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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 임팩트-178화 (178/575)

[178] 디 임팩트 8권 3화

로나가 단검을 빼 들자 짐브리오가 인상을 쓰며 나무 침대에서 내려왔다.

“귀찮게 정말. 대장은?”

“없어요.”

“어디 갔는데?”

“도박장요.”

“잘한다. 누군 돈 없다고 위험한 몬스터 잡으러 가는데, 누구는 도박이나 하러 다니고 말이야. 대체 도박으로 날린 돈이 얼마야?”

그는 옷을 단단히 입은 후 소중히 여기는 귀마개를 착용했다.

“북쪽 지리는 잘 알겠지?”

“어느 정도는요.”

“내가 듣기론 다크캐슬의 몬스터 사냥꾼들은 겨울 사냥을 피한다고 들었는데, 괜찮겠어?”

옷을 챙겨 입은 짐브리오가 꼼꼼하게 따지고 물었다.

“감안해서 사냥해야죠.”

사실 도현은 혼자 가는 게 편했지만, 같이 가자는 로나를 무시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아예 짐브리오까지 끼워서 한 번에 많은 양의 몬스터 재료를 모을 생각을 했다.

집 밖으로 나온 그들은 커다란 가방을 두 개나 사고, 음식까지 준비했다.

“이렇게 많이 채울 수 있어요?”

로나가 가방을 보며 물었다.

“해 봐야죠.”

도현은 빙그레 웃으며 그들과 함께 북쪽 몬스터 지역으로 들어갔다.

도시보다 훨씬 춥고 눈이 녹지 않아 걷는 것도 여러 가지로 어려웠다.

하지만 로나와 짐브리오는 가벼운 몸동작으로 도현이 만든 길을 따라 산을 거침없이 탔다.

날렵하게 움직이며 자신의 뒤를 따라오는 저들의 모습에 도현은 속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신속함과 은밀함, 그리고 가벼움은 저들의 주특기와 같아서 힘든 산길도 별 어려움 없이 잘 따라와 주고 있었다.

체력도 아주 좋아서 무크람 같은 돈 안 되는 하급 몬스터들이 출몰하는 이 산을 쉬지 않고 바로 넘어갈 수 있었다.

‘루드를 데리고 오지 않은 건 잘한 것 같아.’

가죽 벗기는 데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이라서 루드를 데리고 올까 고민을 했지만, 겨울 사냥이 그에게는 힘들고 위험해 보여서 포기했다.

아마도 그와 함께 움직였다면 아직도 산 중턱 부근에서 천천히 길을 걸어야만 했을지도 모른다.

본토로 간다는 딘과 리드만과 헤어진 후 그는 에드의 집을 방문해 그들이 전쟁 중에 무사한 사실을 확인했었다.

검을 배우고 싶다는 토밀에게 에드가 가르치도록 허락을 한 그는 에드의 검술 실력을 점검하고 좀 더 수준 높은 검술을 전수해 주기도 했다.

하루 정도 에드의 집에서 머문 도현은 그 이후에서야 흰 뿔 사슴 술집에서 짐브리오를 만난 것이다.

‘영주님과 사제님은 무사히 배를 타고 강을 건너셨겠지?’

도현은 헤어진 그들을 생각하며 걸음을 멈췄다.

어느새 산을 다 넘어와 눈 덮인 우스트랄 숲이 전면에 펼쳐져 있었다.

도현은 품에서 종이를 꺼내 몬스터 재료 상점 주인인 말론이 표시한 물품 개수를 확인했다.

‘상급 우스트랄 등가죽 마흔 개.’

보통 상급 우스트랄 등가죽은 개당 금화 스무 개였는데, 말론은 금화 스물두 개를 준다고 표시해 놨다.

“그건 뭐냐?”

짐브리오가 콧물을 훌쩍이며 물었다.

“거래하는 상점 주인이 급히 필요하다고 준 재료 목록이에요.”

“어디 봐.”

짐브리오는 도현의 손에서 종이를 넘겨받았다. 음산한 분위기를 풍기는 우스트랄 숲을 주의 깊게 살펴보던 로나도 고개를 내밀어 짐브리오가 들고 있는 종이를 살폈다.

여러 종료의 몬스터 이름과 필요한 부위와 개수가 잘 정리되어 있었고, 그 옆에는 금액도 붙어 있었다.

“뭐 이리 많아? 이걸 너 혼자 다 사냥해서 판다고?”

“가능하면요.”

도현은 종이를 다시 품 안에 넣었다.

“앞에 보이는 숲은 우스트랄 숲이에요. 전에 몇 번 와 본 곳인데, 안쪽으로 깊이 들어가야 할 것 같아요. 이 숫자를 빠르게 맞추려면요.”

“우리 믿고 잡지 마라. 나나 로나는 힘없다. 우린 짐꾼이야.”

짐브리오가 빈 가방을 들썩이며 말했다.

“알겠어요. 두 사람 다 몬스터가 나오면 부딪치지 말고 일단 내게 넘겨요. 위급한 상황이 아니라면요.”

“조심해요.”

로나의 말에 도현이 고개를 한번 끄덕이고는 우스트랄 숲을 응시했다.

북쪽에 우스트랄 숲은 여러 곳인데 그가 이곳을 굳이 찾아온 이유는 익숙하기도 했지만, 전에 본 5미터가 넘는 초대형 우스트랄을 잡기 위해서였다.

놈을 잡으면 상당한 기운을 흡수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스르릉.

도현은 허리에 걸려 있는 검 한 자루를 뽑았다.

눈밭으로 쏟아지는 햇살이 길게 뻗은 검신에 반사되어 로나의 눈가를 간질였다.

“숲 안쪽까지 빠르게 돌진할 겁니다. 멈추지 마세요.”

말을 끝낸 도현의 몸이 빛살과 같은 속도로 움직였고, 그 뒤를 몸이 빠른 로나와 짐브리오가 바짝 따라붙었다.

숲에 들어선 지 얼마 안 돼 어슬렁거리던 무크람이 괴성을 지르며, 달려오는 도현을 덮쳤다.

번쩍이는 검광이 무크람의 몸을 스쳐 지나갔고, 고릴라를 닮은 무크람의 사체가 땅으로 떨어지기 전에 로나와 짐브리오는 벌써 그곳을 날듯이 스쳐 지나갔다.

콰앙앙!

나무 위에서 습격한 또 한 마리의 무크람은 도현의 주먹을 맞고 날아가 인근 나무 기둥에 힘 있게 부딪혔다.

콰지지직.

나무와 몬스터의 몸이 폭발하듯 부서졌다.

콰아앙!

무크람보다 훨씬 센 금빛 머리 무크람도 예외가 아니었다.

눈밭을 미친 듯이 헤치며 달려와 공중에서 붕 떠서 칼날 같은 손톱으로 도현의 몸을 찢어발기려던 그 녀석은 도현이 휘두른 검에 네 조각이 되는 처참한 모습으로 사방으로 피를 날렸다.

뒤따라오며 그 광경을 목격한 로나와 짐브리오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저 무식한 자식. 보이는 대로 한 방에 다 죽이네.”

“강해요.”

로나가 기쁜 얼굴로 외쳤다.

“내 눈에도 아주 강해 보인다. 저런 녀석이 폭주해서 날뛰면 누가 막겠어?”

“그러니까 조심하라고요. 함부로 대하지 말고.”

“그래야겠지?”

그들이 대화를 나누는 사이에도 앞에서는 도현의 손에 죽은 몬스터들의 사체가 이리저리 튕겨 나가고 있었다.

‘독한 놈. 벌써 몇 마리째야?’

짐브리오는 죽은 우스트랄의 등가죽을 빠르게 벗겨 내는 도현의 눈부신 손놀림에 혀를 내둘렀다.

장갑을 끼지 않은 맨손으로 단검을 쥔 도현은 헛손질을 하지 않고 정확하게 계산된 칼질로 몬스터의 등가죽 외곽에 선을 그은 다음, 가죽이 손상되지 않도록 꼬리 쪽부터 신속히 벗겨 내고 있었다.

사아아악.

부드러운 칼질 소리를 마지막으로 열다섯 번째 등가죽이 나왔다.

“여기.”

도현이 건네는 등가죽을 받은 로나는 돌돌 말아서 조심스럽게 가방 안에 밀어 넣었다.

짐브리오의 가방 안은 이미 등가죽으로 꽉 찼고, 얼마 전부터는 그녀의 가방 안에 가죽을 보관하고 있었다.

“손 시리지 않아요?”

도현은 손에 묻은 이물질을 흰 눈에 닦아 내며 로나에게 고개를 돌렸다.

“괜찮아요.”

“손이 파랗게 얼었어요. 장갑 끼고 하면 좋을 텐데.”

“미세한 작업이라서요. 나중이라면 몰라도 아직은 장갑을 끼고 할 처지가 못 돼요.”

도현은 말을 하며 로나가 건네주는 가죽 장갑을 양손에 꼈다. 원래 그의 장갑으로, 로나가 잠시 맡아 두고 있던 것이다. 안에는 따뜻한 감촉의 털이 있어서 손의 온기를 유지시켜 줬다.

“로나, 너 그 장갑 가슴에서 꺼낸 거 아니야?”

“뭐라고요!”

로나가 얼굴이 붉어져 단검을 들고 쫓아왔다.

“노, 농담이야, 농담!”

덩치 큰 짐브리오는 가방을 내려놓고 후다닥 숲 안으로 도망쳤다.

“거기 서요!”

“미안하다니까!”

숲 안으로 들어간 그들은 잠시 후 어깨를 나란히 하고 비명을 지르며 도현이 있는 공터로 달려왔다.

그들 뒤로 엄청난 크기의 도마뱀을 닮은 몬스터가 보였다.

‘그놈이다!’

도현은 찾고 있던 초대형 우스트랄이 모습을 보이자 허리에서 칼을 뽑았다.

“도현, 도망가자!”

짐브리오가 외쳤다.

“빨리요!”

로나 역시 가방을 챙기며 도현을 재촉했다. 그들은 대책 없이 커 보이는 저 괴물을 도현이 상대하기에는 버겁다 생각했다.

쿠쿠쿠쿵쿵.

가까이 올수록 눈이 쌓인 땅이 진동을 일으켰다.

“찾던 놈이에요.”

“뭐라고? 저놈을 잡겠다고?”

짐브리오가 놀라 외쳤다.

“다크캐슬에 머물겠다는 이유는 바로 저런 녀석들을 잡기 위해섭니다. 오히려 내가 바라던 순간이죠. 두 사람은 멀리 떨어져 있어요.”

“좋아요. 함께 싸워요, 그럼.”

로나가 단검을 들고 나서자, 짐브리오가 그녀의 허리를 낚아채 뒤로 빠르게 달려갔다.

“이거 놔요!”

“괜히 방해하지 말고 지켜봐.”

짐브리오의 냉정한 눈빛에 로나는 흥분을 가라앉혔다.

“몸을 뺄 실력은 되는 녀석이니까.”

둘이 긴장한 얼굴로 바라보는 순간, 도현이 허공으로 몸을 솟구쳤다.

쿠콰콰쾅!

초대형 우스트랄의 육중한 몸에 일격을 당한 나무가 비명을 지르며 부러졌다.

공중제비를 돌며 공터에 떨어지는 도현을 향해 우스트랄이 통나무처럼 굵고 고무처럼 탄력 있는 긴 꼬리를 번개처럼 휘둘렀다.

눈들이 꼬리가 일으키는 힘에 이끌려 눈보라를 일으켰다.

쉬이이익.

엄청난 기세였지만 도현은 물러서지 않고 눈보라 속에 있는 갈색 빛깔의 꼬리에 정확히 칼을 댔다.

찌르는 검이었지만 검 끝에 맺힌 어마어마한 힘에 의해 사람 몸통만큼 두꺼운 꼬리 일부분이 폭발을 일으키며 떨어져 나갔다.

캬아아아아.

꼬리를 잃은 초대형 우스트랄이 몸을 회전하며 거대한 입을 도현에게 벌렸다.

누런 액체가 안개처럼 뿜어졌다.

깜짝 놀란 도현이 황급히 옆으로 몸을 굴렸고, 그가 있던 자리의 눈과 땅이 부글거리며 녹아내렸다.

‘독까지 몸속에 품고 있었어.’

초대형 우스트랄이 저런 독한 독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도현은 루드에게 듣지 못했다.

캬아아아.

도현이 있는 곳을 향해 초대형 우스트랄이 미친 듯이 독액을 뿜어냈다. 꼬리를 잃은 것에 대한 적개심과 그만큼 강한 적이 등장했다는 것에 대한 불안감이 초대형 우스트랄을 자극한 것 같았다.

독액이 안개처럼 분사돼 넓게 퍼져 와서 도현은 쉽게 녀석에게 접근할 수가 없었다.

그가 피한 자리에 있던 땅이며 나무며 바위 들이 고약한 냄새와 함께 녹아내렸고, 공터는 시간이 갈수록 안개처럼 퍼져 가는 독액으로 인해 피할 곳이 점점 적어졌다.

등가죽이 벗겨진 채 죽어 있는 일반 우스트랄의 몸은 독액에 맞아 뼈만 남기고 사라진 상태였다.

“그만하고 피해요!”

로나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크게 소리쳤다. 하지만 도현은 그녀의 말이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공간이 보이고 있어. 그 길을 따라가면 돼.’

누런 빛깔을 띤 독액이 만든 안개는 공기의 흐름을 타며 공터를 떠돌고 있었고, 그 틈은 생겼다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바람이 잦아든 숲 안의 공터에서 누런 독 안개가 파도처럼 넘실거리는 순간, 도현이 독 안개로 뛰어들었다.

멀리서 지켜보던 로나와 짐브리오의 눈에는 도현이 죽기로 작정을 한 것처럼 보이는 무모한 행동이었다.

그들이 한껏 놀랄 때 도현은 독 안개가 열리는 길을 따라 번개처럼 우스트랄에게 접근한 다음 차가운 눈빛으로 검을 휘둘렀다.

초대형 우스트랄의 머리 부분을 깊게 벤 그는 독 안개가 다시 몰려오자, 어깨를 좌우로 흔들며 뒤로 빠르게 물러났다.

치이이익.

머리카락과 가죽 갑옷 일부가 독 안개에 접촉돼 타들어 갔고, 피부도 따끔거렸다.

눈 한 번 깜짝할 사이에 독 안개를 뚫고 들어갔다 나온 도현은 긴장한 얼굴로 초대형 우스트랄의 두 눈을 노려봤다.

머리를 깊숙이 베인 녀석은 조금 전과 달리 입도 벌리지 못하고 가만히 웅크리고 있기는 했지만, 눈동자를 데구루루 굴리는 게 아직 건재해 보였다.

‘다시 한 번 간다.’

도현이 검 손잡이에 힘을 주는 순간, 초대형 우스트랄이 그 자리에서 발광하며 괴성을 질렀다.

푸우우우.

도현이 낸 상처에서 피가 분수처럼 솟구쳤고, 생기를 잃어 가는 몸은 그 자신이 뿜어낸 독액에 녹아내려 갔다.

캬아아아.

숲이 떠나가라 소리를 내던 초대형 우스트랄이 비틀거리다 결국 옆으로 쓰러졌다.

쿠우우웅.

땅의 진동과 함께 도현의 몸속으로 어마어마한 양의 기운이 흡수되기 시작했다.

‘굉장하다. 설마 이 정도 기운이 흡수될 줄은 몰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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