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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 임팩트-521화 (521/575)

[521] 디 임팩트 21권 21화

그리고 마침내 심장을 뒤덮고 있는 어두운 기운을 찾아냈고, 내공의 흐름을 막고 있는 열두 가닥의 어두운 기운 또한 찾아냈다.

‘어떻게 이것들을 없애지……. 어떻게…….’

점점 의식이 희미해지는 가운데 도현은 저 밑바닥에 감춰진 혼돈의 찌꺼기들과 조우했다.

불을 붙이면 한 번에 폭발할 것 같은 불안전한 기운들.

‘이것은…….’

도현은 그것이 무엇인지 어렴풋이 짐작했다.

되도록 만나고 싶지 않은 기운들. 하지만 죽는 것보다는 낫다.

‘부디 샤르비티를 죽여야 한다는 것만 잊지 않았으면 좋겠어.’

서서히 의식이 사라지는 가운데 도현은 불안전한 기운에 불을 지폈다.

콰앙!

막혔던 내공이 시원하게 뚫리고 심장을 괴롭히던 어두운 기운이 순식간에 소멸됐다.

혼돈의 찌꺼기와 합쳐진 그의 내공은 급격히 폭증하며 그를 전투에 굶주린 폭주 상태로 만들었다.

“응?”

여유롭던 유베린의 표정이 기이하게 변해 갔다.

그의 손에서 느껴졌던 도현의 심장 감촉이 사라진 것이다. 다시 한 번 시도를 했지만 도현의 몸으로 그의 정신력이 침투하지 못했다.

“크으으으으.”

도현의 입에서 음산한 괴소가 흘러나오자 유베린은 그 섬뜩함에 놀라 급히 뒤로 물러나려 했다.

그러나 도현의 주먹이 훨씬 더 빨랐다.

쾅!

얼굴이 짓뭉개진 유베린이 피를 토하며 공중 높이 날아갔다.

“죽여 버린다. 죽여 버린다.”

근육이 부풀고 전신에 푸른 힘줄이 튀어나온 도현은 붉은 눈동자를 번뜩이며 바닥을 박차고 올랐다.

깃털처럼 가볍고 새처럼 빠르게 하늘로 솟구친 도현은 공중에서 막 정신을 차린 유베린의 머리채를 잡고 주먹으로 그의 얼굴과 가슴을 사정없이 가격했다.

“허억! 크윽!”

살이 찢어지고 뼈가 으스러지는 고통에 유베린은 저도 모르게 비명을 질러 댔다.

“죽여 버린다. 죽여 버린다.”

땅에 도착하기 전, 유베린을 반쯤 죽여 놓은 도현은 친위대가 유베린을 구하러 달려들자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그들이 보는 앞에서 유베린의 눈동자를 뽑고 얼굴을 뽑아 버렸다.

뛰어난 검술과 만인을 두렵게 할 만한 특별한 능력을 갖춘 유베린으로서는 비참한 최후가 아닐 수 없었다.

“대장님!”

“감히 대장님을 죽이다니!”

샤르비티보다 오히려 유베린을 마음속으로 더 따랐던 친위대는 분노한 얼굴로 폭주한 도현에게 달려들었다.

“다 죽인다.”

도현은 바닥에 떨어진 그의 검을 양손에 하나씩 들고 무의식적으로 호검술을 펼쳤다.

방패로 막으면 방패와 함께 몸이 두 동강 났고, 마법을 사용하면 몸으로 마법을 깨트리며 마법사의 심장에 검을 꽂았다.

검이든 화살이든 도현에겐 소용이 없었다.

검막으로 적들의 공세를 무위로 만든 도현은 마음껏 파괴의 살육을 즐겼다.

씨드를 먹고 도현이 더 강해진 만큼 폭주한 그의 능력은 브링틱에서 폭주할 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이 강해져 있었다.

제단이 움푹 파이고 돌들이 사방으로 비산했다.

“죽인다. 모두 죽인다.”

도현이 상승 검술로 수십 개의 검기를 날리자 그것에 맞은 적들은 몸이 폭발하며 시신조차도 온전히 남기지 못했다.

“크크크크.”

도현은 음산한 웃음을 흘리며 검을 계속해서 휘둘렀다.

붉은 검광이 난무했고, 제단 정상은 삽시간에 시신의 산으로 변해 갔다.

아무리 충성심이 강한 친위대라 하더라도 인간 같지 않은 폭력성과 놀라운 검술이 하나가 된 도현의 무지막지한 힘 앞에서는 두려움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그들이 더는 덤비지 않자 도현은 천천히 몸을 돌려 제단 모서리 쪽에 서 있는 샤르비티를 노려봤다.

“난 샤르비티를 죽여야 한다. 샤르비티를 죽여야 해.”

무의식중에 걸어 놨던 도현의 말이 폭주한 도현의 입을 통해 내뱉어졌다.

“오, 오지마! 오지 말라고!”

겁에 질린 로니올은 아버지의 팔을 흔들었다.

“아버지, 어떻게 좀 해 보세요. 저 자식, 괴물이 돼서 다가오고 있잖아요.”

“로니올.”

“예, 아버지.”

“사자는 연약한 새끼는 돌보지 않는 법이다.”

그 말과 함께 샤르비티는 로니올을 제단 끝에서 밀어 버렸다.

“아버지! 으아아아악!”

긴 비명을 남기며 로니올은 제단 아래로 추락했다.

“네놈이 어떤 존재로 변하든, 감히 날 죽일 순 없을 것이다.”

샤르비티의 눈동자가 황금색으로 물든 순간, 그의 겉옷이 찢어지며 안에 숨겨져 있던 황금색 신의 갑옷이 그의 전신을 뒤덮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성스러운 빛을 발하는 갑옷에 휩싸인 샤르비티는 명검 아비엘쥬를 굳게 움켜쥐고, 그를 향해 다가오는 도현을 차갑게 응시했다.

“뼈조차 찾을 수 없게 만들어 주마.”

“죽인다. 샤르비티.”

샤르비티에게 다가가는 도현의 눈빛은 더욱 붉어지고 있었다.

* * *

“이제 배까지 동원됐군.”

광장과 접해 있는 한 건물의 3층 창가에서 광장 상황을 주시하던 헬구스가 어두운 얼굴로 말했다.

물에 떠내려갔던 광장의 정예 병사들 일부가 갑옷을 벗고 헤엄쳐 제단으로 향하더니, 지금은 작은 배를 타고 조직적으로 광장으로 모여들고 있었다.

제대로 무장을 갖춘 그들은 깃발까지 휘날리며 제단에 고립된 그들의 주인을 구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향하고 있었다.

물의 도시처럼 바뀐 상황에서 병사들이 탄 배는 기동력과 단합된 전투력을 발휘할 수 있게끔 도와주는 가장 강력한 수단이었다.

“그나마 율리비어스가 만든 물의 마법진이 여전히 힘을 발휘해서 다행이야.”

광장에 물 공급이 중단되는 순간, 수위는 금세 낮아지고 10만 병사들이 손쉽게 제단까지 접근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 전에 샤르비티를 죽이고 일행들은 이 도시를 빠져나가야 한다.

“이 사람을 업어요.”

정신을 잃고 쓰러져 있는 칼라치를 간호하던 이디언이 말했다.

“우리끼리 도망가자고?”

헬구스가 탐탁지 않은 표정으로 이디언을 쳐다봤다.

“그럼 어떡해요. 칼라치를 이대로 놔두고 제단에 가서 싸움이라도 할까요?”

날 선 그녀의 반응에 헬구스는 곤란한 표정으로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젠장. 하필 그 순간에 칼라치가 정신을 잃을 게 뭐람.’

샤르비티의 연설이 끝나갈 무렵 군중 속에 섞여 있던 칼라치가 갑자기 정신을 잃고 쓰러지고 말았다.

당황한 그들은 광장이 보이는 이곳으로 칼라치를 데리고 왔고, 그 뒤 광장이 물바다가 되고 전투가 벌어진 것이다.

“밖은 물이 목까지 차올랐어. 업고 가서는 얼마 움직이지도 못해.”

헬구스는 검을 빼서 나무로 된 문짝을 뜯어냈다.

“여기에 칼라치를 눕히자고.”

꽤 넓어서 사람이 타도 중심을 잃지 않고 어느 정도는 물 위에서 버틸 수 있을 것 같았다.

“좋은 생각이에요.”

물에 반쯤 잠긴 1층 복도로 내려온 그들은 출렁이는 물 위에 뜯어낸 문짝을 내려놓고 그 위에 앙상하게 마른 칼라치를 눕혔다.

“방패는 버려요.”

“칼라치가 아끼던 건데.”

헬구스가 머뭇거리자 이디언은 직접 거대한 방패를 물속에 던져 버렸다.

“지금 그게 중요해요? 방패는 나중에 또 구할 수 있어요.”

“알았으니까 흥분하지 말라고.”

민감해진 이디언을 진정시킨 헬구스는 물속에서 칼라치가 탄 문짝을 밀며 건물 밖으로 빠져나왔다.

눈앞에 병사들이 탄 배가 지나가고 있었다.

“이디언, 혼자서도 칼라치를 데리고 갈 수 있지?”

“그게 무슨 소리예요?”

헬구스와 같이 물속에서 문짝을 밀던 이디언이 고개를 돌렸다.

“아무래도 난 제단에 가서 저 사람들을 도와야 할 것 같아.”

“바보 같은 소리 하지 말아요. 당신 한 명 간다고 해서 얼마나 도움이 되겠어요.”

“알아 나도. 하지만 칼라치를 위해서야.”

헬구스의 눈이 시체처럼 창백하게 변해 있는 칼라치의 얼굴로 향했다.

“죽어 가면서도 명예를 지키려던 녀석인데, 지금 이렇게 됐잖아. 그 대신 내가 가서 싸우겠어. 그렇게라도 해야 이 녀석이 깨어나서 덜 수치스럽지 않을까?”

말을 할 때마다 헬구스의 입속으로 물이 조금씩 흘러 들어갔다.

“싸움은 꼭 잘하는 사람만 하는 게 아니잖아. 함께한다는 게 중요하지.”

“헬구스.”

이디언의 눈빛이 흔들렸다.

“조심해서 가.”

입가에 미소를 지은 헬구스는 품에 있던 보석 주머니를 꺼내 문짝 위에 올려놨다.

그의 전 재산이었다. 그는 목숨을 버릴 각오를 한 것이다.

“인생 참 더럽군.”

한차례 쓰게 웃은 헬구스는 몸을 돌려 물속으로 잠수를 했다.

뚱뚱한 체구지만 어려서부터 왕궁의 호수에서 물놀이를 즐겼기 때문에 수영엔 자신이 있었다.

숨도 오래 참을 수 있다.

그가 막 본격적으로 헤엄을 치려 하는데, 이디언의 마법 채찍이 날아와 그의 발목을 휘감았다.

‘흡!’

아까운 입속의 공기를 내뿜으며 그는 수면 위로 급히 고개를 내밀었다.

“칼라치가 깨어나려 해요!”

이디언의 고함 소리에 그는 서둘러 되돌아갔다.

그가 도착해 보니 칼라치의 손끝이 까딱거리고 있었다.

“이보게, 칼라치! 내 말 들리나! 칼라치!”

헬구스가 어깨를 몇 번 흔드는 순간, 칼라치는 서서히 정신을 차리며 깨어났다.

“칼라치!”

그가 깨어나자 숨죽이며 지켜보던 이디언이 팔을 뻗어 그의 얼굴을 끌어안았다.

그녀는 이대로 칼라치가 숨을 멈추는 게 아닌지 두려웠었다.

“싸움은…….”

정신을 차린 칼라치는 광장의 일을 제일 먼저 물었다.

“아직 끝나지 않았네.”

“휴반트는…… 나타났나?”

“여기선 자세히 알 수 없네.”

칼라치는 몸을 일으켜 세웠다. 멀리 싸움이 벌어지고 있는 제단을 응시하던 그는 문 위에서 그대로 물속으로 몸을 던졌다.

차가운 물속에 몸을 담그자 몽롱했던 정신이 점점 또렷해졌고, 무기력했던 몸에 다시 힘이 솟았다.

‘정신을 잃은 건 처음이다. 심장의 움직임도 이제는 거의 느껴지지 않아.’

절망적인 운명이 그의 앞으로 성큼 다가온 게 느껴졌다.

‘피하지 않겠다. 선택은 내가 한다.’

물속에서 정신을 차리고 나온 칼라치는 헬구스를 보며 물었다.

“내 방패는 어디 있나?”

“자네를 옮기느라 저 건물에 버리고 왔네. 내가 가져오지.”

헬구스는 물개처럼 헤엄을 쳐 근처 건물로 향했다.

“당신, 괜찮겠어요?”

이디언이 칼라치의 얼굴을 보며 물었다.

“걱정 마시오, 충분히 싸울 수 있소.”

“싸움을 막으려는 게 아니에요. 통쾌하게 싸울 수 있는지 물어보는 거예요.”

그녀는 손으로 칼라치의 얼굴을 감싸며 그의 두 눈을 똑바로 쳐다봤다.

“날 봐요. 제대로 싸울 수 있겠어요?”

칼라치는 이디언의 허리를 번쩍 들어 격렬한 입맞춤을 했다. 그녀의 모든 숨결을 빨아들일 것처럼 입을 맞추던 그는 천천히 그녀와 떨어졌다.

“제대로 싸울 수 있소.”

“좋아요. 그럼 믿겠어요. 다시는 아까처럼 정신을 잃지 말아요. 그땐 버려둘 테니까.”

이디언은 손을 뻗어 칼라치의 삐뚤어진 안대를 바로 채워 줬다.

“여기 있네, 칼라치.”

헬구스가 커다란 방패를 건넸다.

“고맙네.”

두 개의 방패를 양손에 하나씩 든 칼라치는 깊고 어두운 목소리로 고대 병사 전원을 소환했다.

“나오너라, 나의 병사들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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