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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 임팩트-441화 (441/575)

[441] 디 임팩트 18권 16화

뒷북을 친다는 표정이었다.

“도적들은 다 죽었습니다.”

루드의 말에 토벌대 대장은 자신이 잘못 들은 줄 알았다. 최근에 설치고 있는 도적단은 작은 마을이 감당할 수 있는 자들이 아니었다.

그러나 마을 사람들 표정을 보면 거짓말 같지는 않았다.

‘이상하군. 그 도적단이 아닌 다른 녀석들인가?’

불타서 거의 망가진 마을의 전경을 보면 또 그런 것 같지는 않았다. 거의 싹쓸이하듯이 마을에 불을 지르고 파괴하는 놈들의 전형적인 수법이었다.

토벌대 대장을 맡고 있는 까마귀 용병대의 대장은 좀 더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질문을 던지려다 흠칫했다. 마을 사람 뒤편으로 낯익은 사내가 걸어오고 있었던 것이다.

키가 크고 허리에 검을 매달고 걸어오고 있는 사내.

헬스콧에서 몬스터 사냥 문제로 충돌할 뻔했던 특급 용병.

“오랜만입니다.”

도현이 먼저 알은척을 하자 까마귀 용병대 대장은 걸걸한 목소리로 반갑게 인사했다.

“오랜만이오.”

까마귀 용병대 대장은 도현의 등을 가볍게 두드리며 용병식 인사를 나눴다.

헬스콧의 몬스터 토벌장에서 보상이 큰 험벨을 독식하듯 사냥하던 도현 때문에 잠시 갈등을 맺기도 했지만, 도현이 한발 양보하면서 그들은 웃으며 헤어졌었다.

“도적들 때문에 온 겁니까?”

“그렇소. 얼마 전에 영주의 관리와 계약을 맺었소.”

도현은 까마귀 용병대 대장의 뒤에 늘어서 있는 많은 용병들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까마귀 용병대원인 이들은 나름 명성이 있는 정예 용병들로 영주의 관리가 믿고 일을 맡길 만한 사람들이었다.

“헬스콧에서 갑자기 사라져 술 한잔할 기회를 놓친 것 같아 아쉬웠는데, 여기서 다시 만나다니.”

까마귀 용병대 대장은 홀로 다니는 특급 용병인 도현을 자신의 용병대로 끌어들이면 어떨까 고민을 하기도 했었다. 실력 좋은 용병이 많을수록 용병대의 명성이 올라가기 때문이었다.

“이 마을에서 뭘 하고 있었던 거요?”

“아는 사람이 있어 잠시 들렀습니다.”

“아, 그렇소?”

까마귀 용병대 대장은 흩어지는 마을 사람들의 뒷모습을 힐끔 쳐다봤다. 도현이 나서자 그들은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이 집을 짓는 일에 다시 매달렸다.

“어떻게 된 거요? 마을을 약탈한 도적들이 다 죽었다고 하는데, 정말이오?”

“그렇습니다.”

“믿을 수 없군. 누가 그들을 죽인 거요? 혹시 당신이?”

“나도 거들긴 했지만 마을의 한 청년이 주도적으로 나서서 그들을 추적해 모두 없앴습니다.”

“정말이오? 대단한 청년이군. 이런 마을에 썩기엔 아까운 실력이야.”

에드를 탐내는 듯한 눈빛을 흘리던 까마귀 용병대 대장은 다시 본래의 목적으로 돌아왔다.

“영주의 관리와 계약을 맺은 게 있어서 도적단이 최후를 맞이했다는 증거가 필요하오. 좀 도와주시겠소?”

도현은 멀리 보이는 서쪽 산을 응시했다. 지금쯤 도적들의 시신은 늑대와 온갖 짐승들의 밥이 되어 있을 것이다.

그래도 그들의 뼈와 병장기, 소지품 들은 그들이 누구였는지 증명해 줄 수 있다.

“보시다시피 마을 사정이 말이 아닙니다. 뭘 하려 해도 사람이 부족해서요.”

“내가 도와주겠소.”

까마귀 용병대 대장은 도현의 말뜻을 바로 알아듣고 선뜻 제안을 했다. 영주의 관리와 맺은 계약을 끝내려면 도적단이 괴멸됐다는 증거가 필요하다. 마을 사람들의 증언도 중요하지만 눈에 보이는 증거도 있어야 한다.

“마을 사람들이 고마워할 겁니다.”

빙그레 미소를 지은 도현은 도적들이 어디에 죽어 있는지 그 위치를 설명해 주었다. 마을에서 상당히 떨어진 산속이었지만 노련한 용병들이 찾아내기에는 그리 어렵지 않은 장소였다.

“고맙소. 다시 오리다.”

까마귀 용병대 대장은 사자 머리처럼 기른 풍성한 머리카락을 흔들며 대원들을 이끌고 서쪽 산으로 향했다.

‘잘됐어. 내일 떠나기 신경이 쓰였는데, 저들이 도와주면 마을은 금방 일어설 거야.’

에드는 지난 이틀간 마을 재건에 참여하지 않고 오로지 검만 수련했다. 그는 한눈팔 사이가 없었다. 도현이 던져 준 숙제가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스승을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무서운 집중력을 발휘하며 호검술의 빈틈을 조금씩 줄여 가던 에드는 옆에서 갑자기 날아오는 작은 나뭇조각을 검으로 쳐 냈다.

쩌어엉.

손바닥을 울리는 강한 힘이 느껴졌다.

‘나뭇조각에 이런 힘이!’

화들짝 놀란 에드는 진동하는 검을 꽉 움켜쥐며 옆을 응시했다.

도현이 손가락 길이만 한 작은 나뭇조각을 한 주먹 가득 들고 서 있었다.

“지금 느꼈겠지만 나뭇조각이라고 우습게 봤다간 큰코다칠 거다. 제대로 막지 못하면 죽을 수도 있어.”

“자, 잠시만요, 스승님. 조금 전 같은 공격을 계속하시려고요?”

에드는 검을 잡은 손바닥이 아직도 화끈했다. 스승이 날린 나무엔 엄청난 힘이 담겨 있어서 막기에 벅찰 정도였다.

“그럼 내가 이 나뭇조각을 괜히 잘라 왔겠냐? 어디 이틀 사이에 얼마나 발전을 이뤘는지 확인해 볼까?”

나뭇조각에 내공을 밀어 넣은 도현은 그것을 암기처럼 날렸다. 나뭇조각이 날아오는 속도가 어찌나 빠르던지 사물의 움직임이 느려지는 검의 경지에 올랐음에도 에드는 그것을 피할 수가 없었다. 오로지 막을 수밖에 없었다.

에드는 검에 마나를 주입해 번개처럼 휘둘렀다.

쾅!

내공이 실린 나뭇조각을 베어 내자 큰 소리가 났고 에드의 몸이 뒤로 한차례 출렁였다.

‘손바닥이 찢어질 것 같아.’

나뭇조각이 또 날아왔다. 이번엔 그의 다리를 향해서다.

쾅!

아슬아슬하게 막은 에드의 몸이 뒤로 주르륵 밀려났다.

“이번엔 두 개다.”

“예?”

기겁을 하는 에드를 향해 도현은 두 개가 아닌 세 개를 한꺼번에 뿌렸다.

나뭇조각은 마치 세 사람의 검객이 공격하는 것처럼 에드의 좌우와 앞에서 날카롭게 날아왔다.

비검술의 경지가 높아지면서 도현은 검이 아닌 다른 물체에도 내공을 실어 일정 부분 조종할 수 있게 됐다. 달리 말하면 암기술이라고 볼 수 있었다.

쇄애액!

소름 돋는 소리를 내며 세 방향에서 날아오는 나뭇조각의 위세에 에드는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마치 세 사람의 도현이 검을 들고 그를 노려보는 것 같았다.

‘진짜 강자의 검은 이런 것이겠지?’

도적들을 무 베듯 죽이며 조금은 자신감에 찼던 에드의 마음이 절로 겸손해졌다.

‘한 번에 쳐 내지 못하면 끝장이야.’

자세를 조금 낮춘 에드의 눈빛이 폭발적으로 강해졌다. 그리고 그의 손에서 지금껏 그가 펼쳤던 그 어떤 검보다 빠른 쾌검이 펼쳐졌다.

스윽.

검광이 번뜩인 순간, 도현이 날린 나뭇조각 세 개가 동시에 반으로 갈라지며 에드의 뒤로 날아갔다.

콰콰쾅.

공터 뒤에 서 있던 나무들의 몸에 커다란 구멍이 생성됐다.

‘막았다! 성공했어!’

에드는 자신이 벌인 일이 믿기지 않은 듯 검을 내려다봤다. 어떻게 그런 쾌검이 나왔는지 모르겠다.

에드는 멍하니 서서 조금 전에 자신이 펼쳤던 쾌검의 순간에 빠져 들어갔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 그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도현은 손에 들고 있던 남은 나뭇조각들을 버렸다.

‘더는 필요 없겠군. 쾌검의 묘리를 깨달은 것 같으니 말이야.’

작은 깨달음에 빠진 제자를 보며 도현은 나무에 기대앉았다.

저 밑에 파괴된 마을이 보였다.

‘대공의 전쟁에 개입하면 내 손에 많은 피가 묻겠지…….’

그의 앞날이 예견된 것 같아 마음이 씁쓸했다.

물러날 수도 없었다. 바크 드라모스는 대공이 전쟁에서 승리하지 않으면 그와 영주 딘의 폭주를 없애 주지 않을 것이다.

‘바크 드라모스 핑계 댈 필요 없어. 결국 선택을 한 건 나니까.’

지금까지 수많은 사람들이 그의 검 아래 죽었다. 그들의 죽음은 각자의 이익이 충돌한 결과였다.

그들은 그들의 목적과 이익을 위해.

도현은 자신의 목적과 이익을 위해.

마을을 내려다보며 앉아 있던 도현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에드가 깨어나 그에게 걸어오고 있었다.

“감사합니다, 스승님. 쾌검이 뭔지 조금은 더 가까이 다가간 것 같습니다.”

“고생했다. 수련은 여기까지다. 그만 내려가자.”

도현은 어둑어둑해지는 산길을 내려가다 뒤를 돌아봤다. 에드의 얼굴에 고민이 가득했다.

“무슨 할 말이 있냐?”

“저어, 스승님.”

에드는 도현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왜 이러는 거냐?”

“대공의 전쟁에 절 데려가 주십시오.”

“뭐?”

도현은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제자의 얼굴을 응시했다.

“이틀은 너무 짧았습니다. 이대로 내일 떠나시면 언제 또 스승님과 만나겠습니까? 부족한 저는 앞으로 배워야 할 게 너무 많은데요.”

가르침에 목말라하는 제자의 눈빛에 도현의 눈빛이 미세하게 흔들렸다.

“나는 그곳에 싸우러 가는 거다.”

“알고 있습니다. 저도 싸우겠습니다. 실전이 중요하다고 강조하시지 않았습니까?”

“실전이란 말은 네가 언제 죽어도 이상할 게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 위험을 감수하며 나를 따라오겠다는 거냐?”

“목숨을 걸고 수련하지 않으면 평생 발전이 없겠지요.”

강함에 대한 열망이 에드의 눈 속에서 활화산 같은 불꽃이 되어 피어올랐다.

“짐이 되지 않겠습니다. 스승님을 위해선 뭐든 하겠습니다. 스승님 곁에서 하나라도 더 배울 기회를 주십시오.”

“음.”

도현은 묵직한 신음을 흘렸다. 훗날을 기약하자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다가 에드의 간절한 눈빛에 그 말이 다시 들어가 버렸다.

고민을 하던 그는 나직이 물었다.

“아버지의 허락은 받고 내게 말하는 거냐?”

“아침에 허락을 받았습니다. 어머니에게도요.”

“내겐 내색조차 없던데…….”

도현은 낮에 그에게 과일을 따다 준 에드의 어머니 앤을 가만히 떠올려 봤다. 그러고 보니 눈가에 걱정이 서려 있었다. 마을의 앞날에 대한 걱정인 줄 알았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에드에 대한 걱정 때문이었다.

“부모님이 마지못해 허락한 게 아니냐?”

“아닙니다. 부모님들은 벌써부터 절 큰 도시로 보낼 생각이셨습니다. 집을 떠나는 건 예정된 일이었습니다.”

“전쟁터가 큰 도시는 아니지.”

도현의 지적에 에드는 얼굴을 붉혔다.

“오늘 밤 생각을 좀 해 봐야겠다. 널 두고 갈지, 아니면 같이 갈지는 내일 아침에 알려 주마.”

“감사합니다, 스승님.”

에드는 스승인 도현의 고려해 본다는 말만으로도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도적들의 습격 당시 마을의 집은 대부분 불에 탔지만 마을 뒤편에 위치한 에드네 집은 운이 좋게도 거의 멀쩡했다.

저녁을 먹은 에드는 작은 방에 리샤와 쿠린, 동생을 모아 놓고 혹시 내일 스승을 따라 떠날 상황에 대비해 당부를 했다.

“토밀.”

“응.”

“형이 집에 없어도 형이 알려 준 검술을 게으름 피우지 말고 수련해야 해. 엄마, 아빠 말씀 잘 듣고. 누나들 말도 잘 듣고.”

“형 어디 가?”

“스승님을 따라 내일 떠날지도 몰라.”

에드의 대답에 방 안에 있던 토밀은 물론 리샤와 쿠린도 깜짝 놀랐다.

“오빠, 주인님을 따라간다고?”

리샤와 쿠린이 거의 동시에 물었다.

“아직 정해진 건 아니야. 스승님이 내일 아침에 말씀해 주신다고 했거든. 하지만 그럴 수도 있기 때문에 너희들에게 이렇게 미리 말해 두는 거야.”

“주인님은 전쟁터에 가신다고 그랬는데. 그럼 오빠도 그곳엘 간다는 거야?”

리샤는 낮에 앤과 루드가 얘기하는 걸 우연찮게 엿들었었다. 그녀가 들은 건 도현이 대공을 도우러 전쟁터에 간다는 말이었다.

“너 어떻게 알았어?”

에드는 살짝 놀라며 리샤를 쳐다봤다. 도현이 어디에 가는 지는 그와 부모님밖에 모르는 일이었다.

“낮에 우연히 들었어. 아무튼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 오빠가 전쟁터에 간다고 한 거야?”

“맞아. 실전도 경험하고 스승님을 모시면서 검도 배우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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