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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 임팩트-32화 (32/575)

[32] 디 임팩트 2권 7화

쿠구구구궁! 쩌억!

천장을 받치고 있던 돌기둥들이 금이 쩍쩍 갔고, 신전 주변에서는 거대한 물기둥들이 동굴 바닥을 뚫고 올라와 사람들을 휘감고는 그대로 동굴 천장까지 솟구쳤다.

“크아아악!”

물기둥에 휩싸여 천장에 부딪힌 사람들이 내지르는 비명이 여러 곳에서 동시에 울려 퍼졌다.

“피해!”

입구를 열려고 힘을 쓰던 일꾼과 용병 들은 솟구치는 물기둥을 피하며 신전 주변에서 도망가려 했지만 급격히 불어난 물이 가슴까지 차올라 수영을 하지 않고는 도저히 움직일 수가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콰아아앙!

엄청난 굉음과 함께 밑에서 분출된 물기둥이 수영을 하는 사람들의 몸을 종이처럼 날리는 모습에 도현은 할 말을 잃어버렸다.

‘엄청난 수압이야! 마치 화산처럼 지하수가 터져 나오고 있어!’

우우우우웅!

동굴의 진동은 더욱 거세졌고, 신전 주변은 칠흑같이 어두워졌다.

물기둥이 주변의 불이란 불은 모조리 삼켜 버린 것이다.

이 모든 게 숨 몇 번 쉴 동안 벌어진 일들이었다.

“억눌려 있던 지하의 거대 수맥이 동굴을 붕괴시키고 있어.”

굳은 얼굴로 말을 한 어베인은 짐브리오와 로나, 도현을 둘러봤다.

신전 주변에서 뿜어져 나오고 있는 물들이 해일처럼 일어나 그들에게 닥치기 일보 직전이었다.

“물에 대항하지 말고 그 물살에 몸을 내맡기게. 그 속도를 타고 최대한 동굴을 빨리 빠져나가야 돼. 그러지 않으면 붕괴될 동굴에 영원히 갇히게 될 거야.”

“나가서 보자고! 빌어먹을!”

“모두 조심해요!”

짐브리오와 로나가 크게 소리쳤고, 도현도 긴말을 할 처지가 아니어서 짤막하게 외쳤다.

“살아서 보죠!”

그의 말이 끝나는 순간 신전 쪽에서 밀려온 집채만 한 물결이 그들을 한순간에 집어삼켰다.

도현의 몸은 그 거대한 힘에 동굴 입구 쪽 방향으로 쭉 밀려났다.

수 미터 높이로 불어난 거대한 물줄기를 타고 흘러가던 도현은 동굴 벽에 부딪혀 몸이 박살 나지 않도록 극도로 긴장을 하며 물속에서 이리저리 몸을 비틀며 방향을 조절해 갔다.

쿠웅!

물속에 잠수한 채 떠내려 가던 도현의 옆으로 웅장한 돌기둥들이 차례로 무너져 내렸고, 그럴 때마다 도현은 폭탄이라도 맞은 사람처럼 큰 충격을 받으며 동굴 벽 쪽으로 밀려났다.

‘맞으면 끝장이야.’

온몸의 감각을 최고조로 끌어올린 그는 한 치 앞도 안 보이는 어두운 물속에서 필사적으로 몸을 움직였다.

쿠쿠쿠쿵! 쿵쿵!

‘동굴이 주저앉고 있다.’

물속에서도 느낄 수 있는 엄청난 진동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그리고 어느 순간 뒤에서 다시 한 번 해일과 같은 물의 폭풍이 물속에 있는 그를 덮쳤다.

의지와는 상관없이 그는 동굴 벽에 거칠게 등을 부딪혔다.

가죽 갑옷이 어느 정도의 충격은 흡수해 줬지만, 그 아픔은 고스란히 전해져 왔다.

등이 부서지는 듯한 고통을 참으며 그는 몸을 이리저리 움직여 다시 동굴 벽과 거리를 두었다.

그때 동굴 천장에서 떨어진 커다란 암석이 그의 다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크게 다치지는 않았지만 그의 긴장감은 최고조에 이르렀다. 동굴이 붕괴되고 있는 게 온몸으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더 빨리 나가야 돼.’

마음 같아서는 달려 나가고 싶었지만 현재로서는 수 미터 높이의 물살에 온몸을 맡기는 수밖에 없었다.

쿵쿵!

이제는 동굴 천장뿐만 아니라 벽도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조금만 더 가면 돼. 다 왔어!’

정신을 놓지 않고 집중력을 키우며 거대한 물줄기에 몸을 맡기고 떠내려 오던 그의 몸이 어느 순간 위로 붕 떴다. 평평했던 길고 긴 동굴이 끝이 나고 동굴 입구와 가까운 경사진 지역이 나온 것이다.

캄캄한 물속이었지만 도현은 본능적으로 경사진 지역임을 깨닫고는 속으로 환호성을 질렀다.

‘됐어!’

잠시 후 그는 동굴 주변에 있는 여러 천막들을 한꺼번에 휩쓸어 버리는 성난 물줄기에 섞여서 동굴 밖으로 내동댕이쳐졌다.

물에 휩쓸린 천막에 깔려 있던 그는 참았던 숨을 크게 들이마시며 천막들의 잔해를 몸 위에서 제거했다.

온몸이 아프지 않은 곳이 없었다.

‘정말 위험했어.’

비틀거리며 일어선 그는 주변을 살폈다.

바닥에서 몸을 일으키는 어베인이 보였다. 하지만 같이 물에 휩쓸린 짐브리오와 로나는 보이지 않았다.

‘빠져나오지 못한 건가?’

그의 표정이 무거워질 때 근처 천막이 들썩이며 안에서 짐브리오와 로나가 기어 나왔다.

“에이, 빌어먹을! 물만 배 터지게 먹었네.”

“이게 다 당신 때문이라고요. 욕심만 많아서는.”

죽다 살아난 그녀는 힘없이 천막에서 빠져나오다가 도현을 발견하고는 손을 흔들었다.

“우리 다시 만났네요. 다행이에요.”

“그러게요.”

일행 모두가 무사한 것이다.

하지만 물에 떠밀려 온 죽은 시체들도 상당했다. 그중에는 신전의 입구를 열라고 닦달하던 거상이 보낸 감독관도 있었다.

‘살아난 사람은 우리밖에 없나 보군.’

도현이 수십여 명의 일꾼들과 용병들을 생각하며 동굴 쪽에 시선을 두는 순간 동굴이 있는 골짜기 전체가 무너지기 시작했다.

콰콰쾅! 꽝쾅!

밝아 오는 새벽하늘 전체가 골짜기에서 뿜어져 나오는 자욱한 흙먼지로 인해 뿌옇게 보였다.

온몸이 젖은 상태에서 흙먼지를 뒤집어쓴 도현은, 지친 얼굴로 모여 있는 일행에게 다가가다가 바닥에 보이는 물건에 눈을 반짝였다.

한쪽 무릎을 꿇고 앉은 그는 천천히 흙먼지에 덮인 물건을 손에 들었다.

흙먼지를 제거하자 붉은빛을 띤 작은 보석이 나타났다.

“젠장, 이게 전부인가 보군.”

도현이 루비를 발견하자 혹시 모른다며 주변을 샅샅이 훑던 짐브리오는 몇 개 안 되는 작은 루비에 만족해야만 했다.

신전을 덮친 물살에 휘말린 보물의 일부로 추정됐지만, 그 가치는 그리 높지 않았기에 실망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대장, 다시 들어가기는 어렵겠지요?”

흔적조차 없이 사라진 동굴의 입구를 보며 짐브리오가 아쉬운 눈빛으로 물었다.

“그만 가지.”

어베인은 몸을 돌렸다.

빈손으로 내려가는 어베인이나 짐브리오, 로나의 발걸음은 도현이 생각했던 것보다 무겁지 않았다.

그들은 동굴에서 뼈를 묻지 않고 나온 것에 감사하며 이번엔 어디를 가야 할지 두런두런 대화를 나누기까지 했다.

붕괴된 동굴의 신전 일을 제일 아쉬워하던 짐브리오는 특히 유쾌하게 웃으며 떠들기까지 했다.

‘하여간 대단한 사람들이야. 도둑이라고 해서 다 이 사람들 같지는 않을 텐데.’

도현은 산을 거의 다 내려와서 뒤를 돌아다봤다.

많은 사람들을 삼킨 동굴이 저 안 어딘가에 있었다.

‘어떻게 봤다 하면 떼죽음인 건지.’

어베인을 처음 만날 때는 수백 명의 병사들이 독에 중독돼 죽었고, 이번엔 신전을 발굴하던 일꾼들과 용병들이 몰살했다.

평생 볼 죽음을 이계에 와서 다 보는 기분이었다.

그는 왼팔에 새겨진 타투를 내려다봤다.

산을 내려오는 도중 머리가 두 개 달린 도마뱀처럼 생긴 몬스터를 잡았더니 또다시 내공이 조금 불어났다.

‘만화책에 나오는 영물도 아니고.’

도현은 고개를 들어 앞서 가는 어베인 일행을 바라봤다.

차원 이동과 도둑이라고 간단히 치부할 수 없는 어베인, 짐브리오, 로나와의 만남, 그리고 내공을 키워 주는 몬스터의 존재까지.

아버지가 살아 있었다면 아마도 그의 이야기를 매우 놀라워하며 즐겁게 들어 줬을 것이다.

호뮬리스 산을 내려온 그들은 며칠 뒤 대영주 힉스의 거대 성곽 도시 빌모르로 돌아왔다.

“받게, 자네 몫이네.”

어베인은 금화가 여러 개 든 돈주머니를 도현에게 건넸다.

동굴 주변에서 주은 작은 루비를 판 돈이었다.

잠시 망설이던 도현은 천천히 그의 손에서 돈주머니를 받았다.

“검을 수련한다고 했지? 그래, 이제 어디로 갈 건가?”

술을 따라 도현에게 건네며 어베인이 물었다.

“몬스터를 잡으러 간다네요.”

여관방 안에 함께 있던 로나가 어깨를 으쓱하며 도현 대신 대답을 했다.

“몬스터는 왜?”

어베인이 의아한 눈빛으로 바라보자 도현은 술을 한 모금하며 말했다.

“수련에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도움이 안 되는 건 아니겠지만, 자네 정도의 실력이면 일반 몬스터로는 수련에 도움이 안 될 텐데.”

“그래서 강한 몬스터들이 나오는 곳을 찾아가려고 합니다.”

“진짜 강한 몬스터를 보기나 하고 그런 말을 하는 건지 모르겠군.”

옆에 있던 짐브리오가 술잔의 술을 비우며 도현을 쳐다봤다.

“괜한 고생하지 말고 우리와 함께 계속 다니자고. 도둑이 도둑질에 집중해야지, 웬 검이야?”

“그만해요. 이유가 있겠죠.”

로나가 짐브리오의 말을 막았다.

“네가 서운해하는 것 같으니까 그러지. 너 이 자식이랑 죽이 맞아서 계속 붙어 다녔잖아. 안 그래?”

“안 그렇거든요? 당신이야말로 이 사람이 가 버리면 심심해서 못 견딜 것 같으니까 그러는 거잖아요. 어디에다 핑계를.”

“그만.”

어베인이 손을 들었다.

“갈 사람은 가면 그뿐이야. 왜 그렇게들 시끄럽게 하는 거야.”

낮지만 힘 있는 말로 짐브리오와 로나의 입을 막은 그는 도현에게 다시 시선을 두었다.

“굳이 강해지는 수련 상대로 몬스터를 선택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뜻이 분명해 보이니 잘해 보게.”

“감사합니다.”

도현은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쳇, 같이 다니면 내가 도둑질할 때 요긴한 몇 가지 기술을 가르쳐 줄까 했는데.”

짐브리오는 도현의 빈 잔에 술을 따라 주며 말을 이었다.

“나 같으면 이왕 몬스터를 잡을 거 돈도 벌면서 하겠다. 주머니도 두둑해지고. 안 그렇습니까, 대장?”

“흐음, 틀린 말은 아니지.”

“맞아요. 나도 그 얘기를 하려고 했는데.”

로나도 나서서 한마디 거들었다.

“돈을 받으면서 몬스터를 잡아요? 어떤 식으로 말입니까?”

도현이 의아한 눈빛으로 물었다.

“어떤 식이긴? 당연한 걸 묻는군. 용병이 돼서 몬스터 토벌을 하는 영주의 돈을 야금야금 집어먹는 방법이지.”

헬스콧

“이 빌어먹을 용병 새끼들! 다 죽여 버리겠어!”

폐허가 된 광산 일대를 보며 젊은 영주 컬라드는 말 위에서 분통을 터트렸다.

큰돈을 주고 고용한 용병들이 제 역할도 못 하고 인근 산에서 내려온 몬스터들에게 밀려 광산을 버리고 후퇴를 한 것이다.

밤새 타다 재만 남은 수십 채의 건물은 광산에서 일을 하는 인부 수백 명이 머물던 공간과 그들을 위한 상점들이었다.

말이 광산이지 정확히는 광산을 안에 품은 작은 마을이었고, 그 마을이 전날 밤에 침입한 몬스터들에 의해 폐허처럼 변한 것이다.

죽은 시체들을 수습하는 병사들을 말 위에서 지켜보던 그는 어깨 뒤로 손을 흔들었다.

흑마를 타고 있던 중년인이 말을 몰아 조용히 그의 곁으로 다가와 머리를 조금 숙였다.

“네, 영주님.”

“도망간 용병 자식들 지금 어디쯤에 있어?”

“벌써 종적을 감췄습니다.”

“으으.”

뒷머리를 잡은 영주 컬라드는 분을 참지 못하고 허공에 소리를 질렀다.

“이 개 같은 토와슨!”

금화를 900개나 주고 고용한 토와슨 용병대 100명이 돈만 먹고 튄 것이다.

질이 별로 안 좋은 용병대라는 말이 떠돌았지만 요 근래 몬스터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아서 급하게 계약을 맺었는데, 악수를 둔 것이다.

“도대체 되는 일이 없어!”

급사한 아버지를 이어 2년 전부터 영주가 됐지만 그의 앞에는 힘든 상황이 연속해서 닥쳤다.

영주가 아니라 약탈자와 같은 악랄한 영주 커딜이 보낸 수백 명의 병사들이 그의 영지에 들어와 개척 중인 마을을 불태우며 재물을 약탈해 가기도 했고, 사촌 동생이 반역을 하려고 잠자던 그의 침실에 암살자들을 보내기도 했다.

그리고 이제는 아버지가 힘들게 몬스터들을 몰아내며 세운 광산 마을이 불타 버린 것이다.

“광산을 재건하려면 얼마나 걸리지?”

흥분을 가라앉히며 묻는 영주의 질문에 염소수염이 난 중년의 관리가 머뭇거리며 대답했다.

“인부들이야 다시 모으고 건물도 지으면 그만이지만, 몬스터들을 처리하지 않고는 또다시 이런 일이 반복될 뿐입니다.”

“몬스터가 문제라는 거지, 몬스터가.”

컬라드는 이를 갈며 오른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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