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디 임팩트-183화 (183/575)

[183] 디 임팩트 8권 8화

추락을 하는 거대 슈빅타이런의 몸에서 흘러나온 기운이 폭포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는 도현의 몸속으로 빠르게 유입되기 시작했다.

눈 깜짝할 사이에 8미터 급 거대 슈빅타이런의 기운을 모조리 흡수한 도현의 눈빛은 한결 깊어졌다.

폭발

슈빅타이런을 잡는 도현의 행보는 한 달이 넘도록 지속됐다. 그의 손에 죽은 8미터 급과 6미터 급 슈빅타이런의 수만 해도 백 마리에 가까웠고, 거기다 슈빅타이런보다 잡기 까다로운 지네를 닮은 거대 몬스터까지 여러 마리 잡았다.

내공이 쌍둥이 폭포에 오기 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이 증가 한 도현은 그쯤에서야 호검술 후반 검식으로 창안했던 감정의 검들을 온전히 제 위력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세상을 거대한 분노로 잠재운다!”

검이 지나간 자리에 땅이 길게 파이고 주변에 있던 바위들은 검이 내뿜는 힘을 견디지 못하고 사방으로 튕겨져 나갔다.

검이 지나간 자리의 아름드리나무 여러 그루가 기우뚱하며 연속으로 쓰러졌다.

쿠쿠쿠쿵쿵.

주변에 피어오르는 먼지를 뚫고 도현이 허공으로 비상했다.

“슬픔을 세상에 전한다.”

허공에 무수히 많은 검의 환영들이 생기며 도현의 손짓에 따라 잘린 나무들 위로 쏟아졌다.

나무에 수없이 많은 구멍들이 생겼고, 도현은 아래로 하강하며 껄껄 웃어 댔다.

“기뻐 검이 춤을 춘다.”

검과 하나가 되어 덩실덩실 춤을 추었고, 그때마다 사방으로 날카로운 검기들이 뻗어 나갔다.

“검은 또 하나의 나. 마음이 움직이면 검 또한 움직인다.”

감정의 검들을 수련하던 도현은 조금 전까지 흘러넘쳤던 여러 감정들을 잊어버리며 고요한 마음으로 허공에 한 지점을 부드럽게 찔렀다.

너무도 눈부신 폭발이 허공에서 일어났고, 도현의 검이 산산조각 났다.

반짝이며 날아간 검의 조각들은 인근을 초토화시켰다.

손잡이만 남은 검을 거둔 도현은 들끓는 체내의 내공을 가라앉히려 노력했다.

‘내공이 부족한 게 아니야. 검의 경지가 낮을 뿐.’

성공했다면 검이 깨지지 않고 그의 손을 떠나 목표로 한 허공을 베고 돌아와야만 했다.

그러나 그것은 스므차가 선보인 황금 검보다도 더욱 고차원적 무예였다.

검기를 응축해 만든 황금 검은 내공의 깊이와 밀접한 관련이 있었지만, 지금 그가 시도한 검은 내공은 기본이고 지고한 검술의 깨달음이 수반되는, 검의 고수만이 이룰 수 있는 최고의 경지 중 하나였다.

하늘처럼 늘어나는 막대한 내공에 한 가닥 기대를 걸고 시도를 해 본 도현은 내공만으로 안 되는 고차원의 검술의 벽을 인정해야만 했다.

‘몬스터의 도움으로 내공은 높일 수 있어도, 검은 결국 나와의 싸움.’

도현은 손잡이만 남은 검을 바닥에 버리며 가슴을 활짝 폈다.

바람에 제멋대로 자란 머리카락과 수염이 휘날렸다.

‘이제 서서히 때가 오는 것 같아. 태선군을 다시 볼 날이 다가오고 있어.’

슈빅타이런을 잡으며 상승한 그의 내공은 바다처럼 넓고 깊어서 그가 생각하기에 태선군이 이룰 수 있는 내공의 경지를 뛰어넘었으면 넘었지 부족하지는 않을 것 같았다.

문제는 내공을 얼마나 더 효과적으로 이용하고 무예에 접합시킬 수 있는지 여부와 검술 자체의 경지였다.

‘태선군이 검을 사용하는 것을 본 적이 없으니 확신을 할 수 없구나.’

도현은 뒷짐을 지며 어두워지는 하늘을 올려다봤다.

지하의 산에서 볼 수 있는 하늘은 지상과 다르지 않았다. 해가 보이고 달과 별이 뜬다.

한동안 하늘을 올려다보던 도현은 한쪽에 놔둔 가방을 챙겨 산 정상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몬스터를 잡으며 산을 오르기 시작한 그는 어느새 수천 미터 높이의 산 정상을 목전에 두고 있었다.

“산 정상에 호수가 있다니, 놀라운데.”

마치 백두산의 천지를 닮은 듯 산의 정상에는 작은 호수가 존재했다.

달빛이 내려앉은 호수를 잠시 감상하던 도현은 뒤를 돌아봤다. 산 정상에는 호수뿐만 아니라, 고대인이 만든 것으로 보이는, 폐허가 된 건축물도 존재했다.

사람의 발길이 끊어진 지 아주 오래됐는지 건축물은 넝쿨로 뒤덮여 있었다.

“과거에는 이곳에 몬스터가 없었던 것일까?”

칼로 넝쿨을 자르며 안에 들어간 도현은 천장이 무너진 건축물 이곳저곳을 둘러봤다.

세월의 풍상에 희미해진 벽화가 보였고, 벽화 한쪽에는 고대어로 뭔가가 쓰여 있었다.

“사제님이 계셨다면 뭐라고 쓰여 있는지 알 수 있었을 텐데.”

고대어를 해석할 수 있는 리드만이 이 순간 그리웠다.

주변에서 나뭇가지를 구해 온 그는 건축물 안에 모닥불을 피워 놓고 그 위에 싱싱한 고기를 올려놨다.

슈빅타이런처럼 무서운 몬스터가 있는 반면, 놀랍게도 이곳은 멧돼지와 토끼, 사슴 등 여러 산짐승들이 생태계를 이루며 살고 있었다.

산 정상 부근에서 잡은 멧돼지의 다리를 모닥불에 구운 도현은 오랜만에 포식을 했다.

“얼마나 남았을까?”

도현은 타투를 내려다봤다. 이계에서 보낸 시간이 상당했다. 아직 타투에 이상한 징조는 나타나지 않고 있지만, 조만간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신호가 보일 것이다.

그것이 오늘 밤이 될지 내일이 될지, 아니면 여러 날 뒤가 될지는 알 수 없지만, 되도록 며칠만 더 시간이 주어졌으면 했다.

“집으로 가기 전, 스므차 성주와 정식으로 겨뤄 보고 싶다.”

그가 이 세계에 와서 본 가장 강한 사람이었다. 그의 검을 제대로 받아 줄 만한 사람과 실전을 경험해 보고 싶었다.

잠시 모닥불을 바라보던 도현은 타다 만 작은 나뭇가지를 꺼냈다.

가방에서 지도를 꺼낸 도현은 자리에서 일어나 벽화로 다가갔다.

“혹시 모르니 적어 가자.”

벽화에 쓰여 있는 고대어를 그는 숯처럼 검어진 나뭇가지의 뾰족한 끝을 움직여 지도 뒷면에 적었다.

지도를 다시 가방에 넣은 그는 모닥불 옆에 드러누워 무너진 천장을 통해 밤하늘을 응시했다.

“괜한 짓을 했나. 이 세상에 다시 오지 못할 수도 있는데.”

산 정상에 있는 의문의 건축물 속에 있는 고대어가 중요한 내용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지도 뒷면에 적긴 했지만, 생각해 보니 그가 이 세상에서 지낼 시간은 그리 많지가 않았다.

집으로 돌아가면 스톤을 언제 또 구해서 이곳으로 돌아올지도 모르겠고.

쓴 입맛을 다신 그는 눈을 감고 뒤척이다가 번쩍 눈을 떴다. 온몸을 통해 진동이 느껴졌다.

‘땅이 흔들린다.’

재빨리 일어선 그는 옆을 봤다.

건축물이 미세하게 흔들렸다.

가방을 챙긴 도현이 서둘러 밖으로 나가려는 순간, 서 있기 힘들 정도의 진동이 땅속에서부터 올라왔다.

긴 세월에도 원형을 유지하고 있던 타원형 건축물이 그 충격에 쩍쩍 금이 갔고, 먼지가 피어올랐다.

‘지진이다.’

도현이 건축물 밖으로 뛰쳐나오자마자 건축물이 큰 소리와 함께 주저앉았다.

도현은 급히 사방을 둘러봤다.

그가 에베레스트 산처럼 높고 거대하다고 평가했던 지하의 산이 둘로 쪼개지는 것처럼 크게 흔들리고 있었다.

콰아앙!

엄청난 굉음 속에 산 정상에 있는 호수 물이 밤하늘 높이 솟구쳤다.

콰앙. 쾅쾅.

연이어 귀청이 떨어질 만큼 큰 소리가 나며 호수 물이 분수대의 분수처럼 하늘로 치솟았다.

하늘로 치솟은 호수 물의 일부는 도현이 있는 산 정상 부근의 평평한 곳으로 떨어졌는데, 놀랍게도 빨갛게 달아오른 돌이 섞여 있었다.

치이이익.

풀을 태우는 빨갛게 달아오른 돌의 소리에 도현은 머리끝이 일어설 만큼 긴장이 되었다.

“설마 이 산이 휴화산이었나?”

쿠쾅쾅쾅.

이번에는 호수 물 전체가 하늘로 비상하듯 떠올랐다.

그 엄청난 광경에 도현은 산 아래를 향해 전속력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여전히 땅은 흔들리고 내려가는 게 쉽지 않았지만, 시간을 지체할 수가 없었다.

화산 전문가는 아니지만 지금의 징조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충분히 인지할 만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었다.

피이이잉.

포탄이 떨어지는 소리가 나는가 싶더니 도현이 달려가는 앞으로 거대한 돌덩이가 뚝 떨어졌다.

쿠웅.

나무가 박살이 나고 땅이 움푹 들어갔다.

흙과 나무 파편을 뒤집어썼지만 도현은 달리는 속도를 늦추지 않고 떨어진 돌을 훌쩍 뛰어넘어 아래로 몸을 날렸다.

돌을 뛰어넘는데 가랑이 사이로 뜨거운 열기가 후끈 전해져 왔다.

쿠쿠쿵. 쿵쿵쿵.

호수의 바닥을 형성했던 것으로 보이는 암석들이 사방으로 비 오듯 쏟아졌다.

산 정상 부근에 서식하던 산짐승들이 울부짖으며 산 아래를 향해 도망치다가 그 돌들에 맞아 애처롭게 죽어 갔다.

뒤들 돌아본 도현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산 정상에 고여 있던 물은 이미 다 사라졌는지 호수가 있던 부근에서 짙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유황 냄새가 난다.’

콰아앙.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도 잠시, 급작스러운 또 한 번의 커다란 폭발음이 들렸고, 화산재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큰일이다. 이 상황에서 용암이라도 분출하면.’

산이 워낙 높아 밑으로 내려가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했다.

캬아아아.

슈빅타이런 몇 마리가 괴성을 지르며 앞을 가로막는 산짐승들을 무자비하게 걷어차고 손으로 집어 던졌다. 본능적으로 큰 위험이 다가온다는 것을 느꼈나 보다.

도현은 슈빅타이런이 만든 길을 따라 달리다가 어느 순간 나무를 타고 위로 솟구쳤다.

수십 미터 거목 꼭대기에 오른 그는 산 정상 부근을 확인했다.

‘아, 용암이 흘러내린다!’

붉은 마그마가 산 정상에서 흘러내리며 모든 걸 집어삼키고 있었다. 바위와 나무, 미처 피하지 못한 산짐승들. 모든 것이 흘러내리는 용암의 제물이 되어 갔다.

느리게 내려오는 것 같지만 그 속도는 뒤늦게 도망치는 산짐승들을 모조리 삼켜 버릴 만큼 빨랐다.

도현은 하늘을 올려다봤다.

화산재들이 산을 온통 뒤덮고 있었다.

자칫하면 산 아래에 도착하기도 전에 화산재와 뿜어져 나온 유독가스에 질식돼 죽을 수도 있었다.

도현은 등에 멘 가방에서 몇 가지 물건만 챙긴 뒤 가방을 버렸다.

몸을 가볍게 한 그는 지상이 아닌 나무를 밟으며 비호처럼 산 아래로 향했다.

‘조금이라도 늦으면…… 여기서 죽는다.’

쿠쿠쿠쿵. 쾅쾅쾅.

산 정상이 폭발하며 불덩이들이 도현이 내려가는 주변으로 쏟아졌다.

옆을 스치고 떨어진 불덩이에 겉옷이 홀랑 타 버린 도현은 그가 낼 수 있는 최대한의 속도를 발휘하며 바람처럼 나무 위를 스치듯 지나쳤다.

‘이런.’

도현은 가죽 갑옷이 불이 붙어 타오르자 달리면서 가죽 갑옷을 벗어 나무 밑으로 집어 던졌다.

‘큰일이다. 산 전체가 타오르고 있어.’

분화구에서 떨어진 불덩어리에 산 전체가 불길에 휩싸이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용암이 태워 버리기 전에 산불에 모든 것이 잿더미가 될 판이었다.

‘불길이 내 앞을 밝혀 주는구나.’

도현은 어둠을 밝혀 주는 산불을 그나마 위안으로 삼으며 불길이 타오르는 나무 위를 빛살과 같은 속도로 통과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머리카락과 수염이 홀랑 탄 도현은 호흡을 참다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숨을 살짝 들이켰다.

그 순간 호흡에 곤란이 올 만큼 내부에서 격한 반응이 올라왔다.

‘이쪽 방향이 맞았던가?’

쿨럭거리던 도현은 앞이 보이지 않을 만큼 뿌옇게 변한 주변 상황에 맞닥트렸다.

무조건 아래로만 가서는 안 된다. 출구가 있는 곳으로 가야 한다.

불길이 심한 곳을 피하며 달려왔기 때문에 도현은 잠시 방향을 잃어서 주춤거렸다.

나뭇가지 위에서 중심을 잡으며 잠시 고민을 하던 그의 귀로 어디선가 물이 쏟아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쌍둥이 폭포다!’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달려간 도현은 끔찍한 장면을 목격했다.

불길을 피해 달려온 수많은 산짐승들이 뒤에서 내려오는 또 다른 산짐승들에 떠밀려 수백 미터 높이의 폭포 밑으로 계속 추락하고 있었던 것이다.

‘다른 곳은 불길에 완전히 막혔다.’

폭포 근처에 남아 있는 유일한 거목 위에서 주변을 둘러본 도현은 산짐승들이 추락하는 쌍둥이 폭포를 응시했다.

탈출구는 저 폭포가 유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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