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다차원의 강령술사-178화 (178/181)

35. 공허한 꿈 (3)

“…너도 보여줄 건 다 보여준 거냐?”

상위 천사들이 전개한 대규모 마법진이 여러 겹의 천장처럼 되었다. 또한 샤와 페인을 하나의 전장에 가둔 영혼의 벽이 하늘로 올라서 대규모 마법진의 가장 아래쪽을 뒤덮었다.

곧이어 브텔론의 별들이 떨어졌다. 충돌로 인해 터지는 강렬한 섬광과 굉음은 옅은 어둠으로 가려진 천장 너머에서 희미한 빛과 소음으로 바뀌었다.

- 페인…!

샤는 지옥불로 자신의 육체를 뒤덮었다. 그렇게 타오르고 있는 거대한 살덩이가 되어서 페인에게 돌진했다.

「피해!」

페인은 한쪽으로 뛰었다. 그가 서있던 자리에 떨어진 샤가 충격만으로 토사를 일으켰다. 파도처럼 일어난 토사를 뚫고서 썩은 촉수들이 페인에게 달려들었다. 그는 몇 개의 촉수를 도끼로 베어내고 몇 개의 촉수를 임계점의 초록색 빛줄기로 태워버렸지만, 썩은 촉수가 많아도 너무 많았다.

쓰걱…!

촉수 하나가 페인의 오른팔을 스쳐 지나갔다. 론의 갑각이 섞인 로브가 무력하게 찢어지고 팔꿈치의 살점이 물어뜯긴 것처럼 떨어져 나갔다.

- 괴사!

「또 저거야!」

페인은 도끼로 자신의 썩어가는 오른팔을 잘라버렸다. 그리고 오른팔의 붉은 절단면으로부터 두꺼운 혈관들을 촉수처럼 사출하여 샤의 썩은 촉수에 대항했다.

쩌겅쩌겅쩌겅!

공중에서 혈관과 촉수가 난타전을 벌이기 시작했다.

- 신체관통형!

‘교수척장분지형!’

쩌거거거걱!!!

일대의 대지에서 검은 광물로 된 창이 튀어나왔고, 동시에 혈관이 튀어나와서 그 창들을 묶어버렸다.

혈관에 묶인 창들이 더는 돌출하지 못하여 부르르 떨었다.

「네 말이 맞아! 아까 썼던 걸 또 쓰고 있어!」

페인은 혈관을 조종하여 수백 개의 창을 동시에 부러뜨렸다. 그리고 부러진 창을 혈관으로 붙잡아 샤에게 일제히 던져버렸다.

푸푸푸푹!

샤의 전면에 수백 개의 창이 꽂혔다.

「저 새끼, 보여줄 건 다 보여준 거야!」

- 으아아아아!

퍼어억!!

샤는 자기 몸에 꽂힌 창을 역으로 사출했다. 페인은 샤에게 등을 보이며 토사를 끌어올렸다. 그렇게 완성된 흙벽에 수십 개의 창이 꽂혔고, 네 개의 창이 흙벽을 뚫고서 페인의 등에 꽂혀버렸다.

하지만 페인은 등에 창이 꽂힌 채로도 뛰었다. 흙벽을 우회하여 샤에게 달려갔다. 그때 샤는 타오르는 몸뚱이를 두둥실 띄우고 있었다.

‘쏴!’

「임계점!」

페인이 뛰는 방향으로 수십 개의 강타하는 혈전이 생겨나 수십 개의 초록색 빛줄기를 사출했다. 그러자 샤는 또다시 자기 앞의 허공을 찢어서 무지개 빛깔의 공간을 드러냈다. 그 공간들이 임계점의 초록색 빛줄기를 받아내고는 사라졌다.

스으으…

샤는 그렇게 무지개로 된 공간들을 없애버린 후 시야를 확보했는데, 좀 전까지 정면으로 뛰어오던 페인이 그 자리에 없는 것이다. 대신 그가 있던 자리에는 지면으로부터 버섯처럼 자라난 피의 구체들이 여러 개의 눈알처럼 샤를 쳐다보고 있었다.

쩌어어엉!!!

다시 수십 개의 초록색 빛줄기가 샤를 덮쳤다.

- 끄아아아아!

샤는 초록색 빛줄기를 정면으로 받아냈다. 그러면서 자신의 몸을 두르고 있던 지옥불을 온 사방으로 터뜨렸다. 그것이 일대의 대지를 까맣게 태워버리고 초록색 빛줄기를 쏘아대던 강타하는 혈전들까지 끓여서 없애버렸다.

바로 그때, 까마귀의 날개를 단 페인이 샤의 머리 위에서 떨어지고 있었다. 그런 페인을 직접 보지 않아도 곧장 그의 존재감을 느낀 샤는 여섯 개의 눈알을 위로 향했다.

-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엄청난 살기를 머금은 여섯 개의 눈이 여섯 개의 붉은 빛줄기를 쏘아냈다. 그 빛줄기들이 살아있는 촉수처럼 기이하게 휘어지며 페인이 절대 피할 수 없는 각도를 만들어냈다.

촤아!

붉은 빛줄기가 페인의 몸에 닿기 직전, 그는 자신의 몸을 혈액으로 분해하여 샤의 머리 위에 쏟아지는 비가 되었다. 그렇게 몇 개의 핏방울이 빛줄기에 맞아서 사라지더라도 몇 개의 핏방울은 샤의 머리 위에 떨어져서, 페인의 피와 살을 만들어냈다.

그렇게 샤의 머리 위에 착지한 페인은 샤가 모르는 능력을 발동했다.

「목줄 9계!」

‘노예화(奴隸化)…!’

눈에 보이는 현상은 없었다. 하지만 그 순간에 샤는 엄청난 충동을 느끼게 되었다.

- 내가…. 네놈의 악귀가 된다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스스로 페인의 악귀가 되기를 선택한다면 더는 싸우지 않아도 될 것이다. 이렇게 피를 흘리면서 목숨을 걸고 싸우지 않아도 될 것이다. 물론 페인이 이기는 것보단 자신이 이길 가능성이 더 높다고 생각한다. 자신은 여전히 페인보다 강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페인은 언제나 강한 상대와 싸워왔다. 언제나 자신보다 강한 상대를 이겨냈고 강해졌다. 이번에도 그럴 수가 있다. 만에 하나라도 자신이 페인에게 죽임당하게 된다면 이제껏 꿈꿔왔던 것들은 모두 산산이 부서져서 소멸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느니, 그런 위험을 안고서 계속 싸우느니 차라리 지금이라도 그의 악귀가 되어서 타협하는 게 어떨까.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계속해서 핏빛세계의 머리로 군림할 수 있을 것이다. 페인이 천계를 설득한다면 용서받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죽으면 전부 끝이다. 내일을 도모할 수 없게 된다. 그러니까 차라리 지금이라도, 지금이라도 그가 내미는 손을 붙잡는다면…

- 아니야아아아아!!!

샤의 육체 일부를 이루고 있는 뱀들이 페인을 덮쳤다. 페인은 뱀들에게 물리기 직전에 샤의 머리 위에서 뛰어내렸다.

- 나는…! 유일신이 될 거란 말이다!!

뱀들은 지면에 착지한 페인에게 쇄도했다. 페인은 여러 차례 검기를 날려서 뱀들의 머리를 베어냈다. 그러자 머리가 잘린 뱀들이 저마다 두 개의 새로운 머리를 만들어내 다시금 페인에게 쇄도했다.

페인은 뱀들을 피해서 내달리다가 뱀들의 머리와 몸통 위까지 누비며 잽싸게 움직였다. 샤는 그를 어떻게든 잡아서 죽이고 싶은데도 그가 쉽게 잡혀주질 않는다. 잡초처럼 질기고 쥐새끼처럼 재빠르다. 간단히 밟아서 죽일 수 있는데 단 한 번을 밟혀주질 않는다. 쉽게 죽어주질 않는다. 그러는 와중에도 페인은 샤의 육체 일부를 베어낼 때마다 매혈을 발동하여 영력을 채우고 모기처럼 악을 뽑아가고 있다.

이러고 있다간 그가 또 무슨 주술을 개방하게 될지 모르는 일이다.

- 흐…!

그렇다.

샤는 페인이 두려워졌다.

- 어쩔 수 없구나…! 브텔론!

그때, 핏빛세계의 달이 꺼졌다.

달의 테두리로부터 퍼지던 붉은 광원이 꺼져가는 불꽃처럼 힘을 잃어가고 있다.

- 우리의 아버지시여…

- 너에게 줬던 힘마저 거두어야겠다!

- 우리의 피와 살… 모두… 아버지의 것…

- 전부 내놔라!

브텔론은 지옥의 하늘에 고정된 거대한 사체가 되고 말았다.

그리고 샤는 브텔론이 갖고 있던 파괴적인 악을 고스란히 흡수하였다. 이를 증명하듯 샤의 존재감은 이전보다 배로 커졌으며, 샤의 육체와 영혼에서 막대한 영력이 끓어올랐다.

그것은 페인의 예상을 벗어난 행동이었다.

“자기 아들을 죽였다고…?”

- 그게 놀랄 일인가?

샤는 불타는 바위들을 자기 주변에 만들어 페인에게 내던졌다. 페인은 바위들을 피해서 뛰다가 등을 때리는 충격파에 떠밀려서 지면을 몇 차례나 굴렀다. 그리고 그가 두 다리로 일어서기 전에 더 많은 바위들이 그를 덮쳤다.

거대한 폭발의 중심에서 페인은 제국의 결투장과 열폭풍을 연달아 발동했다. 견고한 철벽으로 바위의 충격을 받아내고 열폭풍의 뜨거운 폭발로 바위의 뜨거운 폭발을 상쇄하기 위한 대처였다.

그래도 페인은 만신창이가 되었다. 까맣게 타버린 땅 위에 으깨진 내장을 쏟아내고, 늘 들고 있던 도끼는 부러지고 말았다.

그때 샤는 거친 호흡을 몰아쉬고 있었으며, 쓰러진 페인은 호흡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었다.

- 마왕, 악신, 샤이탄, 사탄, 가르샤스, 천자마, 데빈, 디아블로, 마라, 흉. 그리고 샤!

샤는 썩은 촉수 한 가닥을 페인에게 보냈다.

- 전부 인간과 천사들이 멋대로 붙인 이름이지!

“….”

- 내 이름은 내가 정할 것이다!

- 내가 바로 유일신이다!

- 내가!!!

아까부터 샤의 악을 조금씩 흡수하고 있던 페인. 그는 희미해지는 의식 속에서 샤의 꿈을 엿보았다.

전 인류가 샤의 존재를 두려워하고, 혀가 있음에도 대화보다는 폭력을 쓰고, 광기와 공포에 사로잡혀 서로를 미워하고, 혐오와 차별에 중독되어 무한히 분노하는 망자들, 불경한 성서를 들고서 샤를 찬미하며, 미래를 개척하는 방법을 망각하고, 지배층과 피지배층 모두가 종말을 노래하며 허상뿐인 방주에 오를 자를 가려내고, 고통에 울부짖는 산 제물의 피와 심장을 바치고, 누가 죄인인지 서로 따지지만 사실은 모두가 죄인인 실재세계.

목줄과 수갑을 찬 채로 타락천사와 악마들의 지배를 받는 날개 떨어진 천사들, 거꾸로 뒤집힌 십자가에 묶여서 땅속에 머리를 처박은 세인트 여신의 시신, 하늘을 붉게 물들이는 달, 거대한 용의 날개로 가려진 태양, 그렇게 빛을 잃어버린 채 누구도 구원할 수 없게 된 천계.

그 모든 것들의 위에서 군림하는 절대적 존재. 유일신. 창조주. 천계와 실재세계의 지배는 물론이며 다차원의 인과율까지 자신의 맘대로 주무를 수 있는 악신.

바로 그런 존재가 되는 게 샤의 꿈이었다.

바로 그런 지옥들을 만드는 게 샤의 꿈이었다.

썩은 촉수 한 가닥이 뱀의 형상으로 변하여 페인의 목을 덥석 물었다.

페인의 몸속으로 죄라는 이름의 독이 퍼졌다. 그것이 손가락조차 움직이지 못하게 하고, 그가 다시는 일어설 수 없게 하였다.

- 네놈 때문에 잃은 것을…! 네놈으로 채워야겠다!

그때 하늘을 뒤덮고 있는 대규모 마법진과 영혼의 벽이 사라졌으며, 한 줄기의 빛이 페인의 눈에 보였다.

‘미안해.’

「괜찮아.」

페인은 악령을 죽이고 자살했다.

* * *

10명의 상위 천사들이 촉수의 대지로 들어왔다.

“아아아아아아아!!!”

샤는 지면에 추락한 채 기괴한 육체를 놀리며 날뛰고 있었다.

네이트는 녀석을 불렀다.

“샤….”

“이게 아니야아아아아아!!!”

샤의 옆에 쓰러진 시신이 보였다.

페인의 시신이었다.

“이게 아니야!! 이게 아니야아아아!!”

네이트는 가만히 침묵하며 샤에게 손을 뻗었다. 그러자 상위 천사들이 모두 샤에게 손을 뻗었다.

그때 어느 상위 천사가 네이트에게 말했다.

“영력의 대부분을 소진하고 이성까지 잃어버린 상태입니다. …계획대로입니다.”

“그가 죽는 건 계획에 없었어요.”

“저 상태라면 회개(悔改)가 통합니다. 샤가 자신의 과오를 뉘우치고 본래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면, 우두머리를 잃은 지옥의 악들이 폭주하는 것도 예방할 수 있을 겁니다.”

그때 네이트는 차가운 눈으로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그건 페인을 두 번 죽이는 행위에요.”

회개를 발동해도 되지만, 천사로서 그러는 편이 더 올바를 수 있겠지만, 샤가 바뀔 수 있다는 가능성이 보였지만.

만에 하나라도 훗날 샤에 의해 또 이런 싸움을 반복하게 된다면 이 순간을 미치도록 후회하게 될 것이다. 죽은 페인의 원망이 새로운 지옥을 만들어내게 될 것이다.

그래서 네이트는 죽은 페인을 보고, 내일을 내다보며 무자비를 명령할 수밖에 없다.

“…사형(死刑)을 발동하세요.”

“샤가 갖고 있던 악이 퍼진다면 훗날 또 다른 샤가 탄생할 수 있는 일입니다.”

“페인이 있어요.”

“저 존재는 이미….”

“사형을 발동하세요.”

“…예.”

이윽고 상위 천사들의 손끝으로부터 빛으로 된 밧줄이 뻗어가 샤를 묶었고, 빛으로 된 칼날이 샤의 거대한 육체를 난도질했으며, 난도질된 육체 속에서 드러난 샤의 심장까지 빛으로 태워버린 것이다.

샤는 새까만 가루가 되어 소멸했다.

샤가 갖고 있던 악이 허공에 퍼졌다.

“네이트 님. 그자는 어떻게 된 겁니까?”

네이트는 죽은 페인의 몸을 두 손으로 안아올렸다.

“죽어서도 샤를 죽이려고 했어요….”

“예?”

샤아아아아아!!

바로 그때, 죽은 샤로부터 퍼진 거대한 악이 페인의 조그만 시신 속으로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샤아아아아!

울부짖는 악이 샤의 원망을 나타내고 있었다. 그러나 페인의 시신으로부터 뻗어 나온 검은 손아귀가 그 악을 붙잡아서, 어딘가로 데려가려는 것처럼 끌어당기는 것이다.

“네이트 님, 이건….”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인과율의 균열 속에…. 샤의 악과 함께 떨어진 거예요.”

“설마 샤가 갖고 있던 악을 이 존재가 혼자서 거두고 있다는 말씀입니까?”

“네. 그는 모든 악을 짊어지고 죽기를 택한 거예요.”

이후 상위 천사들은 페인의 시신을 은빛 관에 담아서 다차원 거울 앞으로 가져왔다.

* * *

나는 죽었다.

완전하게 죽었다.

「페인….」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절대적인 칠흑의 세계다. 발에 밟히는 것이 없다. 내 육체가 없다. 그저 아무것도 없는 공허 속에 나라는 존재가 두둥실 떠있는 것만 같다.

샤가 인과율을 망가뜨린 이후로 수많은 차원에 수많은 세계가 생겨났다. 그 세계들이란 잿빛세계처럼 균열의 파편 같은 것이기도 하고, 리비카의 꿈처럼 누군가의 꿈이기도 하고, 누군가의 악몽이기도 하고, 누군가의 공격 수단이기도 했다.

그래서 내겐 두 가지 계획이 있었다.

하나는 내가 샤를 무찌르고 샤가 갖고 있던 악을 모조리 흡수하는 것. 그렇게 내가 핏빛세계의 머리가 되어서 천사들과 손을 잡아 모든 것을 고치는 것.

다른 하나는 내가 샤를 무찌르지 못했을 때, 내 안의 악령을 직접 죽이고 나까지 자살하는 것. 그렇게 막대한 업보를 쌓아 순간적으로 악을 끌어들이고, 죽은 육체로부터 나온 내 영혼이 샤의 악까지 최대한 끌어들여, 샤의 추악하고 거대한 꿈으로 된 세계에 떨어지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핏빛세계에 남은 상위 천사들이 얼마든지 샤를 해치울 수 있을 테니.

상위 천사들이 샤를 해치우고 퍼진 악이, 훗날 샤 같은 존재를 부활시키기엔 불충분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따라서 어느 쪽이든 승리할 수 있는 계획이었다. 그 두 가지 계획의 차이점은 내가 죽느냐, 사느냐뿐이다.

‘여기가 샤의 꿈인가…?’

「그 누구의 꿈도 아니야.」

샤의 꿈으로 들어오기를 노렸지만 실패했다.

하지만 샤가 갖고 있던 악을 거두는 건 성공했다.

‘샤가 이 세계의 존재를 알까?’

「알겠지.」

「그런데 이 세계, 쓰레기통 같아.」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건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 아니었다. 오히려 이곳이 새까맣게 보이는 이유는, 새까만 것이 이곳을 가득 채우고 있기 때문이었다.

「악으로 들어찬 세계야.」

아무 능력도 발동되질 않는다.

이제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어딘가로 갈 수도 없다. 영원히 이 세계에서, 육체도 없이 영혼만으로 존재하는 것밖에 할 수 없다.

나는 이 어두운 세계의 망자가 된 것이다.

‘마지막에 내 힘이 살짝 부족했어.’

「아깝긴 했지. 샤가 브텔론의 악까지 흡수하는 바람에 절대 못이길 상대가 됐는데, 반대로 브텔론이 죽은 덕분에 5분만 더 버텼으면 상위 천사들이 나타났을 테니까.」

‘미안해.’

「괜찮다니까.」

그나마 영원한 말동무라도 있어서 다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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