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3] 디 임팩트 5권 3화
뼛속까지 파고드는 강물의 한기에 도현은 손끝 하나 움직이기 어려운 충격을 받았지만 살아야 한다는 생각에 입술을 물어뜯으며 헤엄을 쳤다.
“활을 쏴!”
거의 다 잡은 고기로 생각하고 자신이 직접 죽이기 위해 어느 순간부터는 부하들에게 활을 사용하지 못하게 지시를 내렸던 칼라치는 도현이 강을 넘어가려 하자 굳은 안색으로 급히 활을 사용하도록 명령했다.
쉬쉬쉭! 피피픽!
불화살과 일반 화살이 교차하며 강으로 새까맣게 떨어졌고 도현은 헛바람을 삼키며 신속하게 강 아래로 잠수를 했다.
깊이 잠수해서 위에서 떨어지는 화살 공격을 피해 낸 도현은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깜깜한 강물 속에서 느리게 헤엄치며 조금씩 전진해 가다가 숨을 쉬기 위해 조심스럽게 위로 떠올랐다.
“푸우! 하아, 하아.”
숨을 몰아쉬던 도현은 물 밖의 상황을 파악했다. 제법 헤엄쳐 왔다고 생각했는데 착각이었다.
실제로 그가 잠수해서 이동한 거리는 10여 미터도 채 안 됐다.
“저기 있다!”
“흡!”
크게 숨일 들이마신 도현은 화살 공격을 피해 얼음처럼 차가운 강물 속으로 다시금 잠수를 했다.
그가 물속으로 사라지자 강가에 서 있던 칼라치가 주변을 향해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외쳤다.
“나랑 같이 저놈을 쫓을 사내들 있나!”
“물론입니다, 칼라치 님!”
수십여 명의 부하들이 앞으로 나섰다.
“좋다! 수영을 못하는 자들은 뒤로 빠지고, 나머지는 즉시 나를 따라와!”
무게가 나가는 갑옷을 벗어 던진 칼라치와 그의 부하들은 단검을 하나씩 소지하고 강물로 뛰어들었다.
그 모습을 본 다른 구역의 두목들은 혀를 차며 각기 부하들에게 명령을 했다.
“미친놈들 같으니라고. 우리는 다리를 통해 강 건너편으로 넘어간다! 서둘러라!”
“예!”
횃불을 든 수백여 명의 사람들이 남쪽으로 이동을 했고, 체력이 달려 뒤늦게 강에 도착한 이디언은 콧수염을 기른 칼라치 조직의 2인자로부터 설명을 들으며 수십여 명을 삼킨 강을 주시했다.
‘무섭고, 대담한 자야.’
비록 수적 열세에 밀려 쫓기고는 있지만, 초반 도현이 보여 준 힘은 압도적이었다.
칼라치의 부하들 수백여 명이 목숨을 걸고 용감하게 그녀와 칼라치 주변을 철통같이 에워싸지 않았다면, 진작 그녀는 도현의 검에 죽었을 목숨이었다는 걸 그녀는 모르지 않았다.
부러진 코를 매만지던 그녀는 옆에 서 있는 비버를 힐끗 쳐다봤다.
“뭘 보는 거죠?”
“예?”
요염한 이디언의 옆모습을 훔쳐보던 비버가 뒷머리를 긁적였다.
“아무것도 안 봤습니다.”
“여긴 무슨 일로 왔어요?”
그녀는 비버가 도현에게 손을 쓴 걸 아직 모르고 있었다.
“주인님이 보내서…….”
말끝을 흐리며 강을 쳐다보던 그는 어두컴컴한 강 건너에 사람 형체가 어른거리자 깜짝 놀라며 소리쳤다.
“그자다!”
“하아, 하아.”
도현은 몸을 덜덜 떨며 눈밭을 걸었다. 강을 간신히 넘어 오긴 했지만, 온몸이 젖었고 강추위에 머리카락이 다 얼어 버릴 것 같았다.
살점이 뜯겨져 나가는 추위의 고통에 도현은 손바닥을 비비며 뒤를 돌아다봤다.
자신처럼 강을 건너온 칼라치와 수십여 명의 사내들이 끈질기게 뒤를 쫓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의 움직임도 자신처럼 어딘지 모르게 고통스럽고 부자연스러웠다.
“후우, 후우.”
입김으로 언 손끝을 녹인 도현은 통나무처럼 굳어져 의도대로 잘 움직이지 않는 두 다리를 억지로 힘주어 움직였다.
“이대로 멈추면 얼어 죽고 말 거야.”
발끝에 서서히 감각이 사라지고 있었다.
어떡하든 몸에 열기를 만들어서 떨어진 체온을 다시 끌어올리고, 추위 속에서 버텨야만 한다.
“으아아아아!”
긴 고함 소리와 함께 도현이 뛰기 시작하자 뒤를 쫓던 칼라치가 몸을 떨며 소리쳤다.
“우리도 뛴다!”
심장이 터질 만큼 한참을 뛰자 도현은 발끝에 감각이 다시 살아 돌아오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그래도 추웠다.
그때 전방에 또다시 강이 보였다.
도시를 휘감아 도는 강은 북쪽으로 흘러가는데, 그 강에 당도한 것이다.
저 강을 헤엄쳐 건너면 간신히 살려 놓은 체온이 다시 내려갈 게 뻔했다.
몸서리쳐지는 그 고통을 다시 겪어야 한다는 생각에 도현의 미간이 잔뜩 찌푸려졌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저 멀리 수백 개의 횃불들이 어른 거렸고, 그보다 가까운 거리에서 칼라치와 수십여 명의 사내들이 꾸준한 속도로 뒤를 쫓고 있었다.
이 강을 넘지 않으면 언젠가 수백 명의 추적대에 포위당하고 말 것이다. 그가 서 있는 곳은 넓은 평원으로 몸을 숨길 만한 장소가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위험하더라도 강을 건너서 북쪽 몬스터 지대에 들어가 위기를 모면할 상황을 만들어야 했다.
파랗게 언 입술을 꽉 깨물며 결단을 내린 도현은 살얼음이 언 강변에 발을 디디고 풍덩 소리를 내며 짙은 강물 속으로 뛰어들었다.
빠른 강물의 유속에 힘이 빠진 도현의 몸이 점점 떠내려갔고, 그러던 어느 순간 물속으로 완전히 자취를 감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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