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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 임팩트-33화 (33/575)

[33] 디 임팩트 2권 8화

저 멀리 길게 좌우로 뻗은 거대한 산들이 구름을 뚫을 듯 솟아 있었다.

“몬스터 토벌을 한다.”

“엄청난 비용이 들 겁니다. 차라리 이 광산을 포기하시는 게…….”

“질 좋은 철광석이 많이 나는 곳이야. 아버지가 공을 많이 들이기도 하셨고. 비용은 차후 광산에서 뽑아내면 돼.”

“하지만 몬스터 토벌이 실패할 경우도 고려하셔야 합니다, 영주님.”

“실패는 없다. 그 개 같은 토와슨 용병대를 제외하고 용병들을 몽땅 불러들여!”

도현은 홀로 숙소를 나섰다.

전날 늦게까지 이별주를 마시던 어베인과 짐브리오, 로나는 여관 주인이 다가와 귓속말로 뭔가를 속삭이자 안색이 변해 밤늦게 짐을 챙겨 빌모르를 급히 떠났다. 영주 커딜과 이안의 병사들에게 독을 사용한 꼬리가 잡혀 추적대가 형성됐고, 그들이 빌모르에 들어왔다는 소식을 여관 주인의 입을 통해 전해 들은 것이다.

실력이 범상치 않은 어베인과 짐브리오가 살짝 긴장을 한 것을 보면 두 영주가 연합해 보낸 추적대의 면면이 보통이 아닌 것 같았다.

‘언제 또 볼 수 있을지 모르겠군.’

도현은 이계에서 맺은 첫 인연을 그렇게 떠나보내며 빌모르 북서쪽에 위치한 용병들의 거리로 향했다.

그곳은 용병들을 위한 상점과 술집 들이 많았고, 정보들이 많이 오갔다.

도현은 그곳에서 짐브리오가 언급한 몬스터 토벌대에 대해 자세히 알아본 후, 몬스터의 목에 큰 현상금을 걸고 용병들을 모집하고 있는 컬라드의 영지로 향했다.

숲에 있는 샘에서 물을 마시던 멧돼지는 이상한 기척에 잔뜩 긴장하며 주위를 둘러봤다.

언제라도 도망갈 준비를 하던 멧돼지는 뭔가 툭 떨어지는 소리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반대편 방향으로 머리를 돌리고 달리기 시작했다. 숲에는 그를 위협하는 포식자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멧돼지가 수풀로 뛰어든 순간, 수풀 뒤에 등을 대고 누워 있던 도현의 검이 번개처럼 멧돼지의 목을 베고 지나갔다.

단번에 고통 없이 멧돼지를 죽인 도현은 얼굴에 튄 피를 닦아 내며 일어섰다.

인간의 냄새를 잘 맡는 녀석의 후각을 마비시키기 위해 도현은 어베인이 알려 준 풀을 으깨어 몸에 바른 다음, 반대편에 돌을 던져 그가 기다리고 있는 수풀 속으로 녀석을 유인한 것이다.

도현은 샘 옆에서 멧돼지를 손질하고 먹을 만큼만 잘라 모닥불 위에 올려놨다.

빌모르를 떠날 때 준비한 소금을 뿌리자 그것만으로도 훌륭한 저녁 식사가 되었다.

“내일은 벗어날 수 있겠지?”

여의도 면적의 수십 배에 달할 것 같은 긴 숲을 들어온 건 어제 낮이었는데, 아직 숲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그는 모닥불을 빛 삼아, 가방에서 둘둘 말린 양피지를 꺼냈다.

빌모르에서 산 몬스터 관련 양피지였다.

안에는 각종 몬스터 정보가 간단한 그림과 함께 설명되어 있었다. 오래전부터 몬스터들과 싸우며 영토를 확장해 온 이들에게는 자연히 쌓일 수밖에 없는 정보였다.

앞으로 만나게 될 몬스터들에 대한 정보를 머릿속에 집어넣은 그는 양피지를 말아서 다시 가방에 넣었다.

‘크람빌 네 마리에 금화 한 개. 크루 네 마리에 금화 두 개. 가우너 한 마리에 금화 세 개. 험벨은 금화 30개. 슈빅타이런은 금화 1,000개.’

도현이 머릿속에서 계산을 하는 것은 영주 컬라드가 내세운 몬스터 토벌 보상금이었다.

도현은 원래 검술을 수련하며 실전을 쌓고 내공을 늘릴 수 있는 방편으로 몬스터 사냥을 계획했지만, 하기에 따라 이것이 큰 돈벌이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그는 돈주머니에서 어베인으로부터 받은 금화 한 개를 꺼내 모닥불에 비춰 봤다.

500원 주화보다 크기가 훨씬 큰 금화는 별다른 문양 없이 둥글고 묵직했다.

집에 있는 기념주화의 무게를 고려해 볼 때 이 금화는 그것의 2배 가까이는 되는 것 같았다.

순금에 가깝다면 이 금화의 가치는 현실에서 상당할 것이다.

‘어쩌면 도장 건물을 내가 살 수 있을지도…….’

몬스터를 사냥해야 하는 강력한 동기가 하나 더 추가됐다.

폐허가 된 컬라드의 광산 마을은 몰려든 용병들로 인해 인산인해였다.

위험하지만 몬스터 현상금이 너무 매력적이었다.

“두 배나 주다니, 영주가 미친 게 아닌가 몰라?”

“뭔 상관이야. 우린 돈만 벌면 그만이지, 흐흐.”

“하긴 그렇지.”

몬스터 토벌대 용병으로 등록을 하려고 길게 줄 서 있는 사람들 틈 사이에 껴 있던 도현은 자신의 차례가 오자 커다란 천막 안으로 들어갔다.

안에는 말끔한 복장을 한 관리가 책상 뒤에 앉아 문서를 작성하고 있었다.

“이름은?”

“백도현입니다.”

“특이한 이름이군. 몬스터 토벌대 경력은 있소?”

도현은 잠시 망설이다 대답을 했다.

“경력은 없지만, 몬스터를 사냥한 경험은 있습니다.”

“헬스콧은 무서운 몬스터들이 득실대는 곳이오. 실력 없는 용병은 목숨만 버릴 뿐이지.”

도현을 돈 욕심에 온 풋내기 용병으로 짐작한 중년의 관리는 거만한 자세로 턱을 매만지며 도현을 지그시 바라봤다.

“그래도 토벌대가 되어 몬스터를 사냥하고 싶소?”

도현이 고개를 끄덕이자, 관리는 가까이 오라는 손짓을 했다.

“이번 토벌은 영주님께서 아주 중시하는 일이오. 그래서 아무 용병이나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말이지. 명성 있는 용병대에 가입해 다시 오거나, 아니면 내게 약간의 성의를 보이시오.”

“성의?”

“답답한 사람이군.”

관리가 미간을 찌푸리며 책상 한쪽에 수북이 쌓여 있는 은화를 가리켰다.

그제야 도현은 그가 무엇을 원하는지 깨달았다.

“다른 곳보다 무려 2배나 되는 현상금을 주는 곳이오. 알아서 잘 판단하시오.”

관리의 은근한 말에 도현은 쓴웃음을 지으며 주머니에서 은화 몇 개를 꺼냈다.

이런 일에 뇌물을 요구하는 자가 있다는 게 놀라울 따름이었다.

돈을 받아 챙긴 관리는 일사천리로 헬스콧 몬스터 토벌대 용병으로 도현을 등록시켜 줬다.

“몬스터 많이 잡고, 돈 많이 버시오.”

“아주 많이 벌어 가겠습니다.”

도현은 진지하게 대답했지만 받아들이는 관리는 속으로 코웃음을 쳤다.

‘하루나 버틸까 모르겠다, 이놈아.’

영주가 두 배나 되는 현상금을 건 이유는 그만큼 위험했기 때문이다.

“다음 사람!”

용병들이 모이자 이들을 상대로 장사하는 떠돌이 술집과 잡화상, 무기 상점 등이 금세 모여들었다. 몬스터 토벌전이 벌어지는 장소엔 돈이 흘러넘치기 때문이다.

“호호호! 그래서 몇 마리나 잡았어요?”

“동료들과 함께 가우너를 두 마리나 잡았지. 크람빌도 여러 마리 잡고.”

“그럼 오늘 돈 좀 쓰셔도 되겠어요? 호호호.”

“그럴까? 크하하하!”

천막으로 된 술집 곳곳에서는 술을 마시고 떠드는 용병들과 여자들을 쉽게 목격할 수 있었다.

도현은 용병 도시처럼 변한 광산 마을을 잠시 둘러보다가 마차에 무기와 방패, 갑옷 등을 진열해 놓고 파는 무기 상인에게 다가갔다.

“어서 오시오. 어떤 물건을 찾으시오?”

배가 나온 건장한 체격의 노인이 도현의 위아래를 살피며 물었다.

“한쪽으로 날이 선 외날 검이 있습니까?”

어베인이 선물한 양날 검도 좋은 검이긴 했지만, 호검술에는 외날 검이 더 적절했다.

“잠시만 기다려 보시오.”

무기 상인은 마차 안으로 들어가 몇 자루 검을 가지고 나왔다.

“골라 보시오.”

바닥에 검을 늘어놓은 상인은 밤이라 혹시 검이 잘 보이지 않을까 봐 옆에 있던 횃불을 가까이 댔다.

“볼품은 없어도 날이 잘 서고 튼튼한 놈들이오.”

“그래 보이는군요.”

장식 없는 칼 손잡이와 칼집이었지만 안에 들어 있는 검신은 매끄럽게 잘 뻗어 있었다.

그중 검신 폭이 적절하고 무게중심이 잘 잡혀 있는 검을 들어서 몇 번 휘둘러 본 도현은 만족스러운 얼굴로 무기 상인을 봤다.

“이걸로 하겠습니다.”

“보는 눈이 있군.”

칼을 산 도현은 가지고 있던 양날 검을 보여 줬다.

“혹시 이걸 사실 생각이 있습니까?”

“가격만 맞으면 안 살 이유가 없지.”

광산 마을에서 몬스터 토벌이 이뤄지는 헬스콧 산까지는 걸어서 한 시간 거리로, 그 사이를 중무장한 기병대 수십여 명이 말을 타며 감시를 하고 있었다.

그들의 목적은 헬스콧 산에서 내려온 몬스터들이 광산 마을을 지나쳐 주변 일대로 퍼져 가는 것을 사전에 감지하고 보고 하는 것이었다.

헬스콧의 몬스터들이 산을 내려와 광산 마을을 폐허로 만들자 영주인 컬라드가 부족한 병력을 쪼개어 내린 지시였다.

오전에 광산 마을을 나온 도현은 순찰을 도는 기병대들을 지나쳐 전면에 보이는 헬스콧 산을 바라봤다.

산 정상이 얼마나 높은지 구름에 가려 잘 보이지도 않았고, 크기도 거대했다.

산세를 이루는 작은 산까지 포함하면 몬스터 토벌대가 사냥해야 할 면적은 상상 이상이 될 것 같았다.

도현은 하늘이 보이지 않을 만큼 울창한 나무들이 가득한 헬스콧을 향해 묵묵히 걸어 올라갔다.

도현이 광산 마을에 도착하기 여러 날 전부터 이미 토벌이 시작돼서 그런지 산 초입 부근에서는 몬스터를 발견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조금 더 들어가자 여기저기서 몬스터와 싸우는 많은 용병들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그들이 상대하는 몬스터들은 헬스콧에 존재하는 여러 몬스터들 중에서도 하위급에 속하는 크람빌과 크루였다.

크루는 도현도 호뮬리스 산에서 몇 차례 상대한 적이 있는 거대 늑대를 말했고, 크람빌은 난쟁이처럼 키가 작지만 칼날처럼 손톱이 여러 개 튀어나오고 주둥이가 길게 발달한 두 발로 뛰어다니는 몬스터였다.

“뒈져라!”

커다란 도끼로 크람빌의 허리를 두 동강 낸 용병이 히죽 웃으며 칼을 꺼내 죽은 크람빌의 엄지발가락을 잘라 냈다.

가지고 돌아가서 보상을 받을 때 제시할 증거였다.

‘정말 몬스터가 많은데? 호뮬리스 산과는 아예 차원이 달라.’

도현은 곳곳에서 벌어지는 토벌 장면을 둘러보다가 인근 수풀에서 튀어나오는 크람빌의 기습 공격을 받았다.

번쩍.

도현의 허리 어름까지 튀어 오르던 녀석의 목이 몸체와 분리돼 공중으로 붕 떠오르다가 밑으로 뚝 떨어졌다.

전광석화 같은 빠르기로 크람빌의 목을 잘라 버린 도현은 타투를 통해 스며들어 오는 몬스터의 기운을 잠시 느끼다가 천천히 허리를 숙여 죽은 크람빌의 엄지발가락을 잘라 냈다.

잔인한 행동이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가방에 발톱이 튀어나온 몬스터의 발가락을 넣은 그는 길게 심호흡을 하며 완만하게 경사가 진 산 위로 계속 올라갔다.

일부러 용병들이 모여 있는 곳을 피해 한동안 오르던 도현은 저만치 떨어져 있는 바위 뒤에서 검은 물체가 쏜살처럼 달려 나오자 걸음을 멈췄다.

송곳니가 길게 뻗어 나온 입 주변으로 걸쭉한 침을 흘리며 사람처럼 두 발로 뛰어오는 검은 물체는 곰과 어딘지 닮은 구석이 있었는데, 신장은 2미터 50이 넘어 보였고 덩치도 좋았다.

하지만 거대한 덩치와 키에 비해 양팔이 비정상적으로 짧아서 조금은 우스꽝스럽기도 했다.

“가우너?”

도현은 몬스터 양피지에서 본 정보를 떠올리며 녀석의 손에 들린 무기를 응시했다.

털북숭이 손에는 몬스터 토벌대가 죽으며 남긴 창이 들려 있었다.

추수할 때 쓰는 낫처럼 안으로 구부러진 창날의 길이는 검처럼 길쭉했고, 창대의 길이도 무척 길어서 보기에도 무척 위압감을 주는 무기였다.

정보에 따르면 가우너는 큰 신장과 약간의 지능을 가진 교활한 몬스터다. 다른 몬스터들처럼 사람을 공격하는 습성을 지녔지만 불리할 때는 도망칠 줄도 알고 도구를 사용하는 몬스터로, 상대하기 까다롭다고 적혀 있었다.

그런 이유로 인해서 녀석의 현상금은 금화 세 개나 됐다.

크르르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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