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5] 디 임팩트 13권 25화
3층 저택은 넓고 방도 수십 개였다. 집 안에 있는 수십여 명의 사내들의 눈을 피해서 원 회장 가족을 자신이 먼저 찾아내는 건 매우 어려울 것 같았다. 차라리 눈에 보이는 족족 사내들을 쓰러트리면서 원상과 원백선을 찾아나서는 게 빠를 것 같았다.
이때 거친 사내들이 웃으며 외치는 소리가 복도를 타고 방 안까지 흘러 들어왔다.
“철수! 지하층에서 찾았다는 연락이 왔다!”
“정말이야? 와우! 젠장, 이제 끝났네.”
“철수! 모두 철수!”
도현은 굳어진 표정으로 방을 나와 복도에 섰다.
방을 수색하던 사내들이 썰물처럼 아래층으로 내려가고 있었다.
‘모두 잡힌 건가?’
잠시 고민하던 도현은 플래시를 비추며 아래층으로 내려가는 저들의 뒤를 동료인 척 따라 내려갔다.
어두운 실내라 플래시로 얼굴을 비추지 않는 한 도현의 정체를 알아채기 힘들었다.
원 회장의 가족을 붙잡았다는 소식에 모두들 긴장이 풀어졌는지 아래층으로 내려가는 10여 명의 사내들은 전혀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있었다.
“우리도 꽤 죽었는데, 시신들은 어떻게 하지?”
“알게 뭐야. 그걸 일일이 어떻게 챙겨. 시간도 많이 지났고, 어서 피해야 되는데.”
“하긴, 이번에 돈 좀 많이 받겠어, 흐흐흐.”
도현은 묵묵히 저들의 대화를 엿들으며 3층에서 2층으로 내려왔다.
계단에 그와 모석청을 별채로 안내했던 중년 여성의 시신이 보였다.
‘음…….’
도현은 마음이 무거워졌다. 안휘성에서 온 자들은 원 회장의 조직원들뿐만 아니라 저택에서 일하는 사람들까지 가리지 않고 해친 것 같았다.
1층 홀에 도착한 도현은 사내들을 따라 시신이 이곳저곳 흩어져 있는 현관을 지나 바깥으로 걸어 나갔다.
수십여 명의 사내들이 등을 보인 채 서 있었다. 그들의 두목을 보는 것 같았다.
도현은 이들의 맨 뒤에 서서 사내들 사이로 언뜻 보이는 앞의 상황을 파악했다.
매를 맞아 얼굴이 퉁퉁 부어 오른 원상과 원백선, 그리고 원 회장의 아내가 보였다. 그들은 양손이 뒤로 묶인 채 바닥에 강제로 앉혀져 있었다.
‘차가 오는군.’
도현은 저택으로 이어진 길을 따라 줄줄이 오고 있는 차량 행렬을 봤다. 이들이 타고 온 차량들 같았다.
‘저 차를 타고 이들은 웃으며 돌아가겠지?’
도현은 그렇게 놔둘 생각이 없었다.
손에 든 정글도에 힘을 준 도현은 차량이 오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사내들 속으로 번개처럼 파고들었다.
사사사삭.
눈이 따라가지 못할 정도로 빠른 쾌검이 빛살처럼 뿌려졌다. 10여 명의 사내들이 손에 들고 있던 칼과 도끼 들을 떨어트리며 거의 동시에 주저앉았다. 그 소리에 놀라 앞에 사람들이 뒤를 돌아봤을 때는 이미 도현이 그들조차도 빠르게 스치고 지나간 뒤였다.
파파팍.
서 있는 자들의 몸 곳곳에서 피가 분수처럼 튀어나왔다.
“크윽.”
“왜 내 몸에 상처가!”
삽시간에 스무 명 가까운 사내들이 피를 흘리며 쓰러져 갔다.
죽이지는 않았지만 거동할 수 없을 만큼 중상을 입힌 도현은 아직도 상황 파악이 덜 된 남은 사내들 사이를 종횡무진 누비며 정글도 두 자루를 벼락처럼 휘둘렀다.
달빛을 받은 도광이 사방으로 휘몰아쳤고 그럴 때마다 밤하늘을 향해 피와 비명이 솟구쳤다.
“적이다!”
뒤늦게 도현의 존재를 인지한 류강의 부하들이 무기를 휘둘러 그에게 대항하려고 했지만, 그들이 상대하기에는 도현의 존재가 너무 거대했다.
앞으로 날아오는 도끼를 정글도로 옆으로 밀어낸 도현이 발로 상대의 안면을 내리찍었다.
와자작.
섬뜩한 소리와 함께 코가 주저앉고 이가 여러 개 부러진 사내가 나무토막처럼 앞으로 쓰러졌다.
그가 쓰러지기 전에 도현은 이미 주위에서 공격을 하던 다른 세 명의 양 다리와 옆구리를 정글도로 베어 버리고 앞으로 총알처럼 튀어 나가고 있었다.
한 호흡에 네 명을 쓰러트린 도현은 튀어나오던 기세를 실어 들고 있던 정글도를 집어 던졌다. 총을 쏘려던 사내가 비명을 지르며 앞으로 고꾸라졌다. 그의 어깻죽지에 정글도가 박힌 것이다.
사내의 얼굴을 걷어차며 그의 어깻죽지에 박힌 정글도를 뽑은 도현이 텀블링을 해서 뒤로 재빨리 이동했다.
타앙! 타앙! 탕탕탕!
밤하늘을 울리는 총성과 함께 도현이 텀블링하며 지나가는 자리마다 땅에서 흙먼지가 피어올랐다. 류강의 심복 부하 여러 명이 권총을 쏴 댄 것이다.
번쩍.
텀블링하던 도현의 손에서 정글도 두 자루가 동시에 날아갔다.
“커헉!”
“윽!”
총을 든 사내 두 명이 정글도에 담긴 힘을 견디지 못하고 뒤로 수 미터나 굴러갔다. 그들의 어깨에는 정글도가 손잡이 끝까지 박혀 있었다.
“빨리 저것들을 차에 태워!”
잠깐 사이에 부하들 대부분을 잃은 류강이 눈을 부릅뜨고 발악하듯 외쳤다.
차가 그들의 앞에 막 당도하고 있었다.
류강의 부하들은 허겁지겁 흉기로 원상과 원백선, 원 회장의 아내를 위협하며 차에 강제로 태웠다.
그사이 도현은 바닥에 널려 있는 도끼 두 개를 집어 들어 마지막까지 대항하며 총을 쏴 대던 류강의 심복들을 향해 던졌다.
퍼벅퍽!
손도끼에 맞은 두 명의 사내들은 총을 놓치며 앞선 자들처럼 몇 미터 뒤로 날아가다가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한쪽 무릎을 꿇으며 손도끼를 날렸던 도현이 천천히 몸을 세웠다.
안휘성에서 온 자들은 하나같이 중상을 입은 상태로 기절해 있거나 피를 흘리며 고통에 찬 신음을 내고 있었다.
도현의 압도적인 무력에 겁을 집어먹은 차량 운전자들은 아예 가까이 오지 않고 차를 돌려 도망가기 바빴다.
“차 빼, 이 자식들아!”
앞에 차가 뒤엉키자 류강이 불같이 화를 내며 고함을 질렀다. 차가 갈 수 있는 길을 앞의 차들이 막아 버린 것이다.
“두, 두목, 저 새끼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내려서 막아, 이 새끼야!”
“예?”
“내려!”
류강이 총을 겨누자 참모가 주춤거리며 승합차에서 내렸다. 하지만 그는 다가오는 도현의 기세에 눌려 겁을 집어먹고 앞쪽에 뒤엉켜 있는 차들의 맨 선두를 향해 달려갔다.
“저 새끼가!”
류강은 화가 나 쫓아가 그 부하를 쏴 죽이고 싶었지만, 승합차 안에는 인질로 잡은 원 회장의 가족들이 있었다.
“어떻게 잡은 것들인데, 이것들을 놓아주고 갈 순 없지.”
류강은 승합차 창문을 내려 밖을 향해 외쳤다.
“더 이상 다가오지 마, 이 새끼야! 원 회장 가족을 죽여 버리기 전에!”
도현은 그의 위협에 일정한 거리를 두고 걸음을 멈췄다.
그 상태로 잠시 시간이 흘렀고 그동안 앞에 뒤엉킨 차량들이 제 위치를 잡으며 앞으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두목! 이제 달릴 수 있습니다!”
운전대를 잡은 부하 하나가 기쁜 얼굴로 외쳤다. 수십 명을 눕힌 도현의 싸움 실력을 차 안에서 목격했던 그는 오줌을 지릴 뻔했다. 총을 든 동료들까지 정글도와 도끼를 날려 무력화시킨 도현이 인간 같지 않았기 때문이다.
“닥치고 어서 가!”
“예!”
류강이 총구를 원 회장 가족에게 겨누며 뒤를 돌아봤다. 차가 움직일 동안 10여 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 서 있던 도현은 그 자리에서 꿈쩍도 하지 않고 있었다.
‘뭐 하는 새끼야, 저거. 뭐 저런 놈이 다 있지?’
류강은 점점 멀어지는 도현을 두려운 시선으로 노려보다가 이제 안심이 됐는지 길게 숨을 토해 냈다.
모석청은 바닥에 배를 깔고 도현의 싸움을 지켜보고 있었다. 달빛을 받으며 정글도와 도끼를 휘두르는데, 그 모습이 심장이 떨릴 만큼 차갑고 매서웠다.
‘저런 인간에게 사례금을 나눠 달라고 요구했다니, 죽을 뻔했어.’
생긴 건 부드러운데 손 속이 잔인하고 아주 냉정해서 안휘성에서 온 자들치고 멀쩡한 자들은 단 한 명도 없었다.
그는 두근거리는 가슴을 부여잡고 피가 잔뜩 묻은 옷을 입고 서 있는 도현에게 다가갔다.
“자, 자네, 괜찮은가?”
“모 선생님, 들고 있는 검 좀 빌려주시겠습니까?”
“응? 이 검을 말인가?”
모석청은 호신용으로 들고 온 고풍스러운 검을 도현에게 내밀었다.
“필요하면 쓰게.”
“감사합니다.”
도현은 그의 검을 받아서 오른쪽으로 몸을 날렸다.
꽃밭이 가꿔진 화단을 순식간에 가로질러 간 그는 신법을 발휘해 어둠 속을 바람처럼 내달렸다.
원 회장의 집이 워낙 넓어서 저택에서부터 외부로 나가는 출입구 정문까지는 약간의 시간이 걸린다. 따라서 지름길로 가면 류강의 차를 따라잡을 수 있다.
‘조금 더 빨리.’
이를 악문 도현이 내공을 더 끌어 올렸다. 그러자 그가 지나간 자리에 회오리바람이 생성됐다.
쉬이익.
옷자락과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달리던 도현이 옆으로 고개를 틀었다. 커브 길을 돌아 정문을 향해 달려가는 차량들이 보였다.
‘맨 마지막 승합차.’
도현은 정문을 통해 외부로 빠져나가는 차량들을 노려보다가 맨 뒤에 차량에 시선을 꽂았다.
스르릉.
고풍스러운 검을 뽑은 도현은 지체하지 않고 비검술로 검을 날렸다.
푸른 검기에 휩싸인 고풍스러운 검이 저공으로 비행하다가 정문을 막 통과하려던 승합차의 밑부분을 훑고 지나갔다.
펑펑펑펑.
큰 소리와 함께 승합차의 타이어들이 연속해서 터지고 찢겼다. 그 충격으로 승합차가 순간 중심을 잃으며 마치 빙판 위에서 미끄러지듯 길 위에서 여러 바퀴 회전했다.
끼이익.
차가 밀리는 소리가 나더니 잠시 후 멈춰 섰다.
와장창창.
주먹으로 차량의 창문을 부순 도현이 손을 움직여 승합차 옆문을 강제로 열었다.
갑작스러운 바퀴의 펑크와 회전으로 인해 류강은 아직 제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나와.”
도현이 바닥에 떨어진 권총을 집으려고 허우적대는 류강의 멱살을 잡아서 밖으로 끄집어냈다.
운전석에 있던 류강의 부하가 권총을 꺼내 쏘려 하자 도현이 검집으로 그의 머리를 후려쳤다.
따악.
머리가 깨진 운전수가 운전대 위에 힘없이 쓰러졌다.
“다들 괜찮습니까?”
류강의 멱살을 틀어쥔 도현이 원 회장의 가족을 보며 물었다.
그들은 조금 전까지 저택 앞에 있던 도현이 갑자기 이곳에 나타나자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 자신들이 잘못 봤나 싶었지만 분명히 도현이었다.
“괜찮아요.”
원 회장의 아내가 먼저 정신을 차리며 대답했다.
“다행입니다.”
도현은 원상과 원백선에게도 시선을 주었다.
“너희들은?”
“괜찮습니다. 구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원상은 수십 명을 상대하며 자신들을 구한 도현의 용맹한 모습에 전율했다. 집 앞에서 본 도현의 싸움 실력은 삼촌인 원상문도 따라올 수가 없을 것 같았다.
도현은 류강이 허리에 차고 있던 단검을 이용해 차에서 차례로 내리는 원 회장 가족의 손에 묶인 줄을 끊어 냈다.
“고마워요. 아저씨가 우릴 구해 줄 줄은 정말 몰랐어요.”
차에서 내린 나이 어린 원백선은 눈물을 흘리며 도현에게 고마워하다가 도현의 손에 잡혀 있는 류강의 정강이를 발로 걷어찼다.
“당신들이 우리 아저씨들을 다 죽였어! 어쩔 거야! 어릴 때부터 같이 있던 아저씨들인데!”
원백선은 자신들을 지키기 위해 싸우다 죽은 대명 조직원들을 떠올리며 눈물을 뚝뚝 흘렸다.
“아줌마들도 다 죽이고.”
서럽게 우는 그녀를 원 회장의 아내가 아픈 눈빛으로 품에 안았다.
그들은 납치를 면했지만 가까운 사람들의 희생에 몹시 슬퍼하고 있었다.
도현은 그들을 잠시 바라보다가 고개를 돌려 자신의 손에 멱살이 잡힌 류강을 노려봤다.
“이, 이봐, 우리, 말로 하자고. 대명 조직원 같지도 않은데, 내가 큰돈을 주지. 나와 손을 잡고 중국 흑사회를 통일해 보는 건 어떤가?”
도현의 놀라운 싸움 실력을 목격한 류강은 그의 실력을 치켜세우며 살기 위해 안간힘을 다했다.
“그러기 전에 원 회장 먼저 만나는 게 좋을 거다.”
도현의 말에 얼굴이 창백하게 변한 류강이 고개를 돌려 뒤를 돌아봤다.
10여 대의 차량이 줄지어 멈춰 서며 검은 정장을 입은 수십여 명의 사내들이 내리고 있었다. 그들 중에는 원 회장도 있었다.
“비, 빌어먹을!”
류강의 눈동자가 공포로 물들었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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