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디 임팩트-540화 (540/575)

[540] 디 임팩트 22권 15화

“공간 이동 마법을 써서 그의 집으로 날 초대했어요. 그곳에서 새로운 여정이 또 시작됐죠.”

도현은 검은 용의 반협박 섞인 거래를 통해 베일 가문의 내분에 개입하게 된 과정과 그 뒷이야기들을 훌륭한 묘사를 덧붙여 설명했다.

제자인 에드가 합류하고 철가면 휴반트와 싸우고 붉은 성에서 아슬아슬하게 신의 파편이 들어간 제단을 막은 일, 그리고 그 와중에 첩자로 침투한 벨라를 잡은 일 등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많은 것들을 이야기했다.

“와아, 이거 한 편의 대작 영화인데! 안 그래요, 형?”

용주가 묻자 철호는 음료수를 마시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까지는 흐름이 좋군. 그래서?”

도현은 자신의 얘기에 몰두해 있는 용주와 철호를 둘러보며 잠시 뜸을 들였다. 그러다 베일성에서 샤르비티를 죽이기 위해 악마 사냥꾼으로 위장해 샤르비티의 아들에게 접근한 것과 제단에서 폭주해 위기에 빠졌지만 결국 샤르비티를 없앤 이야기 등을 마저 설명했다.

“홍영 씨가 아니었으면 아마 전 큰 위험에 빠졌을 겁니다.”

도현은 말없이 앉아서 듣고 있는 홍영에게 미소를 보냈다.

그녀 이름은 광기에 사로잡힌 채 폭주한 그의 마음을 뚫고 들어와 샤르비티를 죽일 수 있게 해 주었다. 그만큼 홍영은 그에게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존재였다.

“그렇게 전쟁은 마무리가 됐어요.”

“그럼 검은 용은? 약속대로 폭주를 치료해 준 거냐?”

철호와 용주는 기대감 섞인 눈빛으로 물었고, 홍영은 이미 결과를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은은한 미소만 짓고 있었다.

“폭주는 해결됐어요.”

그의 대답에 철호와 용주는 환호성을 지르며 기뻐했다.

도현이 이계에서 내공이 급성장했지만 그 부작용으로 폭주라는 치명적인 독을 몸에 품게 됐다.

항상 그게 걱정이 됐는데, 드디어 그 부작용에서 해방된 것이다.

“축하한다. 정말 잘됐다.”

“검은 용이 약속은 칼같이 지키네.”

철호와 용주가 자기 일처럼 기뻐하는 것을 잠시 응시하던 도현은 빙그레 웃다가 사실을 바로잡았다.

“실은 검은 용이 치료해 준 건 아니고, 제가 스스로 극복했어요.”

“뭐, 스스로 극복했다고? 그건 또 무슨 소리야?”

철호가 어리둥절해하며 묻자, 도현은 그의 내면에서 마주친 혼돈의 세상에서의 일을 사실적으로 묘사했다.

“먹히느냐 먹느냐의 싸움에서 운 좋게 살아남았습니다.”

숨죽이며 도현의 말을 듣던 용주는 감탄을 금치 못하며 장하다는 듯 엄지손가락을 추켜세웠다.

“역시 넌 내 친구다. 대단해! 그 긴박한 상황에서 깨달음을 얻어서 폭주를 극복하다니!”

“정말 위험했었구나.”

철호는 기쁨보다는 동생이 죽을 위기를 수차례나 뛰어넘었다는 게 그저 안쓰러웠다.

“아무튼 폭주에서 벗어났다니 정말 기쁘다. 게다가 더 강해져서 돌아왔고.”

“고마워요, 형.”

도현은 홍영이 따라 준 따뜻한 차를 한 모금 한 후, 대공으로부터 사자 반지를 받게 된 일과 이계의 동료들이 보는 앞에서 지구로 돌아온 일 등을 마지막으로 설명했다.

“네가 지구에서 왔다는 말을 듣고, 그들도 많이 놀랐겠다.”

“많이 놀라긴 했지. 궁금해하기도 했고. 지구는 어떤 세상인지, 또 나와 함께 생활하는 도장 식구들은 어떤 사람들인지. 특히…….”

도현은 말을 하며 홍영을 응시했다.

“홍영 씨를 많이 궁금해했어.”

“하아, 나도 정말 이계가 궁금한데.”

용주는 아쉬운 눈빛을 감추지 못했다.

도현이 이번에 이계를 다녀오며 스톤의 비밀을 어느 정도 밝혀냈지만, 그렇다고 해서 스톤을 마음대로 제작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 에드라는 얘는 어떠냐? 그렇게 성장이 빨라?”

“검에 재능이 있어요. 마음의 자세도 좋고. 제자를 잘 선택한 것 같아요.”

“잘했다. 이계에 호검술 도장의 뿌리를 남겨 두는 것도 아주 의미가 있지.”

철호의 말에 도현은 담담히 웃으며 관장실 책상 서랍 안에 넣어 두었던 갈색 가죽 주머니를 몇 개 꺼냈다.

“어, 이거 그 마법 주머니잖아?”

용주가 용케 알아보고 목소리를 높였다.

“맞아, 선물로 하나씩 주려고 리타에게 부탁해 만든 거야.”

도현은 용주와 철호, 홍영에게 마법 주머니를 나눠 주며 각인하는 방법을 알려 주었다.

특별한 행동이 필요한 건 아니다. 그저 해당 마법 주머니의 주인이 될 사람이 맨 처음 주머니 안에 손을 넣으면 된다.

“락제프는 지구에서도 이 물건이 각인이 될 거라고 했는데, 모르겠어요, 될지 안 될지. 철호 형, 한번 해 보실래요?”

“그럴까?”

철호는 이계의 마법 물건을 사용하게 된다는 것이 무척 흥분됐는지 괜히 헛기침을 몇 번 했다.

잠깐 사이에 손바닥에 땀이 찬 그는 모두가 지켜보는 앞에서 천천히 마법 주머니 안에 손을 집어넣었다.

복주머니처럼 작은 가죽 주머니는 커다란 철호의 손이 들어가자 꽉 차 보였다.

“이러면 되는 거냐?”

철호는 가죽 주머니 안에 넣은 손을 휘휘 저으며 도현을 쳐다봤다.

“어, 그게 말이죠, 형.”

아무런 변화도 일어나지 않았다.

지켜보던 도현의 눈빛이 어두워졌다.

‘이곳에선 각인이 안 되는 건가?’

마법 주머니에 보관하거나 다시 꺼낼 수 있는 물건은 이계의 물건에 국한되어 있다.

그러나 각인은 달랐다.

이계가 아닌 지구에서도 가능할 것이라고 락제프가 말했다. 한데, 그의 말이 틀린 것 같았다.

“아무래도…….”

도현이 막 한마디 하려는 순간, 철호가 집어넣은 가죽 주머니에서 돌연 환한 빛이 반짝였다 사라졌다.

그 빛을 본 도현의 얼굴이 밝아졌다.

‘됐다! 각인이 됐어! 시험을 해 보자.’

도현은 그가 가지고 있던 마법 주머니 안에서 대공에게 받은 명검을 꺼냈다.

“형, 마법 주머니 안에 물건을 보관하거나 꺼내는 방법은 간단해요. 마음속으로 들어가라는 말을 중얼거리며 해당 물건을 집어넣는 시늉을 하면 돼요. 해 보세요.”

철호는 의자에서 일어나 탁자 위에 놓인 대공의 검을 집었다.

‘이게 될까?’

잠시 망설이던 철호는 검 손잡이를 마법 주머니 입구에 끌어다 대며 마음속으로 들어가라는 명령을 내렸다.

그러자 놀랍게도 그 순간 검이 사라졌다.

“어!”

자신이 한 행동이 믿기지 않는 듯 철호는 빈손과 마법 주머니를 번갈아 쳐다봤다.

“와, 되네. 마법 주머니를 우리도 사용할 수 있어!”

지켜보던 용주는 쾌재를 불렀다.

“형, 잘하셨어요. 이제 마법 주머니에 손을 넣어 보세요. 그리고 그 상태에서 눈을 살짝 감고 느껴 보세요. 머릿속으로 마법 주머니 안에 보관되어 있는 것들이 떠오를 거예요.”

철호는 도현의 말대로 행동했다. 신기하게도 방금 전에 집어넣었던 대공의 검이 작은 방 같은 공간에 눕혀 있는 게 보였다.

“보이시죠?”

“그래, 보인다. 신기한데.”

“처음엔 저도 많이 놀랐어요. 자, 이제 꺼내는 방법을 알려 줄게요. 간단해요. 마음속으로 해당 물건을 지정해 나와라 하면서 손을 주머니 밖으로 꺼내면 돼요. 해 보세요.”

철호는 그대로 따라 했다.

철컥.

어느새 그의 손에 이끌려 나온 검이 탁자 위에 놓여 있었다.

“정말 신기하군.”

철호는 이 놀라운 경험에 빠져 그 자리에서 검을 넣었다 꺼냈다를 반복했고, 용주와 홍영은 차례로 마법 주머니를 각인해 그 주머니의 주인이 되었다.

그들도 도현이 건네준 이계의 장갑과 신발을 들고 익숙해질 때까지 반복 훈련을 했다.

“지구 물건은 역시 안 되네.”

용주는 혹시나 싶어서 컵을 시험했지만 지구의 물건은 반응이 없었다.

한참 마법 주머니에 재미가 들린 철호는 문득 의문이 들어 도현을 쳐다봤다.

“도현아, 좋긴 좋은데, 우리에게 이런 게 굳이 필요할까? 우리가 이계를 갈 것도 아니고 별달리 보관할 것도 없을 것 같은데.”

“앞으로 보관할 게 생길 겁니다. 모두 밖으로 나와 보세요.”

관장실을 나온 도현은 도장 한가운데 서서 마법 주머니 속에 보관 중이던 보물 상자들을 꺼내기 시작했다.

쿵. 쿵쿵. 쿵쿵.

도장 바닥을 울리는 묵직한 무게감이 주위에 서 있는 철호와 용주, 홍영의 발바닥을 자극했다.

순식간에 스무 개가 넘는 커다란 보물 상자를 마법 주머니에서 꺼낸 도현은 곧바로 닫혀 있는 보물 상자의 뚜껑을 열어젖혔다.

눈부신 보물의 빛이 지하 도장 안을 휘황찬란하게 밝혔다.

“와아, 이게 다 뭐야?”

도장 불빛에 반짝이는 호화로운 장신구와 보석류, 황금 집기 등이 상자 안에 가득했다.

용주와 철호, 홍영은 눈앞에 펼쳐진 막대한 보물의 양에 너무 놀라 입을 벌린 채 한동안 움직일 수가 없었다.

도현이 그동안 벌어 온 금화들과는 비교가 안 되는 엄청난 양의 보물들이었다.

용주는 다리를 후들거리며 도장 안에 넓게 펴진 보물 상자 사이를 천천히 거닐었다.

왼쪽을 봐도 보물, 오른쪽을 봐도 보물, 보이는 게 모두 보물이다.

“아, 숨을 쉴 수가 없다. 빌어먹을.”

용주는 보석이 장식된 왕관을 머리에 쓰고 보물 상자 사이에 쓰러졌다.

“날 이 보물과 함께 묻어 줘라, 도현아. 이제 이생에 미련 없다.”

도현은 사람들이 보물의 양에 놀라는 모습을 보며 흐뭇해했다.

“대체 이 많은 것을 어디서 구한 거예요?”

각종 보석으로 치장된 황금 장갑을 손에 든 홍영이 도현에게 물었다.

“검은 용의 보물 창고에서요.”

“용의 보물 창고요?”

“네, 그가 선물로 준 거예요.”

“창고를 다 털기라도 한 거냐? 너무 많잖아.”

철호는 손바닥에서 반짝이는 여러 보석들을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보물의 가치를 측정할 안목이 없는 그가 보기에도 상자 안의 것들을 팔면 천문학적인 돈을 수중에 확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숨이 턱 막힐 만큼 보물의 압박감이 밀려왔다.

“철호 형, 제가 가지고 온 건 용이 가진 보물의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아요. 거대한 보물 창고 안엔 산더미 같은 각종 보물들이 굴러다녔고, 용은 그 보물 위에서 식사를 했어요. 제가 가지고 온 건 표도 나지 않을 만큼 적어요.”

충격적인 도현의 설명에 세 사람의 입은 다시 한 번 벌어졌다.

“잠깐만! 검은 용은 다른 데로 갔다고 했잖아. 그럼 그 보물 창고는 그대로 있겠네?”

왕관을 쓰고 누워 있던 용주가 벌떡 일어났다.

“아마도 그렇겠지. 검은 용은 시종들에게 그 보물 창고를 넘겨준다고 약속한 것 같으니까.”

“그 시종들 강하냐?”

용주의 의도를 눈치챈 도현은 피식 웃으며 보석 팔찌를 던졌다.

어깨에 팔찌를 맞은 용주는 죽는소리를 하며 옆으로 쓰러졌다.

“아이고 아파라.”

“용의 물건이야. 내가 강제로 빼앗는 건 너무 위험해. 그럴 마음도 없지만.”

“그냥 해 본 소리야, 인마. 너무 기뻐서.”

자리를 털고 일어선 용주는 보물들을 둘러보며 여전히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

“대박이다, 진짜. 내가 아까 편의점에서 로또를 샀는데, 대체 몇 번 일등을 해야 이 보물들을 대체할 수 있을까? 고생했다, 도현아. 폭주도 해결하고 용의 보물도 받아 오고, 이거 뭐 대단하네, 하하하!”

“흡족하냐?”

“그럼! 어디 가서 이런 많은 보물을 이렇게 눈앞에서 볼 수 있겠냐?”

“마음에 드는 상자 두 개 골라서 네가 가지고 있는 마법 주머니에 넣어. 선물이야.”

“보물 상자를 준다고?”

깜짝 놀란 용주가 되물었다.

“그래, 이 많은 걸 내가 가지고 있어 봐야 뭐하겠어? 당장 사용할 데도 없고. 가지고 있다가 너 필요한 데 써. 너무 고가라 처분하기 어렵겠지만.”

도현은 철호를 봤다.

“형도 가지고 가세요.”

“고맙지만 사양한다. 보물이 있다고 해서 행복한 건 아니야. 난 지금의 일상생활이 만족스럽다.”

구도자처럼 근엄하게 말을 하는 철호에게 도현이 다가갔다.

“형은 제가 어려울 때 안 도와주실 겁니까?”

“…….”

철호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

“당장 이 보물들을 사용하라는 건 아니에요. 가지고 있다가 정말 필요할 때 사용하라는 거죠. 보육원에도 조금 더 큰 도움을 줄 수 있잖아요.”

“음.”

철호의 얼굴에 망설임이 스쳐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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