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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 임팩트-89화 (89/575)

[89] 디 임팩트 4권 14화

“얼마나 깨졌어?”

“조금 많이요.”

에드는 화난 아버지 눈치를 보며 집 밖으로 나가서 그의 허리까지 오는 커다란 물통을 가지고 들어왔다.

물통의 반이 사라졌고, 부서진 잔해들이 물통 안쪽에 물 대신 담겨 있었다. 부서진 잔해들을 이용해 물통을 다시 만들 수 없을 것 같았다.

짜악!

동생의 장난으로 물통이 깨졌지만 매를 맞은 건 형인 에드였다.

고개를 푹 숙인 에드는 손자국 난 얼굴을 매만졌다.

“너를 믿고 내가 목숨을 걸고 일을 하겠냐!”

“죄송해요, 아버지.”

“동생 똑바로 챙겨! 알았어!”

“네…….”

루드는 에드 뒤에 숨은 토밀을 잠시 노려보다가 휙 몸을 돌렸다.

“야, 가서 아침 먹어.”

에드는 부서진 물통을 부엌에 가져다 놓으며 토밀에게 힘없이 말했다.

“미안해, 형.”

토밀은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말하며 에드의 뒤를 졸졸 따라다녔다.

잠시 뒤, 에드와 토밀은 도현의 맞은편에 앉아서 그들 몫으로 남겨 놓은 감자에 손을 댔다.

가라앉은 식탁 분위기에 도현은 가시방석에 앉은 기분이었다.

“집은 어디에 마련할 거요?”

루드가 물었다.

“에드 말로는 이쪽 구역을 장악한 두목이 좋다고 하더군요.”

“그놈이 그놈이지 뭘.”

“아버지, 그래도 다른 두목들보다는 낫잖아요.”

에드가 아버지 눈치를 살피며 조용히 항변했다.

“시끄러워. 네가 뭘 안다고 나서.”

아들의 입을 막은 루드는 물로 입을 헹구며 도현을 쳐다봤다.

“돈이 많으면 성과 가까운 괜찮은 집을 사면 되고, 없으면 허물어진 집터를 두목에게 돈을 지불하고 사서 지붕도 만들고 벽도 세우고 하면 되오. 근데, 요즘 목재가 비싸져서 그것도 적지 않은 돈이 들 거요. 석재는 너무 비싸니 꿈도 꾸지 마시고.”

“얼마나 들 것 같습니까?”

“글쎄, 집터에 따라 다르지. 보통 작은 집터는 금화 다섯 개고, 하급 목재로 지붕이라도 얹고 부족한 데 막고 하면 그것도 금화 몇 개는 들 것 같은데.”

루드의 말대로라면 지금 있는 돈은 판잣집 하나 마련하면 모두 바닥이 날 것 같았다.

“여기서 살아남으려면 최대한 빨리 집을 마련하시오. 그 집을 통해 영향력 있는 두목의 보호를 받지 못하면 오래가지 않아 싸움에 휘말려 죽거나, 거처 없이 뒷골목을 방황하다가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지니까.”

루드는 도현이 별 말썽 피우지 않고 얌전히 밤을 보내자 어느 정도 신뢰가 쌓였는지 어제보다 많은 말을 도현에게 해 주었다.

도현은 자신을 쳐다보는 말썽꾸러기 토밀을 보며 말했다.

“집은 좀 더 생각해 봐야겠습니다.”

“돈이 부족하오?”

“꼭 그래서가 아니라, 이것저것 알아볼 게 있어서요.”

“뭐, 좋을 대로 하시오.”

루드는 자리에서 일어나 일을 나갈 준비를 했다. 벗어 놓은 가죽 갑옷도 입고 어제 졸다 바닥에 떨어트린 검도 허리에 매달고 사각 방패도 챙겼다.

다크캐슬에 거주하는 사람치고 무기 하나 없이 돌아다니는 사람은 없었지만, 도현이 보는 루드의 무장은 직접 전투에 싸우러 가는 사람의 느낌이 물씬 풍겼다.

루드의 와이프 앤은 어제 도현을 위협했던 도끼를 어깨에 걸치며 사내대장부처럼 루드에게 뭔가를 말하고 있었다.

‘두 사람은 무슨 일을 하는 걸까?’

도현은 궁금증이 생겨 에드에게 조용히 물었다.

“아버지는 무슨 일을 하시는 거지?”

“몬스터 사냥요.”

“몬스터 사냥?”

“네. 돈 되는 몬스터 녀석들이 있거든요. 가죽이나 뼈 등 뭐 그런 것들을 모아서 상점에 파는 거죠.”

도현은 저쪽에서 앤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루드를 쳐다봤다. 50이 넘은 그는 싸움 경험이 풍부할지는 모르겠지만, 위험한 몬스터를 잡을 정도로 그렇게 무력이 세 보이지는 않았다.

“아버지 혼자서?”

“놀라셨죠?”

에드가 감자를 우물거리며 작게 웃었다.

“실은 아니에요. 아버지가 몬스터 사냥을 하는 건 아니고요, 따라다니면서 몬스터 가죽들을 손상되지 않게 벗기는 일을 하세요. 여기서는 몬스터 해체자라고 부르죠.”

“아! 그래.”

도현은 몬스터 해체자라는 명칭에 웃음이 나왔다.

“칼을 잘 다루시나 보다.”

“짐꾼으로 따라다니면서 배우셨다고 들었어요.”

“짐꾼?”

“몬스터 사냥꾼들 짐을 들어 주는 일요. 그 일하시면서 조금씩 배우신 거죠.”

“그렇구나. 그럼 어머니는?”

“벌목장에서 일해요. 힘이 장사거든요.”

“두 분 다 그럼 몬스터가 출몰하는 도시 북쪽의 땅에서 일하시는 거구나.”

“이곳의 사람들 대부분이 몬스터가 출몰하는 곳에서 일을 해요. 숲이 울창한 곳에 들어가서 산짐승을 잡아서 그 고기를 시장에 팔거나, 스므차 성주의 소유인 광산에서 일을 하거나, 우리 엄마처럼 나무를 베거나, 아버지처럼 몬스터 사냥을 하는 데 따라다니면서 일하죠. 일부 사람들은 농장에서 일을 하기도 하고요. 그래도 제일 위험한 건, 아버지의 일이죠. 몬스터 사냥꾼들은 몬스터를 찾아다니고 그들과 아버지가 동행하니까요.”

에드는 걱정 깊은 눈빛으로 아버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손안에 남은 감자를 한입에 다 넣고 우적우적 씹어 먹었다.

“에드.”

“네?”

“오늘 도시를 돌아다니며 소개해 주기로 했잖아.”

“예. 돈까지 주셨잖아요.”

“조금 미루면 어때? 괜찮겠어?”

“저야, 뭐, 상관없어요. 근데 왜요? 오늘 뭐 하시려고요?”

도현은 에드의 물음에 바로 대답해 주지 않고 빙그레 미소를 보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몬스터 사냥을 가신다고요?”

도현이 다가오며 묻자 아내와 얘기를 나누던 루드가 몸을 반쯤 틀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소. 정확히는 사냥꾼들이 잡은 몬스터 가죽들을 벗겨 내는 일이지.”

“저도 함께 갈 수 있습니까?”

도현의 질문에 루드가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

“이보시오. 몬스터 사냥꾼들이 몬스터 가죽을 아무에게나 맡기는지 아시오? 가죽을 상하게 하면 그놈들이 산속에서 어떤 짓을 벌이는지 떠도는 소문을 내가 설명을 해 줘야…….”

“아, 제가 말씀을 잘못 드렸군요. 그냥 짐꾼으로 갈 수 있는지 물어본 겁니다.”

“짐꾼?”

익숙한 단어에 루드의 시선이 아직 식탁에 앉아 있는 아들에게 향했다. 그러자 에드가 얼른 고개를 돌리며 옆에 앉은 토밀과 얘기하는 척했다.

“짐꾼으로야 가능은 하겠지만.”

루드는 도현의 위아래를 훑었다. 큰 키와 깊은 눈매. 검을 찬 모습이 어딘지 여유롭게 느껴졌다. 어제 보망과 싸우다 왔다는 말을 다 믿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겁이 많은 자 같지는 않았다. 짐꾼으로 가도 충분히 제 역할은 할 수 있을 것처럼 보였다.

“어제 이곳에 왔으면 분위기나 파악할 것이지, 왜 갑자기 몬스터 사냥꾼들 짐꾼을 한다고 하는 거요?”

“제가 몬스터에 관심이 좀 많습니다. 마침 에드 아버님이 사냥꾼들과 어울리신다고 하니 말씀드리는 겁니다. 짐꾼으로 절 소개시켜 주실 수 있습니까?”

도현의 주 관심사 중 하나는 아무래도 몬스터였다. 시간 길게 끌 필요 없이 몬스터 사냥꾼들과 어울려 그들을 통해 이 일대의 몬스터 분포도나 특징, 그리고 종류 등을 바로 알아 놓으면 좋을 일이었다.

물론, 어떤 몬스터가 어떤 식으로 돈이 되는지도 자연히 부수적으로 알아낼 수 있었다.

“별난 사람이군. 몬스터에 관심이 깊다니. 혹시 나중에 몬스터 사냥꾼이 되려고 하는 거요?”

“기회가 된다면 하지 못할 이유는 없겠지요.”

“보통 실력으로는 안 될 텐데.”

“지금은 그저 짐꾼으로 만족합니다. 사냥꾼은 나중 일이고요.”

루드는 턱을 매만졌다.

“짐꾼은 무척 고된 일이오. 짐꾼이라고 해서 몬스터들이 그냥 놔두지도 않고. 보수가 조금 좋기는 하지만, 그만큼 위험하지. 죽을 수도 있고.”

“괜찮습니다.”

“흠, 그럼 잠시 실력 좀 볼까?”

그는 사각 방패로 상반신을 가렸다.

“검을 꺼내 쳐 보시오.”

“여보, 그냥 데리고 가서 짐꾼으로 쓸 수 있는지 그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되지, 뭘 확인을 해요? 짐꾼이 무슨 실력이 필요하다고. 무거운 짐만 들 수 있으면 되지.”

앤이 옆에서 한 소리 했고, 루드는 무안한 표정으로 헛기침을 했다. 사실, 그녀 말이 맞았다.

“아니, 한번 실력을 보고 싶어서 그랬지. 나도 몬스터와 직접 싸우지는 않지만 방패까지 챙겨 가잖아. 한번 쳐 보시오.”

루드의 쓸데없는 고집에 앤은 고개를 저었고, 도현은 허리에 찬 검을 뽑았다.

“한 대만 치겠습니다.”

“마음껏 쳐도 되니까 덤비시오.”

루드는 다리를 어깨너비로 벌리며 무릎을 약간 구부렸다. 몸에 힘을 주던 그의 시선이 도현의 검에 닿았다.

칼날이 많이 상해 있었다.

‘뭘 얼마나 잘랐기에 저렇게 됐지?’

보망의 뼈와 뿔을 수없이 자르면 저렇게 된다는 걸 그가 알 길이 없었다.

“갑니다.”

도현이 작은 경고 말과 함께 검을 눕혀 검신으로 루드의 방패를 때렸다.

파앙!

묵직한 소리와 함께 루드의 몸이 한차례 출렁였다.

“괜찮습니까?”

“괜찮소. 별거 아니구만.”

방패를 통해 전달된 강한 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하마터면 뒤로 물러날 뻔했지만 루드는 그 사실을 숨겼다.

“같이 가 봅시다. 당신을 짐꾼으로 고용할 수 있는지 그들에게 물어는 보겠소. 하지만 판단은 그들이 하는 거요.”

“고맙습니다.”

루드는 집을 나서기 전 가방 안에서 여러 도구들을 꺼내 일일이 확인을 했다.

조각칼처럼 생긴 칼, 송곳, 단검, 반월 도끼처럼 생긴 손바닥만 한 칼 등 그 종류가 열 가지도 넘었다. 거기에 날을 세우는 작은 숫돌도 있었다.

“이상 없군.”

전에 아들 토밀이 그가 잠시 한눈 판 사이에 칼 한 자루를 빼서 장난친 적이 있었다.

그 때문에 그는 이틀간 산속에서 이를 갈며 힘들게 가죽을 벗겼었다.

그 이후로 그는 일을 나서기 전, 반드시 문 앞에서 가방을 열어 도구를 확인하는 습관이 생겼다.

도구를 천에 싸서 질긴 가죽 가방 안에 넣는 루드를 등 뒤에서 보던 도현은, 그가 어떻게 몬스터 가죽을 벗길지 벌써부터 궁금해졌다.

“아 참, 사냥은 이틀로 예정되어 있다고 들었소. 짐꾼이 되면 당신도 이틀을 보내야 되는 거니, 그리 아시오.”

“알겠습니다.”

도현은 물을 한 잔 마시고 에드와 토밀에게 미소를 보였다.

“이틀 뒤에 보자.”

“아직 모르잖아요.”

어린 토밀이 약 올리듯 말했다.

“글쎄, 안 된다고 하면 다시 여기로 와야지. 에드, 나중에 보자.”

“네, 조심하세요.”

에드는 도현에게 말한 뒤 아버지를 쳐다봤다. 위험천만한 몬스터 사냥에 같이 다니는 아버지가 항상 신경 쓰였다.

“아버지, 조심해서 다녀오세요.”

사냥꾼

해가 뜬 아침에 본 도시의 모습은 꼭 거대한 빈민가 같았다. 대충 지은 집은 비와 추위를 막는 정도였지, 정성을 들인 곳은 보이지 않았다.

에드의 집은 그나마 가족을 생각한 루드가 신경을 많이 쓴 축에 속했다.

골목길을 벗어나자 대로가 보였고, 도현은 주변을 살피며 앞서 가는 루드의 뒤를 따라갔다.

거리는 사람들로 넘쳐 났다. 다크캐슬에 적응해 삶을 유지하는 이들이다.

이 도시에 오는 상당수는 얼마 견디지 못하고 싸움에 휘말리거나 아니면 남의 물건을 빼앗다가 죽어 나간다.

그리고 남은 자들은 자신이 처한 상황을 인정하고 먹고살기 위해 몬스터가 출몰하는 위험한 지역에서 각자의 생존을 위해 노력을 한다.

그곳에서도 많이 죽는다. 그래도 도시는 언제나 사람들로 붐볐다. 꾸준히 사람들이 유입되고 있기 때문이다.

“당신 칼날이 많이 상했던데, 대장간에서 손질 좀 해야 할 거요. 아니면 새로 구입하든지. 그걸로 싸우다가는 상대방 몸에 부상도 못 입히겠던데.”

집을 나와 도현과 함께 걸어가던 루드가 말했다.

“잘 아는 대장간이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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