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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 임팩트-91화 (91/575)

[91] 디 임팩트 4권 16화

위치가 발각된 사냥꾼들이 나무와 바위 뒤에서 뛰쳐나와 몸을 던져 피했다.

쿠쿵! 꽝! 콰쾅!

나무 여러 그루가 밑동 채 부러지고, 바위는 들썩였다.

‘엄청난 힘이다!’

그동안 보아 온 가우너나 험벨, 사막의 럼스, 그리고 얼마 전 경험한 보망이나 산에서 목격한 무크람과는 체구부터가 달랐고, 그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힘이 달랐다.

육중한 몸매의 5미터가 넘어 보이는 거대한 도마뱀 몬스터 우스트랄은 움직이는 전차였다.

쿠웅! 파직!

나무를 부수고 통나무처럼 두꺼운 꼬리를 휘둘러 사람의 몸통을 낚아채려 했다. 독화살을 정통으로 여러 군데 맞아도 끄떡도 하지 않고 있었다.

“다시 화살을 쏴!”

비산하는 나뭇조각에 이마를 다친 왈스가 사람들에게 급하게 소리쳤다.

독화살이 다시 날아갔지만 반수 이상은 우스트랄의 긴 혓바닥에 휘감겨 바닥에 내동댕이쳐졌고, 그 일부만이 옆구리에 박혔다.

캬아아아아!

일대의 작은 나무들은 모두 부러지고 흙먼지가 사방으로 날렸다.

“괴물이군. 도저히 멈추지 않아.”

루드는 가슴이 조마조마했다. 우스트랄이 그 하나만을 보고 달려들면 피할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어떻게 된 겁니까?”

도현으로서는 이해가 안 됐다. 우스트랄의 압도적인 크기와 힘이 대단하긴 했지만, 그런 몬스터를 잡자고 들어온 게 이들이었다. 한데, 돌아가는 사정을 보면 뭔가 좀 이상했다. 왈스를 비롯한 사냥꾼들이 당황하고 있었다.

“당신은 몰라서 하는 소리요. 저건 초대형 우스트랄이오. 보통 사냥꾼들이 잡는 건 저것의 반 정도밖에 안 되는 녀석들인데, 이번에 잘못 건드린 거지. 왈스 대장이 판단을 잘못 내린 거야. 빌어먹을!”

루드는 말을 하며 도망갈 준비를 했다. 몬스터 사냥꾼들과 오랜 시간 일을 함께해 온 그는 사냥꾼들이 전멸하고 그만 간신히 살아 돌아온 적도 있었다.

그는 사각 방패를 몸 깊이 끌어당기며 도현에게 말했다.

“나도 이 일을 하면서 저렇게 큰 녀석은 처음 보오. 재수가 없는 경우지. 아무튼 당신도 운이 없소. 짐꾼으로 온 첫날, 이런 경험을 하다니. 여차하면 나랑 같이 도망갑시다.”

“크아악!”

도현은 비명 소리가 난 곳을 쳐다봤다.

팔 하나를 잃고 쫓겨 왔던 사내가 우스트랄의 입속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꿀꺽.

우스트랄이 사내를 먹어 치우는 사이에 왈스가 큰 소리로 외쳤다.

“후퇴!”

도망치는 그의 다리를 누군가가 붙잡았다.

쓰러진 나무에 두 다리가 끼인 그의 사냥꾼 일원이었다.

“대, 대장, 같이 갑시다.”

“눈 감게.”

“예? 윽!”

검으로 동료를 찔러 죽인 왈스는 냉정한 눈빛으로 공터를 벗어나다가 도현과 시선이 마주쳤다.

“뭘 보고 있나? 살려면 뛰어!”

그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검으로 사내의 목을 찔러 죽였다. 과감하고 잔인한 행동이었지만 어쩌면 몬스터에게 잡아먹히느니 그편이 사내에게는 편안한 죽음이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아니면 우스트랄이 또 한 명의 인간을 먹고 만족해 그만 쫓아오길 바라는 건지도 모르지.’

도현은 초대형 우스트랄이 죽은 사내에게 다가가는 모습을 잠시 바라보다가 뒤로 물러났다.

검을 잡았던 손도 뗐다.

‘기다려라. 언젠가 잡아 주마.’

도현은 멀리서 자신을 보고 소리치는 루드를 향해 빠르게 뛰어갔다.

초대형 우스트랄로부터 간신히 벗어난 일행은 약간의 휴식을 취한 뒤 다시 몬스터 사냥에 돌입했다.

“원래 여기가 이런 곳이오. 죽어도 아무도 신경 안 쓰는. 억울하면 알아서 살아야 되는 거요.”

왈스가 부상당한 사람을 죽였지만 사람들은 아무도 그 일을 언급하지 않았다. 대신 그들은 적당한 크기의 우스트랄을 발견하자 조금 전 일은 잊고 눈을 빛내며 사냥에 열중했다.

독화살을 맞고 몸을 비틀거리는 우스트랄의 목에 창과 검이 연속으로 박혔다.

쿠웅.

죽은 우스트랄 곁으로 다가간 루드가 자신의 도구 가방을 열어 각종 칼을 이용해 우스트랄의 가죽을 벗겨 내기 시작했다.

사악. 사사삭. 쓱쓱.

우스트랄의 등을 덮고 있는 갈색 가죽은 격자무늬의 광택이 나는 가죽으로, 불에 저항력이 커서 여러 용도로 쓰이는 고급 재료였다.

일례로 갑옷에 우스트랄의 등가죽을 덧대면, 화공에 강력한 저항력이 생기고, 불길에서도 화상을 어느 정도는 예방할 수 있다.

그런 가치 있는 가죽이기에 고가로 노스리어 상점에서 거래가 됐고, 사냥꾼들이 위험을 무릅쓴다.

하지만 가죽이 상하면 그 부분은 불의 저항력이 약해지기 때문에 잡을 때도 등가죽은 손상이 되지 않게 사냥을 했고, 가죽을 벗겨 낼 때는 전문가에게 일을 맡긴다.

‘가죽과 살점 사이에 정확히 칼날이 들어가고 있어. 1미리 오차도 없이.’

도현은 루드의 칼 다루는 솜씨를 곁에서 보며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굉장히 숙련된 손길이었다.

등가죽 테두리를 따라 먼저 경계선을 그은 뒤 꼬리 쪽부터 작업을 시작했는데, 가죽에 흠집이 나지 않게 몬스터의 질긴 살덩이와 가죽 사이에 다양한 칼날을 동원해 둘 사이를 떼어 놓고 있는 것이다.

쌀쌀한 추위에도 땀을 흘릴 만큼 초집중해 상당한 시간을 들여 우스트랄의 등가죽을 벗겨 낸 루드는 옆에서 지켜보는 도현에게 헛기침을 해 보였다.

“봤소? 이게 바로 내가 필요한 이유지.”

사람 몸 하나를 다 덮을 정도로 폭이 넓고 긴 등가죽이 통짜로 루드의 손에 들렸다.

“네, 훌륭합니다.”

도현의 칭찬에 어깨에 잔뜩 힘이 들어간 루드는 바위에 앉아 물을 마시고 있는 왈스에게 다가갔다.

“다 됐습니다.”

루드가 확인해 보라는 듯 왈스에게 등가죽을 건넸다.

“음, 괜찮군.”

우스트랄 등가죽은 상한 곳 없이 매끈했다.

“다들 이걸 보게. 하나 완성했어.”

루드가 가죽을 벗겨 낼 동안 주변을 경계하던 사냥꾼들이 완성된 가죽을 보고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운이 없으면 빈손으로 다크캐슬로 돌아갈 때도 적지 않았다. 돈 되는 몬스터보다 돈 안 되고 강력한 몬스터가 깔려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일단, 경비는 대충 뽑혔군. 안 그렇소, 대장?”

재채기로 무크람을 불러들였던 사내가 또다시 재채기를 하며 말했다.

“예전 같으면 그거 하나만 해도 돈이 제법 남았는데, 요즘은 마법사 놈들이 단체로 독병의 값을 올려서 아주 짜증 나.”

“그러게 말이야. 제 놈들이 누구 덕에 돈을 버는지도 모르고. 제조 비법만 알면 차라리 재료를 구해서 내가 만들고 말지. 개자식들.”

옆구리에 찬 독병을 움켜쥐며 한 사내가 말했다.

“마법을 써야 한다던데, 자네가 어떻게 몬스터 독을 만들어?”

“그깟 마법 배우면 되지?”

“마나도 없는 자식이 마법은 무슨.”

사내들이 나누는 대화 소리를 묵묵히 듣고 있던 도현은 왈스의 손짓에 앞으로 갔다.

“네 가방 안에 이게 들어갈 거다. 어떤 뜻인지 알지?”

“조심하겠습니다.”

도현은 긴말 않고 그가 메고 있던 빈 가방 안에 둘둘 말린 우스트랄 등가죽을 넣었다.

‘잘하면 여기서도 꽤 큰돈을 벌 수 있겠는걸.’

도현은 등가죽이 벗겨진 우스트랄 사체를 봤다. 루드가 집중해 훌륭히 가죽을 벗겨 냈지만, 그 역시 조금 연습해 보면 어렵지 않게 가죽을 벗겨 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왈스 대장, 이럴 게 아니라 쌍둥이 폭포로 가 보는 건 어떻소?”

누군가의 제안에 사람들의 몸이 일제히 경직됐다.

“우리라고 우스트랄 등가죽만 보고 다니라는 법이 있소? 한번 가 봅시다!”

“얼마 전에 백 명이 넘게 몰려갔다가 한 사람도 살아 돌아오지 못했다는 얘기 못 들었나?”

왈스가 이마에 생긴 주름을 만지며 제안을 한 사내를 힐끗 쳐다봤다.

“아니, 들었는데, 언제까지 이렇게 등가죽 하나에 목숨을 걸 수는 없는 거 아니요? 오늘도 한 사람 죽었고.”

왈스의 눈빛이 가라앉았다.

“그래서?”

“한번 가 보자는 거지, 뭐 그래서요. 쌍둥이 폭포에 가서 큰일 안 당하고 무사히 돌아온 사람들도 있지 않소?”

“갈 사람?”

왈스가 나머지 사냥꾼들을 둘러보며 물었지만 아무도 가겠다는 사람이 없었다.

“결정 났군. 가려면 혼자 가. 도박 빚에 우리들 다 죽이려 하지 말고.”

“누, 누가 도박 빚 때문에 그러는 건가?”

쌍둥이 폭포로 가자고 말을 꺼낸 사내가 약간 당황하며 왈스의 앞에서 물러났다.

“루드, 쌍둥이 폭포가 어떻기에 저렇게 다들 꺼리는 겁니까?”

도현이 일행의 뒤를 따라가며 루드에게 조용히 물었다.

“이 숲 너머 들판을 가로질러 가다 보면 땅이 밑으로 푹 꺼진 데가 있다오. 그곳을 따라 쭉 내려가다 보면 지하에 거대한 산이 있소.”

“지하에 산요?”

도현으로서는 그림이 그려지지 않았다.

‘어떻기에 지하에 산이라는 말이 나오지?’

“나무가 있는 그 산 말입니까?”

도현의 놀라는 반응에 루드가 낮게 웃었다.

“맞소, 그런 산. 나도 직접 보기 전까지는 그런 소문을 듣고 잘 이해가 안 됐지. 쌍둥이 폭포는 지하의 산 주변에 떨어지는 폭포를 뜻하는 거요.”

“직접 가 봤습니까?”

“멋모르고 돈 벌려고 따라갔다가 나만 홀로 살아 돌아왔소. 그때는 짐꾼으로 갔는데, 등에 잔뜩 메고 있던 짐이 내 등을 보호해 주지 않았다면 등뼈가 으스러져서 비참하게 죽었을 거요.”

“몬스터에게 당한 겁니까?”

“아까 본 초대형 우스트랄도 그 몬스터에 비교하면 한 수 뒤처진다고 봐야지. 혹시 슈빅타이런 아시오?”

“슈빅타이런이라면…….”

도현은 헬스콧에서 길을 내던 병사들과 일꾼들이 떠올랐다. 그들은 헬스콧 산 정상에 머물고 있다는 악마 같은 슈빅타이런을 상대할 거대한 화살 발사대를 운반하기 위해 최대한 산에 길을 냈었다.

신장이 5미터가 넘고 얼굴이 사자를 닮은 슈빅타이런은 화살도 다 튕겨 내는 질긴 가죽에, 사람 몸통을 가릴 정도로 거대한 양 주먹을 쇳덩어리처럼 휘두르는 무자비한 놈이었다. 두 다리도 튼튼해서 나무를 걷어차면 나무가 뒤틀릴 정도라고 알려졌다.

“네, 어떤 녀석인지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슈빅타이런은 왜?”

“그 슈빅타이런이 그곳에 서식하고 있소. 한두 마리가 아니라오. 난 운 좋게 그놈의 손에서 살아남았지.”

“아! 그렇습니까?”

도현이 겁에 질린 표정이 아니라 어쩐지 기쁜 표정을 지으며 대꾸를 하자 설명을 해 주던 루드는 김이 살짝 빠졌다.

“아무튼 그런 무서운 몬스터가 사는 곳이오. 들리기로는 슈빅타이런보다 더 센 녀석들도 있다고 하는데, 그건 잘 모르겠고.”

도현은 조금 전 쌍둥이 폭포로 가 보자고 제안을 했던 사내를 쳐다봤다.

“그럼 저 사람은 왜 그곳에 가자고 하는 겁니까? 슈빅타이런을 잡자고 하는 건 아닐 테고요.”

“물론, 그건 아니지. 샤빌이라는 몬스터가 있소. 약한 몬스터인데, 그놈의 뿔이 마법사들에게는 어마어마한 가치가 있다고 알려졌소. 얼마에 거래됐는지도 알려지지 않았지만, 부르는 게 값이라고 할 정도면 상상이 대충 갈 거요.”

“샤빌을 잡으러 가다 슈빅타이런에게 죽는 경우군요.”

“그렇소. 돈이 급하게 필요하거나 호기심에 무리를 지어 가는 사람들이 종종 있는데, 거의 다 죽고 못 돌아오지. 하지만 아주 극소수 운 좋은 인물은 어디 가나 나오기 마련 아니요? 샤빌의 뿔을 구해 와서 판 사람도 있다고 들었소.”

“그렇군요.”

도현이 시선이 숲 너머 어딘가에 있을 지하의 산으로 향했다.

‘아주 마음에 들어. 슈빅타이런이라. 그리고 그 녀석보다 더 센 놈들도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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