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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 임팩트-222화 (222/575)

[222] 디 임팩트 9권 22화

숀이 겁에 질려 외칠 때 조지의 부하가 도현에게 물건을 건넸다.

“나가서 오른쪽 길을 따라 쭉 가다 보면 도로가 나온다. 그곳에서 차를 얻어 타거나 아니면 택시를 불러.”

지갑의 내용물이 이상 없는지 확인한 도현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소.”

도현이 집 밖으로 나가려 할 때 조지의 부하가 그의 어깨를 힘 있게 붙잡았다.

“보스가 한 경고 잊지 마라, 네가 누군지 우리는 알고 있으니까.”

도현은 그의 어깨를 잡고 있는 조지의 부하를 빤히 쳐다보다가 피식 웃었다.

“어깨를 그렇게 세게 잡으면 당신 보스가 준 그림 퍼즐이 바닥에 떨어질 수도 있어.”

도현이 그림 퍼즐을 떨어트릴 듯한 행동을 보이자 조지의 부하가 얼른 손을 뗐다.

“날 더 이상 건드리지 마. 많이 참고 있으니까.”

도현은 조지의 부하 뒤로 보이는 숀과 조지를 슬쩍 쳐다보고는 몸을 돌렸다.

그때 그의 귀로 숀이 외치는 소리가 크게 들려왔다.

“이봐, 한국인! 스톤을 찾고 싶지 않나! 내겐 정보가 있다고! 멀리 한국에서 런던까지 올 정도면 넌 그 스톤이 필요한 거야. 안 그래! 내가 보낸 이메일은 다 사실이야! 날 버리고 가면 넌 좋은 기회를 날리는 거라고!”

도현은 마음이 살짝 흔들렸지만 현관문 쪽으로 걸어갔다. 그의 말을 믿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증조부가 탐험가라는 말도 사실이야! 조지 삼촌, 내 말이 틀립니까! 사실이잖아요!”

‘삼촌?’

도현은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다봤다.

숀이 자신을 향해 달려오다가 중간에 서 있는 조지의 부하들에게 가로막혔다.

“이봐, 조지 삼촌에게 물어봐! 적어도 내가 이메일을 통해서 네게 한 말들은 거짓이 아니었다고!”

도현은 집 안으로 걸어 들어가며 파이프 담배를 피우는 조지에게 물었다.

“그의 말대로 증조부가 탐험가였습니까?”

“그렇긴 하지.”

조지는 못마땅한 표정으로 숀을 보며 대꾸했다.

“조지 삼촌, 우리 할아버지가 삼촌 집안을 많이 도와줬잖아요. 돈 때문에 화가 나셨어도 그렇지, 어떻게 제게 로마 격투장에 참가하라고 하십니까?”

숀은 서운함이 섞인 목소리로 외쳤지만 조지는 차가운 눈빛으로 말했다.

“그것 때문에 니가 아직 숨을 쉬고 있는 거다. 당신, 여기 일 상관 말고 그만 나가도록 해.”

귀찮았는지 조지가 도현을 내보내려 했다.

“안 돼! 가지 마! 로마 격투장에 가면 난 죽은 목숨이라고!”

손목이 묶인 숀이 도현의 발치에 엎드려서 애원을 했다.

“내게 투자를 좀 해 줘! 부탁이다! 증조부가 남긴 탐험 일지를 통해 반드시 스톤을 찾아낼 테니까.”

숀은 도현에게 투자를 받아 조지에게 진 빚을 갚으려고 했다.

“얼마나?”

“20만 파운드.”

도현의 표정이 살짝 굳어졌다.

20만 파운드면 한화로 3억 5천만 원 정도 되는 큰 액수였다.

이계에서 가지고 온 루비를 다 팔고 가지고 있는 현금을 다 합해도 그 정도 돈은 안 된다. 한국에 있는 건물을 담보로 대출을 받지 않는 이상 도현에게도 그런 큰돈은 없었다.

숀의 주장만 믿고 스톤을 찾을 수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는 일에 그만한 돈을 투자할 수는 없었다.

무엇보다, 도현은 현재 스톤을 2천 달러 플러스 옵션으로 구매한다고 광고를 내고 있었다. 숀도 모르진 않을 것이다. 그런 그에게 20만 파운드라는 터무니없는 가격 조건을 낸 숀의 정신 상태가 상당히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내 돈으로 자신이 진 빚을 다 청산이라도 하겠다는 건가?’

도현은 자신과 숀의 대화를 흥미로운 시선으로 보고 있는 조지에게 물었다.

“숀의 빚이 얼마나 됩니까?”

“15만 파운드 정도 되지. 왜, 그의 빚을 갚아 주려고?”

“천만에요. 그럴 이유가 없죠. 그만한 돈도 없고.”

“이봐, 증조부가 남긴 탐험 일지를 통해서 내가 스톤을 찾아낼 수도 있어.”

“숀, 잘 들으십시오. 뭔가 오해를 하는 것 같은데, 스톤은 내가 의미를 둘 때만이 큰 가치가 있을 뿐, 그밖에는 전혀 쓸모가 없습니다. 20만 파운드라니, 어이가 없군요. 그리고 탐험 일지가 있기는 한 겁니까?”

시큰둥한 도현의 반응에 숀의 얼굴이 붉어졌다.

“탐험 일지는 있어.”

“어디에요?”

“지금은 말할 수 없다, 내가 죽더라도.”

숀이 입을 꾹 다물자 도현은 냉정한 눈빛으로 말했다.

“좋을 대로 하십시오.”

“나중에, 나중에 보여 주지! 지금은 보여 주고 싶어도 보여 줄 수가 없잖아! 그러니까 일단 내가 자유로워져야 해. 조지 삼촌에게 빚을 좀…….”

“안타깝지만 당신 빚을 대신 갚아 줄 능력이 없군요.”

혹시나 싶어 도현과 숀의 대화를 막지 않고 지켜보던 조지는 도현이 돈을 대신 갚아 줄 것 같지도 않자 턱짓을 했다.

“내보내.”

“예.”

조지의 부하가 도현의 등을 살짝 떠밀었다. 도현은 순순히 조지의 부하와 함께 집 밖으로 나왔다.

“당신, 제법 강단이 있어. 우리들이 지켜보는데 계속 떠들고.”

눈썹 위에 큰 점이 난 조지의 부하가 말했다.

“궁금해서 그러는데, 로마 격투장은 뭘 하는 곳입니까?”

도현의 질문에 사내는 품에서 담배를 꺼내 입에 물었다.

“외국에서 와서 모르나 보군. 로마 시대의 검투사처럼 목숨을 걸고 싸운다고 해서 로마 격투장이야. 뭐, 그렇다고 무기를 들고 싸우는 건 아니고, TV에 나오는 격투기보다 좀 더 격렬하고 원초적이지. 관중들은 그 경기를 보며 베팅을 하고. 아마 숀, 저 자식은 오늘 밤 병신이 될 거야. 실전으로 다져진 파이터에게 말이지.”

“얼굴은 가려 줍니까?”

“얼굴? 아, 파이터들? 당연히 가리지. 그들은 복면을 써. 얼굴이 공개되면 차후에 문제가 될 수도 있으니까.”

사내는 도현과 대화를 나누며 집 앞으로 완전히 나왔다.

주변은 인적이 끊긴 적막한 공간이었다. 재개발을 이유로 집이 버려졌는데, 그 집 중 여러 채는 조지가 매입한 것들이었다. 그들의 등 뒤에 있는 집도 바로 그런 집 중 하나였다.

“그만 가 봐.”

사내는 담배 연기를 길게 내뿜으며 도현의 뒷모습을 지켜보다가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앞으로 걸어가던 도현이 되돌아온 것이다.

“조지에게 할 말이 있습니다.”

“숀 대신 로마 격투장에 참가하겠다고?”

“네.”

“로마 격투장이 얼마나 위험한 곳인지 알고 있나? 부상은 기본이고 가끔은 죽기도 한다.”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저 녀석 대신 거길 참가하겠다고?”

“네, 단 한 번만 참가하겠습니다. 어차피 당신도 위험한 그곳에서 숀이 여러 번 경기를 펼칠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을 테니까요.”

도현의 거침없는 대답에, 조지가 웃으며 옆에 서 있는 숀을 응시했다.

“살다 보니까 재미난 일도 벌어지는군. 이런 사기꾼 같은 녀석을 믿고 도와주려는 사람이 다 있다니.”

“조지 삼촌, 전 사기꾼이 아닙니다.”

“입 다물고 있는 게 좋을 거다.”

조지의 경고에 숀은 입을 다물었다.

“숀 대신 네가 참가한다고 해서 내가 무슨 이득을 얻지?”

“매 경기마다 베팅을 한다고 들었습니다. 내게 거십시오. 적어도 숀이 질 거라고 예상하며 건 돈보다는 훨씬 더 당신에게 이득을 줄 테니까요.”

도현이 승리를 자신했다.

“흠, 싸움을 좀 한다 그건가?”

잠시 생각에 잠겨 있던 조지는 상의에서 고풍스러운 원형 시계를 꺼내 시각을 확인했다.

오늘 있을 로마 격투장에 선수를 등록하려면 얼마 남지 않았다.

“자네 말만 믿고 일을 벌일 수는 없겠지. 셋이 확인해 봐.”

“저희 셋이요?”

조지의 부하들이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나름 싸움을 좀 한다고 자부하는 그들이었기 때문에 자존심이 상했다.

“어서.”

조지의 지시에 그의 부하들은 겉옷을 벗고 도현에게 다가갔다. 하나같이 체구가 커서 세 명이 동시에 도현을 포위하자 도현의 모습이 가려질 정도였다.

조지는 혹시나 싶어 지켜보고는 있었지만,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겁이 없어 보이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로마 격투장에서 승리한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조지의 부하들에게 포위를 당한 도현은 조금 전 자신에게 로마 격투장에 관해 이것저것 설명을 해 준 사내에게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조금 아플 겁니다.”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조지의 부하들이 주먹과 발길질을 하며 달려들었다.

그 순간, 도현의 손이 수십 개로 늘어나며 벼락처럼 조지의 부하들을 뒤로 튕겨 냈다.

와자작. 쿵쿵.

세 명이 거의 동시에 집 안 곳곳으로 빠르게 날아가 처박히는 장면은 조지와 숀을 깜짝 놀라게 하기 충분했다.

“괜찮습니까?”

도현은 구석에 처박힌 조지의 부하들을 둘러보며 물었다. 사내들은 몽둥이로 전신을 두들겨 맞은 듯한 통증을 느끼며 쉽게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어떻게 우릴?”

눈 깜짝할 사이에 벌어진 일이라 도현이 어떻게 손을 썼는지도 그들은 파악할 수가 없었다.

도현은 조지에게 다가갔다. 조지는 무의식적으로 뒤로 한 걸음 물러났다.

“어떻습니까? 이 정도면 숀 대신 내가 나가는 게 당신에게 더 이익이 되겠지요?”

“좋아! 자네가 저 쓸모없는 놈 대신 나가게!”

“조건이 있습니다. 숀의 빚 상환을 몇 년 만 연장해 주십시오. 오늘 밤 내게 돈을 걸어서 번 돈이면 적어도 그 이자 정도는 되지 않겠습니까?”

“빚을 없애 달라는 게 아니라 연장해 달라고?”

조지는 자신의 생각과 다른 요구에 의아한 눈빛으로 되물었고, 숀은 곁에서 방방 뛰었다.

“이봐, 이왕이면 빚을 없애 달라고 하면 좋잖아! 로마 격투장에서 베팅만 잘하면 얼마나 큰돈을 버는데 그래! 당신 바본가!”

“잠시 이것 좀 사용하겠습니다.”

도현이 낡은 나무 의자를 들어 숀의 등을 후려쳤다. 의자가 박살이 났고, 숀은 창문을 부수며 집 밖으로 튕겨져 나갔다.

그의 과격한 행동에 조지는 물론 조지의 부하들도 놀라 입이 딱 벌어졌다.

도현은 밖으로 나가 머리에 피를 흘리며 고통스러워하는 숀의 발을 잡고 집 안으로 질질 끌고 들어왔다.

현관에서부터 거실 바닥 사이에 숀의 머리에서 흘러내린 피가 길게 이어졌다.

“큰 상처는 아닙니다.”

조지 앞에 신음을 흘리는 숀을 내려놓은 도현은 조지에게 아까 하던 말을 계속 이어서 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내 제안을 받아들이시겠습니까?”

조지는 마른침을 삼키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야 나쁠 게 없지. 이놈에게서는 당장 돈도 안 나올 상황이었으니까. 5년을 연장해 주지.”

“로마 격투장에서는 참가자의 신분을 지켜 준다고 했습니다.”

“그건 걱정 말게, 나도 신경을 쓸 테니까.”

“감사합니다.”

도현은 끙끙 앓는 소리를 내는 숀의 머리맡에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았다.

“잘 들어, 숀. 당신 빚은 당신이 갚아. 날 너무 이용할 생각은 말고. 당신 빚을 연장해 주는 것만 해도 나는 큰 도움을 준 거라고 생각하니까. 로마 격투장 일도 그렇고.”

“으으, 그래, 알았어. 고맙다.”

“스톤을 찾아 주겠다는 그 말. 나는 잊지 않고 있어. 기대를 해도 되겠지?”

“최선을 다할게.”

“손잡아.”

“뭐?”

“그 정도 상처 가지고 죽지 않으니까 엄살 부리지 말고 그만 일어나라고.”

도현이 손을 내밀자 숀은 잠시 망설이다가 도현의 강인한 손을 붙잡고 일어섰다.

그사이 조지는 로마 격투장의 관리인에게 전화를 걸어 어렵게 선수 등록을 마쳤다.

“자 자, 어서 가도록 하지. 중간에 이 녀석 머리도 꿰매려면 서둘러야 돼.”

로마 격투장

로마 격투장에 도착한 도현은 조지의 밴 안에서 차분히 자신의 차례를 기다렸다.

그의 얼굴은 중세 시대 처형자들이 위압감과 공포감을 심어 주기 위해 착용했을 법한, 눈과 입 주변이 뚫린 검은 복면으로 가려져 있었고, 하체는 검과 방패 문양이 그려진 짧은 팬츠를 입고 있었다.

모두 로마 격투장의 상징물과 같은 복면과 하의로, 조지의 부하가 가져다준 것이다.

“나도 당신에게 돈을 걸 테니까 한번 멋지게 해 주시오.”

눈썹 위에 큰 점이 있는 조지의 부하가 30분 전쯤 도현에게 은근슬쩍 한 말이었다.

‘져 버릴까?’

도현은 지는 모습을 상상해 봤다. 조지와 그의 부하들이 그를 죽이려 달려들지도 모른다.

‘영국에 와서 내가 이런 모습으로 앉아 있을 줄이야.’

스톤과 관련된 일이라 나서긴 했지만 도현은 막상 처형자 복면에 짧은 팬츠를 입고 있는 자신을 확인한 순간, 약간 후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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