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당신의 마나통은 안녕하십니까?-27화 (27/350)

27. 마나통 수거자(유일)

"이 정도면 지금으로는 많이 쌓였다고 봐야지. 마나통 수거 스킬이 더블이었으니까 마나가 1이 됐을 거야."

<아! 더블도 있었지.>

상태창에 나타나는 마나가 이런 특징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각성자가 성장하려면 마나홀과 마나통을 성장시키는 것이 중요했다.

발현율은 절대로 변하지 않는 것이니 마나홀과 마나통을 키워서 자신이 다룰 수 있는 마나를 늘려야 했다.

<마나가 생기고 나니까 집사의 발현율 100%가 새삼 귀하게 다가오네. 예전에는 힘을 쓸 때마다 60%만 집사가 쓰고 40%는 놈에게 자동이체 된 거잖아.>

"기분이 더럽지만 그런 거지. 우리 부모님의 마나통에 담기는 마나는 그놈이 다 먹었고 말이야."

일반인도 마나홀과 마나통이 자랐다.

물론 마나도 획득할 수 있었다.

그래서 일반인들도 부지런히 던전에 다녔다.

직접 사냥은 할 수 없지만 짐꾼이라도 하면서 던전의 마나를 흡수하기 위해서였다.

각성자에 비해 훨씬 적은 양이지만 그것이라도 스스로 보충해야 가족에게 부담을 주지 않을 수 있었다.

각성자도 그렇지만 마나지갑이 생기면서부터는 마나지갑의 마나가 0에 수렴하면 엄청난 고통을 느꼈다.

어떻게 해서든 자신의 마나통 크기 이상의 마나는 유지를 해야 했던 것이다.

지금 세상 모든 사람들이 고통을 당하고 있는 것도 마나통을 1이상으로 키우기 위한 것이기도 했다.

아무튼 그렇게 부지런히 마나를 쌓아놔도 일반인은 마나 사용에 제한이 많았다.

능력치를 개방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마나통이 팔리지 않았다고 해도 이것은 마찬가지였다.

일반적으로 발현율 30% 미만은 절대로 각성을 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힘을 쓸 때마다 30%만 방출이 되니 효율이 너무 떨어지는 것이었다.

그런데 대변혁 이후 마나통을 떼어내지 않았는데도 발현율이 0%인 사람들이 있었다.

각성을 가리는 비세계에서 각성예외자, 즉 절대로 각성을 할 수 없는 사람으로 분류된 사람들이었다.

이런 경우 마나통으로 들어가는 모든 마나는 사라졌다.

누군가가 마나통을 구매하지 않았다면 그냥 사라지는 것이고, 누군가가 구매했다면 구매한 사람에게 가는 것이었다.

물론 이런 사실은 오랜 세월이 흐른 이후에 몇몇 양심적인 각성자에 의해 드러난 사실이지만 말이다.

마나통이 팔린 것을 안 이후 마나를 채우지 않을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럴 수 없었다.

엄청난 고통 때문이었다.

팔린 마나통일수록 마나를 갈구했기 때문에 더 부지런히 던전을 다니며 마나를 채워 넣든지 아니면 마나를 구매해서 넣어야 했다.

대변혁 이후 마나가 마나지갑 또는 마나카드, 마나현금 등으로 불린 이유가 이것 때문이었다.

어린 아이들을 제외한 모든 사람에게 상태창이 생기고 마나가 생기면서 서로 주고받을 수도 있었다.

거래의 대상이 되기도 하고 동시에 결제수단도 되었던 것이다.

모든 사람이 마나가 필요한 세상이고 상태창을 통해 안전하게 거래할 수 있게 되면서 물건이나 노동력을 제공하고 마나를 받아서 사용하는 일반인들도 있었다.

물론 일반인이 제공하는 노동의 가치가 하락한 세상이었지만 말이다.

<집사! 새로운 직업 얻었잖아. 그것도 듣도 보도 못한 유일 직업이래. 어서 확인해봐.>

나호는 마나통 수거자(유일) 직업을 궁금해 했지만 나는 이름만 들어도 무슨 직업인지 알 것 같았다.

하지만 스킬명과 같은 직업에다 유일까지 붙어있으니 살짝 호기심이 일기는 했다.

[직업 마나통 수거자(유일)은 스킬 마나통 수거(유일)을 가진 채 처음으로 온전한 마나통을 수거한 단 한 사람에게만 주어지는 직업입니다.

이 직업을 가진 사람에게는 '일반 마나통 저장고'가 아닌 'EX급 마나통 저장고'가 지급되고 히든 상점 '마나통'이 자동 개방됩니다.

마나통 저장고에 입고되는 마나통의 개수가 늘어나면 마나통 저장고에 특별한 기능이 추가 될 수 있고, 히든 상점 마나통 내에서 유일 직업자만 구매할 수 있는 특별한 스킬이나 권능, 아이템이 추가될 수 있습니다.

또한 매물로 나온 마나통을 50% 할인된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습니다.

'마나통 수거자(유일)'을 직업으로 가진 사람의 마나통은 어떤 방법이나 이유로도 거래의 대상이 되지 않습니다.]

<집사! 엄청나다. 마나통 수거자가 기억술사보다 오히려 더 좋은 것 같은데? 변할 세상에도 더 적합할 것 같고.>

"내 생각도 그래. 주어진 특전도 엄청나고. 이런 상태창은 죽기 전에도 가져보지 못했는데···."

<메시지는 이게 끝이야?>

"아니야. '인류 최초로 직업을 두 개 가진 각성자'라고 마나통 상점에서 구매할 수 있는 스킬 획득권 한 장도 추가로 받았어."

<그럼 벌써 스킬만 세 개 확보해 둔 거잖아. 엄청나다. 어서 마나가 모이면 좋겠다. 그런데 마나는 왜 이리 안 모여?>

"시간이 필요해. 너는 비세계를 가보지 못했지?"

<말만 들었지. 집사와 회귀를 하고 기대하고 있는 것 중의 하나가 바로 비세계야. 이번에는 집사와 함께 가게 되겠지?>

"알 수 없지. 함께 갈 수 있도록 해야지."

<나중에 마나가 풍부해지면 정보를 사서라도 나 데리고 갈 수 있는지 알아봐줘.>

"그래. 그럴게. 네가 있으면 나도 훨씬 편할 테니까 말이야. 아무튼 비세계에 처음 갔을 때 처음으로 상태창을 보게 돼. 각성자가 되지 못하는 사람들은 비세계에 대한 기억을 잃기 때문에 기억하지 못하겠지만 말이야."

<그래서?>

"나도 비세계에 처음 갔을 때 본 상태창은 기억하지 못해. 전반부는 기억에 없으니까. 그리고 이상하게 상태창이나 능력치에 대한 것은 기억이 나지 않더라."

<그건 모두 동일하잖아. 집사만 기억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야.>

"비세계에 갔을 때가 마나통증을 느끼고 나서 1년 후였어. 그러니 마나통과 마나홀이 아직 1이 되지 않았을 거야. 무슨 말인지 알겠어?"

<그만큼 쌓이는 마나가 적다는 소리지?>

"맞아. 우리가 지금까지 한국에서 모은 마나에 이번에 마나통을 수거하면서 모은 마나까지 합쳐서 1이면 나는 솔직히 엄청나다고 생각해. 비세계를 다녀오고 대변혁을 맞을 때까지도 마나가 1이 되지 않은 각성자도 차고 넘치게 많았었어. 기억해?"

<이제야 기억이 났어. 그 이후의 세상에 익숙해져서 잊고 살았나봐. 나중에는 아무리 상태창이 좋지 않은 사람들도 마나홀과 마나통의 크기가 상당했으니까.>

"솔직히 나도 그때에 익숙해져서 모두 1이라는 숫자가 어색하긴 해. 하지만 지금으로 치면 엄청난 거지. 마나통에는 마나가 가득 찬 것에 만족해야 하고."

마나홀과 마나통이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마나가 1이 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런데 유일 직업과 유일 스킬 덕분에 마나가 1이 된 것 같았다.

<이제 103인의 마나통은 집사 거잖아. 그치? 그 사람들이 쌓는 마나는 온전히 집사에게 들어오는 거고?>

"모은 마나가 다 들어오지는 않지. 마나통 용량보다 많은 마나를 모으면 일반인들도 화폐처럼 사용이 가능하니까. 마나통의 크기만큼 내가 얻게 되는 거지."

<집사가 부지런히 수거한 마나통의 마나를 사용하면 마나통을 떼어낸 사람들의 마나통에 더 빨리 마나가 쌓일 테니까 집사가 다 사용하는 것과 같잖아. 미우라 놈은 악랄한 정도로 가져갔었어.>

수거한 마나통도 성장한다.

대변혁 전까지는 통증을 느끼지 못하겠지만 그 이후에는 통증과 함께 성장하는 것이다.

수거한 마나통을 어떻게 다루냐에 따라 성장속도도 조금은 달라질 수 있다.

미우라 놈이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미우라 놈은 우리나라 사람들의 마나통을 사들이고는 마나통을 엄청나게 굴렸다.

실제로 마나통 저장고 안에서 굴리는 것이 가능하단다.

그렇게 굴리면 마나통의 원래 소유주는 고통을 느끼게 되고 그만큼 마나통의 성장도 빨라진다고 했다.

자신이 쓰지도 못할 마나 때문에 평생 고통을 느끼고 사는 것이다.

전생에는 유난히 마나통증이 심한 우리나라 사람들을 향해 엄살이 심하네, 마나에 대한 거부반응이 심한 하등한 민족이네 등 입에 담지 못할 말들이 통설처럼 자리 잡았었다.

그 모든 것이 미우라 놈 때문이라는 것을 모른 채 말이다.

하긴 우리만 모르고 있었을 것이다.

강대국들의 정보 단체들과 각국의 강자들 그리고 우리나라의 강자 중 상당수는 알고 있었을 것이다.

알면서도 모른 체하는 것은 물론이고 뒤로 검은 뒷거래가 있었을 것이 분명했다.

아무리 강하다고는 해도 한 사람이 한 나라 국민의 마나통을 90% 이상 소유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았다.

당시에는 한 사람이 대부분을 소유하고 있다고는 생각지도 못하고 우리 부모님의 마나통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을 찾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했었다.

물론 죽기 직전에야 알게 되었지만 말이다.

"그랬지. 미우라 놈이 다 가져갔지. 진액까지 아주 쪽쪽 뽑아 먹었지. 이번에는 내가 그렇게 해야지."

<지금도 마나통 굴리는 것이 돼?>

"지금은 안 돼. 대변혁까지는 안 된대. 잠겨있어."

<지금부터 가능하다면 바로 굴려줄 텐데. 아! 그럼 일본 놈들이 수술에 효과가 없다고 마나통을 떼어내지 않아서 안 되겠구나. 집사 마나통 저장고 확인 한 번 해봐. 어떻게 생겼는지 보게.>

양심 고백을 한 각성자에 의해 마나통을 누군가가 소유한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부터 마나통 저장고라는 것이 알려졌다.

마나통 저장고는 인간의 마나통만을 저장하는 곳이라고 했다.

몬스터는 잡아서 도축을 하든 해체를 하든 잡은 사람에게 공헌도에 따라 마나가 분배되고 마나통은 사라졌다.

그러니 일반 각성자에게는 마나통 저장고 자체가 필요 없었고 주어지지도 않았다.

간혹 몬스터의 몸에서 마나홀이나 마나통을 성장시키는데 도움이 되는 것들이 나오기도 했지만 그것들은 모두 인벤토리에 보관이 되었다.

인벤토리를 구입하지 못한 사람에게는 작은 물건은 손안에, 큰 물건은 획득한 사람의 앞으로 떨어졌다.

그러니 마나통 저장고는 나도 처음 가져보는 것이었다.

약간은 떨리는 마음으로 마나통 저장고를 생각했다.

그러자 인벤토리와 비슷한 것이 눈앞에 나타났다.

당연하게도 나에게만 보이는 것이었다.

<집사! 이거 신기하다. 안에 마나통들이 있어. 집사 저거 한 번 집어봐. 만져지기도 하나?>

나호는 내 상태창과 마찬가지로 마나통 저장고도 볼 수 있는 것 같았다.

"보여?"

<보여. 그것도 아주 잘 보여. 흐흐흐! 일본 놈들의 마나통이 103개나 있다니. 정말 감개무량하다. 마나통 저장고에는 살아있는 사람들 것만 들어오는 거지?>

"당연하지. 죽은 사람의 마나통은 마나가 흡수되면 사라졌잖아."

<죽은 사람의 마나통에도 계속 마나가 찬다면 참 좋을 텐데.>

"생명활동이 끝난 사람의 마나통인데 어떻게 마나가 차겠어. 당연히 불가능하지."

<에이. 집사. 너무 그렇게 생각하지 마. 사실 떼어낸 마나통에 원소유자의 마나가 보충된다는 것이 더 신기한 일이잖아. 안 그래?>

"그렇기는 하지. 그러니 전생에 누구도 이런 일이 가능하다는 것을 상상조차 하지 못했지."

<집사! 이 마나통들 수거할 때 들어있던 마나는 바로 집사에게 들어온 거지?>

"그렇지. 왜? 언제 또 차는지 궁금해?"

<맞아. 언제 또 차? 아니 언제 집사에게 마나가 전달되는 거야?>

"대변혁 전까지는 매우 더디게 찰 거야. 수거할 때도 마나가 얼마 없었잖아. 더구나 떼어낸 사람들은 대변혁까지는 고통이 없기 때문에 마나통은 더 이상 자라지는 않을 거야. 대변혁 이후에는 더 고통을 느끼면서 마나통이 자라겠지만."

<이런 사실을 알면 누구도 돈 들여가면서 수술 받지 않을 텐데.>

"안타까운 일이지. 그리고 이것으로 인해서 세상이 많이 변하기도 했잖아."

<판세 변화가 심했지. 기존의 권력자와 부를 가지고 있던 사람들의 발악도 심했고.>

2029년 비세계로 불려갔을 때부터 마나통을 떼어낸 사람들은 비참한 생활이 시작되었다.

각성을 하지 못하니 그 시간들을 기억하지 못했지만 말이다.

하지만 비세계는 시작에 불과했다.

발현율이 낮더라도 마나통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그나마 나았다.

각성까지는 아니더라도 자신이 모은 마나를 조금이라도 자신을 위해 사용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마나통을 떼어낸 사람들은 기존에 자신들이 가진 것을 지키는 것도 힘겨웠다.

마나통을 떼어내는 수술을 한 사람들은 주로 가진 것이 많은 사람들이었으니 자연스럽게 세상의 판도가 바뀔 수밖에 없었다.

미우라 놈처럼 가진 것이 많으면서도 수술을 하지 않았던 놈도 있었지만 말이다.

<집사! 마나의 눈으로 마나통의 원소유자에 대한 정보를 알 수 있다고 했잖아? 그거 한 번 해봐. 어떤 정보가 나오는지 궁금하다.>

마나통 저장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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