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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 임팩트-243화 (243/575)

[243] 디 임팩트 10권 18화

도현은 카모시프가 내미는 술을 한 모금 하며 그의 이야기를 흥미로운 눈빛으로 계속 들었다.

“일꾼용 몬스터와 달리 전투 몬스터는 다루기가 어려워서 엄격히 통제가 된 상태에서 운용되고, 그 보유도 브링틱에서는 오직 세 개의 가문만이 할 수 있소.”

“세 개의 가문이라면 브링틱을 공동으로 지배한다는 그들 가문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브링틱은 영주나 왕이 아닌 브링틱 지역을 삼분하고 있는 세 개의 가문들이 연합해서 다스리고 있었다.

그 가문들의 수장은 통칭 원로라고 불렸다.

“그렇소. 늪에서 죽은 녀석도 그 세 개의 가문 중 하나인 크샤코 가문에서 전투 몬스터를 움직이는 조련사였소.”

“그렇군요.”

“술에 취해 함부로 전투 몬스터를 조종한 그 녀석을 크샤코 가문은 벌주지 않고 오히려 몰래 도망가도록 시간을 주었기에 내가 추적해 늪에서 죽인 거요.”

카모시프는 크샤코 가문을 얘기할 때 적의를 드러냈다.

“전투 몬스터는 많습니까?”

“글쎄, 그건 세 개의 가문만이 그 정확한 수를 알 수 있을 거요. 대대로 그들 집안이 전투 몬스터들을 만들어 왔으니 말이오. 하지만 전투 몬스터를 만들고 무장시키는 데 거금이 든다는 소문이 있으니, 생각보다 많지 않을 수도 있소. 매년 브링틱 주변의 지역을 개척하기 위해 몬스터 토벌을 하며 죽는 전투 몬스터들도 꾸준히 있을 테니 말이오.”

도현은 전투 몬스터의 모습이 벌써부터 궁금해졌다.

“고기 잡았다!”

리타가 맨발로 걸어와 긴 장화 안에 든 고기들을 보여 줬다.

“꼬마 아가씨, 다시 신발을 신으시오. 길을 가야 하니.”

카모시프의 말에 리타의 눈썹이 위로 솟구쳤다.

“꼬마 아니거든!”

“자, 그만하고 신발 신어.”

도현이 리타의 어깨를 두드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브링틱

알레빙스 산맥 지역을 통과해 브링틱의 남부 경계지에 도착한 도현은 작은 요새를 앞에 뒀다. 그곳은 카비엘료의 영지를 떠나 육로로 브링틱으로 들어오는 여행객들이 마주하는 첫 번째 요새 마을이었다.

“저게 전투 몬스터요.”

카모시프에 말에 도현과 리타는 나무 방벽으로 둘러싸인 요새 입구를 지키고 서 있는 두 마리의 몬스터들을 응시했다. 철갑과 투구를 착용한 모습이 영락없는 인간 같았는데, 자세히 보면 주둥이가 튀어나왔고 날카로운 이빨과 송곳니가 언뜻언뜻 드러났다.

‘4미터 정도 되려나?’

투구 때문에 신장이 더 커 보이는 몬스터는 드러난 외양이 늑대 인간과 비슷했다.

‘갑옷과 투구로 몸을 보호하고 공격은 몬스터 자체 공격력에 의지하는 건가?’

전투 몬스터 주변엔 조련사 두 명과 병사 몇이 한가한 모습으로 서 있었다. 경계는 몬스터에게 맡겨 둔 듯한 인상이었다.

“다른 종류도 있겠죠?”

도현의 질문에 카모시프는 고개를 끄덕였다.

“저 녀석들은 브링틱 전역에 있는 요새 마을에 투입된 흔한 전투 몬스터들이고 진짜 강한 녀석들은 세 개 가문 내에 있을 거요. 어떤 게 있을지는 나도 정확히 모르겠지만.”

도현은 석상처럼 미동도 않고 서 있는 4미터 급 전투 몬스터 곁을 스쳐 지나가며 기분이 묘했다.

몬스터를 잡아 내공을 키우고 있는 그는 몬스터를 흘려보낸 적이 거의 없었다. 싸우고 잡아서 기운을 흡수해 내공을 키워 왔다.

‘이 녀석들이 가지고 있는 기운은 얼마나 될까? 덩치로 보아 그럭저럭 괜찮을 것 같은데.’

슈빅타이런과는 비교할 수 없겠지만 그래도 여러 마리를 잡으면 내공이 제법 상승할 것 같기는 했다.

도현이 무슨 생각을 하면서 스쳐 지나가는지 모르고 전투 몬스터는 검은 눈알을 데구루루 굴리며 요새 정문을 통과하는 카모시프와 리타 그리고 도현을 노려봤다.

“막 노려보네. 비골을 불러내 혼내 줄까?”

리타의 말에 놀란 도현이 몇 발짝 앞서 걸어가고 있는 카모시프를 의식하며 작게 말했다.

“함부로 소환하지 마. 큰일 나니까.”

“응.”

그들은 요새 마을에서 하룻밤을 묵은 뒤 다음 날 일찍 말을 타고 브링틱의 중심지인 브링틱 성으로 떠났다.

날씨는 온화했고 곡물이 자라는 평야가 길 좌우로 넓게 펼쳐져 있었다.

“일꾼 몬스터다!”

리타는 느릿느릿 움직이는 일꾼 몬스터를 가리켰다.

커다란 곡식 수레를 끌고 가는 건 말이나 소가 아니었다. 펭귄을 닮은 황소 크기의 몬스터였다. 녀석은 앞서가는 농부를 따라 기우뚱거리며 무거운 수레를 끌고 있었다.

얼마 뒤 다리를 넘어가던 그들은 무너진 강둑 보수 현장에 투입된, 백곰을 닮은 흰색 몬스터도 발견했다.

‘다르다. 기존의 영지나 다크캐슬에서 봐 왔던 풍경과는 확연히 달라.’

일꾼 몬스터가 될 수 있는 종류는 몇 가지 없다고는 했지만, 그래도 사용하기에 따라 아주 유용했다.

“이 길로 쭉 따라가면 얼마 안 가 브링틱 성이 나올 거요.”

카모시프는 갈림길에서 브링틱 성으로 가는 도현과 헤어지려고 했다.

“고맙습니다. 덕분에 많은 이야기도 듣고 편하게 왔습니다.”

말에 탄 도현이 감사 인사를 했다.

“어차피 가는 방향이 비슷해 같이 온 것에 불과하니 인사할 필요 없소. 오히려 당신이 늪에 빠진 그 녀석과 시간을 보내 주는 바람에 내가 녀석에게 직접 복수를 할 수 있었소. 감사한 건 나요.”

“그럼 서로 고마운 걸로 하지요.”

“하하, 그럽시다. 그럼.”

호쾌하게 웃은 카모시프는 오는 내내 자신과 말다툼을 한 리타를 쳐다보며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꼬마 아가씨, 즐거웠소.”

“맛있는 거 사 줘서 고마워. 잘 가.”

리타의 인사에 카모시프는 죽은 조카가 연상돼 얼른 고개를 돌리며 눈물을 가렸다.

“기회가 되면 또 봅시다, 히얏!”

말을 탄 카모시프가 멀어지자 리타는 갑자기 시무룩해졌다.

“왜 그래?”

“내 말을 잘 받아 준 사람이 가서 슬퍼.”

리타는 며칠 사이 카모시프에게 정이 들었나 보다.

해가 질 무렵 도착한 브링틱 성은 언젠가 도현이 본 대도시 빌모르처럼 거대한 성곽 도시 형태였다. 높은 성곽이 도시를 보호했고 그 안에 많은 거주민들이 존재했다.

브링틱 성의 대로에 들어선 도현은 따뜻한 날씨 덕택에 옷차림이 가벼운 브링틱인들과 길 양옆의 수많은 건축물들, 거리 곳곳에 심어진 풍성한 나무들을 둘러보았다.

‘복잡한 도시네. 크기도 크고. 어베인과 짐브리오, 로나는 아직 브링틱에 있을까? 있다면 이 성이 아닌 고대 도시의 발굴 현장에 있을 가능성이 높겠지?’

브링틱에 온 김에 도현은 몇 달 전 다크캐슬에서 헤어진 어베인 일행을 만나고 싶었다.

“구경할 게 너무 많아.”

리타는 거대한 도시에 완전히 매료된 듯 이리저리 기웃거리며 돌아다녔고 도현은 그런 그녀를 눈에서 놓치지 않기 위해서 신경을 써야만 했다.

“똑바로 보고 다녀!”

쌀쌀한 중년 여성의 말에 리타는 신발로 그녀의 발등을 다시 밟았다.

“못 보고 다닐 수도 있지!”

“이 못된 계집년이!”

기가 찬 중년 여성이 리타의 뺨을 때리려 할 때 그녀가 사라졌다.

“요게 어디 갔지?”

발을 두 번이나 밟힌 여성이 화난 얼굴로 이리저리 둘러 봤다. 하지만 리타는 이미 도현의 손에 이끌려 인근 여관으로 간 지 오래였다.

“도시에서 싸우고 다니면 편하게 머물 수가 없다고.”

여관방에 들어서며 도현이 말했다.

“안 싸웠어.”

“싸우기 직전이었지.”

도현은 리타에게 단단히 말해 두었다.

“강하다고 해서 사람들을 함부로 대하고 싸워서는 안 돼. 넌 그런 사람이 아니잖아.”

“응, 아니지.”

리타는 침대에 벌렁 누웠다. 대도시답게 여관의 침대는 푹신하고 편안했다.

도현은 침대에 큰대자로 누워 있는 리타의 얼굴을 위에서 내려다봤다.

“나가서 저녁 먹고 거리 구경을 할 거야. 네가 지겨울 정도로.”

“정말?”

리타가 기분 좋은 얼굴로 일어났다.

“대신 말 잘 들어야 해. 얌전히 좀 있고.”

“응, 얼른 나가자.”

리타는 말을 하며 여관 2층 창문에서 훌쩍 뛰어내렸다. 그녀의 못 말리는 행동에 도현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서둘러 여관 밖으로 나갔다.

“얼마 쳐줄 거요?”

짐브리오의 질문에 상인은 턱수염을 쓰다듬다가 답했다.

“금화 6백 개를 주지.”

“너무한 거 아니오. 이건 고대의 지팡이요. 누가 사용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사용하는 마법사의 피로를 줄여 주고 마법력도 더 강하게 해 준다는 고대 마법어도 이렇게 적혀 있지 않소?”

검은색에 은색 글씨가 새겨진 1미터 정도 되는 고대의 지팡이를 흔들며 짐브리오가 언성을 높였다.

“저 고대 도시에서 앞으로 얼마나 많은 물건들이 더 나올지 누가 장담하겠소? 당신이 들고 온 고대의 지팡이도 나중에는 그 가치가 더 적어질 수도 있소.”

“그래도 고대의 지팡이인데 그 가치가 있지. 금화 9백 개로 해 주시오.”

“금화 650개.”

“관두시오. 내가 직접 팔고 말지.”

짐브리오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자 상인이 급히 말했다.

“좋소, 금화 9백 개 가격을 쳐주겠소.”

“흐흐흐, 진작 그럴 것이지. 아, 이게 고대의 지팡이라니까.”

브링틱 성의 상인에게 금화 9백 개 가치의 보석들을 받은 짐브리오는 상점 밖에서 기다리던 어베인과 로나에게 다가갔다.

어베인과 로나는 풍성한 겉옷에 얼굴을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깊게 내려온 모자를 쓰고 있었다.

“얼마 받았어요?”

주위를 살피던 로나가 조용히 물었다.

“간신히 금화 9백 개 값을 받아 냈어. 도둑놈의 새끼가 처음에는 금화 6백 개를 부르지 뭐야.”

짐브리오는 등에 걸친 모자를 잡아 머리 위에 뒤집어쓰며 대답했다.

“잘했어요. 다른 때였다면 훨씬 비싸게 팔 수 있는 물건이지만 상황이 상황이니 만큼, 그 정도면 괜찮죠.”

“수고했네.”

어베인도 한마디 하고는 몸을 돌렸다. 그는 잔기침을 심하게 하고 있었다.

“대장, 무리하지 말고 집에서 쉬라니까 그러시네.”

짐브리오가 어베인을 따라가며 말했다.

“괜찮아.”

“괜찮긴 뭐가 괜찮소? 몬스터와 싸우다 갈비뼈가 몇 개나 부러졌는데? 아직은 휴식이 필요하니 집에서 좀 가만히 있으란 말이오.”

“짐브리오 말이 맞아요. 몸이 완전히 회복될 때까지는 움직이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로나는 어베인의 코끝을 타고 흐르는 땀을 보자 더욱 걱정이 됐다.

산전수전 다 겪은 어베인이었지만 나이를 고려해야 했다.

“보름을 쉬었어. 그 정도면 충분해.”

“고집하고는. 아, 그러게 왜 쓸데없이 그 몬스터를 따라간 거요? 대장이 도현이요? 몬스터 잡으면 마나가 늘어나지도 않으면서.”

“뭔가가 있어. 그게 궁금해.”

어베인은 고대 도시 발굴 현장에서 가끔씩 튀어나오는 강력한 몬스터가 고대 도시 위로 흐르는 강을 건너 특정한 지역으로 계속 사라지자 어느 날 그 뒤를 쫓아가 봤다. 그러다가 강 건너 숲에서 몬스터에게 심각한 부상을 입은 것이다.

짐브리오는 걸을 때마다 인상을 찡그리는 어베인을 보며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대장 옆에 도현이만 있었어도 그 몬스터는 아주 박살이 났을 텐데.”

“전투 몬스터도 찢어발기는 굉장한 몬스터들이야. 도현도 위험할 걸세.”

“대장이 뭘 몰라서 그런 말씀을 하는 겁니다. 나와 로나는 도현과 함께 몬스터 사냥을 며칠 같이 다녔잖습니까. 그때 본 도현의 싸움 실력은 놀라울 정도였다고요.”

짐브리오는 도현을 한껏 높이 띄웠다.

“그러니 대장, 지금이라도 도현이를 데리고 옵시다.”

“글쎄, 있으면 좋을 사람이지만 이미 거부했는데 오려고 하겠나?”

“아, 그때는 고대 도시가 발견되기 전이 아니오? 고대 도시에서 나오는 강력한 몬스터들이라면, 도현도 흥미가 생길 겁니다. 게다가…….”

“게다가 이계의 수정이 이 고대 도시에 존재할 수도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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