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당신의 마나통은 안녕하십니까?-29화 (29/350)

29. 자동 입고, 자동 수거

마나통을 수거하면 수거된 마나통은 내 '마나통 저장고'로 이동한다.

현실에서는 마나통이 사라지고 일종의 아공간으로 이동을 해버리는 것이었다.

그러니 냄새가 날 리가 없었다.

다른 곳에서는 어떻게 해도 냄새가 사라지지 않아 문제가 되는데 내가 있는 장례식장에서는 문제가 되지 않자 이상하게 생각하면서도 워낙 깨끗하게 청소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일본인이었다면 뭔가 특별한 점이 있는지 살폈을지 모르겠지만 한국인이다 보니 인정하기 싫어서라도 청소라는 이유로 한정짓고 폄하하는 것이었다.

어떻게 생각하면 기분이 나쁠 수도 있는 일이었지만 저런 생각들이 나에게는 참으로 다행스러운 것이었다.

아직은 누구의 관심도 달갑지 않기 때문이었다.

어쨌든 이곳에서 나, 강대한은 시간이 흐를수록 냄새가 많이 나는 의료 폐기물 전용 화로를 전문으로 청소하는 사람이 되어갔다.

화장장에 있는 의료 폐기물 전용화로 뿐만 아니라 의료폐기물만 전문으로 처리하는 업체들의 화로까지 출장청소하게 되면서 마나통의 숫자는 빠르게 늘어갔다.

그렇게 6월의 어느 날이었다.

열심히 화로 청소를 하고 있는데 반가운 음성이 뇌리에 울렸다.

[띠링! 축하합니다. 온전한 마나통이 일만 개 수거 되었습니다. 이에 대한 보상으로 마나통으로 파악할 수 있는 정보가 늘어납니다. 늘어난 정보는 직접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마나통 저장고에 마나통이 일만 개 입고된 기념으로 마나통 저장고의 기능이 추가되었습니다. 추가된 기능은 '자동 입고'입니다. 이 시간이후 강대한님 반경 50센티미터 안의 마나통은 자동 입고됩니다. 이는 '온전한 마나통'에만 해당됩니다.]

<집사! 이거 살아있는 사람들의 마나통만 자동 입고된다는 말이지? 수술로 떼어낸 마나통들 말이야.>

"맞아. 앞으로는 한결 마나통을 수거하는 것이 쉬워지겠다."

<이왕이면 1미터 아니 3미터 정도 해주지. 50센티미터는 너무 했다. 관계자가 아니면 그렇게 가깝게 접근하는 것이 어렵잖아.>

"긍정적으로 생각하자. 이게 어디야. 안 그래? 자동 입고되면 적어도 화로에서 놓치는 마나통은 없을 거야."

<그렇기는 하지.>

화로를 청소하면 모든 마나통을 수거할 수 있을 것 같지만 그렇지 않았다.

메시지는 끊임없이 근처에 수거할 마나통이 있다고 하지만 수거할 수 없는 것들이 있었다.

화로의 틈으로 파고든 마나통들이었다.

소각을 하고 나면 마나통은 좁쌀만 한 것도 많았다.

워낙 작다보니 화로 바닥의 틈으로 박혀버리면 빼낼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있는 것을 알면서도 빼낼 수 없는 경우가 있었는데 이제 그런 일은 없을 것 같았다.

메시지가 끝났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메시지가 들렸다.

[띠링! 스킬 '마나통 수거(유일, 더블, F)'가 '마나통 수거(유일, 더블, E)'로 성장이 가능합니다. 마나 100을 투자하여 성장시키시겠습니까?]

<드디어 성장시켜주겠다고 하네. 그동안 성장에 관한 말이 없어서 답답했는데···.>

"마나통 수거 경험치는 충분했을 거야. 그런데 마나가 충분하지 않으니까 메시지가 나오지 않았던 거겠지."

<한 마디로 돈이 없으니까 말도 꺼내지 않았다는 말이네?>

"그렇지. 마나가 있어야 뭐든 하는 세상이니까. 지금까지 공짜로 너무 많이 받아서 우리가 그것을 잊고 있었던 거지."

<하긴. 정말 사소한 것 하나도 그냥 주는 법이 없었지. 집사에게는 워낙 퍼줘서 잊고 있었지만 말이야. 그런데 마나통 저장고는 입고된 마나통만 많으면 계속 기능이 추가되려나?>

"그렇다고 했잖아. 마나통 수거자라는 유일 직업에 주어진 EX급 저장고라는 이유로···. 시스템은 한 번 뱉은 말은 꼭 지켰으니까 그건 걱정하지 않아도 될 거야. 그나저나 지금 마나 100이면 어마어마한 가치인데···."

<비싸기는 하다. 대변혁이후라면 모르지만···. 지금은 만 개의 마나통을 가지고 겨우 118마나를 모았을 뿐이데.>

"그래도 사야지. 마나통 수거 스킬은 인간의 마나통은 물론이고 나중에 몬스터의 마나통 수거에도 연관이 있으니까 말이야."

전생에 웬만한 각성자는 도축 스킬을 구매했었다.

몬스터의 마나통에 들어있는 마나는 공헌도에 따라 자동 분배가 되지만 간혹 몬스터의 마나통이나 마나홀이 수거되는 경우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이런 경우는 흔하지는 않았지만 말이다.

하지만 몬스터의 마나통이나 마나홀이 수거만 되면 이득이 상당했다.

몬스터에게서 나오는 마나홀은 인간의 마나홀과 마나통을 성장시키는데 도움을 주었다.

그리고 수거된 몬스터의 빈 마나통은 휴대용 마나저장장치처럼 사용이 가능했다.

마나통의 크기보다 더 많은 마나를 가지고 있으면 자동 보충이 되지만 간혹은 즉각적으로 마나통이 가득 채울 필요가 있었다.

이때 활용되는 것이 몬스터에게서 나오는 마나통이었다.

몬스터의 마나통은 이미 공헌도에 따라 마나가 분배된 상태이기 때문에 텅 빈 상태인데 여기에 자신의 마나를 담아서 가지고 다니다가 필요할 때 사용하는 것이었다.

'몬스터의 마나통'이라고 해서 전생의 사람들은 이것을 줄여서 '몬나통'이라고 불렀었다.

흔하게 나오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상당히 고가에 거래가 되기도 했던 물건이었다.

휴대용 마나 저장 장치이기 때문에 사용하기에 따라서는 여벌의 목숨이 될 수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인간과 달리 몬스터는 마나홀과 마나통이 어디에 있는지 찾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도축스킬은 각성자라면 누구나 가지는 스킬이었다.

그리고 이 스킬은 누구든 적어도 D급 정도까지는 성장을 시켰었다.

F급은 몬스터에게 직접 손을 대어야만 도축이 가능했고, E은 50센티미터, D급은 1미터 떨어진 곳에서도 도축이 가능했기 때문이었다.

마나를 투자해야 했지만 투자 대비 효과가 탁월한 스킬이었기 때문에 누구도 투자를 아끼지 않은 스킬 중의 하나였다.

현재 나의 마나홀과 마나통은 3, 마나는 118인 상태였으니 마나를 100 사용한다고 해도 아까울 것은 없었지만 모아서 인벤토리를 살 생각이었기 때문에 조금 아쉽기는 했다.

"마나를 투자해서 스킬 마나통 수거를 성장시키겠어."

의사를 밝히자 이내 메시지가 들렸다.

[띠링! 스킬 '마나통 수거(유일, 더블, F)'의 성장을 위해 마나 100을 투자하셨습니다. 마나통 수거(유일, 더블, F) 스킬이 '마나통 수거(유일, 더블, E)'로 성장하였습니다. 효과를 확인하시려면······.]

도축스킬과 비슷하다면 F에서 E등급으로 늘어나면 50센티미터 내에서 자동 수거가 되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지만 내 스킬은 유일 스킬이기 때문에 혹시나 하고 스킬 정보를 확인했다.

<집사! 50센티미터가 아닌데? 1미터야. 이것도 더블이 적용되는 건가?>

"정확하게는 잘 모르겠어. 그래도 1미터는 좋기는 하네. 이것이면 이제 다른 장례식장에서도 온전한 마나통 수거가 가능하겠다."

근무하고 있는 화 제일 장례식장이나 출장을 다니는 곳에서는 온전한 마나통에 접근할 수 있었지만 그 이외의 장례식장에서는 의료폐기물이 들어와도 온전한 마나통에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물론 화장한 유골에서 빼낸 마나통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그동안 다른 장례식장에서는 여전히 나호가 처리하면서 오분의 일의 마나만을 수거했다.

그런데 이제 1미터 이내에 있는 온전한 마나통은 자동 수거되니 더 원활하게 마나통 수거가 가능해진 것이다.

마나통 수거 스킬의 '자동 수거'와 마나통 저장고의 '자동 입고'가 동시에 적용되면 살아있는 사람의 마나통은 1.5미터가 적용되는지 시스템에 물었다.

[특별 서비스의 대상이시기 때문에 이 정도는 대답해 드리겠습니다. 온전한 마나통 즉 살아 있는 사람이 떼어낸 마나통의 경우에는 1.5미터 내에서는 자동으로 마나통 저장고로 입고됩니다. 참고로 몬스터의 경우에는 1미터 이내이며 인벤토리로 자동 수거됩니다.]

이렇게 정리가 되고 난 후 내 상태창은 다음과 같았다.

[마나홀 : 3 ]

[마나통 : 3 (발현율 100%)]

[마나 : 18]

[마나통 저장고(EX) : 10,232개]

[권능 : 기억, 마나, 마나의 눈(유일)]

[스킬 : 마나호흡(F), 마나통 수거(유일, 더블, E)]

<많이 성장하기는 했다. 이제 어서 비세계로 가면 좋겠어.>

"아니 많이 부족해. 일본 인구가 1억2천6백만 명이 넘어. 그런데 내가 가진 마나통은 이제 만 개야. 미우라는 우리 국민 90%이상의 마나통을 가졌었어."

<에이. 그건 앞으로 20년도 더 미래의 일이잖아. 미우라에 비교해도 집사는 결코 늦지 않아.>

"늦지는 않지. 하지만 초장에 확실하게 격차를 벌려야해. 기어오르지 못하도록."

미우라 놈이 나를 지하실에 가두고 가장 많이 한 말이기도 했었다.

기어오르다!

놈은 아득바득 기어오르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싫으면서도 좋았단다.

포기를 하지 않을수록 마나홀과 마나통이 더 잘 성장했고 그만큼 자신에게 들어오는 마나량이 많아졌으니까 말이다.

<딜레마이기는 하다. 기어오르려고 해야 집사에게 마나가 많이 들어올 텐데 또 그 꼴은 보기 싫잖아.>

"기어오르지 않더라도 마나를 뽑아먹을 수 있는 방법은 많아. 아무튼 오늘부터는 조금 더 열심히 돌아다녀보자."

자동 입고와 자동 수거가 가능해지면서 마나통의 수거는 훨씬 손쉬워졌다.

그래서 시간이 날 때면 장례식장 뿐만 아니라 마나통 수술로 유명해진 병원들도 찾아다녔다.

병원에 갈 때는 의료폐기물을 모아두는 곳을 찾으려고 애를 썼다.

처음에는 어디에 보관을 하는지 잘 몰랐지만 몇 번 다니다 보니 감이 잡혔다.

마나의 눈이 마나통이 있는 곳으로 안내를 해주는 것도 보탬이 되었다.

간혹 1.5미터가 넘어서 자동 입고가 안 되는 경우도 있었지만 그런 것까지는 어떻게 할 수 없었다.

병원을 다니면서 마나통을 수거해도 그걸 눈치 채는 사람은 없었다.

몸에서 떼어낸 마나통은 결석처럼 보이기 때문이었다.

마나통을 결석처럼 단단한 것이 감싸고 있는데 내가 수거할 때는 단단한 결석 안의 마나통만 수거가 되기 때문에 결석을 부서보기 전에는 알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요즘 떼어낸 결석의 일부에서는 냄새가 나지 않더라는 말까지 나돌고 있었다.

<우리가 하는 일이 말이야. 참 아이러니해. 우리가 일본에서 열심히 마나통을 수거하면 할수록 우리나라는 계속해서 욕을 먹고 있어. 이거 어떻게 해야 해?>

"어쩔 수 없어. 비세계에 다녀오고 나서는 더 할 거야. 살 수만 있다면 비세계에서 일본 놈들의 마나통을 많이 사버릴 거거든. 그럼 일본 놈들은 자연적으로 치유가 됐다고 생각할 거야. 그렇지 않아도 가장 늦게 발병했다고 일본 민족이 유전적으로 우수하다고 떠드는 놈들이잖아."

<전생에도 한국인이 자연적으로 치유되는 비율이 가장 낮다고 생각 했었지. 그것이 얼마나 좋은 것인지 모르고 한국인이라 부끄럽다고 하던 사람들도 많았어. 기억해?>

"기억하지 그럼. 일부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공공연하게 우리 민족이 열등하기 때문이라고 말했잖아. 개인위생에 있어서 일본보다 철저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망발을 했던 사람도 있었고···."

생각만 해도 이가 갈리는 사람들이었다.

아니 사람이라고 말하기도 싫었다.

도대체 어느 나라 사람인지 구분이 가지 않던 사람들은 차고 넘쳤다.

일부는 부끄러운 한국이 싫다며 이민을 가겠다고 떠들던 놈들도 있었다.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한국의 TV나 각종 언론에서는 연일 일본을 칭찬하고 정부를 공격하기 바빴다.

겨우 한다는 것이 입 냄새 제거 음료 하나 시판하는 것이냐고 비아냥거리는 놈들도 있었다.

야당에서는 연일 대책을 내놓지 못하는 여당과 정부를 공격하고 있었지만 오션 28 앞에서는 어느 나라나 상황은 비슷했다.

그런데도 유독 우리나라만 못하고 있다고 강조를 하고, 오션 28의 원인도 우리나라에 있지 않느냐고 목소리를 높여서 국제적으로 더 궁지로 몰아넣고 있었다.

국난에 버금가는 상황 앞에서 똘똘 뭉쳐도 부족한 판국에 자신들의 권력쟁취만을 꿈꾸며 대통령이 책임져야하네 마네만 외치고 있는 판국이었다.

물론 대통령과 여당도 잘하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어찌할 바를 모르고 가닥을 잡지 못한 채 방황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런 현상은 비단 대한민국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초유의 사태에 당황하고 이런 저런 시행착오를 겪는 것은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유독 대한민국의 언론은 사회의 불안과 혼란을 유발하려는 듯한 기사들을 쏟아내고 있었다.

다행히 대다수의 국민들은 차분히 사태를 관망하며 통증을 참아내고 있었다.

현명한 국민이라는 말이 괜히 나오는 말이 아님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었다.

일부 국가에서처럼 폭동이 나거나 사재기를 하는 모습도 찾아볼 수 없었다.

통증을 이겨내며 어제와 다름없는 오늘을 살아가는 한국인의 모습은 남다르게 다가왔고 외국 언론은 이를 칭찬했지만 정작 한국의 언론은 그런 외국의 반응은 어떻게든 축소하고 숨기는데 급급했다.

도대체 이해가 되지 않는 행태들이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어느새 2028년 12월.

정확하게 비세계로 불려가기 한 달 전이 되었다.

한 달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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