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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 임팩트-355화 (355/575)

[355] 디 임팩트 15권 5화

도현은 공룡의 뼈처럼 거대한 두개골을 향해 걸어갔다. 크기와 형태로 보아 하이드로우의 것으로 여겨졌다.

회색빛 대지 깊숙이 들어갈수록 다양한 크기의 몬스터 뼈들을 만날 수 있었다.

허리를 굽혀 1미터가 넘는 몬스터의 다리뼈를 조사하던 도현은 허리를 펴며 을씨년스러운 회색빛 대지를 길게 둘러봤다.

근방 원시림에 몬스터들이 없다 했더니 죄다 여기 와서 죽은 것 같았다.

“그냥 자연사한 게 아니야.”

몬스터들의 뼈는 정상적인 게 하나도 없었다. 대부분 날카로운 뭔가에 당해 깊게 홈이 파이거나 부러져 있었다. 마치 누군가에게 사냥당한 느낌이었다.

‘수상해.’

늑대산 정상에서 목격한 성을 찾아 이곳까지 온 도현은 풀어 놨던 긴장감을 빳빳하게 세우며 손에 들고 있던 몬스터의 다리뼈를 땅에 던지려 했다.

그 순간 갑자기 땅속에서 뭔가가 툭 튀어 올라와 도현의 다리를 기습적으로 공격했다.

‘사람?’

도현은 들고 있던 몬스터 다리뼈로 기습한 자를 가볍게 후려쳤다.

가슴을 얻어맞은 정체불명의 습격자는 허공으로 높게 솟구쳤다가 땅으로 곤두박질쳤다. 그러나 곧 벌떡 일어나더니 도현을 향해 맹렬히 달려들었다.

‘끔찍하군.’

도현은 달려드는 그자를 보고 흠칫했다.

두 눈이 있어야 할 그곳에 눈동자 대신 붉은 광채가 번뜩이고 있었고, 전신의 피부가 녹아내리며 검붉은 살점들이 너덜거렸다.

도현은 언제가 본 좀비 영화의 한 장면을 자연스레 떠올렸다. 앞에서 달려오는 자의 모습이 좀비처럼 괴기스러웠기 때문이다.

백 미터 전력 질주를 하는 것처럼 빠르게 달려온 그자는 광기 어린 표정으로 입을 벌려 도현의 얼굴을 물어뜯으려 했다.

‘송곳니가 길어지고 있어.’

입이 쩍 벌어지며 그 안에 있던 송곳니가 무려 20센티 가까이 늘어나고 있었다. 저 송곳니에 찔리면 얼굴이 관통돼 죽음을 피할 길이 없을 것 같았다.

‘어쩌다 이렇게 변한 거지?’

괴물처럼 변한 사람을 보며 도현은 옆으로 몸을 피했다.

“이봐, 왜 이러는 거야?”

도현은 일단 대화를 시도했다. 비록 좀비처럼 보이는 외모와 송곳니가 늘어나는 괴이한 능력을 갖춘 자긴 하지만, 한눈에 봐도 인간이었다. 그래서 혹시나 해서 말을 걸어 본 것이다.

그러나 도현에게 돌아온 것은 더욱 거칠고 위협적인 공격이었다.

그는 강철 송곳처럼 단단해 보이는 뾰족한 손톱을 이용해 도현의 온몸을 할퀴려 하고 입으로 물어뜯으려 계속 시도했다.

몸동작도 미꾸라지처럼 민첩해서 방심하면 안 됐다. 땅을 구르고 허공으로 높게 점프해 박쥐처럼 도현을 위에서 공격하기도 했다.

‘나비처럼 몸이 가벼워 보여.’

3미터 이상을 점프해 하늘에서 뚝 떨어지며 죽자 살자 엉겨 붙는데, 아주 집요했다.

‘인간에서 괴물로 변해 버린 건가?’

대화를 시도했던 도현은 마음을 바꾸었다. 상대의 온몸에선 진득한 살기만 요동치고 있었다.

‘어쩔 수 없군.’

송곳니 공격을 가볍게 피한 도현은 몬스터의 다리뼈를 냉정하게 휘둘렀다.

우저저적.

가슴의 늑골들은 물론이고 그 안에 보호되던 심장까지 모조리 박살 난 습격자가 뒤로 튕겨져 나갔다.

도현은 이번 공격에 습격자가 즉사했을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그는 벌떡 일어나 도현을 향해 다시 달려드는 놀라운 저력을 보여 주었다.

습격자의 살점이 군데군데 묻어 있는 몬스터의 다리뼈를 든 도현의 미간이 살짝 좁혀졌다.

‘끈질긴데?’

달려오는 습격자의 상체는 부서진 늑골들과 찢겨진 심장 조각이 뒤엉켜 있었다.

이 정도 부상이면 즉사를 하거나 그도 아니면 몸을 움직일 수가 없어야 한다. 그런데도 습격자는 불사신처럼 몸을 움직여 그를 공격하려 했다.

습격자의 생명력은 놀라웠다.

‘대우를 해 주지.’

몬스터의 다리뼈를 바닥에 버린 도현은 수중에 검을 번개처럼 뽑아 수평으로 부드럽게 그었다.

도현의 검이 습격자의 목을 잘라 생명을 거둔 순간, 펑 소리와 함께 그의 몸이 불타올라 순식간에 재로 변해 버렸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도현은 자신의 눈앞에서 반짝이다 사라지는 불꽃들의 향연을 보며 깜짝 놀라고 말았다.

마치 마법으로 소환된 존재가 사라지는 것 같았다.

그러나 꼭 그것 때문에 놀라는 건 아니었다. 습격자가 재로 변하는 순간, 타투를 통해 습격자의 기운이 흡수됐기 때문이기도 했다.

‘분명 인간이었는데…… 몬스터처럼 기운을 주다니.’

바람에 휩쓸려 날아가는 습격자의 재를 눈으로 좇던 도현의 눈빛이 살짝 변했다. 주변의 푸석푸석한 땅이 들썩거리는가 싶더니, 여기저기서 수십 명이 땅을 헤집고 지상으로 기어 올라온 것이다.

그런데 생김새가 다 제각각이었다.

남자와 여자, 어린아이부터 어른에 이르는 연령대까지.

좀비를 닮은 끔찍하고 기괴한 외형을 가진 그들은 도현을 둥그렇게 포위하며 한 발 한 발 접근해 왔다.

“당신들도 괴물처럼 변한 건가?”

절뚝이며 걸어오는 작은 키의 여자아이를 보며 도현의 눈빛이 깊게 가라앉았다.

‘제법 알찬 기운이긴 했지만…… 마음이 편치 않군.’

조금 전에 습격자를 죽이고 얻은 내공은 거대 몬스터인 하이드로우에 비할 바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그 양이 무시할 수준은 아니었다. 이곳에 오면서 한동안 몬스터 사냥을 제대로 못한 그에게 이들은 반가운 존재였다.

하지만 절뚝이며 불쌍하게 걸어오는 여자아이를 보자, 마음이 찝찝했다.

‘인간이 몬스터화됐어.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진 거지?’

조금 전 습격자를 통해 기운을 흡수한 도현은 이들이 몬스터와 다를 바 없다는 것에 무게추가 점점 쏠렸지만, 감정 저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거북스러운 느낌은 지울 수가 없었다.

“따라오지 마라, 죽고 싶지 않으면.”

코앞까지 접근한 어린 여자아이에게 경고하듯 말을 내던진 도현은 뒤로 공중제비를 돈 후, 포위망을 뚫으려 했다.

그러자 다양한 연령층의 그들은 사나운 짐승처럼 도현을 향해 몰려들었다.

콰앙.

도현은 호신강기로 몰려드는 그들을 일시에 뒤로 밀쳐 낸 뒤 포위망을 뚫고 유유히 앞으로 달려갔다.

신법을 펼치자 금세 그들과 거리가 멀어졌다.

‘설마 또 저런 녀석들이 출몰하지는 않겠지?’

성을 확인하러 온 그는 회색빛 대지 안으로 계속 들어갔고, 얼마 뒤 그의 앞에 폐허로 변한 성벽이 나타났다.

동서로 길게 늘어선 성벽은 원래의 모습을 짐작하기 어려울 만큼 쓰러지고 부서져 있었다.

‘여긴 누구의 성이었을까?’

그의 시선이 성벽 너머로 향했다. 폐허로 변한 성벽 뒤로 웅장한 내성이 보였다. 도현이 늑대산 정상에서 목격한 건축물이 바로 저 내성이었다.

‘외관은 멀쩡한 것 같은데…….’

가까이서 보면 다를 수 있겠지만, 멀리 떨어진 지금의 위치에서는 내성은 온전한 모습을 유지하고 있었다. 폐허로 변한 외성 격의 성벽과는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성안에 무엇이 있는지 확인해 볼 생각으로 이곳까지 달려온 도현은 발걸음을 빨리해 무너진 성벽 위로 뛰어올랐다.

무너지긴 했지만 수 미터 높이의 성벽이었다. 그곳에 서서 다시 한 번 내성으로 가는 길을 확인하던 도현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그가 서 있는 성벽과 내성 사이는 아직도 상당한 거리감이 느껴졌는데, 그 사이를 몬스터처럼 변한 수천의 인간 몬스터들이 빼곡히 자리 잡고 서 있었다.

그런데 그들의 모든 시선이 어떻게 알았는지 성벽 위에 서 있는 도현을 향하고 있었다.

“도대체 여긴 뭐지?”

황당한 표정으로 그들을 둘러보던 도현은 뒤에서 들리는 소란스러움에 흠칫했다.

뒤들 돌아보니 수많은 인간 몬스터들이 저 멀리서부터 그를 향해 미친 듯이 달려오고 있었다.

‘많다, 셀 수 없을 정도로.’

제일 선두엔 도현이 살려 준 작은 여자아이가 껴 있었다. 여자아이의 눈빛은 붉은 광채로 번뜩이고 있었고, 뻗어 나온 송곳니가 섬뜩하게 빛나고 있었다.

‘피할 수 없는 싸움인가?’

무거운 시선으로 뒤에서 쫓아온 인간 몬스터들을 바라보던 도현은 몸을 반쯤 틀어서 내성을 지그시 응시했다.

내성 주변에 깔려 있는 수많은 인간 몬스터들을 처리하지 않고서는 내성 진입이 불가능할 것 같았다.

‘만 대 일인가?’

어쩌면 더 될지도 모른다. 말도 안 되는 인간 몬스터의 수에 도현은 두려움 대신, 전의가 불타올랐다.

“좋아, 싸워야 한다면 상대해 주지. 나로서는 손해 볼 것 없으니까. 내공도 많이 상승할 테고.”

몇 날 며칠이 걸리더라도 이곳의 인간 몬스터들을 싹 쓸어버릴 각오를 다진 도현은 먼저 뒤에서 가까이 다가온 몬스터들을 상대하기 위해 몸을 날렸다.

‘적과 나. 그뿐이다.’

인간이었다가 몬스터로 변한 저들을 보며 마음이 약해지지 않기 위해 마음을 다잡은 도현은 성벽에서 뛰어내리며 검을 땅에 꽂았다.

눈부신 거대한 황금 검이 기세등등하게 달려오던 인간 몬스터들 한가운데를 해일처럼 훑고 지나갔다.

콰콰쾅쾅쾅.

황금 검의 영향권 안에 휘말린 수십여 마리의 인간 몬스터들이 일순간에 재로 변하며 사라져 갔고, 도현은 그들의 기운을 흡수하며 더욱 강력한 황금 검을 재차 날렸다.

몇 차례 강력한 황금 검으로 적들을 흔들어 놓은 도현은 무너진 성벽을 배후로 두고 사방에서 포위하듯 덤벼 오는 수많은 인간 몬스터들을 하나하나 제거해 나갔다.

‘목을 베어야 해.’

팔다리는 소용이 없었다. 심장에 구멍이 나고 다리가 잘려도 기어서라도 공격하는 악마 같은 생명력을 갖춘 이들이었다. 머리가 부서지거나 목이 베이지 않는 한 저들은 끊임없이 공격해 왔다.

두 자루 검을 이용해 도현은 치명적인 살수를 기계적으로 발휘했다.

도현이 정한 가상의 공간이 존재했다. 그것은 최소한의 체력과 내공을 소모하며 인간 몬스터를 잡을 수 있는 최적의 공간이었다.

그곳에 발을 디딘 자들은 눈 깜짝할 사이에 도현의 검에 목숨이 달아났고, 그 순간 재로 변하며 사라져 갔다.

파파파팟.

검광이 좌우로 한차례 휘몰아치자 전방은 물론, 성벽 위에서 뛰어내리던 인간 몬스터들까지, 도합 10여 마리가 한꺼번에 불꽃에 휘말리며 재로 변해 버렸다.

머리 위로 우수수 떨어지는 몬스터의 재를 맞으며 도현은 다시금 검을 냉정하게 휘둘렀다. 대여섯 마리의 인간 몬스터들이 몸을 비틀며 불길에 휩싸여 사라져 갔다.

그러나 인간 몬스터들의 수는 끝이 보이지 않았다. 게다가 내성 주변에 포진한 인간 몬스터들은 미동도 하지 않고 있었다.

날이 저물어 밤이 되었다. 여전히 도현의 검에 목이 달아나는 인간 몬스터들이 불타오르는 불길이 되어 순간적으로 도현의 주변을 강하게 비추었다 사라져 갔다.

그러한 과정이 끊임없이 반복됐고, 도현의 주변은 인간 몬스터들이 죽으며 남긴 재들이 수북하게 쌓여만 갔다.

하늘에 달이 높이 뜨고 밤하늘에 별들이 찬란하게 빛났다. 밤이 깊어 가는 회색빛 대지 위에서 외롭게 인간 몬스터들과 사투를 벌이던 도현의 이마에 땀이 길게 흘러내렸다.

‘목이 마르군. 비라도 왔으면 좋겠어.’

입술은 건조했고, 목이 타는 듯 갈증이 밀려왔다.

죽이면 죽이는 대로 내공이 계속 쌓여서 내공은 부족하지 않았다. 내공 소모를 줄이는 기술적인 살수를 꾸준히 펼친 이유도 있었고.

하지만 내공과 별개로 심력과 체력 소모는 꾸준히 이어졌다. 효과적인 검술로 체력 소모를 최소화하고 있어도 그건 어쩔 수 없는 문제였다. 그나마 호심공을 틈틈이 검술 속에 섞어 펼치지 않았다면 체력 소모가 더욱 심했을 것이다.

땅속에서 불쑥 튀어나온 인간 몬스터의 머리를 발로 밟아 터트린 도현은 호흡을 가다듬었다.

‘대체 이 많은 인간 몬스터들이 어떻게 생긴 거지? 이곳은 브링틱과 먼 단절된 지역인데. 설마 고대의 인간이 변한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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