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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 임팩트-50화 (50/575)

[50] 디 임팩트 2권 25화

“누구세요?”

인터폰으로 묻는 그녀에게 남자가 대답을 했다.

“홍영 씨 맞으십니까?”

“네.”

“안녕하십니까, 고객님. 차량 인도하러 왔습니다.”

“네에?”

어리둥절해진 그녀는 문을 열고 나갔다.

남자는 사전에 받은 사진 속 인물과 홍영이 일치하자 정중하게 허리를 숙이며 자신을 소개했다.

“안녕하십니까, BMW 강남 대리점의 서윤환이라고 합니다. 고객님께 차를 인도하러 왔습니다.”

“제게요?”

“네. 지하 주차장에 차가 대기 중입니다. 제가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잠시만요. 뭔가 착오가 있었던 것 같아요. 저는 차를 산 일이 없어요.”

당황한 홍영을 보며 사내는 부드럽게 설명했다.

“놀라실 필요 없습니다. 이 차는 고객님의 친구분께서 구입해 보내신 겁니다. 저를 따라오시죠.”

사내는 고급 외제 승용차를 여자 친구에게 선물로 주는 사람들을 여러 번 상대해 왔기 때문에 능숙한 행동으로 홍영을 결국 지하 주차장으로 데리고 갔다.

“여기 이 차입니다.”

사내는 신형 BMW 옆에 서서, 눈을 크게 뜨고 놀라고 있는 홍영에게 차에 대한 간략한 설명을 마친 뒤 홍영에게 차 키를 건네주려고 했다.

하지만 홍영은 손을 저으며 받지 않으려 했다.

“누가 보낸 거죠?”

그녀의 물음에 사내는 기다렸다는 듯 서류 가방에서 엽서 크기의 카드를 꺼냈다.

“읽어 보십시오. 보내신 분이 제게 주신 겁니다.”

“도대체 누가?”

홍영은 카드를 열어 안을 서둘러 확인했다.

그녀가 한국에서 소형 중고차를 구입하려고 계획을 세우기는 했다. 국제 면허증도 다 준비해 왔고.

하지만 이렇게 비싼 고가의 차를 마음에 둔 적은 없었고, 누구로부터 받기를 원한 적도 없었다.

“지사장님?”

카드를 보낸 사람의 이름을 확인한 순간 그녀는 깜짝 놀라며 카드에 적힌 내용을 확인했다.

상해 지사와는 다른 업무가 한국에서 시작될 겁니다. 다소 힘들 수도 있겠지만, 상해 지사 시절처럼 내 옆에서 든든히 도와줬으면 합니다. 차는 앞으로 더 열심히 해 달라는 의미로 보내는 선물입니다. 부담 갖지 않았으면 합니다.

그녀는 카드를 접어 손에 쥐고 전 상해 지사장 김탁훈이 보낸 새 차를 쳐다봤다.

열심히 해 달라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도 있지만, 그러기에는 너무 고가였다. 마음이 편치 않은 선물이었다.

아무리 회사 사장의 아들이라고는 하지만 선물로 이런 고가의 새 차를 아무에게나 주지는 않을 것이다.

직장 상사로서 그를 모셔야 하는 홍영으로서는 정말 부담이 되는 상황이었다.

“고객님, 여기 차 키입니다. 그리고 서류에 서명을 해 주시면…….”

“죄송합니다. 저는 받을 수 없어요.”

“예?”

“정말 죄송합니다.”

홍영은 BMW 대리점 직원에게 가볍게 고개를 숙인 후, 몸을 돌려 지하 주차장으로 연결된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오피스텔로 돌아온 그녀는 앞으로 혼자 살아야 할 새로운 공간이 문득 두려워졌다.

“괜찮을 거야. 다 잘될 거야.”

그녀는 부모님과 함께 찍은 사진을 책상 위에 올려놓고 잠시 바라보다가 도현에게 전화를 걸었다.

한참 만에 받은 그의 목소리에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저 한국에 왔어요. 오피스텔에 짐도 풀었고요. 내일 시간 되면 용주 씨하고 오세요. 같이 저녁 먹어요. 여기가 어디냐면요…….”

“도현아, 건물 사면 차 먼저 바꾸자.”

도현의 아버지 때부터 굴러다니던 오래된 연식의 차를 보며 용주가 말했다.

빚 때문에 2년 전 차를 팔고 걸어 다니던 용주는 일이 있을 때마다 도현의 차를 타고 다니고는 있지만 오래된 스틱 차는 그의 취향이 아니었다.

“아직 멀쩡한데?”

도현이 차 시동을 걸며 말했다.

“네가 좋은 차를 안 타 봐서 그런 말을 하는구나. 이건 멀쩡한 게 아니야. 그냥 굴러가는 거지.”

친구의 독설에 도현은 피식 웃으며 운전을 했다.

홍영의 저녁 초대를 받고 가던 그들은 중간에 실내 공기 정화에 좋다는 식물 화분을 샀다.

화분이 제법 커서 용주는 뒷좌석에서 화분을 고정시키며 가야만 했다.

“그런데 왜 전화가 안 오지?”

용주가 다혜 얘기를 꺼내자 도현은 담담히 대꾸했다.

“오겠지.”

“약속한 일주일은 어제잖아. 오늘 정도 전화가 와야 하는데.”

말을 하는 용주의 얼굴엔 긴장감이 서려 있었다. 도현이 지난 일주일간 잠을 줄이며 극도로 수련에 집중하는 모습을 봤을 때 다혜의 사부란 존재가 결코 만만치 않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기 때문이다.

“타투만 사라지지 않았으면 몬스터 기운을 왕창 흡수해서 내공 지존이 되는 건데. 젠장, 그랬으면 누가 널 이기겠냐?”

친구의 아쉬움 섞인 말에 도현도 솔직히 일정 부분 공감이 됐다.

이계에 가기 전 내공이 1이라고 한다면, 몬스터 사냥을 통해 향상된 현재 그의 내공은 30 정도 됐다.

엄청난 차이였다.

아마 용주 말대로 이계를 꾸준히 오갔다면 그의 내공은 지금과도 또 다른 수준에 도달했을 것이다.

‘이계를 다시 가려면 스톤이 필요한데, 설령 스톤을 구했다 하더라도 내가 원하던 똑같은 그 차원의 세계로 갈 수 있을까?’

용주가 스톤을 찾으러 가겠다고 말할 때마다 친구가 걱정돼 극구 말렸지만, 사실 도현은 마음 한편에 자신이 직접 나서서 스톤을 적극적으로 찾아봐야 하는 건 아닐까 늘 고민을 안고 있었다.

검의 경지와 내공의 수준이 함께 올라가면 좋겠지만 아직까지는 둘 다 따로 따로 움직이기 때문에 타투가 사라진 이후, 검은 조금씩 성장해 가고 있어도 내공은 제자리걸음이었다.

아버지가 지리산 도인에게 술을 주고 배웠다는 단전호흡법은 20년의 축기 과정을 거쳐 그의 단전에 기적적으로 내공의 씨앗을 만들어 주었지만, 아쉽게도 그게 끝이었다.

그가 배운 단전호흡법으로는 내공을 키우는 게 한계가 있었다.

‘태선군이나 다혜는 어떤 방식으로 내공을 키우고 있을까?’

그가 배운 단전호흡법이 아닌 내공심법이 따로 존재할 것 같았다.

만약 이계를 더 이상 갈 수 없다면 그도 내공을 꾸준히 성장시켜 줄 그런 내공심법이 필요했다.

어디서 어떻게 구해야 될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안녕하세요, 홍영 씨?”

용주의 인사에 홍영은 방긋 웃으며 문가에서 비켜섰다.

“어서 와요.”

“냄새 죽이네요.”

용주는 홍영이 손수 준비한 음식 냄새에 코를 벌름거리며  먼저 안으로 들어갔다.

이번이 두 번째 만남이었지만 그는 10년은 만난 친구처럼 홍영을 스스럼없이 대했다.

뒤에 남은 도현은 화분을 현관 쪽에 내려놓았다.

“실내 공기를 정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해서 사 왔어요.”

“그래요? 이런 건 도현 씨 도장에 더 필요할 것 같은데요?”

“그럼 다시 가지고 갈까요?”

도현의 농담에 홍영은 작게 웃으며 식물의 길쭉한 잎을 손으로 만졌다.

“고마워요. 잘 키울게요.”

식사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식탁에 차려진 접시가 금방 비워졌다.

“홍영 씨 요리 솜씨가 장난 아닌데요?”

용주가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칭찬을 하자 홍영은 기분 좋은 듯 미소를 지었다.

“도현 씨는 어때요?”

“맛있어요.”

“그래요?”

홍영은 두 사람이 요리를 맛있게 먹는 모습에 행복한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나 빈 접시에 다시 요리를 담아 왔다.

그때 도현의 휴대폰이 진동했다.

“전화 좀 받고 올게요.”

도현은 식탁 의자에서 일어나 현관문 쪽으로 걸어갔다.

느낌이 다혜에게 온 전화였고, 아니나 다를까 그녀의 전화가 맞았다.

-백 관장님, 우리 사부님과 대결할 마음은 변함이 없는 건가요?

“네.”

-정말 후회 안 하죠?

도현이 대답하지 않자 다혜는 도현의 의지를 읽은 듯 작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내일 정오까지 우리 집으로 와요. 혼자 와요. 태화실업 사람들 데리고 오지 말고요. 결과는 나중에 알려 주면 되니까요.

“알겠습니다.”

전화는 뚝 끊겼고 도현은 드디어 내일 다혜의 사부를 만날 수 있다는 기대감에 가슴이 뜨거워졌다.

새벽 일찍 일어난 도현은 눈을 지그시 내리감고 다혜 사부와의 대결을 앞두고 요동치던 모든 감정들을 가슴 저 밑바닥에 내려놓았다.

깊은 명상을 통해 마음을 조금씩 비워 간 그는 아침이 올 무렵에서야 명상에서 깨어났다.

자리에서 일어나 가볍게 몸을 풀어 준 그는 옷을 갈아입고 목검 두 자루를 챙긴 뒤, 도장 문을 열었다.

말없이 뒤를 따라온 용주가 차분히 말했다.

“잘 다녀와.”

차를 몰아 충남 금산으로 내려간 도현은 다혜가 사는 작은 시골 마을 어귀에 차를 세우고 나서 시간을 좀 보낸 뒤, 약속한 정오가 가까워지자 목검을 챙겨 산 밑에 있는 다혜의 집으로 향했다.

“어서 와요.”

마루에 앉아 있던 다혜는 도현에게 손을 흔들며 맑은 목소리로 인사를 했다.

“그새 얼굴에 살이 좀 빠진 것 같아요? 열심히 준비했나 보죠?”

“다혜 씨도 얼굴 살이 빠진 것 같습니다.”

“그래 보이죠? 맞아요.”

그녀는 시무룩한 얼굴로 마당 한쪽에 세워 놓은 스쿠터로 향했다.

“사부님에게 엄청 혼났거든요. 왜 그런 쓸데없는 약속을 했냐고요.”

스쿠터 위에 있는 분홍색 헬멧을 머리에 쓴 그녀는 마루 위에 있는 노란색 헬멧을 가리켰다.

“저거 머리에 쓰고 뒤에 타요.”

“네?”

“스쿠터에 타라고요. 당신 태울 정도는 공간 나와요.”

부릉, 부르릉.

스쿠터 시동을 켠 그녀는 노란색 헬멧을 만지작거리는 도현에게 소리쳤다.

“사부님에게 안 갈 거예요?”

도현은 별수 없이 그녀가 시키는 대로 헬멧을 쓰고 목검을 든 채 그녀 뒤에 탔다.

“남자 태우고 운전하려니 마음이 묘하네요. 당신도 그래요?”

다혜가 눈을 가늘게 뜨고 쳐다봤다.

“허리 붙잡아도 돼요. 그 정도는 뭐 내가 봐줄게요. 출발합니다.”

집을 나선 그녀는 경사진 마을 언덕길을 내려가다가 도현이 세워 놓은 차를 지나쳐 국도에 접어들었다.

부우우우웅!

스쿠터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2차선 시골길을 달렸다.

가을 하늘은 맑았고, 길가에 핀 코스모스는 바람에 이리저리 흔들렸다.

“꼭 드라이브 나온 것 같지 않아요?”

바람에 실려 오는 그녀의 쾌활한 목소리에 도현은 쓴웃음이 나왔다.

‘이게 대체 뭐 하는 짓인지.’

설마 그녀가 모는 스쿠터를 함께 타고 그녀의 사부를 만나러 가게 될 줄은 전혀 예상도 못 했다.

머리에 착용한 노란 헬멧은 의외로 작아 은근히 머리도 아팠다.

“아직 멀었습니까?”

“거의 다 왔어요.”

10여 분 정도 스쿠터를 타고 국도를 달리던 그녀는 울퉁불퉁한 비포장길로 진입했고, 잠시 뒤 봉우리 두 개가 연결된 제법 높은 산 앞에 멈춰 섰다.

“산을 올라가다 보면 깊은 골짜기가 나와요. 계곡물이 작은 웅덩이를 만들며 흐르는 곳인데, 그곳에 가면 사부님을 만날 수 있을 거예요.”

“같이 안 올라갑니까?”

도현이 헬멧을 벗으며 물었다.

“난 여기 있을래요. 다녀와요. 아참, 미리 말해 두는데요. 사부님에게 심하게 당했다고 날 원망하면 안 돼요. 난 분명히 여러 차례 경고를 했으니까요. 알았죠?”

산을 어느 정도 타자 안으로 깊게 파인 경사진 골짜기가 나왔다.

그곳을 따라 도현은 묵묵히 걸어 올라갔다.

중간에 물길이 보였고, 조금 더 올라가자 2미터 정도 되는 바위 위에서 시원한 소리를 내며 떨어지는 계곡물이 보였다.

그 앞에는 두세 사람이 물장구를 칠 만한 물웅덩이가 있었다.

‘이곳인 것 같은데.’

다혜가 설명한 장소를 찾은 도현은 주위를 빙 둘러봤다.

계곡물 흐르는 소리만 들릴 뿐 사람의 모습은 어디서도 찾아볼 수가 없었다.

‘기다려야 하나?’

도현이 잠시 생각에 잠겨 있을 때, 돌연 그의 등 뒤에서 묵직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날 찾아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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