, 드라쉬르가 달려와서 흉악한 손톱을 내게 휘둘렀다. 나는 도끼를 휘둘러 녀석의 두 손목을 베어버리고 세르카를 향해 돌진했다.
“…슈탈룬…”
예상한 대처다. 그래서 그녀가 영혼의 벽을 세우기 전에 돌진했다. 도끼의 손잡이 부분으로 그녀의 관자놀이를 노렸다.
“퀴이이…!”
그러나 그녀가 들고 있던 이리가 촉수를 꺼내어 내 도끼를 휘감아버렸다.
‘방혈.’
퍼어어!!
나는 이리의 촉수 몇 가닥을 터뜨렸다. 나는 도끼를 뒤로 내빼면서 왼손으로 주먹을 만들어 그녀에게 내질렀다. 동시에 시야의 좌측에서 독수리의 몽둥이가 보였다.
…으직……!
독수리는 내 왼쪽 팔의 관절 부분을 정확히 내려쳐서 뼈를 부숴버리고 말았다.
「씨발, 죽여버릴 수도 없고…!」
나는 재결합을 발동하여 내 왼쪽 땅으로부터 기둥을 돌출시켜 독수리를 쳐날렸다. 그리고 공중에 몸이 뜬 독수리가 지면에 떨어지기도 전에,
스거걱……
매 역병 교수가 광속으로 접근하여 내 발목의 힘줄을 끊고 가버렸다.
나는 끊어진 힘줄을 재빠르게 수복한 후 광속을 발동했다. 등을 보인 채 멀어지고 있는 매를 뒤쫓아가서 그의 뒷덜미를 붙잡고 다리를 걸어 뒤로 넘어뜨렸다.
쿠우…
뒤로 넘어진 매의 방독면을 붙잡아서 땅으로 내리눌렀다. 그렇게 매는 상반신이 땅속에 파묻히고 말았다.
바로 그 순간, 무지막지한 크기의 십자가가 내 뒤에서 대각선으로 내리꽂히고 있었다.
「천노의 십자가야!」
충분히 피할 수 있다. 하지만 피했다간 천노의 십자가가 무방비 상태의 매를 죽일 것이다.
나는 천노의 십자가를 향해 손을 뻗었다. 곧 천노의 십자가가 손바닥에 닿았다.
콰아앙!!!!
십자가의 궤도를 틀어서 매의 바로 옆에 떨어지게 하였다. 흙더미가 폭발하면서 연기처럼 주변 시야를 가렸다.
「계속 이러고 있을 수는 없어!」
「제압해야 해!」
키이잉!
거미 악귀 다섯 마리를 소환했다.
그 사이에 매는 땅에 파묻혔던 상반신을 뽑아내고서 두 자루의 칼에 검기를 두르고 있었다. 무릎을 살짝 굽히고 있는 자세를 보니 곧장 내게 달려들 것이 뻔하다.
‘매를 묶어라.’
“케에엑!”
“키이익!”
거미 악귀들은 가장 질긴 실을 사출하였다. 그러자 매는 그 자리에서 두 자루의 칼을 휘두르며 거미줄을 연달아 베어내기 시작했다.
‘방혈.’
나는 거미 악귀 한 마리를 죽여서 피를 뽑아냈다.
‘강타하는 혈전.’
부웅!
붉은 덩어리가 철퇴처럼 매를 향해 떨어졌다. 그것을 칼로 벨 수는 없으므로 매는 당연히 몸을 움직여서 피하려고 했으리라.
…지이익!
하지만 매의 신발 바닥에 거미줄이 붙어있었다.
쿠르륵!!
매는 붉은 덩어리에 맞고 말았다. 그는 그렇게 혈액 속에 갇혀서 몸부림쳤다.
「익사시키려고?」
‘내가 그렇게 두겠냐.’
나는 거미 악귀들에게 명령하여 붉은 덩어리 속으로 거미줄을 흘려 넣었다.
‘매는 물방울 같은 것에 갇혔을 때 탈출하는 방법을 알고 있어.’
쿠르르르…!
거미줄이 매의 온몸을 휘감았다. 동시에 매는 들고 있던 칼 두 자루에 검기를 둘러서 칼날의 길이를 연장했다.
하지만 매를 가두고 있는 붉은 덩어리도 그 칼날의 길이에 맞추어 극단적인 타원형으로 바뀌었다.
이윽고 매는 붉은 덩어리 속에서 거미줄에 온몸이 속박되고 만 것이다.
「탈출하진 않겠지?」
‘이건 매답지 않아.’
「그게 뭔 소리야?」
‘매에게 있어 광속은 비장의 수단 같은 거야. 한번 발동한 후에는 지쳐서 싸울 수 없게 되지.’
매는 뒤를 고려하지 않고 처음부터 비장의 수단을 썼다. 그렇게 광속을 발동해서 성공한 일이라곤 내 발목의 힘줄을 자르는 것뿐이었다.
하지만 내가 발목을 잘려도 금방 수복할 수 있다는 건 다들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런데도 매는 굳이 광속을 발동해서 무의미하게 내 발목을 자르고 지나갔다.
이 장소에 있는 그 누구보다도 전략과 전술을 중요시하는 그가 말이다.
‘자아가 없는 상태에서 싸우고 있는 것 같아.’
「세뇌당한 게 아니라 몸의 통제권을 빼앗긴 채 꼭두각시처럼 움직이고 있다는 거야?」
「…하지만 그렇다면 서로를 인질로 잡거나 자살하는 방법도 있을 텐데. 그러는 편이 더 까다롭잖아?」
그렇다.
그래서 이게 결론이다.
‘다들 무의식중에 저항하고 있어.’
셰르카, 아그니샤, 올빼미가 그 증거다.
매가 광속이라는 비장의 수단을 쓴 것처럼 셰르카와 아그니샤에게도 비장의 수단이 있다. 방금의 짧은 전투에서 내게 쓸 수 있는 더 강력한 수단들이 많다는 것이다, 그런데 셰르카와 아그니샤는 비장의 수단을 쓰지 않았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정신계 능력에서 단연코 최고를 자랑하는 올빼미가 나를 공격하지 않고 있다. 저 뒤에 가만히 서서 멀뚱멀뚱 나를 지켜보고만 있다.
즉, 셰르카와 아그니샤는 누샤니움토의 통제에 저항하고 있다.
또한 올빼미는 누샤니움토의 통제에 가장 잘 저항하고 있다.
그게 내 결론이다.
쿵쿵쿵쿵!
“퀴이이이익!!!”
덩치를 부풀린 이리가 촉수를 내질러왔다. 나는 도끼로 촉수들을 베어내고 역으로 이리에게 돌진하여 녀석을 발로 걷어찼다.
촤아아!
발길질에 당한 이리는 뒤로 굴러갔다.
키이잉! 키이잉! 키이잉!
그러면서 거미 악귀 수십 마리를 주변에 소환했다. 녀석들에게 명령하여 일제히 거미줄을 쏘아내게 하였다.
“퀴이익……!”
방금 내 도끼질로 촉수의 대다수를 잃어버린 이리는 거미줄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속박당하고 말았다. 그 모습이 그물망에 걸려서 데굴데굴 구르고 있는 문어 같다.
“흐어어어어어!!!”
셰르카가 있는 방향으로부터 드라쉬르의 외침이 들려왔다. 그와 동시에 격렬한 영력이 느껴졌다.
고개를 돌려서 확인하니 흑염이 코앞까지 닥쳐온 것이다.
‘증기폭발.’
퍼어어엉!
나는 공기를 뜨겁게 터뜨려서 흑염이 허공에 흩어지게 하였다. 그러자 흑염 속에 몸을 숨기고서 돌진하고 있던 아그니샤가 내 앞에 나타났다.
키기깅…!
보호막 덕분에 흑염 속에 몸을 숨길 수 있던 것이다. 그녀는 내 머리를 노려서 십자가를 내질러왔다.
카앙!
나는 도끼로 십자가를 쳐냈다. 곧이어 아그니샤 주변에서 밝은 구체들이 떠오르더니 작은 십자가를 내게 연속으로 날렸다.
타앗!
그것을 옆으로 굴러서 회피했다. 내가 서있던 자리에 작은 십자가가 박혔다. 나는 옆으로 계속 뛰었다. 내가 지나간 자리를 따라서 작은 십자가가 연달아 박히며 눈부시게 폭발했다.
‘아그니샤부터.’
성스러운 빛을 두려워하고 있던 거미 악귀들.
“키이익…!”
녀석들은 내가 재촉하자 아그니샤를 향해 일제히 거미줄을 사출했다.
키기깅!
당연히 그녀는 거미 악귀의 거미줄 따위에 당하지 않는다. 그녀에겐 보호막이 있고, 애당초 거미줄이 보호막에 닿기도 전에 그녀의 십자가에서 발산되는 빛이 거미줄을 태워버리기 때문이다.
‘흑기사들.’
키이이이잉!
흑기사 열 마리가 아그니샤를 에워싸는 형태로 소환되었다. 녀석들은 일제히 장검을 휘둘러 그녀에게 파괴적인 검기를 날렸다. 물론 흑기사 열 마리가 아니라 수백 마리가 모여도 녀석들의 검기로는 그녀의 보호막을 깰 수 없다.
그래도 악귀들은 그녀의 행동을 잠시 제한할 수 있는 수단이 되었다.
부웅!
이어서 독수리의 몽둥이다.
…카아앙!!!
나는 독수리의 몽둥이를 도끼로 잘라버렸다.
“나중에 고쳐줄게.”
“….”
독수리는 내 얼굴로 주먹을 날렸다. 머리를 슬쩍 움직여 피하자 방독면 옆으로 스치는 공기로부터 살벌한 진동이 느껴졌다.
나는 발을 움직이고 몸을 놀리며 독수리의 주먹을 계속해서 피했다.
퍼억! 퍼억!
종종 손을 뻗어서 독수리의 주먹을 손바닥으로 받아내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손바닥뼈에 금이 갔다.
“…!”
그렇게 발과 몸을 놀리던 도중, 내가 오른발로 밟으려던 땅이 꺼졌다. 독수리가 재결합을 쓴 것이다.
그 짧은 순간에 나는 자세가 흔들렸고, 독수리의 주먹이 내 가슴 정중앙을 노리고 있었다.
많은 생각이 교차하였다.
이 주먹을 어떻게 할까.
방혈을 써서 독수리의 한쪽 팔을 완전히 터뜨려버릴까. 광속을 발동함과 동시에 도끼를 움직여 그의 한쪽 팔을 절단해버릴까.
그를 죽이지 않고도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이라면 아주 많았다.
하지만 그렇게 잠깐을 고민하고 있으니 이미 독수리의 주먹이 내 가슴 정중앙에 꽂힌 것이다.
퍼어억!!!
그래서 내가 왜 이렇게 당하는 걸까 생각해 보니,
나는 지금까지 살면서 상대를 배려하며 싸워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일상 속에서 작은 폭력이라는걸, 어느 정도 선을 지키는 폭력이라는 걸 써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내가 겪어온 싸움이란 전부 그런 것이었다.
내 상대는 반드시 죽여서 목숨을 빼앗아야만 하는 것들이었다. 아니면 다시는 일어설 수 없도록 불구로 만들거나.
대체로 어느 한쪽의 죽음이 동반되는 싸움들이었다.
즉, 이건 경험의 부재라고 생각한다.
쿠웅!!!!
독수리의 주먹을 그대로 맞으니 온몸의 혈액과 살이 비명을 질러댔다. 가슴뼈도 살짝 부서진 것 같다.
하지만 심장은 멀쩡하다.
「망설여진다면 어쩔 수 없지.」
「영력 발산 7계」
「공포.」
독수리는 내게서 충분히 공포를 느낄 수 있는 인물이었다. 그의 의식이 누샤니움토의 통제에 저항하고 있든 말든, 바로 앞에서 발동된 영력 발산 7계의 주술은 반드시 독수리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이었다.
그리고 공포나 공황을 건 상대에 한하여 연계기로 쓸 수 있는 주술이 있다.
「심정지.」
…털썩!
독수리가 앞으로 엎어졌다.
「묶어.」
거미 악귀 한 마리가 쏜살같이 달려와서 독수리를 속박해버렸다.
「얘는 철인의 심장이라서 괜찮을 거야.」
나는 쓰러진 독수리에게 다시 방혈을 걸었다. 그의 몸속 혈류를 강제로 움직여서 멈춰버린 심장이 다시 뛰게 만들었다.
투둑…! 투둑…!
독수리는 온몸이 거미줄에 속박된 채로도 무지막지한 철인의 힘을 발휘했다. 그의 몸을 휘감고 있는 거미줄이 몇 가닥씩 순수한 힘에 의해 끊어지는 것이다.
‘이걸론 부족해.’
고치로 만들어야 한다.
“키에에엑!”
거미 악귀는 더 많은 거미줄을 뽑아내서 독수리를 하얗게 휘감았다. 그의 의복이나 방독면 따위가 전혀 보이지 않을 때까지 거미줄로 수십 차례 감았다.
그때 내 안의 악령이 말했다.
「너의 마음이 편치 않다는 건 좋은 일이야.」
「인간의 마음이 있다는 거니까.」
‘맞지.’
뼈저리게 안다.
내가 독수리에게 주먹을 맞았던 이유, 내가 독수리의 팔을 망설임 없이 자르거나 터뜨리지 못했던 이유.
바로 그런 이유들 때문에 완벽하게 효율적인 싸움을 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런 이유들이 있던 덕분에 지금의 내가 있다.
그런 이유조차 이해하지 못하고 알 수 없는 상태가 된다는 건 끔찍한 것이다.
서서히 미쳐서 괴물이 되고 만다. 서서히 미친 끝에 도달하게 되는 결과를 지옥에서 겪어봤기 때문에 뼈저리게 안다.
‘그런데 네가 그런 말을 할 줄은 몰랐네.’
「나도 겪어보니까 알겠더라고.」
셰르카의 드라쉬르가 거미 악귀 몇 마리를 잡아서 찢어버리고는 피를 흡수했다.
「너는 계속 인간으로 남는 편이 좋아.」
「그래야 내가 심취하거나 미쳤을 때 네가 바로잡아주지.」
「그때 지옥에서의 내 모습은… 마음에 들지 않았어.」
그래도 악령은 악령이다.
‘마음 같아선 독수리도 그냥 죽이고 싶지?’
「다 죽이고 싶어. 어차피 얘들 없어도 네가 살아남는 일에는 지장이 없을 것 같거든.」
붉은 촉수를 달고 있는 드라쉬르가 뛰어와서 내게 촉수를 내질렀다.
나는 촉수를 모조리 터뜨리고 도끼로 녀석의 머리를 베어버렸다.
샤아아…
그림자로 된 머리가 바닥을 굴렀다.
「하지만…. 내가 본성은 사악하지만….」
「학습해서 행동을 선택할 수는 있는 거잖아.」
녀석의 진심이 와닿는 말이었다.
‘…학습된 악령이라.’
스스스스스!!
내 양옆에서 올빼미의 방독면을 쓰고 있는 존재가 흙바닥으로부터 솟아났다.
왼쪽에 있는 존재는 커다란 낫을 들고 있다.
오른쪽에 있는 존재는 쇠꼬챙이를 들고 있다.
그리고 바로 앞에서 셰르카가 손아귀를 뻗어 검은 연기를 보내오고 있다.
동시에 내 뒤에서는 아그니샤가 달려들고 있다.
“올빼미.”
샤아아…!
낫을 들고 있는 존재가 셰르카의 검은 연기를 베어버렸다.
키기깅!
쇠꼬챙이를 들고 있는 존재가 아그니샤의 보호막을 찔렀다.
“뭐 좀 알아냈어?”
내 어깨에서 올빼미의 머리가 튀어나왔다.
그녀는 내게 심각한 소식을 전해주었다.
“이 대륙에 있는 모든 이들이 서로 싸우기 시작했어요.”
순간, 그게 무슨 뜻인지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그래서 올빼미에게 되물었다.
“전부?”
“네. 모든 이들이요.”
내가 이해한 뜻이 맞았다.
모든 국가.
모든 인간들.
모두가 서로 싸우고 있다.
남녀노소, 계층, 직업, 능력을 막론하고 서로 싸우고 있다.
“거미 악귀만 더 소환해 주세요. 셰르카 님과 아그니샤 님은 제가 붙잡고 있을게요.”
올빼미가 소환한 두 존재는 자아가 없는 아그니샤와 셰르카를 상대로 제법 시간을 끌고 있다.
나는 떠나기 전에 물었다.
“누샤니움토의 꿈에서 뭘 봤지?”
그러자 올빼미는 조금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자멸…. 그리고 종말이었어요.”
카프하니드.
델펜토르.
론.
스퀴아.
만타.
이비.
헤이거스.
같은 날 동시에 부활한 크라켄들은 저마다 움직였다.
그래서 우리는 상상했다. 어쩌면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것보다 더 거대한 절망이 우리의 세계를 덮치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결국 그 상상이 현실이 되는 순간이 오고야 말았다.
크라켄들의 공격.
이제 그 마침표를 누샤니움토가 찍으려고 하는 것이다.
“이 대륙에 있는 사람들이 인류의 마지막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