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 공허한 꿈 (2)
샤는 알고 있었을 것이다.
천계의 군대가 총공격을 감행하여 악마들과 피조물 군대의 발을 묶는다. 그러는 사이에 별동대를 편성하여 이 모든 문제의 원인인 샤를 제거한다.
샤는 기대하고 있었을 것이다.
문지기 가르간을 여럿 보내고 그중 하나에 페인을 숨긴다는 전략. 그 실낱같은 희망을 바라보고 있을 페인. 그가 샤는 구경도 하지 못하고 브텔론의 아래에서 무력하게 죽는 그 상황을 말이다.
그러나 샤는 몰랐다.
문지기 가르간 중 하나에 페인이 있는 것 같았지만, 사실 페인은 가르간의 갑옷을 두른 올고호르휘에 탑승하여 지하를 통해 접근하고 있었다.
그때부터 더 모르게 되었다.
허를 찌르는 전략으로 샤를 독대하게 된 페인은 절대적으로 샤보다 약한 존재였다. 페인이 어떤 수단을 동원한다고 해도 샤를 쓰러뜨리기란 불가능에 가까운 것 같았다.
샤는 페인이 더 강해지기 전에 죽이려고 했다. 페인은 샤가 더는 손을 쓸 수 없을 정도로 힘을 모으기 전에, 소모전 끝에 천계의 군대가 패배하기 전에 녀석을 죽이려고 했다.
그렇게 서로가 미완성된 힘을 가지고서 마주하게 되었는데, 당연히 미완성된 페인보다는 힘을 덜 모은 샤가 압도적으로 강한 것이다.
때문에 샤는 의심했다.
페인이 너무 무력한 것이다. 너무 무력하게 당해주는 것이다. 뭐라도 준비해서 왔을 줄 알았는데, 그 기발한 전략을 써 가까스로 여기까지 도달해서는 아무것도 없는 것이다.
그건 샤가 아는 페인이 아니었다. 물론 페인은 용맹하고, 그 어떤 인간보다도 강한 의지를 가지고 있지만, 그렇다고 대책도 없이 불구덩이에 뛰어드는 멍청이는 아니라는 것이다.
샤는 의심했기 때문에, 곧바로 페인을 죽일 수 있었음에도 그러지 않았다. 아니, 그러지 못했다.
- 네이트 님. 저는 놈에 비해 힘이 한참 부족합니다. 서로가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맞붙는다면 무조건 제가 패배하게 될 겁니다.
- 샤는 자신의 부하들을 소중히 여기지 않아요. 가르간들이 하나씩 자신에게 가까워지기 시작하면 전장에 있는 악을 더욱 빠르게 흡수하겠죠. 그러면 전장의 악마들이 약해질 테니, 우리 힘으로 악마들을 제압할 수 있어요.
- 그 악마들을 제가 해치우고 악을 흡수하라는 말씀이십니까?
- 그래야죠. 제가 신호할 때마다 재빠르게 차원을 건너서, 저희가 제압한 악마들의 숨통을 차례대로 끊어주세요.
- 제 존재감을 숨긴다고 해도 샤는 악마들이 차례대로 죽는 걸 알 수 있을 겁니다. 처음 한 마리라면 몰라도 두 마리, 세 마리를 죽였을 때 샤는 이쪽 전략을 눈치채게 될 겁니다.
- 희박한 승산을 조금이라도 끌어올릴 뿐이에요. 당신이 동일한 순간에 악마들의 숨통을 일제히 끊을 방법이 있다면 다른 계획을 세웠겠죠.
- 있습니다.
- 뭐죠?
- 악귀입니다. 악귀가 죽인 것은 곧 제 손으로 죽인 것과 다름이 없습니다.
“꾸어어어어어…!”
머리가 세 개 달린 뱀 같은 악마, 레르드휘가 핏빛세계의 하늘을 헤엄치고 있다.
퍼억! 퍼억!
레르드휘는 해태들의 육탄공격에 온몸이 터져나가고 있다. 그러는 와중에도 지상에 꽂힌 거대한 십자가들이 상공으로 신성한 빛줄기를 쏘아대고 있다.
“꾸어어어! 꾸어어어어!”
레르드휘는 세 개의 턱을 크게 벌려 지옥불을 뿜어댔다. 핏빛세계의 하늘이 불구덩이처럼 뜨겁게 타올랐고 그 속에서 발키리들은 각자 해태들에게 붙어서 보호막을 전개했다.
“발키리들아! 어차피 레르드휘의 숨결 속에서 견딜 수 있는 필멸자는 없다! 우리를 지키겠다고 영력을 허비하는 것보단…”
“지금이라면 견딜 수 있어요!”
발키리는 외쳤다.
“악마들이 모두…! 샤에게 힘을 빼앗기고 있으니까요!”
육체, 영혼, 그 존재 자체를 소각해버리는 지옥불이었다.
본래 레르드휘는 현계에 자신만의 악을 보내어 화산을 터뜨리고 새로이 초토화된 대지를 만드는, 파괴자이자 창조자인 악마였다. 그런 레르드휘가 샤를 추종하기 시작한 뒤로는 창조의 목적을 망각한 채, 오로지 파괴만을 일삼는 불의 괴물이 되어버린 것이다.
상공을 집어삼킨 지옥불 속에서 용암으로 된 비가 떨어졌다. 호흡기를 태워버리는 뜨거운 공기와 몸을 병들게 하는 연기가 퍼지는 광경은 마치 수십 개의 화산이 공중에서 거꾸로 폭발한 것만 같았다.
키기기깅! 키기깅!
발키리들의 보호막이 비명을 지르는 듯하다.
“그래서 언제까지 보호막 속에 갇혀있으란 말이냐! 저 괴물의 숨결이 오로지 우리를 향하고 있다! 오래 버티진 못할 것이다!”
“그러니까요! 오로지 우리를 향하고 있으니까…!”
- 꾸어어어어!
그러던 도중, 상공을 태우던 지옥불이 순식간에 꺼져버렸다. 이어서 발키리들이 성검을 휘두르자 빛으로 된 검기가 뻗어가 자욱한 연기를 퍼뜨려버렸다. 그렇게 확보된 시야 속에 보이는 것은 괴롭게 몸부림치는 레르드휘의 모습이었다.
해태들은 눈을 크게 뜨고서 레르드휘를 관찰했다.
- 꾸어어어…!
레르드휘의 몸에 거미 악귀와 불나방들이 붙은 것이다. 천계도 핏빛세계도 현계도 아닌 곳에서 살아가는 이형의 존재들이 거대한 악마의 몸에 빼곡히 붙어서 천사들이 남긴 상처를 찾고, 그 상처를 집요하게 노려 살점을 물어뜯고 있는 것이다.
“저 존재들이…?”
“그의 악귀입니다!”
바로 그때 지상의 악마들도 궁지에 몰렸다. 물론 샤가 악을 거두어가고 있으니 결국 전장의 악마들이 불리해진다는 건 예상된 일이다. 하지만 이 넓은 전장의 악마들이 모두 같은 순간에 궁지에 몰려서, 같은 순간에 제압된다는 건 결코 우연이라고 할 수 없다.
- 주인님…! 저는 여기까지입니다…!
- 천사들이 너무 많습니다!
- 나의 육신과 영혼은 모두 그대의 것이니….
상위 천사 10명과 10개의 진영. 그리고 그것에 맞서 싸우고 있던 악마 10마리.
- 천자마시여! 당신의 충성스러운 종자가 위기에 빠졌사옵니다!
- 살려줘! 죽기 싫어! 죽기 싫다고!
- 페인의 괴물들이다!
- 샤 님! 놈들이 우리의 살점을 노리고 있습니다!!
* * *
촉수의 대지 한복판에서 샤와 페인이 서로를 마주하고 있다.
‘혈해(血海)….’
페인은 방혈 9계에 도달하기 위해서 강력한 악마 세 마리가 갖고 있던 악을 모조리 소모하였다. 곧이어 발동한 ‘혈해’는 최종적이고도 궁극적인 방혈의 주술이었다.
대지에 피가 차올라서 페인의 종아리까지 잠기게 하였다. 그렇게 얕은 피의 바다가 된 환경에서 샤는 소리쳤다.
“페인! 내 부하들의 힘까지 빼앗았구나!”
그 외침은 분노였으며, 후회였으며, 희열이었으며, 기대감이었다.
「샤가 영력을 끌어모으고 있어! 뭔가를 발동하려는 것 같아!」
샤를 추종하던 악마들이 거의 같은 순간에 죽임당했다. 그 녀석들이 갖고 있던 막대한 악이 페인에게 흘러들어왔다.
조금만 방심하면 영혼이 까맣게 태워져서 악마보다 더한 무언가의 괴물이 되어버릴 것만 같다. 하지만 그 위험한 감각은 익숙했다. 몇 번이고 겪어본 감각이며, 한번은 완전히 미쳐서 다른 존재가 되어보기도 했으니, 악마들이 갖고 있던 악을 단번에 흡수하고도 자아를 잃지 않을 수 있는, 유일무이한 경험자가 바로 페인이었다.
그는 가만히 서서 샤를 노려봤다.
“와라…….”
다음 순간, 샤의 뒤쪽 허공이 찢어졌다.
- 허상포화(虛想飽和).
형형색색으로 타오르는 환상적인 공간이 허공 너머에서 보였고, 그곳에서 튀어나온 무지개의 파편 같은 것들이 페인에게 쏟아졌다.
촤아아!!
페인은 혈액으로 해일을 일으켰다. 휘어진 벽처럼 된 혈액의 파도가 무지개의 파편을 받아냈다.
쨍그랑…!
혈액의 파도가 유리처럼 깨지며 분쇄되기 시작했다. 그 광경이 마치 붉은 꽃잎이 폭풍 속에 휘날리는 것 같았으며, 페인은 혈액의 파도를 뚫고 들어오는 무지개의 파편들을 피해서 혈해 위를 내달렸다.
“너희는 태어난 순간부터 죽어가고 있다.”
샤에게서 시작된 썩은 촉수들이 페인의 앞에 내리꽂혔다. 페인은 그 자리에 멈췄고 무지개의 파편들이 그를 향해 쇄도했다.
“내가 너희에게 삶을 준 이유는 그것을 다시 앗아갔을 때의 표정을 보기 위함이었다.”
페인은 자신의 몸을 혈액으로 분해하여 혈해 속에 숨었다. 그렇게 붉은 수면 아래를 재빠르게 헤엄쳐서 자신의 위치를 바꾸었다. 그러자 몇 초 전에 자신이 있던 자리로 무지개의 파편이 떨어져서 붉은 수면을 유리처럼 깨부쉈다.
“내가 너희에게 행복을 준 이유는 너희의 불행을 보기 위함이었다.”
썩은 촉수들이 혈해를 헤엄쳐 닥쳐와 페인의 온몸을 붙잡으려고 했다. 그러자 페인은 도끼에 검기를 둘러 그 촉수들을 베어버리고 그대로 촉수 위에 올라타서 샤를 향해 뛰어갔다.
“내가 너희에게 양식을 준 이유는 너희의 굶주림을 보기 위함이었다.”
샤는 썩은 촉수 위로 들끓는 메뚜기들을 보냈다. 페인은 자신의 등 뒤로 붉은 구체 여섯 개를 만들어 각각의 구체로부터 화염을 쏘아내 메뚜기들을 불태웠다. 그리고 불에 타죽은 메뚜기들이 촉수에서 떨어지기도 전에 그는 화염을 정면으로 돌파하고서 샤를 향해 도끼를 휘둘렀다.
강력한 검기가 샤를 향해 날아갔다. 그러자 샤의 앞쪽 허공이 찢어져서 환상적인 공간을 드러냈고, 그 공간이 검기를 먹어치우고 말았다.
“너희가 사랑을 아는 이유는 비극을 알기 위함이었다.”
찢어진 허공 속에 드러났던 환상적인 공간이 사라졌다. 그러자 샤의 얼굴이 페인에게 돌진하고 있었다.
샤의 얼굴에 달린 여섯 개의 붉은 눈으로부터 붉은 빛줄기가 쏘아졌다. 그 순간 페인은 몸을 틀었고, 머리를 제외한 모든 신체를 잃고서 혈해 속에 떨어졌다.
푸화악!
그는 곧바로 몸을 수복하고서 혈해 위에 일어섰다.
「미친 새끼! 자기가 전부 창조했다는 듯이 말하네!」
“내가 유일신이다. 근거는 충분하다.”
그때부터 샤의 목소리가 공간을 잠식했다.
- 어둠이 있어야 빛이 있지만.
- 빛이 없어도 어둠은 있다.
- 세계가 그렇게 되어있다.
핏빛의 하늘이 찢어지고 있다. 찢어진 상처로부터 드러난 것은 아무것도 없는 칠흑이었다. 그 칠흑으로부터 검은 가루들이 내려와 촉수의 대지를 중심으로 드넓게 휘몰아치며 페인을 향해 좁혀들기 시작했다.
- 세계의 근간은 어둠이다.
“빛이 있었어.”
페인은 도끼를 쥐었다. 종아리를 적시고 있는 혈액이 그의 몸을 타고 올라와서 도끼를 감쌌다. 그러자 도끼는 피와 살로 된 십자가처럼 변했고, 중심에 동공 대신 이빨을 달고 있는 눈알을 만들어냈다.
“…빛이 정말 중요하더라고.”
페인은 피와 살로 된 십자가를 들어 올렸다. 그것에 달린 눈알이, 눈알 속에 있는 이빨이 바깥으로 가시처럼 돌출되었다. 그렇게 돌출된 이빨 앞에 아주 새하얗고 작은 구체 같은 것이 생겨나 주변을 드넓게 밝혔다. 페인을 향해 좁혀들던 검은 가루들이 힘을 잃고서 혈해 속에 빠져버렸다.
“나도, 우리의 세계도, 빛이 없으면 죽는다는 걸 깨달았어. 그러니까 적어도 우리의 근간은 빛이라고 믿는 거야. 그래서 싸우는 거야.”
- 그 조그만 빛이 네놈과 네놈의 세계를 구원할 수 있을 것 같나?
“구원하지.”
그는 단언했다.
“몇 번이고 구원받았으니까. 몇 번이고 구원했으니까. 이 싸움이 끝나고도 그럴 거니까.”
- 이제 끝내도록 하지. 네놈이 보여줄 건 다 보여준 것 같으니.
- 브텔론!
샤가 그렇게 외치자 어두운 상처를 드러낸 하늘 너머에서 핏빛세계의 새까만 달이 모습을 드러냈다.
쿠구구구구!
달의 근처에 별들이 생겨나는 듯했다. 그 별들이 이쪽으로 다가오는 듯했다. 인간의 이해를 넘어서는 규모, 인간의 의지를 꺾어버리는 재해, 살아있는 것들의 삶과 기억을 종말로써 지워버리는 절대적인 파괴자였다.
- 악마는 천사보다 자비로워서 인간의 간절한 기도를 들어준다.
- 그러니까….
- 지금이라도 살려달라고 빌어봐라.
“네가 전에 했던 말대로 되진 않을 거야.”
- 그럼 죽어라.
이쪽으로 떨어지는 별들의 실체가 페인의 까만 렌즈에 담겼다.
뜨겁게 타오르는 바위들이었다. 그것도 웬만한 산을 짓뭉갤 수 있을 정도로 커다란 바위들이었다. 아니, 계속 보고 있으니 바위라는 단어로도 부족한 크기였다. 바위라기보다는 또 다른 대지, 뜨겁게 타오르는 세계들이 이곳으로 떨어지고 있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지도 모르겠다.
「씨발!」
「저거 맞으면 뒈져! 무조건 뒈진다고!!!」
‘뒤집어.’
「뭐를?!」
‘여기 있는 지형 자체를 뒤집어서 방패로 삼으라고!’
뜨겁게 타오르는 것들의 그림자가 혈해에 드리웠을 때, 혈해의 곳곳에서 피로 된 용오름이 솟았다. 그 용오름들이 기둥이었고, 하늘을 뒤덮은 혈해가 천장이 되었다.
쿠콰콰콰콰콰!
이어서 축축하게 짓무른 대지를 이루던 토사까지 곳곳의 용오름을 타고 올라가 단단하게 굳은 천장이 되었다.
쿠구궁! 쿠궁!!
하지만 혈해와 대지로 만든 천장은 브텔론의 종말적인 폭격 아래에 처참히 무너질 뿐이었다. 그렇게 무너지는 천장 아래에서 페인은 토사를 피해 뛰어다녔고, 샤는 그런 페인을 비웃으며 수천 개의 썩은 촉수를 내보냈다.
그래도 페인은 쉽게 죽지 않았다. 썩은 촉수를 가르고 불태우고 깨부수며 자신이 도망칠 공간을 끊임없이 확보했다. 그러는 사이에 천장은 폭삭 주저앉고 말았으며, 하늘 너머에 있는 브텔론은 무자비하게도 새로운 별들을 자기 주변에 만들기 시작했다.
- 죽어라.
쿠구구구구!!
또 별들이 다가오고 있다. 별들의 그림자가 드리우기도 전에 그 열기만으로 썩은 촉수들이 타올라, 살아움직이는 지옥불이 되어서 페인을 덮쳤다.
페인의 로브가 흉하게 타버렸다. 방독면이 반쯤 녹아서 까마귀를 닮은 괴물처럼 굳어버렸다.
그리고 지옥불이 꺼졌다. 곧이어 무자비한 별들의 그림자가 드리웠다. 이번엔 혈해가 없다. 거대한 방패로 삼을 수 있는 혈액이 없다.
페인은 피와 살로 된 십자가의 눈알을 하늘로 조준하였고, 그 눈알 앞에 달린 새하얀 구체로부터 페인의 영력을 한참 능가하는 위력의 빛줄기가 솟구쳐 올랐다.
쿠구궁! 쿠구구!
떨어지던 별들은 빛줄기에 꿰뚫려 허공에서 폭발하고 말았다. 그렇게 만들어진 불덩이들이 촉수의 대지에 끝도 없이 떨어지고 있다. 그리고 불덩이들의 낙하가 계속되는 도중에도 샤는 친절하게 기다리는 상대가 아니었다.
- 죽어라.
브텔론의 주변에 또 새로운 별들이 생겨나 다가오고 있다. 이번엔 샤의 힘을 지원받은 건지 별들의 숫자가 더 많아졌다.
츠즈즛….
이윽고 페인이 들고 있던 피와 살로 된 십자가는 새하얀 구체를 잃고, 형태까지 무너져서 도끼가 되고 말았다.
그때였다.
- ……으아아아아아아!!!
그때 샤가 처음으로, 진정한 의미에서 분노했다. 오로지 분노로만 이루어진 목소리를 낸 것이다.
「천사 새끼들 존나게 느리네 진짜!」
「샤는 내일 죽일 거냐?!」
상위 천사들의 대규모 마법진이 하늘을 몇 겹으로 뒤덮어, 대낮보다 밝은 빛으로 촉수의 대지를 밝힌 것이다.
샤아아아아…
이어서 영혼의 벽이 샤와 페인을 에워쌌다.
「몇 초만 늦었어도 다 끝장날 뻔했잖아…!」
브텔론의 별들은 상위 천사들이 힘을 합쳐 전개한 대규모 마법진을 뚫지 못했고, 영혼의 벽 바깥에 있던 썩은 촉수들 또한 샤에게 돌아가지 못했다.
“샤…….”
그때까지도 페인은 살아있었지만, 샤에게는 상처 하나도 입히지 못한 채였다.
그때까지도 샤는 살아있었지만, 페인을 죽이지 못하고 있었다.
“브텔론의 힘을 빌린 이유가 뭐냐?”
그래서 페인은 확신했다.
“…너도 보여줄 건 다 보여준 거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