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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 임팩트-340화 (340/575)

[340] 디 임팩트 14권 15화

오비가 도현을 향해 욕설을 내뱉었다. 다른 제자들 역시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들은 태선군과 도현의 싸움에 개입하려다가 사부가 강한 모습을 보이자 망설이고 있던 참이었다. 백광이 일렁이는 저 검을 막을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기회를 보고 있었군.’

한눈에 지금의 상황을 읽은 도현은 바닥을 구르며 일어섰다. 어느새 그의 손에는 그에게 욕설을 한 오비의 검이 들려 있었다.

“쥐새끼 같은 녀석들! 여기 다들 모여 있었구나!”

도현을 쫓아 바위를 뛰어넘은 태선군은 자신을 배신한 제자들이 모여 있자 껄껄 웃으며 수중에 있는 검을 가볍게 휘저었다.

오비의 목이 잘리고 옆에서 검을 들고 막은 화지약은 검과 함께 상체가 잘려 그 자리에서 절명했다.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제자 두 명의 목숨을 간단히 취한 태선군은 옆에서 달려드는 섭상의 검을 막아 낸 뒤 천옥수로 그의 가슴팍을 때렸다.

우저저적.

가슴이 박살 나 함몰된 섭상이 공중으로 2미터나 떠올라 나무에 몸을 부딪친 뒤 바닥에 처박혔다.

“여기서 꼼짝하지 말고 있거라. 도망간 놈들은 눈을 뽑고 혀를 잘라서 평생 동굴에 가둬 놓을 테니까.”

제자들에게 무시무시한 경고를 남겨 둔 태선군은 숲으로 도주한 도현을 쫓아 굉장한 속도로 날아갔다.

도현과 태선군이 사라진 자리에 남아 있던 고진영과 육기천, 방상, 료쿄, 주성하는 무겁게 가라앉은 얼굴로 죽은 오비와 화지약의 시신을 내려다봤다.

“악몽을 꾸고 있는 것 같군.”

고진영이 몸을 숙여 화지약의 눈을 감겨 주었다. 목이 잘린 오비의 두 눈도 감겨 주었다.

“섭 사형, 괜찮으시오?”

고진영은 몸을 돌려 가슴이 함몰된 섭상을 봤다. 섭상은 온몸에 힘이 하나도 없는지 입으로 피를 울컥울컥 쏟아 내고 있었다.

“사부가…… 이리 강할 줄은 짐작하지 못했다.”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말한 섭상은 자신을 내려다보는 사제들을 보며 희미하게 미소를 지었다.

“결국 이렇게 되는군…….”

“지금 가겠소, 아니면 사부가 올 때까지 이 상태로 기다리겠소.”

“…… 부탁한다.”

“알겠소.”

고진영이 숨을 헐떡거리는 섭상의 가슴을 검으로 찔렀다. 잠시 몸을 부르르 떤 섭상은 이내 숨을 거뒀다.

심장이 파괴돼 살 가능성도 없었고, 나중에 사부가 돌아와 그의 손에 잔인하게 죽는 것보다는 나았다.

고진영은 차갑게 식어 가는 섭상의 시신을 보며 입을 뗐다.

“지금 도망가면 이 산을 무사히 내려갈 수 있을까?”

“복면인을 쫓아간 사부가 언제 돌아올지 모르잖습니까. 일찍 돌아온다면 그야말로 낭패입니다.”

방상이 침울한 음성으로 말했다. 그러자 옆에 있던 육기천이 목소리를 낮춰 말했다.

“우리 다섯 명이 제각각 흩어지면 한두 사람은 살 수 있을지도 모르지.”

“흠…….”

고진영이 턱을 쓸어내리며 고민스러운 얼굴로 섭상의 시신을 내려다봤다. 사부를 어느 정도 상대해 줄 줄 알았던 섭상은 허무하게 죽고 오비도 목이 잘려 죽었다. 이제 남은 사형제들 중 제일 순위가 높은 사람은 바로 그였다.

‘넷째가 둘째가 되는 순간이지. 대사형이 없으면 내가 첫째가 되는 것이고.’

잠시 생각에 잠겨 있던 그는 네 명의 사제들에게 말했다.

“사부는 우리 전부를 죽이고 그 복면인을 쫓을 수도 있었다. 우리를 죽이는 데 그리 많은 시간이 필요한 것도 아닐 테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를 죽이지 않고 여기서 기다리라고 한 건, 우리를 죽이지 않겠다는 사부의 뜻이 담겨 있다고 본다.”

“여기서 기다리자는 말씀입니까?”

주성하가 물었다.

“달리 방법도 없지 않느냐. 내가 보기엔 도망가다 죽는 것 보다는 여기서 사부에게 용서를 비는 게 나을 것 같다. 사부님도 우리 같은 제자들이 몇 명은 있어야 세상을 사시는 게 수월하시지 않겠느냐?”

“그것도 그렇군요. 사실 제 생각도 사형과 같습니다. 지금 도망가는 선택은 너무 위험합니다.”

주성하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더 이상 다섯 명의 사형제들 사이에 대화는 오가지 않았다. 그들은 사부가 돌아오기를 묵묵히 기다렸다.

쏴아아아아.

빗소리만 계속 들리는 가운데, 그들이 있던 장소에 누군가 불쑥 나타났다.

도현이었다.

“저기 있던 당신들 대사형은 어디로 옮겼소?”

태선군을 간신히 따돌리고 급히 돌아온 도현은 청선이 있던 장소에 가 보았다. 그런데 청선이 없었다. 그는 혹시나 해서 이들에게 물은 것이다.

도현은 답을 기다리면서 죽은 시신을 힐끔 쳐다봤다.

그중에는 청선이 없었다.

사부가 쫓던 복면인이 등장하자 움찔한 고진영은 헛기침을 하며 답했다.

“대사형이라니? 무슨 말을 하는 거요?”

“저기 절벽가 쪽에 있던 당신들 대사형, 청선이 있었는데 모른단 말이오?”

“대사형이 저곳에 있었소? 여기서는 잘 안 보여서 그곳에 대사형이 있었는지 몰랐소.”

도현이 보기에 거짓말은 아닌 것 같았다.

‘그럼 어디로 사라진 거지? 이곳에 이들 말고는 다른 사람은 없을 텐데…….’

도현은 잠시 생각을 하다가 옆을 힐끔 쳐다봤다. 료쿄와 주성하가 그를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당신을 쫓던 우리 사부님은 어떻게 됐소?”

고진영이 침을 삼키며 물었다.

“나를 찾고 있겠지. 근데 왜 여기에 다들 모여 있는 거요? 사부를 배신해서 목숨이 위험할 텐데.”

복면인이 내부 사정을 잘 아는 것 같아서 고진영과 다른 제자들은 얼굴을 붉혔다.

“적어도 여기에 있으면 목숨은 건질 가능성이 높으니까 있는 거요. 당신이 이쪽으로만 도망 오지 않았더라도 그나마 상황이 조금 나았을 텐데, 아쉽소.”

고진영은 은근히 도현을 탓하다가 도현의 차가운 눈빛에 놀라 시선을 슬그머니 회피했다.

사부와 싸우다 도주하기는 했지만 팽팽하게 싸우며 한때 우세를 점하기도 했던 복면인이었다. 감히 시비를 걸 상대는 아니었다.

“여기서 숨어 있지 않고 나를 도와 당신들 사부와 맞섰다면 결과가 어떻게 달라졌을지 모르지.”

도현은 냉랭한 어조로 말을 한 후, 한쪽에 서 있는 료쿄와 주성하를 다시 한 번 쳐다본 뒤 비가 쏟아지는 어둠 속으로 몸을 날렸다.

얼마 후, 태선군이 나무 위에서 훌쩍 뛰어내렸다. 그의 등장에 자리에 모여 있던 제자들이 일제히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였다.

싸늘한 시선으로 제자들을 내려다보던 태선군은 숨이 끊어진 섭상을 힐끔 쳐다보며 말했다.

“청선은 어디로 갔느냐.”

“보지 못했습니다.”

고진영이 대표로 답했다. 그의 음성은 잔뜩 위축되어 있었다. 그는 복면인이 나타나 청선이 어디 있냐고 묻고 갔다는 이야기도 빠짐없이 했다.

고진영의 말에 태선군의 눈이 가늘어졌다.

‘그자도 아니면 누가 청선을 데리고 간 게지? 청선이 스스로 도망을 친 건가?’

태선군은 마음이 편치 않았다.

‘복면인, 그놈은 놓쳤지만 청선까지 놓아줄 수는 없지…….’

무공이 약한 청선이 도망쳐 봐야 아직 멀리 가지 못했을 것이다.

“사부님 죽을죄를 졌습니다! 섭상의 간악한 말에 그만 속아 넘어가 감히 사부님의 옥체에 검을 겨누는 패륜을 저지르고 말았습니다!”

“죽을죄를 지었으면 죽어야겠지.”

사부의 말에 바닥에 엎드려 있던 제자들의 몸이 굳어졌다.

“하나, 너희들이 도망가지 않고 여기에 있다는 걸 기특하게 여겨, 오늘은 저들 세 명의 목숨을 취하는 걸로 끝을 내겠다.”

“감사합니다, 사부님!”

“고진영.”

“예! 사부님!”

“네가 앞으로 대제자다.”

“예?”

놀란 고진영이 고개를 쳐들었다.

“청선은 파문됐다.”

청선의 파문 소식에 제자들은 어리둥절해졌다. 사부가 청선을 끔찍하게 아낀다는 것을 알고 있던 터라 그의 말이 더욱 충격적이었다.

하지만 왜 파문됐냐고 묻기에는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 사부에게 반기를 든 그들 모두도 실상은 파문되고 죽어야 할 입장이었기 때문이다. 그저 그런가 보다 하고 지금은 지나쳐야 할 때였다.

“이들의 시신을 수습하고 사라진 청선을 찾아라. 중상을 입은 상태니 멀리 가지 못했을 것이다. 찾아서 반항하면 죽여도 좋다.”

“예!”

졸지에 대제자가 된 고진영은 배에 힘을 주며 대답했다.

그런 고진영을 지그시 내려다보던 태선군은 고개를 숙여 옆구리 부상을 살폈다.

복면인에게 당한 검상이 얕지 않아서 통증이 상당했다.

‘오늘 죽여 버렸어야 했는데, 아쉽구나. 패천공을 펼치고도 잡지 못하다니, 실로 대단한 자였어…….’

패천공이 아니었으면 오늘 밤 이곳에서 그가 뼈를 묻을 뻔했다. 그만큼 복면인의 검술과 내공은 놀라웠다.

태선군은 제자들에게 청선을 찾으라 명을 내렸지만 그 역시 청선을 찾기 위해 움직였다.

태선군이 사라지자 땅에 몸을 바짝 붙이고 수풀에 숨어 저들의 이야기를 엿듣던 도현이 은밀히 뒤로 물러났다.

‘료쿄와 주성하는 목숨을 건졌군. 그런데 청선을 끝까지 죽이려고 하다니…… 혹시 오원신공과 관련이 있는 건가?’

전에 무허와 태선군이 용사 계곡 암석 위에서 다툴 때 청선이 오원신공을 알고 있느니 없느니 그들 사이에 말이 오고 갔었다.

도현도 궁금했지만 청선 본인 외에는 알 길이 없는 문제였다.

‘청선은 어디로 사라진 걸까?’

도현은 청선의 행방이 궁금했지만 그만 옥룡산을 내려가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적지 않은 부상을 입었고, 태선군과 다시 마주칠 위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격렬하고 긴 싸움으로 몸도 많이 지쳐 있었다. 그도 휴식이 필요했다.

‘태선군과 검술에서는 밀리지 않았어. 나를 위협했던 건 마지막에 그가 쓴 알 수 없는 무공이야.’

도현은 자신의 내공을 능가하는 거대한 힘을 발휘한 태선군의 무공을 떠올리며 비가 그친 옥룡산을 내려갔다.

맹수

“몸은 어때요?”

도현이 머물고 있는 호텔에 음식을 싸 들고 온 홍영이 물었다.

“많이 좋아졌어요.”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도현의 상체는 붕대로 칭칭 감겨 있었다. 태선군과 싸우고 상해로 돌아온 도현은 호텔에서 며칠 지내며 몸을 추스르고 있었다.

“호텔 음식이 지겨울 것 같아서 집에서 음식을 좀 해 왔어요.”

“그럴 필요 없는데, 아무튼 잘 먹을게요.”

홍영은 의자에 앉아 도현이 음식을 맛있게 먹는 걸 물끄러미 바라봤다.

며칠 전 도현이 태선군과 싸우고 돌아왔을 땐 크게 다치지 않았는지 걱정이 됐는데, 며칠 지나지 않아 금방 회복하는 모습에 안도가 됐다.

“홍영 씨도 좀 들어요.”

“요리하면서 맛봤어요. 도현 씨 많이 먹어요.”

“맛있네요.”

도현은 매콤한 돼지고기 요리를 입에 넣으며 바보처럼 미소를 지었다.

“도현 씨.”

“네?”

“난 도현 씨가 정말 자랑스러워요.”

홍영의 말이 쑥스러웠는지 도현은 사레들린 것처럼 몇 번 쿨럭거렸다.

“자랑스럽긴요.”

“하늘처럼 높게만 보였던 태선군과 이제는 당당하게 검을 겨루게 됐잖아요. 비록 패하긴 했지만 검술에서 밀리지 않은 건 의미 있는 일이에요.”

그녀의 격려에 도현은 젓가락을 든 손을 내려다봤다.

그는 아직도 손안에 감각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태선군의 검을 호검술로 막았을 때의 성취감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그날 태선군을 이기지 못한 게 아쉽지만, 그거 하나만으로도 근 1년을 달려온 게 어느 정도 보상받는 기분이었다.

“홍영 씨, 태선군이 마지막에 사용한 무공은 굉장히 패도적이었어요. 그것을 깨기 위해서는 내 검이 태선군을 압도할 만큼 경지가 오르든지…….”

도현은 젓가락을 내려놓으며 말을 이었다.

“아니면 지금의 내공을 더욱 키워서 태선군의 마지막 무공을 힘으로 눌러 버려야 해요.”

검과 내공.

둘 다 도현이 꾸준히 신경 쓰며 발전시키고 있던 것들이었다.

그러나 검의 경지는 마음만 있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성장하는 게 아니었다. 묵묵히 수련하는 가운데 찰나의 깨달음이 검의 수준을 종이 한 장만큼 높이로 끌어올려 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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