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마나의 눈과 유일 스킬
[미리 알려드릴 수는 없습니다.]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안 된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럼 보상 하나는 내게 가장 적합한 것을 지급해줘.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내가 직접 선택할게. 대신에 하나만 선택하니까 제시하는 것은 세 가지로 줄여도 좋아. 그렇게 해줄 수 있어?'
나호가 발가락 하나를 들어 보이며 미소를 지었다.
잘했다는 표현 같았다.
잠시 반응이 없던 시스템이 띠링 하는 소리와 함께 메시지를 토해냈다.
[띠링! 최초 각성을 축하하는 의미로 특별히 강대한님의 제안을 받아들이겠습니다. 그럼 강대한님의 선택이 용이하도록 저희가 제공할 보상을 먼저 지급하여드리겠습니다.]
[띠링! 축하합니다. 권능 '마나의 눈'을 획득하셨습니다. 마나의 눈에 대한 정보를 확인하시려면 마나의 눈을 터치하시······.]
스킬이나 권능에 대한 정보는 매우 귀한 것이었다.
지금처럼 터치만 하면 알려주는 것이 절대 아니었다.
그런데 시스템은 내가 각성하는 순간부터 상세할 정도로 정보를 알려주고 있었다.
전생에는 죽을 때까지 권능을 가져보지 못했지만 권능을 가진 사람들에게도 시스템이 이런 친절을 베풀지는 않았다고 알고 있다.
스킬이나 권능에 대한 정보도 마나를 지불하고 구매를 해야 하는 것이었다.
같은 이름의 스킬이라도 개인에 따라 조금씩 다르게 적용되기 때문에 자신이 가진 스킬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 마나를 지불하는 것은 당연한 것으로 인식됐었다.
그런데 나에게는 상태창만 누르면 술술 스킬이 가진 기능이나 효과를 알려주고 있었다.
지금만 이렇게 친절한 것인지 아니면 이런 상태가 앞으로도 유지되는 것인지 알 수 없지만 앞으로도 시스템이 이렇게 친절하다면 날개 한 쌍을 더 얻은 것과 다를 바 없었다.
<집사! 어서 확인해 봐. 궁금하다.>
나호가 눈앞으로 둥실 떠오르며 확인을 재촉했다.
무엇이든 다 할 수 있을 것 같은 나호도 내가 상태창을 조작하지 않으면 확인할 수 없는 모양이었다.
나에게 묶여 있고 마음까지 들여다보는 것이 가능해서 상태창 조작 정도는 가볍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의외였다.
'그런데 너 나를 집사로 부르기로 한 거야? 좋은 이름 두고 왜?'
<뭘 그런 걸 따지고 그래. 내 로망이야 로망. 전생에···. 흑! 전생이라고 하니까 서글퍼지려고 하네···. 어? 너의 죽음과 동시에 회귀한 걸 보면 내 삶도 네 죽음과 동시에 끝났던 것이 분명해. 왜 그걸 이제야 깨달았지?>
나호는 그제야 자신의 죽음을 깨달았는지 잠시 충격에 휩싸여 있었다.
<네 죽음은 당연하게 받아들였으면서 왜 내 죽음은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았을까? 그저 네게 붙어 있어서 따라온 것이라고만 생각했어. 그런데 그럴 수 없잖아?>
'회귀라고 해도 단순한 회귀가 아닐 수도 있지. 네가 그냥 회귀했다면 지금 넌 내 옆에 있으면 안 돼. 전생에 이 시기에 넌 여기에 있지 않았으니까. 조금 전까지만 해도 난 너라는 존재도 몰랐어.'
<생각해 보니 그러네. 그런데 회귀라고 하지 않을 수도 없어. 내 몸의 상태가 네가 죽기 직전의 상태가 아니거든. 지금 내 몸의 상태는 전생에 이 시기의 나와 비슷해.>
나호는 내 마나에 기대어 살고 있었기 때문에 내가 지하실에 갇혔을 때부터 나호의 몸도 말라가고 있었다고 했다.
바짝 마른 잎처럼 마나를 0에 수렴하려고 했으니 나호가 영체 상태였다고는 해도 멀쩡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회귀든 아니든 그게 뭐 중요한가? 지금 이렇게 함께 있고 내가 널 볼 수 있다는 것이 중요하지.'
<그것이 그렇게 단순하지 않단 말이야. 단순히 내가 널 따라온 것이라면 내가 실체를 갖는 것은 막연함에 기대야해. 네가 강해지고 한국인의 마나통이 잘 유지되면 실체를 가질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막연함.>
'······.'
<그런데 회귀라면 대변혁의 날 전생처럼 몸을 가지게 될 거야. 전생에도 그랬으니까.>
나호의 눈이 반짝였다.
막연히 기대를 했을 때와는 확실히 다른 눈빛이었다.
그런데 나는 지금 상태의 나호도 나쁘지 않았다.
아무도 보지 못하는 반려동물.
나호 자신이 말했듯이 영체 상태이기 때문에 특별히 신경을 써서 돌볼 필요도 없었다.
대변혁 이후에는 지금처럼 반려동물을 돌볼 수 있는 세상이 아니었다.
사람들의 인식도 지금과는 천지차이였다.
그러니 나호에게도 지금 상태가 더 나을지도 모른다.
<그 눈빛은 뭐야? 설마 내가 실체를 갖는 것이 싫은 거야?>
'아니 꼭 그런 것은 아니고 지금 상태도 나쁘지 않다는 거야. 대변혁 이후의 세상이 어떤지 네가 더 잘 알잖아. 괜스레 사람들에게 핍박받을 필요가 있을까?'
<하하하하! 하하하! 집사. 아니 대한아. 나 이래봬도 영겁에 가까운 삶을 살아온 존재야. 물론 실체 없이 살아왔지만 말이야. 실체를 갖기가 어렵지 가지게만 되면 그걸 이용하는 것은 일도 아니야. 그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아?>
'설마 자유자재로 영체와 실체를 오갈 수 있다는 말이야.'
<당연하지. 그렇지 않았다면 전생에 널 만나기 전에 돌 맞아 죽었을 거야. 대변혁 이후 사람들이 동물을 어떻게 생각했는지 알잖아.>
'그럼 회귀가 더 좋겠네?'
<두 가지가 짬뽕이면 더 좋지. 왜 있잖아? 짜장 반 짬뽕 반!>
나호의 눈이 기대감으로 반짝거렸다.
내가 자신을 볼 수 있는 것을 확인했을 때보다 더 반짝이는 것 같았다.
<내가 회귀했는지 단순히 널 따라왔는지는 차차 알아가기로 하고 '마나의 눈' 효과나 확인해봐. 궁금해.>
'해야지. 잠시만···.'
마나의 눈이라는 생소한 이름의 권능을 확인했다.
<에게! 이게 뭐야? 지금 집사에게는 필요 없는 거잖아. 마나통을 얻을 때부터라면 모르지만 말이야. 마나통을 얻으려면 최소 2년, 아니 비세계가 있으니 최소 1년은 기다려야 하잖아.>
나호는 아직 내 계획을 알지 못하니 이런 말을 하는 것이었다.
비세계가 열리고 비세계로 모든 사람이 불려가는 것이 1년 후이니 그때까지는 마나의 눈이 무용지물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마나의 눈 가치를 모르시는 것 같아 말씀드리는 데 마나의 눈은 그렇게 가볍게 말할 정도의 권능이 아닙니다.]
전생에 들어본 적 없는 권능이니 히든 상점에 있는 권능이었을 것이다.
그것도 한두 개 있을까 말까 하는 권능이 아닌가 싶었다.
히든 상점은 열기도 어렵고 열었다고 해도 원하는 것을 사는데 지불해야하는 마나가 어마어마해서 정말 강자가 아니고는 엄두를 낼 수 없는 것이었다.
'그래. 고마워. 그런데 마나의 눈이 또 존재하는 거야?'
[마나의 눈은 단 하나만 존재하는 권능입니다. 강대한님께서 사망하시면 상점에 다시 등장하겠지만 말입니다. 참고로 '눈'이라는 이름이 붙은 것 중에서는 최고의 권능이라고 자부합니다.]
유일한 것이니 당연히 최고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꼭 그런 것은 아니었다.
전생에도 유일 아이템이나 스킬이라는 것에 속아 마나를 탕진하는 각성자가 많았었다.
그런데 마나의 눈은 유일하면서 최고의 권능이라니 감사할 따름이었다.
당장은 가치가 실감이 나지 않겠지만 사용하기에 따라 최고의 능력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마나가 깃든 물건에 반응을 보인다는데 지금 그런 물건이 있을까? 마나통은 또 어떻고···? 마나통을 소유하면 그 사람의 정보를 볼 수 있다고 하는데 지금은 마나통을 구할 방법이 없잖아? 우리는 당장 움직여야 하는데 말이야.>
나호가 보기에는 마나의 눈은 몇 번을 생각해도 당장은 도움이 되지 않는 권능으로 보이는 것 같았다.
'마나의 눈을 최고로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이 있어. 그러니 잠깐 기다려봐. 이따 설명해 줄게.'
<그거 복수에 관한 거지? 아니 꼭 그래야 해.>
'그래 복수에 관한 거야. 그것도 죽여 달라고 울부짖게 만들 생각이니까 기대해도 좋아.'
<그런 계획이 있다면 얼마든지 얌전히 기다려야지.>
나호의 눈에 독기가 스쳐지나갔다.
[그럼 두 번째 보상으로 넘어가겠습니다. 다음 세 가지 보상 중 한 가지를 선택하시기 바랍니다.]
[1. 스킬 '마나통 수거(유일, F)']
[2. 권능 '소환']
[3. 상점 오픈]
세 가지 모두 무엇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할 수 없을 만큼 중요한 것들이었다.
그래서 먼저 시스템에게 확인해야 할 것이 있었다.
그래야 선택을 할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스킬이 없이 내가 마나통을 얻게 되면 어떻게 되지? 대변혁이 일어날 때까지 그저 보관만 하고 있어야 하나?'
전생에 미우라에이지가 그랬다.
미우라에이지뿐만 아니라 전생의 강자들 중 일부는 운 좋게 비세계로 불려갈 때 주변에 마나통이 있었고, 일정 범위 안에 있는 마나통의 소유를 인정받아 강자가 될 발판을 다질 수 있었다고 했다.
물론 그것이 다는 아니었겠지만 일정 이상의 마나통을 가진 사람은 비세계로 넘어가자마자 상점이 오픈되었다고 했다.
물론 이것도 몇 년 후에나 알려진 정보이지만 말이다.
즉 현재는 남의 마나통을 가지고 있어도 냄새나는 돌멩이에 지나지 않는다는 말이었다.
그런데 각성한 나라면 다르지 않을까 해서 묻는 말이었다.
[강대한님께서는 각성을 한 상태이시기 때문에 마나통을 획득하시면 바로 반영이 됩니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몬스터에 한해서입니다. 인간의 마나통에는 적용되지 않습니다.]
'마나통만 가지면 되는 것이 아니었어?'
회귀를 확인하고 미우라에이지가 그랬던 것처럼 마나통을 획득할 생각이었다.
인벤토리까지 얻었으니 미우라 놈보다 더 쉽게 마나통을 획득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것이 아닌 모양이었다.
[강대한님께서도 전생에 인간의 마나통을 여러 번 보셨을 겁니다. 그런데 수거가 됐습니까? 인간의 마나통이 수거의 대상이 된다는 자체도 모르셨지 않습니까?]
[인간의 마나통을 제대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히든 상점 오픈과 특별한 스킬 획득 등의 절차가 필요합니다. 물론 마나를 지불해야 합니다. 단 비세계로 이동 될 때 일정 이상의 마나통을 보유한 사람에 한해서는 약간의 정보와 함께 일반 상점은 오픈시켜드릴 겁니다.]
시스템이 생각지 못한 정보까지 제공했다.
'그러니까 히든 상점이 아니고 일반 상점만 오픈해준다는 거지?'
[그렇습니다. 인간의 마나통이 거래의 대상이 된다는 약간의 정보와 함께요. 더 많은 정보를 원하면 마나를 지불해야 합니다.]
'나에게는? 나에게는 왜 이런 정보를 제공하는 거지?'
[강대한님께서는 최초 각성과 재각성을 동시에 하신 분이니 특별하게 모시는 겁니다.]
'그럼 계속 이 정도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거야?'
[그렇습니다. 강대한님께서는 성장에 따라 더 나은 서비스도 받으실 수 있습니다.]
<아싸아아! 복수하라고 제대로 도와주겠다는 거네. 에헤라 뒤야아아.>
나호가 폴짝폴짝 뛰며 좋아했다.
'그런데 스킬에 유일은 뭐야? 스킬에 저런 것은 없잖아. 아이템이라면 모를까.'
[유일한 것에는 어떤 것이든 '유일'이라는 단어가 붙습니다. 최초 보상으로 받는 스킬입니다. 그런데 각성자 대부분이 갖게 되는 스킬일리 없지 않습니까. 이번에 보상으로 지급하는 '마나통 수거(유일, F)'는 모든 마나통을 수거할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수거한 마나통의 관리까지 가능하게 합니다.]
[스킬이기는 하지만 권능 이상의 능력을 가진 스킬입니다.]
'그러니까 인간의 마나통도 수거할 수 있게 해준다는 거야? 히든 상점이나 특별한 스킬 없이도?'
[그렇습니다. 유일 스킬이니까요. 마나통 수거에 관한한 거의 모든 것이 가능할 겁니다. 지금은 F급이어서 직접 만지는 것만 수거되지만 점점 발전하면 일정 범위 안의 마나통은 자동 수거될 겁니다.]
자동 수거는 도축 스킬도 가능했다.
스킬 등급을 상승시키고 그만큼 넓은 인벤토리를 가지고 있어야 가능하지만 말이다.
물론 도축 스킬은 인간의 마나통은 수거할 수 없었다.
[유일 스킬의 효과는 일반 스킬의 그것과 비교할 수 없습니다.]
<집사! 시스템이 저렇다는데 뭐로 할 거야? 다 탐이 나기는 하는데 말이야. 유일 스킬을 놓치면 아쉬울 것 같고, 집사의 특성이 소환이라고 하니까 소환 권능을 선택하는 것이 현명할 것도 같고···. 그렇다고 상점을 오픈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이득도 포기할 수 없잖아?>
인류 최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