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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 임팩트-246화 (246/575)

[246] 디 임팩트 10권 21화

부상을 당해 보름 이상을 현장에 가지 못하고 브링틱 성의 집에만 머물러 있던 어베인이 재촉하듯 물었다.

“한판 붙을 기세입니다. 베일 가문과 몇몇 영주 세력들이요.”

“이유는?”

“확실치는 않지만 아무래도 베일 가문이 발굴하고 있는 장소에서 뭔가가 발견된 것 같습니다.”

“음.”

어베인은 깊은 눈빛으로 지도 위에 표시된 베일 가문의 영역을 쳐다봤다.

“지난 몇 달간 작은 싸움이야 여러 번 일어났지만, 베일 가문은 급이 다른 곳 아닙니까? 병력도 많고 다스리는 영지도 대륙 전역에 여러 곳이나 되니 말입니다.”

“베일 가문을 상대하려는 측은?”

“베일 가문과 100년 넘게 앙숙 관계인 뤼호른 가문 세력이 전면에 있는 것 같고, 그 뒤로 벨피타 영주와 콘로도 영주 세력이 힘을 보태 주는 형국입니다.”

“뤼호른 가문이라면 무시할 수 없는 곳이지. 치열한 싸움이 벌어지겠군.”

“그렇겠지요.”

짐브리오는 지도 위에 양손을 올려놓고 도현과 로나, 어베인을 둘러보며 본론을 꺼냈다.

“대장, 몬스터는 나중에 확인해도 되지만, 눈앞에 싸움은 조만간에 터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싸움으로 난장판이 되기 전에 우리가 먼저 들어가 베일 가문의 발굴 현장에서 뭐가 발견됐는지 조사해야 합니다.”

이때 가만히 듣고만 있던 로나가 둘둘 말린 양피지를 품에서 꺼내 지도 위에 펼쳤다.

“여기를 봐요. 그동안 우리가 돌아다니며 확인한 각 세력들의 경계 수준이에요. 보면 알겠지만 수십여 군데 중에서도 베일 가문은 가장 경계가 엄한 곳 중 하나예요. 특히 발굴 현장의 경계는 더욱 심하겠죠. 인의 장막을 쳐 놓았을 게 뻔해요. 이런 곳에 눈에 띄지 않고 잠입할 수는 없어요.”

“내가 일꾼으로 위장해서 들어가면?”

짐브리오가 물었다.

“아쉽게도 베일 가문은 용병 시장에서 인력을 사용하지 않아요. 오로지 그들 자체 병력과 오랜 시간 신뢰감으로 맺어진 거대 용병단 세 곳의 사람들만 고용해서 발굴과 통제를 하고 있어요.”

“꼼꼼하게 조사했군요.”

도현의 칭찬에 로나가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짐브리오가 일꾼으로 여러 곳을 돌아다니며 정보를 캐고 고대의 물건을 쓱싹할 때, 난 외부에서 이런 걸 조사했어요.”

“로나, 베일 가문 쪽은 몇 명이나 되지?”

어베인의 질문에 로나는 품 안에서 종이를 꺼냈다.

“병사가 7백 명에 거대 용병단 세 곳 인원인 1천2백 명, 도합 1천9백 명 정도 돼요.”

“공격하려는 측은?”

“모두 합해 3천6백 명 정도예요.”

“잘됐군. 병력 차이가 클수록 베일 가문이 받는 압박감이 높아질 테니까.”

“무슨 말입니까, 대장.”

짐브리오가 술에 취해 꾸벅꾸벅 졸고 있는 리타를 힐끔거리며 물었다.

“베일 가문이 방어전을 계획한다면 먼저 열세인 병력 수부터 맞추려고 할 걸세. 따라서 곧 용병 시장에서 대거 인원을 뽑으려 할 거란 말이지.”

“방어전요?”

“땅을 포기하지 않는 이상 죽기 전까지는 싸워야 할 걸세. 피할 곳이란 없어. 현명한 자가 그곳의 지휘자라면 최대한 시간을 끌어 보려고 하겠지. 영지에서 지원군이 올 동안.”

어베인은 지도 위에 표시된 베일 가문의 땅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내일 용병 시장에 가 보세. 베일 가문이 사람을 구할 가능성이 높으니까.”

“싸울 용병으로 들어가서 조사해 보자는 말씀입니까?”

도현이 물었다.

“그 말이네. 베일 가문의 발굴 현장을 조사해 보고 우리가 어떻게 할지는 그 뒤에 선택하세.”

“대장, 베일 가문이 용병을 모집해도 나와 여기 도현만 가겠소. 몸도 성하지 않은 사람 데리고 가면 괜히 우리까지 위험에 빠질 것 같으니까 말이오.”

어베인의 몸 걱정을 한 짐브리오는 로나를 보며 말을 이었다.

“로나, 너도 대장과 함께 있어. 리타도 데리고 있고. 많이 들어간다고 해서 좋은 건 아니니까.”

로나는 기침을 하는 어베인과 술에 취해 식탁에 엎드려 자고 있는 리타를 보았다. 그녀도 안을 들어가고 싶었지만 짐브리오의 말을 따르는 게 좋을 것 같았다.

“그렇게 해요.”

“대장, 제 말대로 하는 겁니다. 그냥 집에 있으십시오.”

짐브리오의 으름장에 어베인은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자네, 괜찮지?”

짐브리오는 도현에게 베일 가문에 들어가는 계획에 대해 뒤늦게 의사를 물어봤다.

도현은 곰곰이 생각을 해 보다가 그렇게 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알겠습니다, 방법이 그것뿐이라면 어쩔 수 없겠지요. 그런데 한 가지 말씀드릴 게 있습니다. 카비엘료의 항구도시 융트에서 베일 가문의 병력을 봤습니다.”

“뭐? 베일 가문의 병력?”

“예, 함선을 타고 온 병력의 수는 어림잡아 천여 명 정도 되는 것 같더군요.”

“발 빠르게 움직였군. 자네가 왔으니, 그들 병력도 곧 도착하겠어.”

어베인이 술잔에 술을 따르며 말했다.

“아닙니다. 아무리 빨리 와도 5일 안에는 도착하지 못할 겁니다. 알레빙스 산맥은 대규모 병력이 움직이기에는 좋은 장소가 못 되거든요. 통과하려면 시간이 많이 걸릴 겁니다. 제가 도착한 시간과 동등하게 두고 비교할 순 없습니다. 특히 전 아주 빨리 알레빙스 산맥을 통과한 편이거든요.”

“자네가 그렇다면 그런 것이겠지.”

어베인은 도현의 말을 신뢰한다는 표정으로 미소를 지었다.

“잘 왔네.”

그가 술잔을 들어 올리자 짐브리오와 로나도 활짝 웃으며 술잔을 위로 올렸다.

도현은 붙어 있는 세 명의 술잔을 향해 자신의 술잔을 가져다 댔다.

처음 이계에 와서 만난 인연이 끝까지 살아남아 마치 운명처럼 그를 끌어당기고 있었다.

“씨드를 위해서!”

선창하는 어베인을 따라 도현과 로나, 짐브리오가 외쳤다.

“씨드를 위해서!”

베일 가문의 고대 도시 발굴 현장 책임자인 반돌로는 앞에 앉아 있는 세 명의 용병단장에게 무거운 음성으로 말했다.

“브링틱 원로들에게 지원을 받는 건 어렵게 됐소.”

“음…… 결국 그렇게 되는군요.”

세월의 깊이가 느껴지는 주름진 얼굴의 용병단장들은 약간의 아쉬움을 내비쳤다.

앞이마가 많이 벗겨진 구릿빛 인상의 노인 반돌로는 손으로 이마를 한번 훔친 다음 자신만큼 나이가 든 늙은 용병단장들을 봤다.

“뤼호른 가문과 다른 두 영주 세력이 한마음으로 뭉치지 못해 시간을 끌고는 있지만, 내가 판단하기로는 며칠 안에 그들의 공격이 시작될 것 같소.”

“오래간만에 대규모 전투를 치러 보겠군.”

귀가 큰 용병단장의 호전적인 말에 다른 용병단장들이 낮게 소리 내어 웃었다.

“반돌로 경, 최선을 다해 싸워 봅시다. 싸움은 숫자가 전부가 아니니 말이오.”

용병단장들의 얼굴에는 두려움이 보이지 않았다. 그들은 각기 수백 명의 부하들을 이끌고 무수히 많은 난관을 겪어 온 용병단 특유의 자존심으로 똘똘 뭉친 사람들이었다.

“당신들 말이 맞소. 싸움은 숫자가 전부가 아니지. 하지만 화살이라도 한 번 더 쏘고 몸으로 칼을 막아 줄 사람이 몇이라도 더 있다면 좋은 게 아니겠소.”

“그 말씀은 외부에서 용병을 고용하시겠다는 뜻입니까?”

“그렇소. 그동안 미덥지 못한 자들이 우리 발굴 현장에 들어오는 것을 막으려 철저히 차단했지만, 상황이 이렇게 된 이상 사람을 모집해야겠소.”

용병단장들은 서로 시선을 교환하며 느릿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진작 인원을 보강했어야 했지만 반돌로의 신중함이 이를 막고 있었다. 뒤늦게라도 그가 마음을 바꿨으니 다행이었다.

“지원군은 언제 오는 겁니까?”

용병단장의 물음에 반돌로는 자리에서 일어나 한쪽 벽에 걸려 있는 지도로 다가갔다.

지도에는 알레빙스 산맥이 표시되어 있었다.

“오고 있을 거요.”

방벽

“고대의 물건들은 좀 모았습니까?”

언덕 위를 향해 말을 몰고 가던 도현이 물었다.

“별로. 돈이 될 만한 건 고대의 지팡이 하나와 황금 장신구 약간이 전부였어. 그 밖에 술병이며 청동 술잔도 좀 챙겨 왔고.”

“일꾼으로 들어가서 어떻게 그런 걸 가지고 나왔습니까? 감시가 심했을 텐데요.”

“다 방법이 있지, 흐흐흐.”

음침하게 미소를 지은 짐브리오는 말고삐를 잡아 속도를 줄이며 언덕 위에 섰다.

“저길 봐. 저 밑이 수만 명에 달하는 병사들이 묻혀 있던 자리야.”

도현은 언덕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봤다. 넓은 지역의 땅들이 모두 다 파헤쳐져 있었다.

“안에는 아무것도 없는 것 같은데요?”

“당연하지. 브링틱 원로들이 조사를 하면서 다른 곳으로 다 치워 버렸어.”

짐브리오가 말을 몰고 언덕을 내려가자 도현도 그 뒤를 따라 이동했다.

병사들의 무덤 옆으로 난 길을 따라 이동하던 도현은 크게 소리쳐 물었다.

“씨드를 찾으려고 저렇게 무덤을 샅샅이 조사한 브링틱 원로들이 왜 고대 도시는 직접 발굴하지 않고 영주들에게 땅을 파는 겁니까?”

“무덤이 넓어도 지금 발굴 중인 고대 도시와는 비교가 안 돼. 고대 도시는 브링틱 성의 몇 배나 되는 크기니까. 엄청난 비용과 시간이 들 발굴 작업에 원로들은 자신들의 돈과 병사들, 주민들을 선뜻 동원할 수가 없었던 거야. 씨드가 있을지 없을지 장담할 수 없다는 생각도 한몫했을 테고.”

짐브리오는 앞서가는 마차 열 대가량을 추월하기 위해서 잠시 말을 중단했다.

“히얏!”

맹렬히 달리는 짐브리오의 말을 쫓아 도현도 속도를 높였다.

도현은 마차를 스쳐 지나가며 안을 살펴봤다. 곡물을 실은 마차도 있고 용병들이 탄 마차도 보였다.

‘모두 고대 도시 근처에 생성된 용병 시장으로 가는 거겠지.’

도현은 말 허리를 차 속도를 더 내서 앞서가는 짐브리오를 따라잡았다.

짐브리오는 조금 전 하던 말을 이어서 계속했다.

“그런 현실적인 이유도 있었지. 그래서 그들은 소문을 듣고 몰려드는 사람들을 무력으로 막는 대신 돈을 버는 길을 택했어.”

“땅을 팔아서요?”

“맞아, 땅을 팔아서. 그들은 땅을 팔기 위해 전투 몬스터를 동원해 고대 도시 주변의 잡다한 몬스터를 싹 제거하고 길도 뚫어 줬지. 구역을 나눠 그 크기와 장소에 따라 엄청난 돈을 받고 영주들과 대상인들에게 판 그들은 발굴 중 나오는 고대의 물건에 아쉬워하지 않을 정도의 돈을 이미 벌었다고 볼 수 있지. 몰려든 용병과 수십여 개의 세력들이 소모하는 각종 물자들도 팔아먹을 수 있었고. 현재까지는 그들에게 아주 이득이 되는 장사인 셈이지.”

짐브리오의 긴 설명에 도현은 이곳 상황을 좀 더 자세히 머릿속에 그릴 수 있었다.

“발굴 현장에서 싸워도 브링틱은 관여하지 않습니까?”

“이곳에서 브링틱은 중립을 유지하고 있어. 돈을 받고 땅을 팔았는데 누구 편을 들어 줄 입장은 아니니까.”

“그렇군요.”

고대 도시 발굴 현장과 가까운 곳에 생성된 용병 시장은 하나의 마을이었다.

각지에서 몰려든 용병들이 일자리를 구하기 전에 머물러야 했기에, 술집과 여관을 비롯한 각종 상점들은 사람들로 붐볐다. 발굴 현장에서 흘러나온 물건들이 임시로 생성된 이 마을에서 은밀히 거래되기도 한다.

“이계의 수정은 특징이 있던가?”

말을 상인에게 팔고 돌아선 짐브리오가 물었다.

“전에 말씀드린 것처럼 투명한 수정 구슬이었습니다. 당시 석상 안의 홀에서 발견한 손상된 수정 구슬의 크기는 이 엄지손톱만 했고요.”

“특징이 있다면 찾기라도 편하겠는데……. 일단 말이라도 해 두자고.”

“어디 가시는 겁니까?”

“암거래 상인.”

짐브리오는 가건물 형태의 수많은 목조건물들 사이를 지나 문이 굳게 닫힌 어느 집 앞에 멈춰 섰다. 그가 문을 두드리자 문에 뚫린 작은 구멍을 통해 밖을 내다보는 사람이 나타났다.

“뭐요?”

“물건을 가져왔소.”

“잠깐만 기다리시오.”

잠시 후 문이 열렸고 도현은 짐브리오를 따라 어두침침한 집 안으로 들어섰다.

안에는 허리에 검을 찬 사내들이 허튼짓하지 말라는 시선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짐브리오, 다시는 안 볼 것처럼 욕하면서 가더니 또 찾아왔군.”

늙은 암거래 상인이 웃으며 방에서 나타났다.

“사고 싶은 게 있어서.”

“파는 게 아니라? 흠, 방으로 들어오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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