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당신의 마나통은 안녕하십니까?-18화 (18/350)

18. 소금결정체

옆집을 사는 것이 유리하지만 그렇다고 시세보다 높게 주고 살 필요는 없었다.

집주인을 너무 잘 알기 때문이었다.

집주인은 전형적인 강약약강인 사람이었다.

말은 강하게 하지만 의외로 겁이 많은 사람이기도 했다.

좋게 말을 하면 은근슬쩍 값을 더 부를 사람이기도 했다.

더구나 집주인은 부동산을 오래 소유하지 않고 경매로 산 후 빠르게 처분하는 투자스타일을 가지고 있었다.

적은 돈이라도 매일 통장에 돈이 찍히는 것을 좋아하고 돈이 늘어나는 것을 낙으로 삼던 사람이었다.

그러니 그 심리를 이용하면 부른 값보다 싸게 구입할 수 있었다.

또한 두 번 세 번 오가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이어서 이야기가 잘 되면 함께 가서 바로 모든 처리를 끝내자고 했더니 슬슬 넘어오기 시작했다.

보통 중개 사무소에 서류작업을 맡기는 것과 달리 이 사람은 자신이 직접 처리하는 것을 좋아했다.

성질이 더러운 만큼 깔끔하고 명확하게 처리되는 것을 선호하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이미 돈이 준비된 상태라는 것을 어필했더니 표정이 풀리더니 입 꼬리가 올라가는 것이 보였다.

"여기서 법원이 멀지도 않으니 가서 처리하시죠."

"서류는 빠짐없이 준비 됐소?"

집주인의 목소리가 누그러졌다.

"팔 사람과 살 사람이 직접 가기만 한다면 그 자리에서 다 준비가 됩니다. 지금이 어떤 시댄데···."

공인 중개사 재빨리 이야기했다.

"나도 알아. 간혹 본인 명의의 휴대폰이 없는 경우가 있어서 하는 말이지."

요즘은 관공서에서도 휴대폰 인증을 통해서 신분 확인이 가능하기 때문에 하는 말이었다.

"아휴 사장님도 별 걱정을 다 하십니다. 어서 가십시다. 여기 계약서에 금액 쓰시고 사인만 하면 끝나겠네요."

공인 중개사가 재빨리 마지막에 합의된 금액을 적어 넣더니 집주인에게 내밀었다.

집주인은 다시 한 번 확인을 하더니 사인을 했다.

"집 고치려거든 내 동생에게 말해보시오. 나와 달리 퍼주는 놈이라 괜찮을 거요. 너무 퍼줘서 손해가 나기도 하는 놈이니 너무 뜯어먹지는 말고."

사인을 마친 집주인이 대뜸 명함을 한 장 내밀었다.

명함에는 종합인테리어 업체의 이름과 휴대폰 번호가 적혀 있었다.

어지간한 것은 직접 고칠 생각이지만 챙겨둬서 나쁠 것이 없을 것 같아 명함을 바로 휴대폰에 저장했다.

사장은 성큼성큼 집을 빠져나가더니 앞장서서 걸었다.

키는 작은데 급한 성격만큼이나 걸음이 빨랐다.

녹양역에서 법원은 그리 멀지 않았다.

예전에는 등기관련 업무를 보려면 더 멀리 있는 등기소까지 가야했지만 지금은 법원에서도 모두 처리가 된다는 말을 집주인이 했다.

경매로 재산을 불렸다더니 이런 쪽으로는 빠삭한 것 같았다.

집주인과 동행하니 금세 내 앞으로 집이 넘어왔다.

세금까지 한 자리에서 처리가 되니 깔끔해서 좋았다.

"지금은 세상이 좋아졌어. 예전에는 이런 일도 제법 시간이 걸렸는데 말이야. 나는 끝났으니 가보겠네. 세상이 이리 변했지만 말이야 등기권리증 정도는 받아두는 것도 좋아. 나는 뭐든 종이로 된 것이 좋더라고."

집주인이 뚝 던지듯 말을 하더니 총총히 사라졌다.

<저 사람 우리가 알던 사람 맞아? 온갖 짜증과 스트레스를 유발하던 사람이었는데 은근 귀여운 구석도 있는 사람이네. 사람은 이래서 함부로 안다고 하면 안 되는가봐.>

나호가 사라지는 집주인을 보며 말했다.

'돈을 줘서 그럴 거야. 저 사람 돈을 사랑하는 사람이잖아. 대변혁 이후 돈을 모으지 못하니 얼마나 힘들었겠어? 자신이 가진 통장의 돈은 모두 쓰레기가 되고 부동산도 무너지거나 사라져버린 것이 많았잖아. 미치지 않고 버티고 사는 것만으로도 힘들었을 거야.'

<많이 가진 사람일수록 박탈감이 심하기는 했을 거야. 세상이 뒤집어졌으니까. 돈이 있어서 마나통을 떼어낸 사람은 절대로 각성자가 될 수 없었으니 더 했겠지.>

지금은 등기 권리증이 휴대폰으로 전송되니 굳이 발급받을 필요가 없지만 한 부를 받아 챙겼다.

<혹시 몰라서 챙겨두는 거지?>

'그렇지. 대변혁 직전에 다시 한 부씩 챙겨둘 거야. 확실한 강자가 되어버리면 문제를 제기하는 놈들이 없겠지만 혹시 모르니까 말이야.'

<맞아. 이것도 메모해 둬야겠다. 대변혁 직전에 할 일에 말이야.>

'이미 적어뒀어.'

<역시! 이제 가자! 고향으로!>

"큰아버지. 집에 먼저 들렸다 가야겠어요. 옆집 샀다고 말씀드리고 서류도 드려야 할 것 같거든요."

"그래야지."

우리는 집으로 이동해서 서류와 옆 집 열쇠 그리고 집주인이 준 명함을 건네고 역으로 이동해서 기차를 타고 광주에 도착했다.

자동차를 타고 오면 편하지만 지금 고속도로를 달리는 것은 너무 위험한 일이었다.

광주역에서 차를 한 대 빌려 타고 화순 춘양으로 향했다.

큰아버지께서는 평상시대로 운전을 하셨지만 나와 나호는 엄청나게 긴장을 한 상태였다.

마주 오는 차를 운전하는 사람 중 누가 가슴 통증을 느끼며 들이받을지 알 수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이었다.

<이거 정말 무섭다. 여기서 사고가 나서 집사가 죽으면 나 이제 아무것도 못해. 지금은 내 힘을 모두 잃은 상태야. 알지?>

'걱정하지 말고 가만히 있어. 네가 그러고 있으니까 내가 더 불안하잖아.'

나호는 마주 오는 운전자를 살피겠다며 3미터 앞에 서있는 상태였다.

그러니 자연 몸이 차 밖에 나가있었다.

영체상태이기 때문에 위험하지는 않지만 저런 상태로 있으니 보는 내가 편하지 않았다.

다행히 사고 없이 고향에 왔지만 의정부로 돌아가는 것은 전 국민이 통증을 느낀 이후에 가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이런 상태로는 불안감에 수명이 단축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할아버지 댁은 부모님과 큰아버지께서 한 달에 한 번 정도 오셨기 때문에 정돈이 잘 되어 있는 편이었다.

그래도 비어있는 집이라 냉기가 심해서 보일러 먼저 돌렸다.

보일러를 돌리고 자동차에 실린 짐을 내렸다.

춘양면에서 장을 봐온 것들이었다.

1주일 정도 지내면서 먹을 음식과 물이 대부분이었다.

장 봐온 것을 정리하고 마당에 쌓인 눈을 쓸고 난 후 가장 먼저 한 일은 할아버지 댁에 있는 저온창고를 확인하는 것이었다.

저온창고는 사람이 없을 때도 일정 온도가 유지되도록 관리되고 있었는데 일반 가정집에서는 볼 수 없는 크기였다.

할아버지께서 약초에 조예가 깊은데다 돌아가시기 직전까지 농사를 지셨기 때문에 마련해 둔 것이었다.

창고 안에는 할아버지께서 미처 처분하지 못했던 약재와 일부러 보관해 두신 약재, 각종 술, 효소, 식초, 장아찌 등이 보관되어 있었다.

우리 가족에게는 건강을 유지시켜주는 보물 창고 같은 것이었다.

"뭐 찾는 거 있니?"

"남은 재료가 있나 해서요. 재료가 없으면 직접 구해야 하니까요."

"재료가 뭔데?"

"재료는 의외로 간단해요. 칡과 천연꿀 그리고 죽염만 있으면 돼요."

"그 세 가지만 있으면 된다고? 간단하네. 나는 뭔가 많이 들어갈 줄 알았더니."

"재료는 간단한데 재료를 다루는 것이 좀 까다로워요. 먼저 칡은 꼭 땅속 1미터 아래의 것만 써야 해요. 꼭 겨울에 캔 칡이어야 하고요. 이왕이면 겨울에도 잎이 마르지 않은 칡이 더 좋아요."

"땅을 파기 힘들어서 그렇지 지금 채취하면 가장 좋겠구나."

"예. 사실 칡은 많이 들어가지는 않아요. 칡을 캘 때 꼭 1미터 지점을 표시했다가 그 아래쪽만 쓰고 위쪽은 버려야 합니다. 혹시라도 위쪽이 들어가면 약효가 떨어지거나 아예 없을 수도 있거든요."

"신기하네. 같은 칡인데도 그렇다고?"

"예. 직접 확인했어요."

"그럼 꿀은?"

"꿀은 반드시 천연 꿀이어야 하는데 석청이 더 좋다고 하셨어요. 석청이 없으면 설탕을 먹이지 않고 모은 꿀도 괜찮대요."

<나중에 던전꿀 넣으면 더 좋은데.>

나호가 한 수 거들었다.

"그런 꿀은 요즘은 흔하지 않은데. 꿀의 종류는 상관이 없고?"

"예. 상관이 없다고 하셨어요. 그런데 칡을 다루는 것이 중요해요. 채취를 하면 깨끗이 씻은 다음 잘게 썰어서 바람이 잘 드는 햇볕에 말려야 하고요. 그늘이나 실내에서 건조하면 안 된다고 하셨어요. 그 다음 마른 가마솥에 넣고 구워야 해요. 차를 만들 때처럼 요."

"죽염은?"

"죽염은 꼭 아홉 번 구운 것이어야 하는데 제대로 된 죽염을 구할 수 없으면 간장 속에 가라앉은 소금결정도 좋다고 하셨어요."

간장항아리에 가라앉은 소금결정을 이야기하자 큰아버지의 눈이 커졌다.

"네가 그것을 아는 것 보니 아버지께 들은 것이 확실한가 보구나. 네 나이 또래들이 그걸 알 리가 없지. 간장에 가라앉은 소금결정은 보석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갈아서 나물 무칠 때 넣으면 그 맛이 일품이지."

큰아버지께서 추억에 잠기셨다.

"그런데 꼭 10년 이상 묵은 간장에 가라앉은 소금결정이어야 한다고 하셨어요."

"그거라면 우리 장독대에서도 구할 수 있겠구나. 일순 아주머니께서 요양원 가신다고 하시니 그 집 간장도 항아리 째 사두는 것도 좋을 것 같고. 그 아주머니 댁 간장도 몇 십 년은 됐을 거다."

제대로 된 죽염은 구하기 어려웠다.

차라리 오래된 간장독을 통째로 구입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나중에는 천금을 가지고도 구하기 어려운 것이니 말이다.

"다들 세월이 많이 들어간 것들이구나. 재료가 노출이 된다고 해도 똑같이 흉내를 내기는 어렵겠어. 특허는 어떻게 할 거니?"

"내면 좋지만 내지 못해도 상관없어요."

전생에 미우라 놈은 이 입 냄새 제거제에 마나를 주입해서 가슴 통증을 완화시키기까지 했었다.

물론 대변혁 이후였지만 말이다.

그런데 그 기술은 아무도 흉내를 내지 못했었다.

놈의 스킬이었기 때문이었다.

놈은 오래도록 그것을 숨기고 있다가 대변혁 이후 15년이 지났을 때야 자신의 스킬 때문이라고 밝혔었다.

비슷한 스킬이라도 사보려고 각국의 길드들이 혈안이 되었지만 그 스킬은 이미 존재하지 않았다.

놈이 상점에 있는 모든 스킬을 산 후 폐기해버렸기 때문이었다.

이번에는 놈보다 먼저 상점을 오픈했으니 마나를 모으기만 하면 이런 스킬들을 사 모을 생각이다.

쓸 만한 스킬은 절대 일본 놈들 손에 들어가지 않게 할 것이다.

"이왕이면 특허는 확보해두는 것이 좋기는 하지. 만들고 나면 그건 내가 알아서 하마. 다른 주의 사항은 없고?"

"제대로 된 칡과 꿀, 죽염만 들어가면 돼요. 죽염은 소금결정체로 대체가 가능하고요. 그런데 이렇게 만들면 너무 쉽게 제조법이 노출되잖아요. 그래서 제 생각인데 여기에 생강이나 대추, 감초 등을 넣어서 맛을 다양화 하면 좋을 것 같아요. 취향대로 골라 먹을 수 있게요."

"다른 것이 들어가도 약효에 상관은 없고?"

"없어요. 단! 세 가지 재료는 제대로 된 거야 해요."

"간장소금결정이 그리 흔하지 않을 텐데?"

"세 재료가 많이 들어가지 않아요. 놀랄 만큼 소량만 들어가도 약효가 있어요."

"효과는 바로 나타나고? 효과는 얼마나 지속되는데?"

"마시면 1분 안에 효과가 나타나고 약효는 정확하게 24시간 유지 돼요."

"약으로 마신다면 경제적인 부담이 될 수 있겠는데? 직장인은 매일 사 마셔야 할 것 아니냐?"

"요구르트 병이나 그것보다 작은 병에 담아서 팔면 될 것 같고 가격도 요구르트 가격 정도면 될 거예요. 재료가 구하기 힘들어서 그렇지 단가자체는 높지 않을 테니까요. 재료가 워낙 작게 들어가거든요."

"알았다. 근데 여기 칡이 있을라나?"

할아버지의 저온창고에는 꿀과 죽염은 항상 있었다.

할아버지께서 직접 채취한 석청까지 있었다.

아홉 번 구운 죽염도 있었지만 이 죽염을 만드시던 할아버지 지인은 할아버지보다 더 일찍 돌아가셔서 더 이상 구할 수 없었다.

전생에는 이 안에 든 것들이 이렇게 쓰일지는 모르고 저온창고까지 모두 넘겼으니 미우라 놈은 쾌재를 불렀을 것이다.

꿀과 죽염은 해결이 되었는데 칡이 문제였다.

저온 창고에 말린 칡도 보였지만 언제 캔 칡인지 알 수가 없었다.

햇볕에 말린 것인지도 불분명하고 말이다.

그래서 우리는 바로 장비를 챙겨서 산으로 향했다.

산은 할아버지 댁에서 멀지 않았다.

그리고 요즘 칡을 캐는 사람이 없어서 칡은 지천이었다.

<집사! 지금 칡을 캘 것이 아니라 보물을 먼저 캐야하는 거 아니야?>

경면주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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