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당신의 마나통은 안녕하십니까?-28화 (28/350)

28. 마나통 저장고

"잠시만."

먼저 마나통 저장고에 보관되어 있는 마나통을 하나 집어 들었다.

<오오오! 집어지는구나. 어떻게 보면 인벤토리와 비슷하네. 마나통 전용 인벤토리라고 생각해도 되겠다.>

"여기에 마나통이 많이 입고되면 다른 기능도 생긴다고 하니까 기대해봐야지."

<집사의 마나통 저장고는 EX급이잖아. 다른 사람들은 F급부터 시작하는 거야? 어떤 차이가 있을까?>

"대변혁 이후의 삶은 마나가 없이는 그 어느 것도 공짜로 주어지지 않았잖아. 마나통 저장고도 마찬가지래. 더 많은 마나통을 보관하고 싶으면 마나통 저장고의 등급을 마나를 주고 올려야 하나봐."

<집사는 그런 비용을 추가로 지급할 필요가 없는 거고?>

"그렇지. 이것만으로도 엄청난 특혜지. 거기다 기능도 추가해준다잖아. 열심히 복수하라고 멍석 깔아주는 거지."

<다른 각성자들이 마나통 저장고를 가져도 보관 기능이외에 다른 기능은 없을 거란 말이지?>

"이렇게 손으로 만지는 것도 안 된다고 하더라. 나처럼 원소유자의 정보를 알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이런 것들은 마나홀과 마나통에 대한 정보에 나와 있던 내용이었다.

<특정인의 마나통을 살 수 없다는 거야?>

"원칙적으로는 그렇대. 추가 비용을 지급하면 가능하겠지. 조금 복잡한 절차가 있겠지만."

<집사도 그러려나?>

"확실하게는 모르겠어. 아직 마나통이 매물로 나와 있는 것은 아니잖아. 나중에 차차 알게 되겠지. 이거부터 확인할게."

마나통 저장고에서 꺼낸 마나통의 정보를 읽는다고 생각했다.

그러자 마나통의 원소유자의 정보가 읽히기 시작했다.

[1. 야마시타 하루나(일본, 여, 47세)]

[마나홀: 아직 수치로 나타낼 수 없습니다.]

[마나통: 아직 수치로 나타낼 수 없습니다.(발현율 0%)]

[마나: 아직 수치로 나타낼 수 없습니다.]

<별 것 없네? 나는 대단한 정보라도 나올 줄 알았더니.>

나호가 마나통 원주인의 정보를 보고는 실망하며 말했다.

하지만 이 정도 만으로도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이름과 나라, 성별, 나이, 마나홀과 마나통의 크기와 마나까지 나타내고 있었다.

지금은 아무것도 아닌 정보 같지만 이것만 해도 엄청난 정보였다.

이것은 죽은 사람이 아니고 산 사람의 정보이기 때문에 더 귀한 정보였다.

지금도 사용하기에 따라 상당히 가치 있는 정보가 될 수 있지만 대변혁이후에는 더더욱 가치 있어질 것이다.

<에이. 실망이야. 이게 뭐야? 너무 부실해.>

"전혀 부실하지 않아. 의료 정보는 공개되지 않는 거 알지? 그런데 나는 누가 마나통을 떼어냈는지 다 알 수 있어."

<그건 그렇지만 그걸 어디에 써? 그리고 요즘 수술 받는 사람들 방송에 나와서 수술의 장점을 떠벌리고 다니잖아. 모두가 아는 사실인데 얼마나 가치가 있을까?>

"그런 사람만 있겠어? 그리고 대변혁이후에는 마나는 개인이 가진 자산과 같아. 알지? 그걸 언제든 볼 수 있잖아. 엄청난 거지."

<생각해 보니 그러네. 마나홀과 마나통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마나는 사용하기에 따라서 여러모로 활용이 가능하겠네. 히히히. 일본 놈들 등골까지 뽑아먹을 수 있게 된 거였어. 으흐흐흐!>

한밤중에 약간 음산한 웃음을 흘리고 있는 나호였지만 이 소리를 아무도 들을 수 없었다.

나호의 웃음소리를 들으면서 다른 마나통의 정보도 확인했다.

굳이 만지지 않아도 확인을 한다고 생각을 하면 확인이 되었다.

그런데 처음 확인한 야마시타 하루나부터 번호가 매겨져 있었다.

나중에는 이 번호로 마나통 관리가 수월해질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수거한 마나통을 확인하고 있을 때 생각지도 못한 사람의 마나통이 있었다.

[44. 미우라 켄타(三浦健太) (일본, 남. 58세)]

미우라의 아버지인 미우라 켄타의 이름이 나온 것이다.

동명이인일 수 있지만 나이까지 같은 것으로 봐서 미우라 에이지의 아버지가 확실한 것 같았다.

화장(花葬)주식회사의 사장으로 꼴통 극우익이고 돈을 아끼기 위해 외국청년들을 고용하는 놈이었다.

대변혁이후 일반인임에도 아들의 힘을 믿고 온갖 나쁜 짓을 다 하던 놈이기도 했다.

<집사! 설마?>

"맞아. 미우라 놈의 아버지야. 이렇게 쉽고 빠르게 미우라 놈 주변 사람들의 마나통을 확보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는데···."

<이걸 나중에 굴리면 놈도 괴롭겠지?>

"미우라 부자(父子)는 사이가 좋지 못했어. 서로가 바라는 상과 너무 거리가 멀었거든. 소 닭 보듯 하는 사이지."

<그랬던가? 미우라 아버지에 대해서는 관심을 가져본 적이 없어서 모르겠네.>

"미우라 아버지가 대변혁 전에 미우라를 많이 못마땅하게 생각했거든. 미우라는 애니메이션에 빠진 오타쿠였어. 미우라 놈 아버지는 미우라가 번듯한 사업가가 되기를 바랐는데 말이야."

<아들을 몰라도 너무 몰랐네.>

"미우라 아버지도 마찬가지였어. 끊임없이 여자를 갈아치웠거든. 그러면서 정작 이혼은 하지 않았지. 여기 있네."

[64. 시미즈 히나(일본, 여, 28세)]

<시미즈? 익숙한데?>

"네가 생각하는 사람 맞을 거야. 여기 사무실에서 일하는 여자. 평범한 이 여자가 어떻게 벌써 수술을 받을 수 있었겠어? 시미즈는 미우라 아버지와 내연의 관계야. 얼마나 갈지 모르겠지만···."

전생에 내가 있을 때 시미즈는 자신이 마치 미우라 아버지의 본처나 되는 듯이 행동했었다.

당장 결혼이라도 할 것처럼 굴었지만 그것이 가능할 리 없었다.

미우라 아버지에게 시미즈 같은 여자는 한두 명이 아니었던 것이다.

마나통의 정보를 계속 확인 했다.

어쩐지 익숙한 이름들도 있어서 확인을 하니 모두가 알만 한 사람들이었다.

[79. 다카히시 고레키요(일본, 남, 63세)]

일본의 유명한 금융가다.

그의 자산 규모는 자신조차 정확하게 파악할 수 없다고 알려졌는데 대변혁 이후에도 가지고 있던 부동산으로 경제적인 부는 유지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83. 하시모토 토오루(일본, 남, 53세)]

정치인이자 유명한 혐한주의자로 대변혁 이후 미우라가 우리나라에 발을 뻗기 시작할 때 함께 들어 왔던 남자였다.

미우라처럼 한국인의 친구라는 탈을 쓰고 왔던 놈이다.

[90. 리징웨이(중국, 남, 38세)]

인터넷을 확인하고야 알게 된 사람으로 중국의 젊은 사업가였다.

[103. 후지무라 사쿠라(일본, 여, 57세)]

이 여자도 일본의 유명 여성 경제인으로 백화점으로 부를 불린 사람이었다.

"초반이라 그런지 이름만 대면 알만 한 사람이 많네."

<이거. 나중에 집사에게 힘이 되어야 할 텐데.>

"지금은 이 사람들을 특별하게 이용할 생각은 없어. 아니 이용할 수도 없지. 당장은 지배가 활성화 되어 있지도 않으니까."

<정신지배 스킬을 사면 가능하지 않을까?>

"일반 정신지배 스킬은 아무 효력이 없을 거야. 마나통과 관계되는 것이어야 할 거야. 마나통 저장고에 입고되는 마나통의 숫자가 늘어나면 기능이 생긴다고 했으니까 그때까지는 기다려보는 것이 좋을 것 같아."

마나홀과 마나통에 대한 정보를 통해 전생에 비해서는 많은 것을 알고 있었지만 아직은 많이 부족했다.

어쨌든 첫 시작으로 103개의 마나통을 수거한 것은 엄청난 것이었다.

하지만 그 이후 원하는 만큼 마나통을 모으는 것은 쉽지 않았다.

의료 폐기물은 일주일에 한 번씩 소각을 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꾸준히 마나는 소량이지만 모이고 있었다.

죽은 사람의 마나통에서 마나를 모으고 있기 때문이었다.

직접 화장한 유골에 접근할 방법은 없어서 나호를 통해서 마나를 모으다보니 마나통에 모인 마나의 오분의 일만 들어오고 있었지만 말이다.

이것도 엄청난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살아있는 사람의 마나통을 조금이라도 더 모으고 싶었다.

그런데 당장은 방법이 없었다.

<집사! 화장한 유골이라도 직접 만질 수 있으면 좋을 텐데.>

"조만간 그렇게 될 거야. 유골 전체는 만지는 일은 없을지라도 화장하고 나온 마나통은 만지게 될 거야."

이제 슬슬 떼어낸 마나통에서 냄새가 심하다는 것이 알려지고 있었다.

참아낼 수 있는 냄새가 아니라는 것이 알려지면 화장한 유골에서도 따로 빼내달라고 할 것이었다.

<전생에도 이때쯤부터였어?>

"맞아. 3월이 오기 전부터라고 했어. 내 전임자가 하던 일이기도 했지. 필리핀 청년이었는데 몇 달 버티지 못하고 자기 나라로 갔다고 하더라고. 이번에는 내가 오게 됐지만 말이야."

내가 오지 않았다면 아마 필리핀 청년이 이 자리에 서 있었을 것이다.

필리핀 청년은 화장장을 동시에 운영하는 장례식장 안에 숙소가 있다는 것부터 힘겨워했다고 했다.

이런 나의 예상은 정확했다.

이곳에 온지 정확하게 열흘째 되는 날부터 화장한 유골에서 마나통을 빼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것들은 의료폐기물로 다시 처리를 했다.

유골에서 빼낸 마나통은 당연히 내 손에 들어올 수 있게 되었다.

죽은 사람의 마나통은 마나를 흡수하면 사라졌다.

아직은 미량이 쌓여있는 마나지만 이제 오분의 일이 아닌 전부를 흡수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갔다.

5월 중순이 되자 이제 어린 아이들을 제외한 세계 모든 사람이 마나통증을 느꼈다.

수술이 아니고는 마나통증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세계적으로 마나통을 떼어내는 수술이 확산되고 있었다.

그중 가장 적극적인 나라가 일본이었다.

오션 28이 일본 때문에 생겨난 질병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시작한 수술이 일본을 오션 28에 가장 잘 대처한 나라로 만들어주고 있었다.

의료폐기물 전용 화로를 통해 처음에는 103개의 마나통을 수거했지만 그 다음 주에는 280개를 수거했다.

그만큼 수술이 빠르게 늘어난 것이었다.

5월까지 수술만 늘어난 것은 아니었다.

입 냄새 제거 음료인 독도의 판매량도 무서울 정도로 늘어나고 있었다.

효능이 알려지면서 독도를 사서 열 배 이상의 비싼 가격으로 되파는 사람들도 있어서 단속을 해야 할 정도였다.

우리나라에 방문했다가 먹어보고는 수입을 하겠다는 곳도 많이 있었지만 아직은 국내 물량을 감당하는 것도 버거웠다.

물량 감당이 된다고 해도 앞으로 2년간은 최대한 수출은 하지 않을 것이다.

그 사이에 마나통 천 개를 수거했을 때 마나통 저장고에 기능이 하나 생겼다.

'분류' 기능이었는데 키워드로 마나통을 분류해서 관리할 수 있는 기능이었다.

<집사! 저기야. 저기 장례식장인 것 같아.>

요즘 나는 주말마다 일본 곳곳을 누비고 있다.

마나통을 찾아다니는 것이었다.

마나통을 떼어내는 수술을 받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마나통을 많이 얻고는 있었지만 만족할 만한 숫자는 아니었다.

그래서 시간이 날 때마다 각 도시의 장례식장을 방문하고 있었다.

"어? 오늘은 여기 장례식이 없네. 다른 곳으로 가봐야겠어."

<어쩔 수 없지. 여기 말고 장례식장 또 있지?>

"세 곳 더 남았어. 걱정 마."

한국의 장례식장이야 출입이 자유롭지만 일본은 아니었다.

출입을 막는 것까지는 아니었지만 어떤 분의 장례에 참석하러 온 것인지 묻는 경우가 많아서 장례가 없는 날 장례식장을 찾는 사람은 이상한 사람 취급 받기 딱 좋았다.

장례가 있는 날은 다행히 장례식장 입구에 누구의 장례식이 몇 시에 있는지, 어떤 절차로 진행이 되는지, 가족은 어디에 있는지가 표시가 되어 있어서 얼렁뚱땅 둘러대기 쉬웠다.

남은 세 곳의 장례식장을 돌았지만 모두 헛걸음이었다.

미량의 마나라도 모으려고 움직였던 것인데 힘이 쭉 빠졌다.

옆 도시까지 다녀오느라 피곤한 채로 숙소로 돌아오는데 뒤에서 부르는 소리가 났다.

"야! 도둑고양이 마냥 밤늦게 어딜 다녀오는 거야? 너 요즘 수상해?"

미우라 놈이었다.

<저놈은 좋은 집 두고 왜 여기 숙소에 사는 거야? 도대체가 이해가 되지 않는 놈이야.>

'집이 편안하지 않으니 그렇겠지.'

"왜? 대답이 없어? 왜 이리 늦게 다녀? 한국인이 늦게 다니면 오해 받기 딱 좋아. 요즘 한국인들에 대한 인식이 안 좋은 거 몰라?"

생각해 주는 척 하고 있지만 미우라는 지금 시비를 걸고 있었다.

때론 노골적으로, 때론 은근하게 시비를 걸어서 문제를 만드는 것을 좋아하는 것이 미우라였다.

문제가 생기면 늘 자신에게 유리하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 알고 있는 것이었다.

대답을 하지 않고 내려다보고 있자 슬쩍 올려다보더니 다시 말을 이었다.

"너 이번 달 월급 좀 받았더라? 처음에 고용 계약서를 기가 막히게 작성했다며? 어떤 식으로든 추가로 일한 것은 수당을 받을 수 있도록 작성을 했다던데? 그런 것은 어디서 배운 거야?"

대답할 가치가 없는 질문이라 어깨를 으쓱 하고 말았다.

겨우 나보다 두 살 많은 놈이었다.

"한국 놈들은 참 건방져. 수당까지 야무지게 챙겨간다고 하니까 너 내일부터 부지런히 출장 좀 다녀야겠다. 네가 그렇게 화로 청소를 잘 한다며? 도쿄는 물론이고 인근의 화장장 화로는 다 청소한다고 생각하고 있어. 흐흐흐!"

놈이 나에게 한 방 먹였다는 표정을 지으며 제 숙소로 들어가 버렸다.

<저놈이 예쁜 짓을 할 때도 있구나. 하하하! 놈이 나중에 이 일의 의미를 알면 어떤 표정을 지을까? 하하하하!>

나호가 즐거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렇지 않아도 생각보다 마나통 수거가 원활하지 못해서 걱정했는데 잘 됐네."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은 것만도 다행이지. 집사의 청소 실력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 바보 같은 생각이지만 말이야.>

됴쿄의 의료폐기물은 내가 있는 장례식장에서 다 처리를 하니 냄새가 나지 않았지만 다른 곳은 아니었다.

어떠한 방법으로도 사라지지 않는 냄새 때문에 골머리를 썩고 있었던 것이다.

화장(花葬) 주식회사는 됴쿄에만 장례식장을 운영하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화장장과 장례식장을 동시에 운영하는 주식회사로 일본에서 순위권에 드는 회사였다.

됴쿄 인근 도시에도 화장(花葬) 주식회사에서 운영하는 장례식장은 차고 넘칠 정도였다.

이 도시들을 돌면서 화로를 청소한다면 훨씬 많은 마나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내일이 기대되네."

자동 입고, 자동 수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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