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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 임팩트-182화 (182/575)

[182] 디 임팩트 8권 7화

‘자칫했으면 갈비뼈가 부러질 뻔했어.’

옆구리가 욱신거리긴 했지만 움직일 만한 게, 뼈는 다치지 않은 모양이다.

고통을 참으며 일어선 도현은 20여 미터 정도 떨어져 있는 슈빅타이런들을 응시했다.

비록 녹색 슈빅타이런이 결정적인 순간 그를 방해는 했지만, 소기의 목적은 달성한 상태다.

갈색 슈빅타이런의 목에 길게 검상이 생겼고, 그곳에서 검붉은 피가 쉼 없이 쏟아지고 있었다.

도현은 검에 묻어 있는 피를 바닥에 뿌렸다. 녹색 슈빅타이런의 주먹에 맞으면서도 손에 든 검을 끝까지 움켜쥐고 있었던 것이다.

“너희들은 인간을 사냥하고, 난 너희들을 사냥한다. 공평하지.”

도현은 왼손에도 검을 뽑아 들었다. 양손에 검을 한 자루씩 든 도현은 쿵쿵거리며 달려오는 두 마리의 슈빅타이런 사이를 절묘하게 통과하며 섬전과 같은 빠르기로 검을 휘둘렀다.

다리에 적지 않은 부상을 입은 녀석들은 괴성을 지르며 손에 잡히는 대로 돌이며 나뭇가지를 집어 던졌고, 도현은 그것들을 피해 유독 높아 보이는 거목을 타고 높이 올라갔다.

목에 부상을 입은 흥분한 갈색 슈빅타이런이 그 뒤를 급히 쫓았다.

크르르르.

눈동자에 붉은 빛을 토하며 수십여 미터 높이의 거목에 올라간 녀석은 도현을 발견하고는 천천히 다가갔다. 거목 밑에는 녹색 슈빅타이런이 도현이 나무에서 내려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먹고 먹히는 관계는 정말 잔인한 것 같다. 그렇지?”

도현은 수십 미터 높이에 있는 나뭇가지에 검을 늘어뜨린 채 서 있었다. 연약한 나뭇가지라서 언제 부러질지 몰라 불안했다.

“밑에서 보자고.”

도현은 갈색 슈빅타이런이 그가 서 있는 나뭇가지를 부러트리기 전에 먼저 나뭇가지 위에서 뛰어내렸다.

양팔을 펴고 빙글빙글 돌며 떨어지던 도현은 갑자기 떨어지는 그를 멍하니 올려다보던 녹색 슈빅타이런의 몸을 스치듯 지나쳤다.

사뿐히 착지를 한 도현은 천천히 뒤를 돌아봤다.

목을 중심으로 얼굴과 가슴 부위까지 십자 형태로 갈라진 녹색 슈빅타이런이 피를 흘리며 휘청거리다가 끝내 중심을 잡지 못하고 뒤로 쓰러졌다.

쿠우웅.

땅이 울리는 소리가 묵직하게 주변으로 퍼져 갔다.

‘굉장하다!’

도현은 타투를 통해 흡수되는 슈빅타이런의 기운에 헛바람을 삼키며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초대형 우스트랄을 뛰어넘는 어마어마한 기운이 전신을 휘감으며 전율스러운 쾌감을 선사하고 있었다.

타투를 통해 흡수된 그 어떤 기운들도 이처럼 강한 쾌감을 선사한 적이 없었다.

‘끝없이 들어온다!’

피 묻은 검을 든 도현의 몸이 허공으로 살짝 떠올랐다.

“으아아아아!”

도현의 우렁찬 사자후에 거목 위에서 지켜보던 갈색 슈빅타이런이 깜짝 놀라며 몸을 떨다가 빠르게 밑으로 내려왔다.

눈을 감고 가만히 서 있는 도현을 향해 다가간 슈빅타이런이 주먹을 폈다.

도현이 들고 있는 검신과 길이가 비슷한 거대한 손톱이 손가락 끝에서 삐쭉이 올라왔다.

녀석이 도현의 몸을 거대한 갈고리 같은 손톱으로 할퀴려는 순간, 도현이 두 눈을 번쩍 떴다.

“조금 빨리하지 그랬어.”

갈색 슈빅타이런이 휘두르는 손톱을 간발의 차로 피한 도현은 검을 거두고 양손을 합장해 기의 덩어리를 만들었다.

샤샤샤샥.

땅과 나무들이 슈빅타이런의 손톱에 파헤쳐져 엉망이 되었다.

양손을 합장한 채 발 빠르게 녀석의 공격을 피하던 도현은 앞으로 두 손을 활짝 내밀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기의 덩어리가 도현의 손에서 떠나 갈색 슈빅타이런의 붉은 눈동자에 적중했다.

콰지직.

캬아아아!

슈빅타이런이 눈에 느껴지는 충격에 몸부림치며 여러 허점을 보이자 도현은 검을 다시 뽑았다.

스르릉.

“고통 없이 보내 주마.”

번쩍.

갈색 슈빅타이런의 미간에 도현의 검이 깊숙이 파고들었다.

쿠쿵.

아침에 수십여 명의 사람들을 죽인 갈색 슈빅타이런의 거대한 몸이 힘없이 뒤로 넘어갔고, 도현은 밀려오는 막대한 힘을 온몸으로 받아들였다.

갈색과 녹색 슈빅타이런을 잡은 그날 오후 도현은 무려 8미터에 육박하는 거대 슈빅타이런과 마주쳤다.

오전에 잡은 녀석들도 큰 편이었는데, 이 녀석은 정말 답이 나오지 않을 만큼 거대했다.

게다가 다람쥐처럼 날렵하고 반사 신경이 아주 발달되어 있어서 도현의 검 공격을 회피하며 반격까지 했다.

퍼억.

털이 숭숭 난 커다란 발에 차인 도현의 몸이 하늘 높이 떠올랐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몸이 박살이 날 충격이었지만, 도현은 내공으로 신체를 보호하며 피하는 과정 중에 스친 것이라 큰 화는 피할 수 있었다.

‘정통으로 맞았다면 큰일 날 뻔했다.’

오전에 녹색 슈빅타이런의 주먹에도 맞아 봤지만, 지금 상대하는 거대 슈빅타이런의 힘에는 견줄 수가 없었다.

콰앙.

땅을 구르는 도현을 향해 거대 슈빅타이런의 주먹이 내리꽂혔다.

약간 경사진 산의 땅이 안으로 움푹 패며 사람 한 명이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이 생성됐다.

그런 공간이 도현이 피하는 자리마다 생겼고, 급기야 도현은 파인 땅 안에 빠지지 않기 위해 신경을 써야만 했다.

캬야야야야.

거대 슈빅타이런이 숨을 크게 들이마시더니 힘껏 뱉어 냈고, 엄청난 악취가 섞인 강풍이 검기를 일으키며 날아오고 있던 도현에게 밀려왔다.

머리가 어지러울 정도의 악취에 도현은 독 공격이라도 당하는 것처럼 화들짝 놀라며, 몸을 활처럼 꺾어 뒤로 물러났다.

‘세상에 입 냄새로 공격하는 녀석이 있다니.’

도현은 어이가 없었다.

그래도 녀석의 입 냄새 공격은 효과가 탁월했다. 도현이 극심한 두통에 시달리며 비틀거리다가 구멍이 난 땅속에 발이 미끄러지며 빠진 것이다.

‘빌어먹을. 너무 어지러워.’

평형감각을 무너트리는 극심한 두통을 이겨 내기 위해 도현은 혀를 깨물었다.

아릿한 통증에 정신이 약간 맑아졌다.

그사이 가까이 온 거대 슈빅타이런이 구덩이에 빠진 도현을 으깨 버리려는 듯 소형차만 한 돌주먹으로 내리쳤다.

위기를 느낀 도현은 그 자리에서 내공의 힘을 검에 가득 주입해 이를 악물며 위로 쳐올렸다.

얼마나 많은 내공이 주입됐는지 검 끝이 새파랗게 빛이 났다.

“올 테면 와 봐!”

박력 있게 쳐올리는 도현의 검과 거대 슈빅타이런의 단단한 주먹이 부딪치는 순간, 천지가 개벽하는 듯한 커다란 굉음과 함께 주변 일대가 흔들리며 광풍이 몰아쳤다.

콰아아아앙.

도현의 발이 땅속에 파묻혔고 손바닥은 길게 찢어졌다.

“이놈!”

땅을 박차고 오른 도현이 그의 받아친 검 공격에 저만치 날아간 8미터 급 거대 슈빅타이런을 향해 전속력으로 달려갔다.

거대 슈빅타이런의 오른쪽 주먹은 뼈가 보일 만큼 상해 있었다.

‘힘이 조금만 부족했어도 녀석의 주먹에 납작해졌을 거야.’

강철이라도 녹여 버릴 것 같은 강한 눈빛을 흘리며 도현은 바람처럼 달려가 엉거주춤 일어서는 녀석의 발목에 검을 깊게 꽂으며 지나쳤다.

워낙 큰 발목이라서 한 번에 절단할 수는 없었지만, 녀석이 움직이는 데 큰 지장을 초래할 만큼 효과적인 공격이었다.

캬야야야야.

분노한 거대 슈빅타이런은 발목을 공격하고 뒤로 빠지는 도현을 쫓아 재빠르게 몸을 날렸다.

쿠콰콰쾅.

도현이 피한 자리에 있던 나무들이 거대 슈빅타이런의 머리와 어깨에 부딪히며 갈대처럼 부러졌다.

도현을 놓친 녀석은 잔뜩 흥분해 일어서다가 발목이 기이하게 꺾이며 앞으로 넘어졌다.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넘어진 녀석의 목을 노리고 달려들던 도현의 표정이 살짝 바뀌었다. 위풍당당했던 거대 슈빅타이런이 기어서 도망쳤던 것이다.

“먼저 공격한 게 누군데 이제 와서.”

사실 그가 먼저 8미터 급 거대 슈빅타이런을 공격한 게 아니었다. 발견은 했지만 그 크기가 범상치 않아서 일단 뒤로 물러나 작은 슈빅타이런 먼저 잡으려 했다.

그런데 녀석이 거만한 눈빛으로 다가와 도현을 공격한 것이다.

“이렇게는 못 가지.”

거대 슈빅타이런이 가지고 있는 막대한 기운을 생각한 도현은 기회가 온 지금 확실히 끝장을 봐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파앙.

땅을 박차고 오른 도현은 나무들이 무성한 산속으로 도망가는 거대 슈빅타이런을 빠르게 추적했다.

팔다리가 길어서인지 기어서 가는 녀석의 빠르기는 상상을 초월했다. 마치 원래부터 땅을 기어 다니는 동물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였다.

녀석은 도망가는 와중에도 뒤따라오는 도현을 향해 바위며 나무 들을 집어 던졌고, 그중 작은 돌에 재수 없이 맞은 도현은 이마에 상처가 생겼다.

“끝까지 잡는다.”

이마에서 흘러내리는 피를 닦아 내며 도현은 점점 거리가 가까워지는 거대 슈빅타이런을 차갑게 노려봤다.

‘조금만 더.’

스르릉.

꽂아 두었던 검을 다시 뽑은 도현은 바로 눈앞까지 가까워진 거대 슈빅타이런에게 검을 휘두르려 했다.

그때 왼쪽 측면에서 집채만 한 바위들이 날아왔다.

깜짝 놀란 도현은 검을 거두고 바짝 엎드렸다.

우저적. 쿠웅. 쾅쾅.

머리를 스치고 지나간 바위들이 땅에 박히고 나무들을 부러트렸다.

수풀 속에서 일어난 도현은 왼쪽 측면을 살폈다.

8미터 급은 되어 보이는 거대 슈빅타이런 두 마리와 6미터 정도 되는 슈빅타이런이 화가 난 얼굴로 그를 향해 마구 뛰어오고 있었다.

‘동료라 이건가?’

도현은 굳은 얼굴로 그가 쫓던 거대 슈빅타이런을 응시했다.

녀석은 더 이상 도망가지 않고 오히려 싸울 태세를 갖추고 있었다.

8미터 급 세 마리와 6미터 급 한 마리. 도합 네 마리는 아무래도 부담스러웠다.

“나중에 보자고.”

뒷걸음질 치던 도현이 몸을 돌려 도망을 가자 슈빅타이런들이 괴성을 지르며 쫓아가기 시작했다.

“끈질긴 자식들.”

간신히 녀석들의 추적을 피한 도현은 수십 미터 높이의 거목 위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어느새 날은 저물고 어둠이 밀려왔다.

하도 끈질기게 쫓아와 한번 제대로 붙어 볼까 싶었지만, 녀석들의 수는 네 마리에서 열 마리까지 불어난 상태였다.

피하는 게 답이었다.

“뱀도 많고, 독충도 많아 보이고. 쉽지 않은 곳이네.”

모기처럼 윙윙거리는 소리를 내며 다가오는 손톱만 한 독충 몇 마리를 번개처럼 검을 휘둘러 없애 버린 도현은 검을 허벅지 위에 올려놓고 머리를 나무에 기댔다.

저 멀리 아침에 거쳐 온 숲이 보였다.

산 깊이 들어오지 않았는데도 마주친 몬스터의 수는 상당했다.

“8미터 급도 상대하기 까다로웠는데, 그 이상 되는 녀석들이 나타나면 정말 쉽지 않겠어. 떼거리로 덤비면 답이 없고.”

도현은 깍지 낀 손을 뒤로 넘겨 베며 눈을 감았다.

“그래도 좋네. 몬스터가 많아서.”

낮에 녀석들을 피해 도망을 쳤지만, 사실 기분이 좋았다. 모두 다 그의 능력을 상승시켜 줄 고마운 존재들이기 때문이었다.

“기다려라. 조만간 다시 만나게 될 거야.”

번쩍.

밑에서 기어오르던 뱀이 도현의 검에 목이 잘려 밑으로 떨어졌다.

“또 만났네.”

안개를 헤치고 나타난 도현은 친근한 미소를 지으며 검을 뽑았다.

일주일 전, 도현의 검에 발목을 다친 8미터 급 거대 슈빅타이런이었다.

녀석도 도현을 기억하는지 붉은 눈빛을 흘리며 송곳니를 드러냈다.

쌍둥이 폭포 위에서 만난 둘은 한동안 서로를 노려보다가 안개 속에서 치열하게 싸웠다.

‘역시 8미터 급은 6미터 급과는 비교도 안 되게 순발력이 좋아.’

지난 일주일 동안 6미터 급 슈빅타이런만을 상대해 왔던 도현은 강력한 입 냄새를 계속 풍기며 방어와 공격을 겸하는 거대 슈빅타이런을 나름 평가하다가 최후의 일격을 가했다.

시간을 끌다 지난번처럼 녀석의 동료들이 나타나면 곤란했다.

안개 속에서 순간적으로 사라진 도현의 모습이 허공에서 나타나자 움찔한 거대 슈빅타이런이 입을 벌려 덥석 물려는 순간, 도현의 검이 녀석의 목을 횡으로 긋고 지나갔다.

확실히 하기 위해 도현은 아래로 내려오면서 거대 슈빅타이런의 가슴까지 열십자 모양으로 베어 버렸다.

푸우욱.

피가 분수처럼 쏟아지며 안개를 핏빛으로 물들였고, 생기가 급속도로 빠져나간 거대 슈빅타이런이 허공을 향해 크게 소리를 치다가 수백 미터 길이를 자랑하는 웅장한 쌍둥이 폭포 아래로 추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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