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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 임팩트-74화 (74/575)

[74] 디 임팩트 3권 24화

뒤를 따르던 자들은 급히 소리를 지르며 낙타를 멈췄지만, 달리는 속도가 있어서 선두와 엉키며 피해가 더욱 늘어났다.

거기에다 때마침 갑자기 모래바람까지 심하게 불어서 시야가 뿌옇게 가려지기까지 했다.

“감히!”

검은 수염을 기른 케일 경은 발목이 잘린 자신의 낙타 등에서 뛰어내리며 낙타를 공격한 호위대원을 향해 검을 뽑아 휘둘렀다.

하지만 호위대원은 자신을 공격하는 케일 경은 아랑곳하지 않고 흰 낙타와 함께 바닥을 굴러서 데굴데굴 아래로 내려가는 중년 여인을 쫓아가려 했다.

그러나 그는 곧 목에서 피를 뿜으며 앞으로 쓰러지고 말았다.

차가운 눈빛으로 호위대원의 목을 눈 깜짝할 사이에 잘라 버린 케일 경은 바닥에 떨어져 있던 사자 깃발을 들어서 언덕 아래로 집어 던졌다.

쏜살같이 날아간 깃발은 마법사를 향해 접근하던 또 다른 호위대원의 등을 꿰뚫어 버렸다.

“마법사를 보호해라!”

저들의 의도를 간파한 케일 경은 사방에서 마법사를 향해 달려드는 호위대를 보며 분노한 눈빛으로 지시를 내렸고, 그 자신도 언덕 아래로 급히 뛰어 내려갔다.

도현은 빠른 속도로 검을 휘두르는 다부진 인상의 병사를 베어 내며 다른 호위대들처럼 마법사를 향해 달려갔다.

언덕 위에서 굴러 아래까지 내려온 마법사는 낭패한 모습으로 일어나서는 호위대를 피해 릴리아가 갔던 북쪽 방향으로 도망치고 있었다.

“죽어라!”

호위대 한 명이 그녀 뒤에 바짝 따라붙은 상태로 양손 검을 휘둘렀다.

그러나 그녀는 등에 눈이라도 달렸는지 옆으로 슬쩍 몸을 눕히며 한 바퀴 빙그르르 돈 다음 방향을 바꿔 이번에는 베일 가문의 병사를 몰고 달려오는 케일 경을 향해 달려갔다.

그러나 그 앞을 파먼이 재빨리 막아섰다.

“곱게 죽어 주시오!”

늙은 용병 파먼이 고함을 지르며 검을 휘두르자, 그녀는 지팡이를 하늘로 올렸다.

그 순간 파먼이 검을 든 채 뒤로 멀리 튕겨져 나갔다.

“케일 경!”

간신히 파먼을 물리친 그녀는 그녀를 구하기 위해 달려오는 케일 경에게 달려가며 소리를 질렀다.

“늦었다! 넌 여기서 죽는다!”

호위대장은 허공으로 몸을 솟구친 상태에서 마법사를 두 조각 내려는 듯 위에서 아래로 힘껏 검을 내리그었다.

숨이 막힐 듯한 살기와 위험을 느낀 그녀의 눈이 커졌다.

막 그녀의 얼굴이 반으로 갈라지려는 찰나, 옆에서 몸을 날린 케일 경이 차가운 얼굴로 호위대장의 검을 막아섰다.

“시도는 좋았다만 결과는 좋지 않을 것이다.”

케일 경의 검이 번개처럼 몇 번 움직이자 호위대장의 검이 두 동강 났고 이어 몸 곳곳에서 피 분수가 터져 나왔다.

‘이런.’

도현은 자신의 눈앞에서 혈인으로 변해 천천히 뒤로 넘어가는 호위대장의 모습을 목격하고는 검을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노인이 누구인지 모르지만 굉장히 빠른 검이야.’

그는 그렇다고 해서 달려가는 걸음을 늦추지는 않았다. 오히려 더 빨리 달려갔다.

베일 가문의 병사 몇이 앞을 가로막았지만 단번에 베어 내고는 검을 늘어트린 노인에게 달려들었다.

챙!

귀청이 찢어지는 날카로운 소리에 이어 다시 또 여러 번의 격돌음이 일어났다.

채채챙!

케일 경은 자신의 쾌검을 손쉽게 막아 내는 도현에게 살짝 놀라며 급히 뒤로 검을 휘둘렀다.

케일 경을 지나쳐 마법사를 공격하던 도현은 검을 돌려 등을 공격하는 케일 경의 검을 막아 냈다.

“넌 누구냐!”

케일 경은 범상치 않은 검술 솜씨를 지닌 도현을 보며 크게 외쳤다.

하지만 도현은 일일이 그에게 대답을 해 줄 처지가 못 됐다.

이미 주위를 포위한 베일 가문의 병사들에 의해 호위대원들이 차례로 죽어 나가고 있었고, 일부 병사들은 활을 겨냥한 채 그를 노리고 있었다.

입술을 굳게 다문 도현은 몸을 피하는 마법사를 쫓아 검을 날리는 데 집중했다.

“네놈이!”

분노한 케일 경이 서둘러 몸을 날려 도현의 검을 막아 냈고, 도현은 다시 그를 피해 마법사를 공격했다.

여건만 되면 노인과 한판 승부를 벌이고 싶었지만, 힘이 다하기 전에 마법사를 처리하고 몸을 피해야 했다.

“찰거머리 같은 녀석! 도대체 네놈 정체가 뭐냐!”

머리가 산발이 된 채 도현을 피해 병사들 사이를 오가던 마법사가 참지 못하고 외쳤다.

그녀는 베일 가문에서 검술 솜씨가 뛰어나기로 정평이 난 케일 경을 상대하는 동시에 자신을 집요하게 쫓는 도현의 실력에 깜짝 놀란 상태였다.

하지만 도현은 끝까지 입을 열지 않고 갈수록 날카로운 검을 날렸다.

병사들이 방패를 동원해 앞을 가로막았지만 도현은 신법을 발휘해 방패를 걷어차며 위로 점프를 했다.

쾅쾅쾅!

“으아악!”

방패 대열이 와르르 무너졌고, 도현은 공중제비를 돌며 발이 재빠른 그녀 뒤를 악귀처럼 쫓았다.

병사들은 이제 슬슬 마법사를 피하려고 했다. 그녀가 다가오면 저돌적으로 다가오는 사내의 검을 자신들이 막아야 했기 때문이다.

우르르 뒤로 밀려가는 병사들의 모습에 마법사 이디언의 눈초리가 매서워졌다.

“케일 경, 어떻게 빨리 좀 해 주세요! 더 이상 주문을 늦추면 낙타들이 위험해집니다!”

“이놈!”

분통이 터진 케일 경의 얼굴은 붉게 상기되어 있었다.

몸놀림이 어찌나 민첩하고 검을 잘 다루는지 검이 손안에서 춤을 추듯 움직이며 자신의 검을 막아 내고는 도망가는 이디언에게 위협적인 공격을 계속 퍼붓고 있었다.

‘정말 대단한 녀석이구나.’

케일 경은 머리끝까지 화가 나면서도 한편으로는 젊은 나이에 이 정도 검술 실력을 갖춘 자가 몇 명이나 될지 감탄을 금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더는 시간을 끌 수가 없었다. 낙타가 여기서 죽으면 사막에서 릴리아를 잡는 건 불가능했다.

‘어쩔 수 없지.’

그는 마나의 힘을 개방했다.

‘허억!’

온몸의 뼈들이 조각조각 나는 끔찍한 고통과 함께 전신의 근육이 뒤틀리며 부풀어 올랐다. 멋들어지게 기른 검은 수염은 바늘처럼 빳빳해졌고, 주름졌던 얼굴은 다시 젊어진 듯 팽팽하게 변해 갔다.

근육의 부풀림이 가라앉고 드러난 피부가 피를 쏟는 것처럼 붉어졌다가 다시 하얘지기를 반복하던 그는 하늘을 보며 입을 한껏 벌렸다.

“크아아아!”

사막을 진동하는 엄청난 포효 소리에 도현은 뒷머리가 곤두서는 한기를 느끼며 급히 뒤를 돌아봤다.

노인이 검을 들고 조금 전과는 비교도 안 되는 빠르기로 쫓아오고 있었다.

“여기까지다. 몸을 조각조각 내 죽여 주지.”

서늘한 눈빛을 보낸 케일 경은 검을 휘둘렀다.

‘뭔가 달라졌어.’

도현은 본능적인 위기감을 느끼며 마법사에게 뻗어 가던 검을 회수해 머리 위로 올렸다.

노인의 검을 막는 순간 막대한 힘이 검을 통해 전달됐다.

‘윽!’

도현은 속이 울렁거리는 충격을 받으며 뒤로 주르륵 물러나다 엉덩방아를 찧었다.

우우우웅.

충격이 얼마나 셌는지, 검신이 진동하고 손바닥이 화끈했다. 그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폭풍 같은 기세로 노인이 다시 검을 날렸다.

몸을 빼기에는 노인의 검이 너무 빨랐다.

결국 도현은 만일을 대비해 아껴 뒀던 내공을 끌어 올렸다. 산이라도 허물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진 도현은 검신을 밑에서 위로 힘껏 올려 쳤다.

검이 부딪쳤는데 천둥 치는 소리가 나며 둘은 서로 반대 방향으로 멀리 튕겨져 나갔다.

“이럴 수가!”

모래 바닥에 누운 케일 경은 어이가 없었다. 마나를 사용한 자신의 검을 상대가 막아 낸 것이다.

‘설마 저자도 마나를?’

벌떡 일어난 그는 도현이 튕겨져 나간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안 돼!”

그는 모래 바닥을 박차며 등을 보인 도현에게 달려갔다.

하지만 그가 도착하기 전에 도현은 폭발적으로 빠른 신법을 발휘해, 방심하고 병사들 앞에 서 있던 마법사의 어깨에 검상을 입히고 지팡이까지 잘라 버렸다.

“아악!”

이디언이 비명을 지르며 주저앉는 순간, 모래언덕 주변에 있던 수많은 낙타들이 눈과 코에서 피를 쏟아 내며 일제히 쓰러졌다.

100여 마리 가까운 낙타들이 죽어 가는 모습에 케일 경은 악마와 같은 눈빛을 흘리며 도현에게 검을 날렸다.

“죽여 버리겠다!”

하지만 도현은 더 이상 그를 상대할 마음이 없었다.

그는 바닥에 떨어져 있는 원형 방패로 화살을 막으며 북쪽으로 도주하기 시작했다.

어느 정도 쫓다가 거리가 좁혀지지 않자 케일 경은 저주 어린 목소리로 강하게 소리쳤다.

“네놈을 언젠가 반드시 죽여 버리겠다!”

그러나 도현은 끝까지 단 한마디 대꾸도 하지 않고 앞만 보고 달리는 데만 열중했다.

그것이 자존심 강한 케일 경을 더 화나게 하고 있었다.

“이놈!”

소리치던 케일 경은 분한 얼굴로 서서히 걸음을 멈추었다.

무섭게 쫓아오던 베일 가문의 노인이 멀리 우뚝 서 있는 모습에 도현은 눈을 빛냈다.

‘위험했어.’

그는 아직도 팔이 얼얼했다.

내공을 사용하지 않았다면 노인의 힘을 견디지 못했을 것이다.

‘마나를 사용하는 사람 같은데.’

도현은 내공과 흡사한 마나라는 것을 사용하는 강자들이 있다는 것을 리드만에게 들었다.

마법사는 이미 경험해 봤지만, 마나를 사용하는 검사는 처음 겪어 봤다. 딘 역시 강한 무력을 보유한 것으로 짐작은 됐지만, 겪어 보지 못해 알 수 없었다.

그런데 조금 전 검을 맞댄 노인은 한석호 못지않은 강한 힘을 쏟아 냈다.

‘강해. 검술도 뛰어났고.’

도현은 저 멀리서 자신을 아직 노려보고 있는 노인을 지그시 마주 보다가 천천히 뒤로 몸을 돌려 북동쪽으로 달려갔다.

자신 못지않은 강자들이 이 세계에도 있다는 것이 그를 흥분시켰다.

그것은 두려움이 아니었다. 그가 그토록 원했던, 실전 속에서 강해지는 한 축을 담당해 줄 인물들이 찾아보면 얼마든지 있다는 이야기였다.

그가 있는 세상에서는 한석호가 유일했지만, 이곳은 그 이상이었다.

모래언덕을 몇 개 넘어 베일 가문의 사람들과 완전히 거리를 둔 도현은 검을 칼집에 넣고 수통을 들어 물 한 모금을 마셨다. 타들어 가는 갈증이 해소됐다.

‘의뢰는 이만하면 완수한 셈이지.’

마법사를 죽이지는 못했지만 부상을 입혔고, 낙타들은 쓸모없어졌다. 호위대장이 의뢰의 마지막으로 요구한 사항이었고, 그로서는 할 만큼 한 셈이다.

그는 모래언덕에 올라 멀리 북동쪽을 응시했다. 모래바람이 심해 보이지는 않았지만, 그 어디엔가 낙타를 타고 도망치는 릴리아가 있을 것이다.

그녀와 다시 합류할 생각은 없었다. 계약은 이미 끝났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제 자신이다. 사막을 벗어나야 한다.

‘하루만 가면 사막이 끝난다.’

가진 건 수통 하나밖에 없었지만, 참고 견디면 충분히 사막을 벗어날 거리였다.

“파먼과 우르틴은 어떻게 됐을까?”

그가 케일을 상대하며 마법사를 쫓을 때, 그들은 베일 가문의 병사들에게 쫓겨 도주를 하고 있었다. 호위대들이 전멸한 이상 그들도 더 이상은 버티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살아 있겠지.”

며칠간 사막 속에서 같이 싸우고 고생한 그들이 무사하기를 바라며 도현은 사막을 걷고 또 걸었다.

밤이 내려앉은 짙은 어둠 속에서도 그는 추위를 버티며 별을 길잡이 삼아 쉬지 않고 걸었고, 다시 해가 뜨자 그는 천으로 얼굴을 감싸며 거친 모래바람에 대항했다.

수통의 물을 생명수처럼 아껴 마시던 그는 사막의 끝이 보이기를 바랐으나, 그를 기다리는 건 모래 속에서 솟구친 지렁이처럼 생긴 기다란 몬스터 ‘럼스’였다.

발밑이 흔들리는 느낌에 도현이 옆으로 급히 몸을 피하자 그 자리에 톱날 같은 이빨 수백 개를 가진 연체 몬스터 럼스가 모래를 한가득 삼켰다 허공에 토해 내며 등장한 것이다.

꿈틀거리는 수 미터의 몸통 곳곳에 날카로운 돌기 같은 게 튀어나와 있었는데, 그것으로 모래 속을 자유롭게 움직이는 것 같았다.

사막을 통과하며 파먼에게 사막의 몬스터에 대해 몇 가지 들었는데, 그중 가장 위험한 녀석이었다.

럼스를 만나면 낙타 한 마리를 먹잇감으로 던져 주고 피하는 게 가장 좋은 해결책이라는 말도 들었다.

하지만 도현은 던져 줄 먹잇감도 없었고, 그럴 생각도 없었다. 오히려 그에게는 럼스가 먹음직스러운 먹잇감이었다.

“잘 왔다. 그동안 몬스터를 못 잡아서 서운했는데 말이야.”

도현이 반가운 얼굴로 검을 뽑아서 럼스를 노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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