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다차원의 강령술사-169화 (169/181)

33. 부서진 꿈 (4)

나는 무언가에 당해서 죽고 말았다.

뭐에 당했는지도 모르고 죽었다.

그렇게 죽었다는 사실을 깨달아보니,

“애옹.”

단 한 마리의 고양이가 구름 위에서 멀뚱멀뚱 날 쳐다보고 있는 것이다. 녀석은 꼬리를 살랑대며 다가와 내 발 위에 앉았다.

“리비카.”

죽음의 문턱에서 아홉 번의 기회가 주어진다.

죽을 때마다 고양이가 한 마리씩 사라졌다.

그렇게 사라지고 사라져서, 이젠 한 마리만 남게 되었다.

“……이게 마지막이냐?”

“애옹.”

이런 구름 위에서 다시 리비카를 보게 될 일은 없을 것이다. 이것은 내게 주어진 마지막 기회니까. 이번에 부활하면 그땐 정말로 내 목숨 하나뿐이다.

“나 왜 죽은 거야?”

“애옹.”

“내가 뭐에 당해서 죽은 건지 모르겠다고.”

“애오옹….”

리비카의 녹안이 은은하게 빛났다.

“뭐?”

“…인간으로 태어난 네가 부러운 거야. 그건 축복인 거야.”

리비카가 말을 했다.

“나도 인간으로 태어나고 싶은 거야.”

반면에 나는 말이 나오질 않았다.

할 말이 없어서 말문이 막힌 게 아니다.

분명히 입을 벌리고 목소리를 내는데 말이 안 나오는 것이다. 게다가 가위에 눌린 것처럼 팔다리도 움직이지 않는다. 눈꺼풀도 동공도 움직일 수 없다.

“드디어 내 차례. 나도 윤회할 수 있는 거야.”

날 기다려준 거냐고 묻고 싶었다. 내가 아홉 번의 기회를 전부 쓸 때까지, 너는 윤회하지 않고 지금까지 기다려준 거냐고.

“덕분에 우리는 성불한 거야. 아홉 친구들이 남아서 보답하기로 한 거야.”

땅을 대신하고 있던 구름이 조금씩 흩어졌다. 리비카의 모습도 안개 너머로 멀어지는 사물처럼 희미하게 변하고 있다.

“그리고 너를 보면서 깨달은 거야. 인간은 본성이 착해. 본성이 착할 수 있는 유일한 동물인 거야.”

리비카의 모습도, 리비카의 목소리도, 리비카의 꿈과 같은 구름의 세계도 내게서 멀어졌다. 다시는 돌아올 수 없을 만큼 멀어졌다.

“돌이켜보니까, 우리를 괴롭히는 인간보다 우리한테 사랑을 주는 인간이 더 많았던 거야.”

뭔가가 보인다.

우연히 길에서 고양이를 마주친 아이가 있다.

고양이는 아이에게 이빨과 발톱을 드러냈다.

그래도 아이는 웃으며, 손에 들고 있는 먹을 것을 고양이에게 주었다.

정작 그 아이는 길고양이보다 더 야윈 몸을 하고 있었지만 말이다.

저 아이는 도대체 왜 저러는 걸까. 자기가 먹을 것도 없는 것 같은데 어째서 저걸 고양이 따위에게 양보하는 걸까. 자기부터 챙기는 게 만족이 되어야 남을 도울 수 있는 게 아닌가.

- 그 아이가 너였던 거야. 페인.

나였구나.

- 기억하고, 우리 몫까지 살아가.

저게 내 얼굴이었구나.

내 얼굴이었구나.

* * *

포근하고 아련했던 구름의 세계가 사라지고, 붉은 공기와 역겨운 피비린내가 진동하는 세계가 그의 앞에 펼쳐졌다.

꿈이 아닌 현실이자, 지옥이자, 핏빛세계.

「정신 바짝 차려. 이제 남은 목숨은 없어.」

「죽으면 진짜 죽을 거야.」

페인은 자신의 위치부터 확인하였다. 수평으로 절단되어서 흐물흐물 무너져 흩어지고 있는 광기의 산맥이 눈앞에 있다.

따라서 그는 광기의 산맥으로 들어가기 직전의 위치에 부활한 것이다.

「왜 이렇게 조용하지?」

페인은 전장을 둘러보았다.

미르파스의 군단이 모두 허리가 절단된 채 사체 밭을 이루고 있다. 그리고 나락불탑의 성역, 그 경계선쯤에는 수많은 천사들이 죽어있었다.

「천사들도 허리나 다리가 잘렸잖아!」

‘나락불탑이 무너졌어.’

천사들의 사체 뒤로 보이는 나락불탑이 돌무더기처럼 무너진 채다. 만카라 진영의 성역을 상징했던 노란빛 또한 꺼지고 말았다.

「그 많던 천사들이 다 어디로 간 거야?」

페인은 멀리 보이는 천사들의 사체를 어림잡아 세어보았다.

사체의 숫자가 부족하다.

‘후퇴한 것 같아.’

「어디로?」

‘가장 가까운 곳은 다차원 거울이 있는 네이트 진영이지.’

이걸 다행이라고 할 수 있을까. 미르파스의 군단이 전부 죽어있던 덕분에 부활하자마자 궁지에 몰릴 위기는 넘겼다. 하지만 의지할 수 있는 천사들도 없기는 매한가지다.

일단 페인은 생각했다.

천사와 피조물들의 사체는 모두 몸이 반으로 잘렸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전부 같은 공격에 당했어.’

같은 존재에게 당했다.

‘아주 강한 존재야.’

그리고 그 존재란, 지금 흩어지고 있는 광기의 산맥 너머에서 접근하고 있는 녀석이다. 아직 녀석의 실체를 눈으로 보진 못했지만 그 존재감 하나만으로도 지나치게 위협적이다.

「우린 죽기 전에 한번 공격을 당했었잖아. 기억나?」

페인은 허리가 잘렸었다.

「지금 우리한테 오고 있는 놈은 아주 긴 공격수단을 갖추고 있다는 거야. 놈이 혼자서 여기를 이 지경으로 만든 거라면.」

바로 그때 악령의 말을 증명하듯, 광기의 산맥 위로 거대하고도 기나긴 팔들이 나타난 것이다.

갓난아기의 울음소리와 함께.

- 으애애앵…!

흩어지고 있는 어두운 산맥 위에서 상공을 가로지르며 나타난 팔들이 페인에게 쇄도했다.

타앗!

페인은 짓무른 땅을 박차고 뛰었다. 뒤틀린 사체로 된 언덕을 몇 차례 뛰어넘고 지면을 굴렀다. 곧이어 지면이 사체와 함께 썰리는 듯 섬뜩한 소리가 등골을 간질였다.

쓰거거걱!!!

그 팔들이 어둠으로 이루어진 것이라 생각했는데, 자세히 보니 칠흑처럼 어두운 살갗이었다. 이곳으로 접근하고 있는 거대한 존재의 육체였다.

난도질당한 대지의 깊은 상처로부터 핏물이 터져 나왔다.

‘저것들은….’

거대하고도 기나긴 팔에는 손을 대신하여 가위, 집게, 뼈톱과 같은 도구들이 달려있었다. 또 그중에 몇 가지는 페인이 이름도 모르는 도구였다.

「전부 수술도구잖아!」

쩌걱쩌걱쩌걱…!

그것들이 가위를 움직이고 집게를 움직이고 대지에 널린 사체를 무차별적으로 썰어댔다. 그러더니 이내 기나긴 팔의 비정상적인 부분에 새로운 관절을 만들었다.

그렇게 죽은 살점을 가지고 놀다 말고 일제히 페인에게 달려드는 것이다.

「임계점!」

쩌어어엉!

도끼로부터 초록색 빛줄기를 뻗어나갔다. 하지만 쇄도하는 팔들은 경이로운 속도로 반응했다. 허공을 가로지르다가 순식간에 흩어져서 빛줄기를 피하고는, 페인의 동서남북을 노려 동시에 닥쳐오는 것이다.

카앙…!

페인은 거대한 집게를 도끼로 흘려냈다. 곧이어 그의 배후에서 가위가 달려들었다.

타닷!

그는 제자리에서 뛰었다. 다리를 한껏 굽혔다. 직후 거대한 가위의 길고도 예리한 칼날이 그의 발밑에서 살벌하게 교차하였다.

쓰겅…!!!

터엉!

그는 가위 위에 착지하여 내달렸다. 무기를 든 상대방의 손목을 베어내듯 가위와 팔이 연결되는 부분을 도끼로 쳤다.

그러자 가위가 떨어졌고, 가위를 달고 있던 팔이 도망치듯 멀어졌으며, 페인의 양쪽 어깨를 향해 집게와 뼈톱이 돌진해왔다.

온몸의 털끝이 곤두설 정도로 날카로운 굉음이 터졌다. 페인은 그 짧은 순간에 자신의 몸을 혈액으로 바꿔서 공격을 피했다.

집게와 뼈톱이 서로 충돌하여 휘어졌다. 충돌로 인한 때늦은 바람이 페인의 전신을 훑고 지나갔다.

「악명은 라후미야!」

「샤의 일부였던 악마야!」

「다른 건 모르겠어!」

쓰걱쓰걱쓰걱쓰걱!

흩어지는 광기의 산맥을 가로질러 더 많은 팔들이 다가왔다. 더 다양한 수술도구들을 달고서 페인 주변의 대지를 가르고 사체를 집어서 그에게 내던졌다.

퍼어억…!

페인은 내던져진 사체 몇 개를 검기로 갈랐다. 발밑의 움직임을 감지하곤 옆으로 굴렀다. 지하에서 맥동하던 미지의 수술도구가 지면을 가르며 튀어나왔다. 조금만 반응이 늦었어도 한쪽 팔다리를 다 내어줄 뻔했다.

이젠 죽으면 끝이다. 부활의 기회는 없다.

이렇게 피하기만 해선 상황이 바뀌지 않는다.

팔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점점 더 대응하기 어려워질 것이다. 그러다 한 번이라도 실수하면 치명상이나 즉사로 이어질 것이다.

‘샤한테 쓰려고 숨겨둔 건데…’

「일단은 살고 봐야지! 샤를 보기도 전에 죽으면 다 소용없는 짓이잖아!」

그는 목줄 8계의 능력을 발동했다.

‘잿빛포화…!’

재가 날렸다. 붉은 공기 속에 재가 섞이면서 가시거리를 줄였다. 일대가 잿빛세계처럼 변하였다.

주변에 널린 사체들이 관절을 뒤틀며 일어섰다. 죽었던 육체에 영혼과 악이 들어가서 새로운 존재로 되살아났다.

되살아난 그것들 모두가 ‘이물’이었으며, 페인의 악귀로 변모한 것이다.

“그어어어…!”

“우우우…!”

“게에에에엑!”

제멋대로 급조된 악귀들이 미지의 존재가 보내오는 수술도구들과 싸우기 시작했다.

쓰거걱!

급조된 악귀들은 죽어도 되살아났다. 육체와 영혼이 절단되어도 아무렇게나 새로운 육체를 만들고 여러 존재가 뒤섞인 영혼을 품어 되살아났다.

그렇게 잠시 시간을 번 페인은 생각했다. 아까부터 머릿속 한구석에서 생각하고 있었다.

‘셰르카.’

존재 추적을 해보니 그녀는 무너지는 광기의 산맥 너머에 살아있었다. 그녀는 미르파스의 사체가 있는 곳 근처에서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고 있다.

「저곳에서 살아있다는 게 기적이야!」

‘셰르카부터 구해야…’

그때 미지의 존재가 또 속삭였다.

- 태어나 울고 있는 핏덩이들을 보아라.

하늘에 있는 영혼의 먹구름들이 더욱 크게 울었다.

- 어미의 자궁에서 빠져나와 울부짖는 핏덩이들을 보아라.

그러자 주변의 악귀들이 싸움을 멈추고 저마다 주저앉아 울기 시작했다.

- 세상이 떠나가도록 울어대는 핏덩이들을 보아라.

「얘들 뭐 하는 거야?! 빨리 싸우라고!」

악귀들이 명령을 듣지 않았다.

- 태어나지 않았다면 하루하루 죽음으로 끌려갈 일도 없었을 터.

“케에에엑!!!”

악귀들이 페인에게 달려들었다.

「미친 새끼들이…!」

페인에게 이빨을 드러내고 손톱을 휘두르고 촉수를 내지른다.

물론 급조된 악귀들의 공격은 페인에게 먹히지 않는다. 하지만 녀석들의 머릿수가 문제였다. 너무 많은 것들이 달려들고 있는데 미지의 존재가 보내오는 수술도구들까지 동시에 그를 노리고 있다.

「이런 씨발! 그냥 다 터뜨려!」

‘제물방류!’

그는 악귀들이 가지고 있던 혈액, 내장, 혈관 따위를 모조리 뽑아냈다. 그렇게 터져서 허공에 흩어진 것들이 다시금 공기의 색깔을 지옥처럼 물들였다.

쿠와아아아!

제물방류로 만들어낸 거대한 혈액을 몰아치게 하여 수술도구들을 막았다. 가위와 집게를 묶어버리고 팔을 휘감아 부러뜨렸다.

- 으애앵!

- 으애애앵!

그러는 와중에도 새로운 팔들이 광기의 산맥을 넘어오고 있다. 대응해야 할 것들이 너무 많아졌다. 제물방류로도 한계가 보이기 시작했다. 시야가 분산되고 점점 더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해진다.

……쓰거걱!!

발밑에서 튀어나온 미지의 칼날에 오른쪽 팔다리를 잃고 말았다. 그래서 페인은 온몸을 혈액으로 분해하여 제물방류의 붉은 덩어리 속에 숨었다.

푸욱!

그러자 기다란 집게가 붉은 덩어리를 비집고 들어온 것이다.

「이 새끼가 널 추적하고 있어! 여기에 있다간 금방 붙잡힐 거야!」

푸욱!

이어서 고리 같은 게 달린 도구가 들어왔다. 두 가지 도구가 붉은 덩어리 속을 헤집고 있다.

「빨리 나가야 해!」

그는 붉은 덩어리 아래로 빠져나왔다. 재빠르게 몸을 수복했다. 그런데 수복을 끝마치자마자 발밑에서 위화감이 느껴졌다.

“…!”

네모난 쟁반 위였다.

준비된 함정이었다.

「아, 아무것도 발동되질 않아!!」

아주 긴 손가락들이 수술용 칼을 들고 쟁반 주변에 모여있었다.

푹!

칼이 그의 오른팔 관절을 찔렀다.

푹!

그의 오른쪽 손등을 찔렀다.

「꺄아아아악!!」

“아아아악!!!!”

어째선지 그는 고통을 참을 수가 없었다.

터엉!

힘이 풀려서 도끼까지 놓치고 말았다.

「하, 하지 마! 하지 말라고!」

푸푸푹!

양쪽 발등을 찔리고 복부 중심을 찔렸다.

그는 괴롭게 신음했다.

“끄어어어…”

쓰걱!

가슴을 베였다.

터억! 터억!

이어서 작은 집게들이 그의 두 다리를 붙잡았다.

- 이걸 없애야 한다.

작은 칼이 그의 사타구니를 향해 다가갔다.

- 이것이 구원이다.

작은 칼이 그의 바지에 닿았다.

쩌저저정!

그러자 샛노란 광명이 터졌다.

“으으…. 흐으으억….”

페인은 쟁반 위에 넘어져서 피를 쏟아냈다. 그리고 고개를 들어보니 노란빛으로 이루어진 천 개의 손바닥이 수술도구들을 붙잡아 부수고 있는 것이다.

“내 부하들의 뒤를 봐주고 왔다. 그래도 늦기 전에 왔으니 원망하진 마라.”

그의 뒤에서 나타난 건 만카라였다.

쩌거겅!!

만카라는 쟁반에 봉을 내리꽂았다. 그러자 쟁반이 부서지면서 페인은 다시금 주술을 부릴 수 있게 된 것이다.

“허억…! 허억…!”

그는 상처를 수복하고 거친 호흡을 섞으며 말했다.

“놈은 라후미야입니다! 샤의 일부…”

“놈에 대한 건 알고 있다.”

만카라는 페인을 일으켜 세우며 물었다.

“미르파스는 네가 해치운 건가?”

“그렇습니다….”

“강해졌겠군. 놈의 악을 흡수했다면.”

그렇게 말하는 만카라의 낯빛이 어두워 보였다.

“너도 알고 있지 않았나. 네가 이런 식으로 계속 강해지는 걸 샤가 가만히 지켜보고 있을 리가 없다고.”

“그래서 라후미야를 보낸 겁니까?”

“그렇다. 그리고 샤 또한 이 근방에 왔겠지. 라후미야가 실패할 경우를 대비해서.”

라후미야조차 페인을 죽이지 못한다면, 그땐 샤가 직접 나서서 페인을 죽일 것이라는 말이었다.

쩌엉! 쩌엉! 쩌엉!

만카라가 소환한 천 개의 손바닥들이 라후미야의 수술도구들과 싸우고 있다. 하지만 성역 밖으로 나온 만카라가 라후미야를 이길 수 있을까.

그 강하다는 엑수스조차 미크쉬 따위에게 당하고 말았는데.

“너의 피조물들이 잿빛세계에서 핏빛세계로 넘어왔으니, 너 또한 잿빛세계로 갈 수 있다는 거겠지?”

“맞습니다.”

“그럼 가라. 라후미야는 내게 맡기고.”

하지만 페인은 움직이지 않았다.

“꾸물대지 마라. 너는 잿빛세계를 경유하여 네이트에게 합류하는 것이다. 지금쯤이라면 네이트가 샤의 위치를 알아냈을 테니 그곳에서 새로운 계획을 들어야만 한다.”

“만카라 님은 어쩌시려고 그럽니까?”

그러자 만카라는 콧방귀를 뀌었다.

“허…! 인간이 천사를 걱정하다니 대단한 그릇이구나.”

「인간 아닌데.」

“나는 네가 네이트에게 갈 수 있도록 이곳에서 라후미야를 막고 있을 것이다.”

“저 너머에 셰르카가 살아있습니다.”

페인의 목소리는 단단했지만, 간절했다.

“저와 함께 돌파합시다. 셰르카와 합류하여 셋이서 라후이먀를 상대하면 됩니다. 셋이서 함께라면 라후미야라도 이길 수 있습니다.”

“라후미야 근처에는 반드시 샤가 있다.”

“그렇다면…”

“놈들은 입을 크게 벌린 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너무나도 뻔하지 않으냐. 그런데 봐라. 놈들은 뻔한 걸 알면서도 우리가 얼마든지 당해줄 거라고 생각하고 있다. …우리는 마음이 있는 존재들이니까.”

페인은 그 말에 반박할 수 없었다.

“괴롭겠지만 너는 선택해야만 한다.”

샤가 라후미야를 앞세웠다.

라후미야의 배후 어딘가에 샤가 있다.

“하나의 ‘인질’과 ‘인류’ 중에서 선택을 해야만 한다. 지금이 그런 상황이다.”

말은 선택을 해야 한다고 하지만, 결국 지금 그녀를 구하러 가는 게 미친 짓이라는 뜻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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