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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 임팩트-547화 (547/575)

[547] 디 임팩트 22권 22화

얼마 안 있어 주성하가 전화를 받았다.

“찾았냐?”

-죄송합니다, 대사형. 아직 못 찾았습니다.

주성하는 화룡선초를 구했지만 태연히 거짓말을 했다. 아직은 그에게 말할 시점이 아니었다.

“섭 사형 밑에 있었을 땐 무슨 일이든 척척 해냈잖아. 그런데 왜 이번엔 이렇게 미적거리는 거냐? 지금 나 무시하는 거냐?”

-오해 마십시오, 대사형. 영초를 구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잖습니까?

“천지일란초는 구하기 쉬운 영초라서 내가 구한 것이냐?”

-죄송합니다. 열심히 노력하고 있으니 조금만 더 기다려 주십시오.

“육기천도 그렇고 너도 그렇고, 왜 다들 그렇게 여유가 넘쳐! 믿는 구석이라도 있는 거야!”

흥분한 고진영이 차 안에서 버럭 고함을 질렀다.

“왜 내가 너희들이 찾아야 할 영초까지 찾으려 이 고생을 해야 하는 거냐고, 이 개자식들아!”

-면목 없습니다, 대사형. 열심히 찾겠습니다.

“그딴 소린 집어치우고 결과를 보여, 결과를!”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전화를 끊은 고진영은 흥분이 가시지 않은 얼굴로 창문을 내렸다.

“전화할 때마다 열 받는군.”

찬 바람에 몸의 열기가 어느 정도 가라앉자 그는 이번엔 육기천을 재촉하려 했다.

그러나 그는 받기 싫은 전화를 먼저 받아야만 했다.

-진영아, 오랜만이로구나.

부드러운 사부의 음성에 소름이 끼친 고진영은 차를 한쪽에 세우라는 손짓을 급히 했다.

운전사를 내리게 한 그는 차 안에서 홀로 사부와 통화를 이어 갔다.

“사부님, 그동안 안녕하셨습니까?”

-잘 지냈다.

“목소리가 한층 젊어지신 것 같습니다.”

고진영은 아부를 했다.

-허허, 그래? 내 목소리가 그렇게 들리더냐?

“예, 사부님. 어린 시절 제가 듣던 사부님의 목소리와 비슷해서 조금 전엔 매우 놀랐습니다.”

-무리도 아니지.

“예?”

-됐고, 그래 내가 명했던 일은 어떻게 됐느냐? 다 구했느냐?

“그것이 천지일란초는 구했지만 두 영초는 아직 못 구했습니다.”

고진영은 긴장한 목소리로 답했고, 태선군은 한동안 침묵했다. 길어지는 침묵에 고진영의 이마에 식은땀이 맺혔다.

-하나밖에 못 구했다고?

“죄송합니다, 사부님.”

-네 능력이 그것밖에 안 되는 것이냐?

차가워진 사부의 음성에 고진영은 억울함을 호소했다.

“사부님, 천지일란초는 제가 혼자 구한 것입니다. 두 영초는 육기천과 방상, 주성하, 료쿄가 구하기로 한 것인데, 그들이 게을러…….”

-핑계 댈 필요 없다. 모든 건 대사형인 네 책임이니까. 너는 기억할 것이다, 섭상이 내 손에 어떻게 죽었는지를.

고진영의 얼굴이 굳어졌다.

“사부님, 조금만 더 시간을 주십시오. 나머지 영초들도 반드시 구해 놓겠습니다.”

-당연히 그래야 할 것이다. 널 위해서라도.

전화가 끊겼고 고진영은 육기천에게 바로 전화를 걸었다.

“육기천! 내말 똑똑히 들어. 열흘 안에 구지선엽초를 구해 와. 안 그러면 넌 내 손에 죽는 거야! 알았어?”

* * *

“알겠습니다, 대사형. 구해 놓겠습니다.”

위성 전화기를 뚝 끊은 육기천은 원시림이 우거진 산속을 손전등으로 비춰 가며 하던 조사를 계속했다.

고진영과의 통화를 곁에서 엿들은, 배가 나온 방상이 걱정을 했다.

“사형, 고 사형의 목소리가 다른 때와는 좀 다른 것 같은데요. 정말 우릴 죽이려는 것 같습니다.”

“그는 우릴 못 죽인다. 급하면 급할수록 너와 내가 필요하니까. 뭐, 분풀이야 좀 하겠지.”

“정말 그럴까요? 고 사형이 흥분을 잘하는 체질이잖아요.”

“그 정도로 바보는 아니야. 그러니까 신경 쓰지 말고 어서 담기량의 은거지나 찾자.”

달빛이 쏟아지는 원시림을 헤매던 방상이 구시렁거렸다.

“사형, 이제 그만 포기하고 내려가죠. 벌써 며칠째 이곳에서 시간을 낭비하는 겁니까? 그 벽화는 담기량이 아닐 겁니다.”

“내일까지만 더 찾자. 아쉬워서 그래.”

“으아아악!”

앞서가던 육기천은 뒤에서 들리는 방상의 비명에 놀라 급히 뒤를 돌아봤다.

수풀만 보일 뿐 조금 전까지 구시렁대던 방상이 보이지 않았다.

“방상! 방상!”

손전등으로 주위를 비추던 그는 먼지구름이 올라오는 작은 구덩이를 하나 발견했다.

아무래도 저 구덩이에 방상이 빠진 것 같았다.

밑을 들여다보니 아니나 다를까 방상이 흙을 뒤집어쓴 채 서 있었다.

“방상! 괜찮은 거냐?”

“예, 괜찮습니다. 근데 사형, 내려와 보십시오. 여기 동굴이 길게 이어져 있는데요?”

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육기천은 망설임 없이 구덩이 안으로 몸을 던졌다.

가볍게 착지를 한 육기천은 손전등으로 동굴을 비췄다. 뒤는 막혀 있고 앞은 열려 있다. 폭은 버스 한 대가 통과할 만했고, 천장의 높이는 수 미터에 이르렀다.

우연히 발견한 이 동굴이 담기량의 은거지와 연관된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그의 가슴이 뛰었다.

“들어가 보자.”

그들은 동굴을 따라 서두르지 않고 조심스럽게 진입했다. 동굴은 좌우로 휘어지기도 하고 일직선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동굴이 굉장히 기네요.”

“그러게.”

“사형, 긴장되는데요. 이곳이 담기량의 은거지였으면 좋겠습니다.”

“나도 그렇다.”

육기천은 바닥에 기어 다니는 벌레를 손전등으로 비추며 침을 꿀꺽 삼켰다.

한동안 더 동굴을 탐험하던 그들은 폭포가 떨어지는 듯한 웅장한 물소리에 놀라 서로 얼굴을 쳐다봤다.

“사형, 동굴에서 왜 이런 소리가 나죠?”

“그걸 내가 어떻게 알겠냐?”

잠시 후 그들은 놀랄 만한 광경에 입이 딱 벌어졌다.

동굴은 V 자 형태의 거대한 지하 협곡과 연결되어 있었는데, 협곡 사이를 엄청난 물줄기가 콸콸 소리를 내며 흐르고 있었다.

원시림 산속 지하에 이런 공간이 있다는 게 참으로 신비로웠다.

쿠쿠쿠쿠쿠.

협곡을 울리는 물의 울음소리가 그들의 귀를 먹먹하게 만들었다. 서로 대화를 나누기 위해서는 목청을 높여야 했다.

“사형! 지하 수맥인가 봅니다!”

절벽처럼 깎아지른 협곡의 끝에 엎드려 아래를 흐르는 물을 보며 방상이 소리쳤다.

“주위를 잘 살펴봐! 다른 길이 있는지!”

“예! 사형!”

흩어진 그들은 협곡 일대를 샅샅이 뒤졌지만 다른 길은 보이지 않았다.

협곡을 건너가기 위해서는 협곡 아래로 내려가 용처럼 꿈틀거리며 흐르는 거센 물줄기를 통과해야만 했다.

“사형! 우리 실력으로는 한 번에 물을 뛰어넘을 수가 없겠는데요!”

수십 미터까지 뻗어 가는 강력한 손전등의 불빛으로 협곡 사이에 흐르는 물을 살피던 방상은 절레절레 고개를 흔들었다.

물에 빠지면 거센 물결에 휘말려 몸이 빠져나오기 어려울 것 같았다.

‘음, 장비를 구해서 와야 하나?’

잠시 고민하던 육기천의 눈에 이상한 게 포착됐다.

‘저건 뭐지?’

그는 손전등을 조금 전 지점에 다시 비춰 봤다. 수면 위로 튀어나온 어른 몸통만 한 굵기의 돌기둥이 보였다.

그런데 돌기둥은 하나가 아니었다. 놀랍게도 반대편 협곡 까지 드문드문 놓여 있었다.

“사형, 신기하네요. 물 위에 왜 저런 게 만들어져 있죠?”

“네가 봐도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건 아닌 것 같지?”

“당연하죠. 마치 징검다리처럼 돌기둥이 세워져 있잖아요.”

두 사형제는 점점 이곳이 담기량의 은거지일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을 내렸다.

“저걸 이용해 협곡을 건너가자.”

비록 돌기둥 사이의 폭이 수 미터에 이르렀지만 그들의 무공 수준으로는 어렵지 않게 건널 정도는 됐다.

육기천은 수십 미터 높이의 협곡을 기어 내려가다 어느 순간 손을 놓으며 아래로 뛰어내렸다.

척.

한 사람이 서 있을 만한 돌기둥 위에 무사히 착지한 그는 손전등으로 수 미터밖에 떨어져 있는 다음 돌기둥의 위치를 확인하고는 곧장 몸을 날렸다.

실수라도 하는 날엔 돌기둥 밑에 흐르는 물에 휩쓸려 떠내려 가고 만다.

“방상! 뭐 하는 거냐! 오지 않고!”

앞서가던 그는 뒤를 보며 외쳤다.

“오줌이 마려워서요. 아까부터 참고 있었는데, 도저히 더는 못 참겠습니다.”

방상은 돌기둥 위에서 바지를 내리고 시원하게 오줌을 갈겼다.

“오줌 누다 죽고 싶지 않으면 중심 잘 잡아라!”

한차례 주의를 준 육기천은 돌기둥을 계속 밟아 가며 앞으로 나갔다.

‘이 돌기둥들을 대체 어떻게 세웠을까?’

수면 위에 튀어나온 돌기둥들의 높이는 대략 5미터 전후였다. 이 무겁고 거대한 돌기둥들을 나무처럼 심어 놓은 사람의 공력은 하늘도 놀랄 만큼 대단했을 것이다.

‘담기량의 솜씨일지 몰라.’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그는 맞은편 협곡과 제일 가까운 마지막 돌기둥까지 도착했다.

“이제 이 절벽을 올라가면 되는 건가?”

험한 절벽이었지만 이것을 넘어가면 저 뒤에 담기량이 그를 기다릴지 모른다.

‘약간의 위험은 감수할 수밖에.’

육기천은 거미처럼 절벽에 착 달라붙어 위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뒤에는 방상이 그를 따르고 있었다.

“어!”

억눌린 육기천의 신음 소리에 방상이 아래서 소리쳐 물었다.

“왜 그러십니까, 사형!”

“여기 이상한 게 있다!”

“이상한 거요?”

“거기서 기다려 봐!”

절벽에 튀어나온 암석을 이용해 위로 올라가던 육기천은 너무도 매끄러운 절벽이 등장하자 이상하게 생각이 돼 그 주변을 넓게 확인해 봤다.

놀랍게도 사람 한 명이 드나들 수 있는 크기의 문 형태가 드러났다.

한 손으로 암석을 잡고 몸의 균형을 유지한 육기천은 다른 한 손으로 단검을 꺼내 문으로 추정되는 곳의 테두리에 밀어 넣은 다음 아래로 긁어내렸다.

불꽃과 함께 먼지와 흙이 메워진 일정한 홈이 명백히 드러났다.

‘확실해, 문이다! 절벽에 문이라니?’

그는 아래를 향해 외쳤다.

“방상!”

“예, 사형!”

“문이다! 절벽에 문이 존재한다!”

“예? 문이 있다고요?”

“그래! 절벽 중간에 문이 있어!”

황당한 그의 말에 방상은 빠르게 손발을 움직여 기어 올라와 육기천이 가리키는 곳을 조사해 봤다.

확실히 인공의 흔적이 들어가 있는 문이 존재했다.

“사형, 문이라면 출입하는 곳이 아닙니까?”

“그렇지. 내 생각으로는 이곳이 담기량의 은거지와 통하는 문일 것 같다.”

“그런데 어떻게 들어가죠? 손잡이도 없는 평평한 석문인데.”

“일단 밀어 보자.”

두 사람은 절벽에 매달린 상태에서 내공을 이용해 석문을 밀어 봤다.

하지만 석문은 거대한 협곡의 절벽과 한 몸체인 듯 미동도 하지 않았다.

“사형! 일단 협곡 위로 올라가서 잠시 휴식을 취합시다! 너무 힘이 듭니다!”

“그래, 그러는 게 좋겠다.”

두 사람은 힘이 다하기 전에 절벽을 올라가 협곡 정상에 몸을 뉘였다.

숨을 헐떡이며 휴식을 취한 그들은 협곡 너머에 무엇이 있는지 일단 확인을 해 보기로 했다.

“사형, 막혔습니다. 협곡이 전부인 것 같습니다.”

시커먼 암석 지대를 확인한 그들은 다시 협곡으로 돌아와 가부좌를 틀고서 깊이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사형, 절벽에 존재하는 저 석문이 유일한 통로인 것 같은데, 어떻게 열죠?”

“흠.”

지그시 눈을 감은 육기천은 몸을 좌우로 흔들며 해결책을 모색했다.

그는 폭탄 제조의 전문가다. 당장 사용할 수 있는 몇 개의 고성능 폭탄도 가방에 들어 있다.

정 방법이 없으면 석문에 폭탄을 장치해 파괴하는 수밖에 없는데, 혹시 그러다 석문 뒤에 존재할 통로가 붕괴될까 봐 걱정이 되지 않을 수 없었다.

“방 사제.”

“예, 사형.”

“문이 존재하면 분명 열쇠도 존재할 것이다. 다시 내려가 문 주변을 샅샅이 조사해 보자.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게 있을 수도 있으니까.”

휴식을 충분히 취한 그들은 협곡 절벽을 내려가 석문과 그 일대를 다시 한 번 세밀하게 조사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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