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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 임팩트-338화 (338/575)

[338] 디 임팩트 14권 13화

태선군의 발길질에 청선의 몸이 붕 떠올라 멀리 나무에 처박혔다. 수십 년간 사제의 정을 쌓은 사이라곤 보이지 않는 비정한 행동의 연속이었다.

“숨을 끊어 주마.”

바닥에 쓰러져 숨을 가늘게 몰아쉬는 청선을 향해 걸어가던 태선군은 옆에서 느껴지는 강한 기운에 흠칫하며 황급히 검을 사선으로 그었다.

콰아앙.

도현이 날린 황금 검과 태선군의 검이 충돌하며 벼락 치는 소리가 났다. 땅이 폭탄 맞은 것처럼 움푹 파이고 갈라질 정도로 큰 충돌이었지만, 태선군은 멀쩡했다.

우우우우웅.

도현의 황금 검에 실린 힘을 채 해소하지 못한 태선군의 검이 은은히 진동하며 검명을 토해 냈다.

그러나 태선군이 손가락을 검신에 가져다 대자 진동하던 검이 딱 멈췄다.

태선군은 고요한 눈빛으로 옆에서 걸어 나오는 불청객을 지그시 노려봤다.

“누구냐?”

“쓰레기 같은 인간, 제자까지 죽이려 하는군.”

굵은 목소리로 변화를 준 도현은 복면 속의 눈동자를 이글거리며 태선군을 쏘아봤다.

섭상의 사형제들이 태선군과 청선을 쫓는다는 사실을 알아낸 도현은 그들보다 한발 앞서서 산을 조사하다가 태선군이 청선을 죽이려 하는 걸 목격한 것이다.

“오호라, 그때 그 녀석이로군. 무허와 다툴 때 나타났던 그 복면인!”

태선군은 도현의 위아래를 살폈다.

“그렇지 않아도 네놈이 누군지 궁금해 밤잠을 설쳤었다. 상해에 있는 내 집에 와서 제자들과 싸우고 간 것도 네놈이렷다?”

도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왜 내 주변에서 얼쩡거리는 거냐? 청선을 지켜보고 있었던 것이냐?”

도현은 침묵을 유지하며 검을 들어 태선군을 겨눴다. 그의 행동에 태선군의 눈빛이 차가워졌다.

“조금 전 나를 공격했을 때부터 넌 이미 죽은 목숨이었다.”

도현은 강렬한 기세를 몸으로 발산하며 태선군을 응시했다.

‘평범해 보이는 검 동작 하나로 황금 검을 쉽게 막아 내다니. 검을 든 자세나 몸에서 흘러나오는 기세, 모든 게 정상으로밖에 안 보여. 어딜 봐서 심각한 부상을 입었다는 거지?’

도현이 봤을 때 태선군의 겉모습이 어떻든 검을 사용하는 데 전혀 지장이 없는 것 같았다. 주성하가 전화로 말해 준 것처럼 심각한 부상이라고 여겨지지 않았다.

도현은 저만치 바닥에 쓰러져 있는 청선을 눈동자만 움직여 힐끔 쳐다봤다. 중상을 입었는지 쉽게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왜 청선을 죽이려 하는 거지?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도현은 의문이 들었으나 마주한 태선군이 다가오자 생각을 접고 싸움에 집중했다.

‘어쩌면 오늘 끝을 낼 수 있을지도 몰라!’

1년 중 단 한순간도 잊지 않고 이날만을 꿈꿔 왔다.

마음 같아서는 복면을 벗어 던지고 아버지의 복수를 하러 왔다고 소리치고 싶었지만, 신중해야 했다. 오늘 태선군을 이기지 못한 채 자신의 신분만 들통 나면 자신이 문제가 아니라 한국에 있는 도장 식구들이 위험해질 수도 있다.

검을 꽉 움켜쥔 도현이 일 보를 내디디며 태선군이 휘두르는 검을 정면으로 맞받아쳤다.

채에엥.

긴 여운이 남는 금속성이 한번 들리는가 싶더니, 곧이어 귀청 떨어지는 요란한 소리가 수십 수백 번,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채채채챙챙챙. 채엥채채챙챙.

얼마나 빨리 검을 휘두르는지 검의 환영이 두 사람 사이에 가득해서 마치 수십 명이 동시에 검을 휘두르는 것 같았다.

표정 없이 검을 휘두르던 태선군은 한 치도 밀리지 않는 도현의 빠른 쾌검과 검술의 정확함에 눈살을 찌푸렸다. 검을 조금의 오차도 없이 정확한 위치에 찔러 넣고 베고, 막아 내고 있었다.

‘뼛속까지 검을 수련한 녀석이로군.’

태선군은 하늘을 향해 검을 일직선으로 세웠다.

휘이이잉.

귀곡성이 나며 숲으로 떨어지는 빗방울이 그의 검에 빨려 들어갔다가 도현에게 튕겨져 나갔다. 빗방울이 수백 개의 암기로 변해 날아오는 형국이었다.

도현은 당황하지 않고 검을 엄청난 속도로 회전시켜 검막을 형성해 암기로 변한 빗방울을 모조리 튕겨내 버렸다.

‘위!’

도현은 검막을 거두고 용이 승천하듯 검을 아래에서 위로 힘차게 올려 쳤다.

하늘에서 뚝 떨어지며 일도양단의 자세로 도현의 몸을 베어 가던 태선군의 검과 도현의 검이 부딪치며 눈부신 광채가 사방으로 뻗어 갔다.

번쩍.

어두운 숲이 일순간 환해졌다 사라졌다.

후두두두두.

두 사람의 검이 충돌하며 생긴 검의 기파에 숲 속의 나무들이 거칠게 흔들렸다.

도현의 검에 막혀 위로 튕겨져 올라간 태선군은 공중제비를 돌며 땅에 착지했다.

그 순간, 공간을 좁히며 빠르게 다가온 도현이 태풍과 같은 기세로 태선군을 덮쳤다. 그의 검에는 취영산에서 깨달음을 얻고 창안한 감정의 검들이 고스란히 녹아 있었다.

바다가 분노한 걸까, 하늘이 분노한 걸까.

다가오는 도현의 검 속에 담긴 격렬한 분노와 차가움을 읽은 태선군은 감히 방심하지 못하고 검을 앞으로 내밀었다.

그의 검 끝에서 붉은 빛이 번뜩이더니 홍매화 모양의 검기 덩어리가 생성됐고, 태선군은 그 검기 덩어리를 노도처럼 달려드는 도현을 향해 날렸다.

‘꽃이 커진다!’

마치 황금 검처럼 전방을 가득 메우며 날아오는 태선군의 붉은 매화엔 만근의 힘이 서려 있는 것 같았다.

잠시 후. 막대한 내공이 실려 있는 감정의 검과 태선군의 홍매화가 충돌했다.

고막이 먹먹해질 정도의 충돌음과 함께 땅이 뒤집어지고 엄청난 열기에 땅의 흙탕물이 순간적으로 끓어오르기까지 했다.

“이놈!”

태선군은 자신의 홍매화를 뚫고 나온 도현의 검이 그물처럼 하늘을 덮으며 내려오자, 노호성을 터트리며 본격적으로 검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이미 초식에 얽매이지 않는 단계에 이른 노검객 태선군의 검은 그 한 수 한 수가 절기였고, 강하지 않을 때가 없었다. 도현의 그물 같은 검세를 단번에 찢어 버린 태선군은 옆으로 이동하는 도현을 쫓아 작정하고 검을 길게 휘둘렀다.

변화가 극에 달하면 오히려 단순해 보이는 법이다. 지금 태선군의 검이 그랬다. 가벼운 일 검이었지만, 그 속에는 무겁고 살의에 가득한 위험스러운 초식들이 가득 담겨 있었다.

‘확실히 대단한 검술을 지닌 노인이야.’

도현은 옆으로 이동하던 몸을 불가사의할 정도로 빠르게 세우며 원을 그리듯 자신의 검을 한 바퀴 돌렸다.

그의 검과 태선군의 검이 불꽃을 만들며 수십 차례 격돌했다.

‘막아 냈다!’

도현은 호검술의 정화가 깃든 검으로 태선군의 검을 막아 내자 온몸이 짜릿했다.

반면에 태선군은 수십의 변화를 담은 검이 도현의 검에 모조리 막히자, 가슴이 서늘해졌다.

‘정말 쉽게 볼 녀석이 아니군. 내 검에 섞인 변화까지 읽어 내다니, 대체 어느 무맥의 후예지?’

도현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 갈수록 태선군의 마음속 살심은 커져만 갔다.

도현이 순간적으로 숲의 나무 뒤로 모습을 감추자, 태선군은 미간을 좁히며 도현의 앞을 가리고 있는 나무들을 검으로 그어 버렸다.

숲의 나무들이 절단돼 쿵쿵 소리를 내며 쓰러지는 순간, 도현이 불쑥 튀어나와 부드럽게 검을 날렸다.

어마어마한 내공이 실린 도현의 검은 새파란 광채로 뒤덮여 있었다.

그 섬뜩한 광경에 태선군이 급히 뒤로 물러나며 자신의 검에도 내공을 가득 주입했다.

눈부신 붉은 광채가 그의 검에 어렸다.

도현과 태선군은 곧 뒤엉켜 붉고 푸른 검을 휘두르며 상대방을 죽이기 위한 치열한 싸움에 돌입했다.

“잠시 쉬었다가 간다.”

섭상의 말에 일곱 명의 사형제들이 잎이 무성한 나무 밑에서 비를 피하며 숨을 돌렸다.

검선문의 제자들은 얼굴이 밝지 않았다. 금방 찾을 수 있을 것 같았던 사부와 대사형을 밤이 깊어 가도록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모든 게 그놈 때문이요. 그 도관 놈의 새끼를 잡아다가 목을 뽑아 죽이겠소.”

넷째 고진영이 분한 얼굴로 바닥의 돌을 주먹으로 후려쳤다. 우람한 덩치의 고진영은 주먹도 단단해서 돌이 반으로 쩍 갈라졌다.

그가 불같이 화를 내고 있는 이유는 옥룡산에 위치한 많은 도관 중 한 곳의 도인이 그들에게 잘못된 정보를 줬기 때문이다.

두 사람을 본 것 같다는 도인의 말을 믿고 그가 가리킨 방향을 토대로 수색했는데, 허탕만 친 것이다

그로 인해 낭비한 시간이 적지 않았다.

“아마 지금쯤 사부와 대사형은 산을 내려갔을 거요. 우린 놓친 거란 말이오.”

고진영의 비관적인 전망에 섭상은 말없이 비가 내리는 어둠만 노려봤다.

“섭 사형, 사부가 단전을 다친 게 정말 확실하오?”

셋째 오비가 무거운 얼굴로 물었다. 사부가 부활해 돌아왔을 때 그들이 어찌 될지는 명확했다.

잔인한 죽음.

비를 피해 휴식을 취하고 있는 제자들의 얼굴에 공포가 어렸고, 섭상은 검 손잡이에 손을 올리며 그런 사제들을 돌아봤다.

“이미 말을 했는데, 내게 더 이상 무슨 대답을 원하는 거냐?”

“불안하니까 그러는 거 아니오.”

“불안하면 오늘 이 옥룡산에서 사부를 찾아라. 내가 확실히 사부의 숨통을 끊어 놓을 테니까.”

섭상의 차가운 눈빛에 사제들은 입을 다물었다.

무허의 내공과 무공을 전수받은 섭상은 이미 그들과 큰 격차를 두고 강해져 있어서 그의 심기를 자극해 좋을 게 없었다.

“수색을 종료하고 이대로 산을 내려가기를 원한다면, 얼마든지 너희들 뜻대로 하겠다.”

“아니오, 사형. 조금 더 수색해 봅시다.”

오비와 고진영이 헛기침을 하며 비를 약간 가려 주던 나무 밑에서 걸어 나왔다. 다른 사제들도 수색을 계속할 의향을 비쳤다.

사부와 대사형이 산을 내려갔을 수도 있지만, 사부의 부상 때문에 오히려 산을 내려가지 않고 어딘가에 몸을 숨기고 상처를 돌보고 있을 수도 있다.

옥룡산에는 버려진 도관도 많았고, 깊은 계곡에 동굴도 적지 않게 존재했기 때문에 마음만 먹으면 충분히 숨어 지낼 수가 있는 것이다.

“가자.”

검선문 제자들은 신법을 발휘해 경사가 심한 산악 지역을 통과해 위에서부터 아래로 훑어 내려갔다. 그러다 짙은 숲과 절벽이 길게 이어진 지역에 접어들었다.

쿠우웅. 콰콰쾅. 쾅쾅.

어디선가 은은히 들리는 굉음에 사형제들이 약속이라도 한 듯 일제히 몸을 멈췄다.

“이게 무슨 소리지?”

천둥치는 소리는 아니었다.

꽈아앙!

빗소리를 뚫고 들려오는 커다란 소리에 섭상을 비롯한 사형제들이 근처 높은 나무 위로 빠르게 올라가 주변을 살폈다.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붉고 푸른빛이 번뜩이며 붙었다 떨어지기를 반복하고 있는 게 그들의 눈에 포착됐다.

“구사저, 저게 뭡니까? 도깨비불도 아니고.”

먼 거리는 아니지만 비가 워낙 많이 쏟아져서 또렷이 보이지 않았다.

주성하의 의혹에 찬 물음에 료쿄는 비에 젖어 착 달라붙은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기며 답했다.

“글쎄, 검에 내공을 주입해 검기로 감싸면 저런 빛이 나오긴 하는데…….”

“그거야 저도 알죠. 그런데 설마 검기로 감싼 검이겠습니까? 비를 뚫고 여기까지 보일 정도면 어마어마한 내공을 유지해야 하는데요.”

“사부님이라면 가능하겠지.”

료쿄의 무심한 대답에 주성하의 표정이 굳어졌다.

“뭐 사부님이라면 그럴 만도 하겠지만, 심각한 부상을 입었잖아요. 그럴 리 없을 겁니다.”

“가 보면 알겠지.”

료쿄와 주성하는 나무에서 뛰어내려 이미 앞서가고 있는 섭상의 뒤를 쫓았다.

섭상의 표정은 싸늘하게 가라앉아 있었다.

가까이 갈수록 굉음이 선명해졌다.

잠시 후, 붉고 푸른 빛이 교차하며 어지럽게 움직이는 현장에 도착한 검선문의 제자들은 너나없이 입이 딱 벌어질 만큼 놀라고 말았다.

숲 일부가 폐허로 변해 있었고 폐허로 변한 한가운데에서 그들의 사부와 정체 모를 복면인이 피를 튀기며 싸우고 있었기 때문이다.

붉고 푸른 빛은 그들의 검에서 흘러나오는 강렬한 검광이었던 것이다.

검선문의 제자들은 나무와 바위 뒤에 급히 몸을 숨겼다.

“이,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사부가 왜 멀쩡하지?”

“멀쩡한 게 아니라 오히려 더 강해진 거 아니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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