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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 임팩트-136화 (136/575)

[136] 디 임팩트 6권 11화

꿈에도 그리던 내공을 갖게 되었지만 사용을 못 하면 그림의 떡이었다.

“틈나는 대로 내면을 관조하면서 단전에 느껴지는 기운을 내 신체의 일부처럼 생각하고 편하게 움직이려 노력을 해 봐. 어느 순간, 단전의 기운들이 네 마음에 반응을 하며 움직이는 순간이 있을 거야.”

“알았어. 열심히 할게.”

진지한 얼굴로 도현의 조언을 들은 용주는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랜만에 만난 홍영과 도현이 편하게 얘기할 수 있도록 자리를 피해 주려 한 것이다.

“용주야.”

“왜?”

지하 도장 문을 열고 나가던 용주가 뒤를 돌아봤다.

“외공 수련은 어때?”

“어 그거? 지금도 하고 있어. 여전히 아파 죽겠다야.”

“몸에 변화는 없어?”

“그렇지 뭐. 사실, 몇 번이나 그만두고 싶었는데, 철호 형이 힘들어도 묵묵히 하고 있으니까 나도 포기할 수 없겠더라고.”

“이봐 철호, 간식 먹고 해!”

막노동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홍 반장의 카랑카랑한 목소리에 장철호가 뒤를 돌아봤다.

대여섯 명이 둘러앉아 차가운 빵을 하나씩 입에 대고 있었다.

“한 번 더 옮기고요.”

안전모를 착용한 장철호는 리모델링 현장에서 나온 쓰레기 앞에서 소리쳤다.

두 팔이 성한 노련한 사람들에 비해 작업량이 적은 건 아니었지만, 그는 한 팔만 사용해야 하는 자신의 단점을 꾸준한 성실함과 쉬지 않는 체력으로 메우고 있었다.

자신을 믿고 계속 데리고 다니는 늙은 홍 반장을 위해서라도 열심히 해야 했다.

장철호는 허리를 숙여 마대에 담긴 쓰레기를 들어 올렸다.

찌이이익.

날카로운 파이프 끝에 마대 한쪽이 찢어지며 내용물이 쏟아졌다.

“이런.”

그는 새 마대에 쓰레기들을 주워 담기 위해 허리를 깊숙이 숙였다.

그 순간 2층에서 철거하다 만, 반쯤 부서진 벽 일부가 무슨 이유인지 기울어지며 아래에 있는 장철호를 덮쳤다.

장철호는 어떻게 손을 쓸 틈도 없이 무너진 벽 일부에 등을 강타당하며 깔렸다.

쿠웅!

먼지가 사방으로 흩어졌고, 장철호가 쓰러지는 게 보였다.

눈 깜짝할 사이에 벌어진 사고에 간식을 먹던 인부들과 홍 반장이 놀라며 우르르 몰려왔다.

서둘러 장철호의 등을 위에서 누르고 있는 벽돌을 제거하며 홍 반장이 소리쳤다.

“철호, 이보게 철호!”

“죽은 거 아니야?”

“입 닥치지 못해!”

버럭 화를 내던 홍 반장은 꼼짝 않고 엎드려 있던 장철호가 갑자기 벌떡 일어나자 기겁을 하며 뒤로 엉덩방아를 찧었다.

주변에 있던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죽진 않았어도 등과 허리를 덮친 돌 때문에 상당한 충격을 받고 꼼짝을 못할 거라고 생각을 했는데, 그들의 예상을 깨고 장철호는 입안에 들어온 먼지와 돌 부스러기들을 툭툭 뱉어 내며 멀쩡한 얼굴로 일어섰다.

“자, 자네, 괜찮나?”

홍 반장의 걱정 서린 말에 잠시 멍하니 자신을 덮쳤던 벽돌들을 둘러보던 장철호는 정신을 차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예, 괜찮습니다, 반장님.”

“아니야. 괜찮을 리가 없지. 병원에 가 보자고. 그 정도 충격이면 어디가 잘못돼도 단단히 잘못돼야 정상이야.”

주변의 인부들이 일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봐, 누워 있어. 허리에 무리가 갈 수도 있다고.”

“119 불러.”

장철호는 홍 반장과 인부들의 성화에 못 이겨 어쩔 수 없이 바닥에 누웠다.

‘정말 괜찮은 것 같은데…….’

그는 조금 전 상황을 떠올렸다.

무너진 벽이 등과 허리를 강타하는 순간, 그는 큰 충격을 받으며 앞으로 쓰러졌었다.

엎드린 상태에서 그는 척추에 손상이 온 건 아닌지 공포감이 몰려와 한동안 숨을 멈추고 꼼짝을 할 수가 없었다. 척추는 어깨와는 달리 몸 자체를 못 움직이게 만들 수도 있는 중요 부위였기 때문이다.

‘간식 먹으라고 할 때 먹을걸. 빌어먹을!’

후회 속에 그는 저도 모르게 몸에 힘이 들어갔고, 그러다 벌떡 일어났다.

‘어, 괜찮은데?’

등이 뻐근하긴 했지만 몸 속 깊이 다친 것 같지는 않았다. 운동을 오래 해 온 그는 평상시와 다름없는 자신의 몸 상태를 바로 알아차린 것이다.

119차에 실려 병원에서 검사를 했지만 그의 예상대로 몸은 정상이었다.

“하늘이 도왔군.”

홍 반장이 기다렸다 그를 차에 태우며 말했다.

“과연 하늘이 도운 걸까요?”

“응? 무슨 뜻이야?”

“아닙니다, 아무것도.”

장철호는 말끝을 흐리며 운전을 하는 늙은 홍 반장을 쳐다봤다.

“반장님, 고맙습니다. 일부러 와 주시고요.”

“먹고살기 위해 일하다 다치고 죽는 것만큼 억울한 게 없어. 그 꼴 날까 봐 걱정돼서 온 거야.”

홍 반장은 병원 앞 신호등에 승합차를 세우며 담배를 입에 물었다. 주름 깊은 눈가로 말없이 담배를 피우던 그는 차를 다시 몰며 말했다.

“내일 일할 수 있어?”

“네.”

“그러지 말고 며칠 푹 쉬는 건 어때?”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그래?”

홍 반장은 별말 없이 운전을 하다 얼마 뒤 장철호가 사는 고시원 앞에 차를 세웠다.

“자네, 고시원 생활하기 힘들지 않아? 체구가 커서 더 답답할 것도 같은데 말이야.”

“익숙해져서요. 그럼 내일 뵙겠습니다.”

“이봐 철호.”

차 문을 닫으려던 장철호가 멈칫했다.

“예?”

“그 말이야. 자네 혹시 하숙할 생각 없나?”

“하숙요? 어디서 말입니까?”

“우리 집.”

홍 반장이 씨익 웃으며 답했다.

쌀쌀한 겨울바람을 맞으며 호검술 도장을 향해 걷던 장철호는 팔을 돌려 등과 허리를 가볍게 두드려 봤다.

옷을 통해 전해져 오는 피부 감촉은 그대로였다. 그 어디를 봐도 자신의 피부가 강철같이 단단해져 있거나 혹은 몸속에 괴력이라 불리는 힘이 꿈틀대는 걸 느낄 수 없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수련 중이던 외공이 어떤 식으로든 낮에 사고에서 도움을 준 게 아닌지 의심을 떨칠 수가 없었다.

‘목숨을 걸고 다시 커다란 돌을 맞으며 테스트를 해 볼 수도 없고.’

낮에 사고를 깊이 생각하며 걷던 그는 제과점을 나오는 도현을 발견하고는 뛰듯 걸었다.

“야! 도현아!”

“오셨어요, 형.”

“언제 왔어?”

“낮에요.”

“겨울 산행은 좋았냐?”

“네, 아주 만족스러웠어요.”

“자식, 많이 얻고 내려왔나 보네.”

둘은 웃으며 어깨를 나란히 하고 도장 쪽으로 걸어갔다.

“근데, 그건 뭐냐? 웬 케이크?”

“이 피디와 김 작가가 도장을 나온 지 두 달이 됐잖아요. 특별히 잘해 준 것도 없는데, 열심히 다니는 게 고마워서요.”

도현은 저녁 교육 후, 수고했다고 케이크라도 잘라 주고 싶었다.

“그 사람들 처음에는 간 보면서 다니려던 것 같더니, 지금은 열심이야. 충분히 네게 케이크 받을 만한 자격이 생긴 거지.”

장철호도 인정을 해 주며 고개를 끄덕였다.

막 건물 입구에 들어선 도현은 위층으로 올라가려는 철호를 붙잡았다.

“철호 형, 저 형에게 할 말 있어요.”

“그래? 잘됐네. 그렇잖아도 나도 네게 해 줄 말이 있었는데.”

“제게요?”

“말씀하세요.”

“네가 먼저 말해. 형 이야기는 아주 놀라운 거라서 나중에 말해야겠다. 고맙다, 홍영아.”

장철호는 홍영이 타 준 차를 마시며 관장실에서 느긋한 시선으로 도현을 바라봤다.

“알겠어요. 그럼.”

도현은 잠시 뜸을 들이다가 입을 열었다.

“형, 제 몸속에는 내공이 있어요.”

“푸후!”

홍영이 타 준 차를 입으로 뿜으며 그는 벌떡 일어났다.

“뭐, 뭐라고? 내공?”

“네.”

“진짜로 네가 내공을 가지고 있어? 이야기 속에나 나오는 그런 내공을!”

“그래요, 형.”

“홍영아, 지금 도현이 말 사실이냐?”

옆에서 장철호가 흘린 찻물을 휴지로 닦으며 홍영이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이에요.”

“이런 일이. 정말 내공이란 걸 가질 수가 있다니. 어떻게?”

장철호는 믿어지지가 않는다는 표정으로 도현을 봤다.

“아버지가 지리산 도인에게 배운 단전호흡법으로요.”

“호심공?”

“네, 시작은 그곳에서 출발했어요. 형에게 동공을 하라고 알려 줬지만 실은, 20년간 좌공을 열심히 하고 보니 어느 날 작은 내공의 씨앗이 하나 생기더라고요.”

장철호는 흥미진진한 눈빛으로 도현이 하는 말을 들으며 자리에 다시 앉았다.

“그래서?”

“그런데 그뿐이었어요. 내공의 존재를 인식하기는 했지만, 워낙 작은 양이었고, 사용법도 알 수가 없었으니까요.”

도현은 차를 한 모금하며 계속 얘기를 이어 갔다.

“그때 조 박사님이 연구하는 초고대 문명 기기의 실험에 참가했어요. 용주와 함께요. 바로 차원 이동 장치죠. 하지만 이유는 모르지만 저만 차원 이동을 했어요.”

도현은 아버지의 죽음을 건너뛰며 조 박사 얘기로 넘어갔다. 용주에게 내공이 생긴 이상, 이제는 호심공의 효과를 제대로 전달해 줘야 했고,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의 이야기를 빠트릴 수가 없었다.

다만, 아버지 이야기는 아직 시기상조였다. 철호 형 성격상 사실을 알게 되면 큰 책임감을 느낄 테고 정상이 아닌 몸에 괴로움을 더해 주는 일일뿐이다. 철호 형에게 사실을 숨기는 게 미안했지만, 당장은 어쩔 수 없었다.

“자, 잠깐만. 지금 농담하는 거지? 차원 이동이라니?”

장철호는 손을 흔들며 도현의 말을 중단시켰다. 내공까지는 이해하려고 했지만, 차원 이동을 했다는 말은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도현은 자리에서 일어나 철제 캐비닛을 열어 금화 주머니를 꺼냈다.

“그곳에서 가지고 온 금화예요.”

촤르르르.

테이블 위에 쏟아지는 많은 금화를 보며 장철호는 눈만 깜빡였다.

“중세풍의 그곳은 우리와 같은 여러 인종들이 모여서 살고 있었어요. 몬스터가 있고, 마법사가 있고, 마나라는 내공과 비슷한 힘을 가진 강자들도 있는 곳이죠.”

도현은 타투 이야기도 했다.

“몬스터를 잡으면 내공이 늘었어요. 내공을 사용하는 법도 스스로 터득했고요. 이계는 위험했지만, 나를 점점 강하게 만들어 주었죠. 하지만 몬스터의 기운은 알고 보니 혼돈의 마나라는 것이었어요. 그로 인해 저는 해결해야 할 숙제가 하나 생겼죠.”

도현은 감정에 따라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살의를 가진 악마 같은 존재로 바뀔 수도 있다고 설명을 해 주었다.

“음…….”

장철호는 묵직한 신음을 흘리며 식어 버린 차를 입에 댔다. 도현이 스므차 성주의 성에 들어가기 직전, 타투의 힘이 다해서 돌아왔다는 말까지 들은 그는 도현을 깊이 응시했다.

“그럼 앞으로 어떻게 할 거냐?”

“스톤을 구한다는 광고 글을 인터넷 여러 사이트에 올렸어요. 연락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어요.”

“두 번째 스톤을 구한 곳이 네팔이라고 했지?”

“네.”

“다음 주라도 내가 가 볼게. 그 주변을 샅샅이 훑으면 돌탑에 껴 있었던 그 스톤이 또 나올지 몰라.”

미치광이로 돌변할 수 있다는 도현의 말에 가슴이 서늘해진 장철호는 걱정 깊은 시선으로 말했다.

“오빠, 그러실 필요 없어요. 사실 그쪽에 오랫동안 거주하던 마을 사람들에게 스톤에 대해 물었지만, 문양이 그려진 돌을 본 사람들은 없었어요.”

“그래도 뭐라도 하긴 해야지.”

“철호 형, 웬만해선 제 감정이 잘 동요하지 않을 수준까지 올랐어요. 그러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그리고 이계로 돌아간다고 해서 반드시 해결책을 얻을 수 있다고 장담할 수도 없고요.”

“참, 믿을 수가 없구나, 세상에 다른 차원이 존재하다니.”

장철호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왜 진작 말 안 했냐? 내가 입이 가벼워 사람들에게 퍼트리고 다닐까 봐?”

걱정과 놀라움을 어느 정도 가라앉힌 장철호가 섭섭한 표정으로 물었다.

“죄송해요, 형. 이계에 가는 일로 형에게 걱정을 주고 싶지 않았어요.”

“참나. 용주 녀석, 나를 감쪽같이 속이다니. 뭐, 이 건물이 홍영이 도움을 줘서 산 거라고? 홍영이 너도 그러는 거 아니다.”

“미안해요, 오빠.”

홍영은 얼굴을 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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