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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 임팩트-258화 (258/575)

[258] 디 임팩트 11권 8화

“톨리핀이라고 하네.”

“성을 탈출하고 싶습니까?”

“그러니까 따라 나왔겠지.”

“그럼 무조건 짐브리오를 보고 뛰십시오. 뒤에 어떤 상황이 되든 신경 쓸 필요 없습니다. 당신이 할 일은 오직 앞서가는 짐브리오만 신경 쓰는 겁니다. 아시겠습니까?”

“전투 몬스터가 많은데 가능할지 모르겠군.”

“거 말 많네! 싫으면 감옥에 남든가!”

마음이 급한 짐브리오가 퉁명스럽게 말하며 노려보자 톨리핀은 다 떨어진 신발을 내려다봤다.

“그건 싫군. 앞서게.”

도현은 짐브리오와 톨리핀을 데리고 감옥 입구에 섰다.

“막지 않는다면 이 검에 당신들 피가 묻을 일은 없을 거다! 선택은 당신들이 하도록 해!”

도현의 말이 끝나자마자 짐브리오가 왼편으로 몸을 날렸다. 두 사람이나 어깨에 메고 있었지만 그 속도가 빨랐다. 늙은 죄수 톨리핀도 의외로 발이 날래서 리타를 안고도 짐브리오와 그렇게 큰 차이를 두지 않고 뒤를 따라갔다.

“막아라!”

포위를 한 채 사태를 지켜보던 크샤코 가문의 고위 장수는 서둘러 지시를 내렸다.

전투 몬스터를 열 마리나 잃은 지금, 적들을 이대로 보내 줬다가는 더 큰 징계가 따를 거라는 위기감이 그를 움직인 것이다.

그의 지시가 불러온 후폭풍은 상당했다.

바닥에 떨어진 창을 열 자루나 챙긴 도현은 짐브리오의 앞을 막고 공격하려는 전투 몬스터를 향해 창을 벼락처럼 집어 던졌다.

필살의 의지가 담긴 도현의 창은 빙글빙글 회전하며 날아가다가 전투 몬스터의 가슴에 적중했다.

콰아앙!

큰 소리와 함께 전투 몬스터의 거대한 몸이 뒤로 주르륵 밀려나며 쓰러졌다.

몬스터의 뒤에 서 있던 수많은 병사들이 비명을 내질렀다.

“으아악!”

“몬스터 팔에 다리가 깔렸어!”

“어서 몬스터 좀 치워 줘!”

짐브리오는 죽은 몬스터의 몸을 신속히 타고 넘어갔다.

그때 옆에서 또 한 마리의 전투 몬스터가 달려왔다. 여지없이 날아간 창이 전투 몬스터의 몸에 적중했다.

“몬스터가 쓰러진다! 조심해!”

앞을 막거나 뒤따라오는 전투 몬스터들은 도현이 내공을 실어 날린 창에 쓰러지며 주변의 병사들까지 덮쳤다.

“골목으로!”

좁은 골목은 거대한 덩치의 전투 몬스터가 쫓아올 수 없는 공간이었다.

그들이 좁은 골목으로 사라진 지 얼마 되지 않아 감옥에 카샨이 도착했다.

느긋한 표정으로 왔던 그는 아수라장으로 변한 주변의 상황에 눈썹이 위로 올라갔다.

“이게 어찌 된 것이냐!”

“두 명의 적이 나타나 감옥에 갇혀 있는 죄수들을 탈옥시켰습니다. 현재 성벽 방향으로 도주하고 있습니다!”

현장을 지휘했던 고위 장수가 머리를 조아리며 대답했다.

“전투 몬스터들은?”

“동원했지만 적의 힘이 강해서…….”

카샨도 눈이 있기 때문에 죽어 있는 전투 몬스터가 보이지 않을 리 없었다.

“어린 소녀도 있더냐?”

“예?”

“죄수 중에 말이다!”

“그런 여자아이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머리색이 보라색인 소녀 말입니다.”

“이놈들을!”

카샨이 움직이려 할 때 크샤코 가문의 장남 카심이 호위대를 이끌고 나타났다.

그는 죽어 있는 전투 몬스터들을 보며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대체 어떻게 된 일이냐?”

묵직한 그의 음성에 현장을 지휘했던 고위 장수가 눈치를 보며 조금 전 카샨에게 했던 말을 되풀이했다.

“음.”

여기저기 죽어 있는 전투 몬스터의 수만 해도 스무 마리가 넘어 보였다. 병사들의 피해도 상당했다.

“카샨, 그자들을 쫓으려고 하는 것이냐?”

“그렇습니다. 잡아야지요. 잡아서 감히 크샤코 가문에서 벌인 일에 대해 죄를 물어야지요.”

카심은 말에서 내려 카샨의 귀에다 대고 속삭였다.

“홀로 전투 몬스터들을 이렇게 많이 죽인 자다. 상대할 수 있겠냐?”

“형님!”

카샨의 몸에서 찬 기운이 뻗어 나왔다.

“널 걱정해서 하는 말이다. 난 지금까지 전투 몬스터를 이렇게 도륙 내다시피 한 자는 듣지도 보지도 못했다.”

“걱정 마십시오. 죽일 수 있으니까.”

카샨이 주문을 외우며 손바닥으로 바닥을 내리쳤다.

바닥에 고인 빗물들이 회오리치며 모이더니 얼음 늑대가 되었다.

카샨을 태운 얼음 늑대는 빠른 속도로 도현이 도주한 방향으로 달려갔다.

잠시 그 모습을 지켜보던 카심은 호위대장에게 명했다.

“성 전체에 비상령을 내려라.”

“예!”

“몸을 숙이십시오!”

리타를 안고 달리던 죄수 노인 톨리핀은 뒤에서 들리는 도현의 고함 소리에 화들짝 놀라 바닥에 엎드렸다.

건물 뒤에 웅크리고 숨어 있던 전투 몬스터가 휘두른 서슬 퍼런 도끼날이 톨리핀의 몸 위로 아슬아슬하게 스쳐 지나갔다.

기습 공격이 실패한 전투 몬스터가 포효를 하며 발로 톨리핀을 압사시키려 할 때 도현이 집어 던진 검이 몬스터의 눈에 꽂혔다.

캬아아아!

5미터 급 전투 몬스터가 고통을 참지 못하고 온몸을 비틀며 주먹과 도끼를 사방으로 휘둘렀다.

건물이 파괴되고 근처에서 활을 쏘던 궁수들이 몬스터의 주먹에 맞아 비명을 지르며 멀리 날아갔다.

도현은 전투 몬스터의 몸을 타고 재빨리 올라가 녀석의 눈에 박힌 검을 뽑은 후, 단숨에 목을 베어 버렸다.

타투를 통해 몬스터의 기운이 흡수됐다.

쿠우웅.

쓰러진 전투 몬스터의 몸에서 뛰어내린 도현이 톨리핀에게 소리쳤다.

“달리십시오!”

도현의 재촉에 리타를 안은 톨리핀은 고개를 끄덕였다. 저 앞에 짐브리오가 달려가고 있었다.

“죽기 싫으면 비켜, 이 자식들아!”

쇠사슬이 연결된 낫으로 병사 몇을 베어 넘긴 짐브리오는 거친 숨을 뱉어 내며 외쳤다.

도현이 전투 몬스터와 대부분의 병사들을 막고 있지만, 일부 병사들은 그가 처리해야만 했다.

어베인과 로나를 보호하며 병사들과 싸우는 게 쉽지 않았다.

“죽어!”

부상을 입고 쓰러져 있던 병사 한 명이 독기를 드러내며 등 뒤에서 짐브리오를 공격했다.

하지만 뒤쫓아 달려오던 톨리핀의 검에 비명을 지르며 고꾸라졌다.

뒤를 힐끔 돌아본 짐브리오는 고맙다는 눈빛을 보낸 뒤 다시 앞으로 달려갔다.

그들은 철저히 사전에 탈출로로 계산해 둔 길을 찾아서 움직이고 있었다.

그것이 효과가 있었던지 적과의 충돌은 여러 차례 있었지만 어둠 속에서 길을 잃지는 않았다.

넓은 길에서 다시금 좁아지는 골목길로 향하던 그때 도현은 뒤에서 미친 듯이 달려오는 뭔가를 발견했다.

얼음 늑대를 타고 추격을 해 온 카샨이었다.

도현은 그가 누구인지 정확히 몰랐지만 다가오는 기세와 느낌이 심상치 않았다.

거리가 빠르게 가까워져 그가 외치는 소리가 들릴 정도였다.

“감히 네놈들이 도망칠 수 있다고 생각했나!”

카샨이 달리는 얼음 늑대 위에서 주문을 외우며 손을 내뻗었다.

바닥이 쩍쩍 소리를 내며 도현이 들어간 골목길이 입구부터 급속도로 얼어붙기 시작했다.

‘마법사다!’

쩌저저적.

골목길을 돌아다니던 개가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저 미친 자식이!”

뒤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인식한 짐브리오가 욕설을 내뱉으며 있는 힘껏 앞으로 달려갔다.

죄수 노인 톨리핀도 죽기 살기로 그 뒤를 쫓아 골목길을 내달렸다.

도현은 굳은 표정으로 길을 얼리며 다가오는 차가운 기운을 노려봤다.

‘이대로 가다가는 골목길을 벗어나기 전에 얼음이 되고 말 거야.’

그는 피할 수 있지만 짐브리오와 죄수 노인이 위험했다.

도현은 달리는 걸음을 멈추고 땅에 검을 힘껏 꽂았다.

‘한기를 날려 버려!’

땅이 뒤집어지며 나타난 눈부신 황금 검이 골목을 얼리며 빠르게 다가오는 한기와 충돌했다.

콰아앙!

큰 폭음 소리와 함께 도현의 황금 검에 막힌 한기가 방향을 바꿔 비가 내리는 하늘로 솟구쳤다.

그 영향으로 하늘에서 내리던 비들이 한순간 모두 얼어붙어 우박으로 변해 골목으로 쏟아졌다.

그 광경을 목격한 카샨은 내심 놀랐지만 속마음을 감추고 재차 공격을 하려다가 황급히 얼음 늑대 위에서 뛰어내려 뒤로 물러났다.

어느 틈에 접근했는지 도현이 검을 찔러 오고 있었던 것이다.

파사사삭.

도현의 검이 훑고 지나간 얼음 늑대가 박살이 나며 그 얼음 조각들이 사방으로 비산했다.

“이놈!”

카샨이 얼음 화살을 한 번에 열 개나 만들어 날렸다.

전신을 향해 날아오는 얼음 화살들을 도현은 미꾸라지처럼 회피하며 카샨에게 접근해 갔다.

눈을 똑바로 뜨고 다가오는 도현의 모습은 섬뜩했다.

서걱.

도현의 검에 잘린 카샨의 목이 흔들거리다 바닥에 떨어졌다. 그러나 피 대신 잘게 쪼개진 얼음 알갱이가 바닥을 뒹굴었다.

도현이 벤 카샨은 마법으로 만들어진 가짜 카샨이었다.

카샨은 지팡이를 꺼내 강력한 마법을 시전했다.

“육신을 먼지처럼 조각내 주지!”

날카로운 얼음 조각들이 회전하는 얼음 폭풍이 갑자기 생성돼 도현을 휘감았다.

골목 바닥과 좌우로 서 있는 벽들이 얼음 폭풍의 힘을 견디지 못하고 부서지고 뜯겨 나갔다.

얼음 폭풍은 갈수록 위세를 더하고 크기를 키워 골목을 모조리 삼킬 듯 변해 버렸다.

‘토네이도인가?’

도현은 눈을 뜨기 어려울 정도로 강한 얼음 폭풍의 회전력에 미간을 좁혔다.

그의 사방으로 날카로운 얼음 조각과 부서진 벽 조각 등이 난무했다. 바람도 아주 거세서 제대로 서 있기 힘들 정도였다.

아마 일반인이었다면 벌써 바람에 휘말려 공중에서 갈가리 찢겼을 것이다.

‘대단한 마법사야. 대체 누구지, 혹시 저자가 카샨인가?’

도현은 얼음 폭풍 너머 카샨을 지그시 노려보다가 앞서간 일행을 지키기 위해 몸을 돌렸다.

마음 같아서는 손을 봐 주고 싶었지만 지금은 동료들과 함께 성을 빠져나가는 게 먼저였다.

콰콰쾅쾅.

얼음 폭풍이 집어삼킨 골목길 주변은 폐허가 됐고, 그 영향권 안에 있는 도현의 몸도 이곳저곳 상처가 났다.

카샨은 얼음 계단을 이용해 허공에서 도현의 움직임을 관찰하고 있었다.

약간의 부상은 입은 것 같지만 얼음 폭풍을 거침없이 돌파해 결국은 벗어나 버렸다.

카샨은 굳어진 표정으로 얼음 폭풍을 없애 버린 후, 허공에서 바닥에 내려섰다.

막대한 마나만 소모했을 뿐, 효과가 전혀 없었다.

그는 내리는 비를 이용해 얼음 늑대를 만들어 탄 후, 앞서간 도현과 탈옥수들을 쫓아갔다.

어느새 저들은 성벽을 넘어가고 있었다.

크샤코 가문의 성에서 벗어나 들판을 달리던 그들 앞에 수백 명은 되어 보이는 철갑 기마병이 나타나 가로막았다. 움직이는 산처럼 보이는 거대한 덩치의 5미터 급 전투 몬스터 하이드로우도 열 마리 가까이 있었다.

비가 그친 밤하늘에 높게 뜬 둥근달이 짐브리오는 그렇게 야속할 수가 없었다.

들판에 서 있는 그들의 모습이 낱낱이 드러나고 있었기 때문이다.

“빌어먹을.”

몸에 화살을 세 대나 맞은 짐브리오는 피가 흘러내리는 손끝을 움직여 아껴 둔 비수를 꺼내 들었다.

간신히 성을 빠져나왔는데, 힘 빠지는 장면이었다. 뒤에는 미친 마법사 녀석이 계속 쫓아와서 도현을 괴롭히고 있었다.

동료들을 보호하는 것에 목적을 둔 도현이었기 때문에 마법사와 제대로 싸울 수가 없었고, 그 점을 알고 있다는 듯이 마법사는 멀찍이서 마법을 사용하며 도현의 발목을 붙잡기를 반복했다.

카샨과 한차례 싸움을 벌이고 달려온 도현은 앞에 진을 치고 있는 적들을 깊은 눈빛으로 둘러봤다.

“너 괜찮은 거냐?”

짐브리오가 도현의 창백하게 변한 얼굴을 보며 물었다. 핏기가 없어서 꼭 시체 같았다.

“얼음 화살을 한 대 맞았는데 몸이 으슬으슬하네요.”

“농담할 때냐? 일전에 내가 브링틱 성에서 왜 꼼짝없이 칼을 맞았는데? 얼음 기운이 몸을 마비시켜서야. 너도 그럴 수가 있다고.”

“당장은 괜찮을 것 같습니다. 마나로 억누르고 있거든요.”

내공의 힘이었지만 도현은 마나라고 표현했다.

“큰일이다. 뒤에는 신경 쓰이는 마법사 녀석이 있고, 앞에는 기마병과 몬스터가 있는데. 너 그 몸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워.”

“괜찮습니다.”

“우릴 보호할 수 있겠냐? 나 사실 힘이 많이 빠졌는데. 이 죄수 노인은 더 이상 달릴 힘도 없어 보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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