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당신의 마나통은 안녕하십니까?-32화 (32/350)

32. 보따리상

보름의 휴가기간 동안 내가 한 일은 상당히 많았다.

한시도 쉴 틈이 없을 정도로 바쁘게 움직였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세 분을 훈련시켜야 했고 나도 내 나름의 준비를 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그 사이에도 입 냄새 제거 음료에 대한 인기는 날로 더해갔다.

자연스럽게 전생에 비해 수술을 받은 사람의 수는 줄어든 것 같았다.

적어도 우리나라에서는 그랬다.

일부에서는 일본처럼 국가에서 수술 비용일부를 보조해주어야 한다고 했지만 아직 우리나라는 수술비용을 보조해주지는 않았다.

정부에서 보조를 해주지 않으면 의료보험처리라도 하게 해주어야 한다고 했지만 아직 질병으로 오션 28에 대한 규정이 명확하지 않아 그도 미루어지고 있었다.

오션 28은 가슴 통증과 입 냄새.

단 두 가지만의 특징을 보였다.

두 가지 특징 모두 간과할 수 있는 정도는 넘어서지만 그렇다고 일상생활을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첫 통증 때 가장 강한 고통을 당하고 잠시 잠복기를 거쳤다가 다시 두 가지 증상이 시작되는데 5일째 되는 날 정점을 찍고 그 상태가 유지된다.

사람마다 이 정점의 수준이 모두 달랐다.

가장 처음 마나통증을 느꼈던 사람들이 대체적으로 통증도 더 심했다.

당연하게 우리나라 사람들은 다른 나라 사람들에 비해 통증의 정도가 심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입 냄새 제거 음료인 독도 덕분에 입 냄새로부터는 자유로울 수 있었다.

하지만 가슴 통증은 그렇지 못했다.

다른 나라 사람들에 비해 통증의 정도가 심한데도 불구하고 참고 살아야 했던 것이다.

그러니 정부에 대한 불만이 줄어들 리가 없었다.

통증의 정도가 가장 약한 축에 속하는 일본을 부러워하고 일본까지 가서 수술을 받고 오는 사람도 있었다.

실제로 내가 수거한 마나통 중에는 한국인의 것도 포함이 되어 있었다.

어이가 없는 것 중의 하나는 내가 수거한 한국인의 마나통 대부분은 정치인의 것이라는 점이었다.

국민과 함께 역경을 극복해내자고 했으면서 사실은 자기 살길만 모색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길이 죽음으로 향하는 길인 줄도 모르고 말이다.

"울타리 공사는 꾸준히 해주세요."

"그래. 좋은 업체를 만나서 공사 진행은 잘 되고 있으니까 걱정하지 말고, 건강관리 잘 하고."

화순에 소유하고 있는 땅 주위로 울타리 공사를 진행 중이다.

소유하고 있는 땅이 많아서 하루 이틀에 끝날 공사가 아니었다.

이 공사는 아마 대변혁 전까지 계속 될 것이다.

지금도 땅이나 산을 사달라고 찾아오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었다.

우리 회사가 자리를 잡으면서 인근의 땅을 팔려는 사람은 없어졌는데 의외로 인근의 산이나 맹지(盲地)를 사달라고 찾아오는 사람은 늘었다.

사달라고 오는 사람의 땅은 여전히 모조리 사들이고 있었다.

물론 화순 집 인근의 땅만 사는 것이었다.

사들인 땅 주위로 계속 울타리 작업을 하니 이 작업이 끝이 날 리 없었다.

그러다 보니 어떤 곳은 이중 삼중으로 울타리가 설치되기도 했다.

기존에 설치된 울타리를 철거하면 보기에는 더 좋을 수 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울타리 사이에 문을 만들어서 통할 수만 있게 한 다음 새로 산 땅 주위로도 울타리를 설치했다.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이것은 대변혁 이후를 대비하는 것이었다.

사람들은 독도를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착각하고 있지만 말이다.

아무튼 첫 소환이 보름 남은 지금 울타리보다 더 중요한 것은 세 분이 말일에 일본으로 오시는 것이었다.

"말일에 꼭 일본으로 오시고요."

"걱정하지 마라. 끌고서라도 네 아버지까지 데리고 갈 테니."

큰아버지께서 미소를 지으시면서 말씀하셨다.

연말연시를 일본에서 함께 보내자며 비행기 표를 드리자 아버지께서 못마땅해 하셨기 때문이었다.

생각 같아서는 말일이 아니라 그 며칠 전에 오시라고 하고 싶지만 회사가 너무 바빴다.

"그런데 언제까지 금으로 결제를 받으면 되는 거냐?"

큰아버지께서 작은 목소리로 말씀하셨다.

"내년 12월 초까지는 그렇게 해주세요."

"그때 처분하려고?"

"그럴 것 같아요."

"금으로 결제를 하면 우선권을 준다는 말에 중국 보따리상들이 금을 싸들고 들어와서 부탁을 해서 머리가 아파. 아직은 외국으로 나가는 물량은 없다고 그렇게 말을 해도."

지금 우리 국민들은 일주일에 다섯 병씩 구매가 가능했다.

그런데 구매한 것 중 일부가 보따리상을 거쳐서 중국으로 넘어가고 있었다.

중국으로 넘어가는 독도는 열 배 이상의 가격으로 팔리고 있었다.

가지고 가기만 하면 엄청난 이득을 취할 수 있으니 보따리상들이 활개를 치는 것이었다.

"공급가의 다섯 배 정도를 준다면 생각해 볼 수도 있죠. 보따리상들이야 그렇게 사가도 이득이잖아요. 구하러 여기저기 다니지 않아도 되고···. 대신 보따리상들에게는 금으로만 받아야죠."

"그래도 될까? 여기저기서 말들이 많을 텐데?"

"정부 관계자에게는 미리 말해 두어야죠. 그래도 많이 나가면 안 되고 우리나라에 풀리는 양의 10%정도만 주면 괜찮을 것 같아요. 10% 정도는 추가 생산 가능하잖아요."

"생산이야 100% 추가 생산도 가능하지. 너무 많이 생산하면 외국에 수출해야하니까 안하는 거지. 네가 수출은 안 된다고 했잖아?"

"안되죠. 앞으로 1년은 수출은 안 돼요. 우리나라에 공급하는 양에서 딱 10%만 추가 생산해서 다섯 배 이상 부르는 곳에 한정 판매하는 것으로 해요. 그럼 중국 보따리상이 아니라 석유부자들이 다섯 배 이상을 주고도 받아가려고 할 거예요."

"그럴 바에는 차라리 판을 키워볼까? 추가 생산된 10%를 경매에 붙이는 거지."

"그건 큰아버지께서 알아서 해주세요."

"알았다. 정부관계자도 여기저기서 밀려드는 요구에 골머리가 썩는다고 하더라. 10% 추가 생산해서 수출한다고 하면 쌍수를 들고 환영할 거다. 상황 봐서 비밀경매를 하거나 아님 공개경매를 해도 좋고···."

<역시 큰아버지야. 시원시원하네. 아버지였으면 잔소리부터 하셨을 텐데.>

뭘 안다고 나호가 머리를 크게 끄덕이며 만족감을 표시했다.

"문제되지 않게만 잘 처리해주세요. 10% 이상은 추가 생산은 절대로 안 된다고 확실히 말씀하시고요."

"그건 걱정하지 마라. 원재료 핑계를 대놨으니 뭐라고 하지는 않을 거야."

위탁생산이라도 해서 물량을 늘려달라고 하는 말들이 많았다.

하지만 마지막 소환을 다녀오기 전까지는 절대로 생산을 확대할 생각은 없었다.

입 냄새 제거 음료는 최대한 외부로 돌리지 않는 것이 좋지만 금의 확보가 원활하지 못해서 수출을 고려하는 것이었다.

대변혁 이후를 생각하면 어떻게 해서든 금은 더 확보해두어야 했기 때문이었다.

"알겠어요. 그럼 일본에서 봬요."

큰아버지께 인사를 드리고 탑승게이트로 향했다.

일본에 돌아와서도 하루하루 바쁘게 살았다.

어떻게든 더 많은 마나통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 와중에 마나통 수거 스킬의 등급이 오르기도 했다.

물론 공짜로 오른 것은 아니었다.

스킬 경험치가 충분히 쌓였을 때 마나를 지급해서 상승시키겠냐고 해서 마나 300을 주고 상승을 시킨 것이었다.

마나통 수거 스킬이 상승하면서 3미터 안에 있는 마나통은 자동 수거 되었다.

물론 몸에서 분리된 마나통만 수거되는 것이었다.

이것뿐만이 아니었다.

마나통 저장고에 입고된 마나통이 10만개가 넘으면서 자동입고가 가능한 거리도 1미터로 늘어났다.

이로써 온전한 마나통의 경우에는 4미터 이내에 있으면 자동으로 입고되게 되었다.

<집사! 비세계 가기 전에 스킬이나 아이템 구매한다고 했잖아. 이제 슬슬 해야 하지 않아?>

"아직 남은 시간 충분해. 이따 세 분 오시면 구매하는 것이 나을 것 같아서."

<세 분 준비 상황보고 판단하려고?>

"맞아. 똑똑하네. 우리 나호."

함께 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나호가 친근하게 느껴졌다.

나호 입장에서는 전생에 20년간 나와 함께 했지만 내 입장에서는 회귀하고 만난 사이였다.

함께한 세월이 있었기 때문에 나호는 처음부터 친근하게 대했지만 나는 그것이 조금 힘들었는데 이제는 내 몸처럼 느껴졌다.

<몇 시에 도착하시지?>

"갑자기 일이 생기셔서 겨우 오후 표로 바꾸셨다고 했으니까 곧 도착하시겠다."

<언제 연락이 온 거야?>

"네가 미우라 놈 패고 있을 때."

<아아. 그때! 집사가 할 일도 아닌데 일을 시키니까 화가 나서 손 좀 봐줬지. 실체가 있었으면 제대로 손을 좀 봐줄 텐데. 아쉬워. 그런 스킬은 없어?>

"현재까지는 보이지 않더라."

<사람이 참 많기도 하다. 새해를 일본에서 보내려고 하는 사람이 이렇게 많을 줄은 몰랐네.>

"오늘은 아무것도 아니지. 아마 금요일에 가장 많이 입국했을걸."

<한해의 마지막 날이 일요일이고 새해 첫날이 월요일이라 더 그랬을까? 비세계에서의 첫날이 월요일인 것도 참 묘하다.>

나호가 입국을 하는 사람들을 보며 말했다.

원래라면 오전에 도착하셨을 세 분이었다.

그런데 회사에 일이 생기셨다며 오후에 출발하는 비행기 표로 바꾸셨고 저녁 아홉 시에 도착하신다고 했는데 바쁜 마음에 조금 일찍 나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탑승했다는 연락은 받지 못했지만 공항에 주차 중이라는 연락까지 받았기 때문에 달리 걱정은 하지 않고 있었다.

하네다 공항에서 저녁도 해결하고 세 분이 타신 비행기가 도착할 시간이 돼서 나오시는 곳 앞으로 이동해서 기다리고 있었다.

<부모님이랑 큰아버지 어서 오시면 좋겠다. 이번에는 비세계도 함께 여행할 수 있고 얼마나 좋아. 그런데 전생에는 왜 따로 소환됐어? 그때는 한국에 있었잖아.>

"아버지와 말다툼을 했거든. 복학을 하네 마네로 언성을 높이다가 답답해서 화순에 내려갔어. 할아버지 댁은 내게 마음의 안식처 같은 곳이었으니까."

<의정부와 화순이면 만나지 못했을 법 하네. 부모님께서는 전생에 몇 월에 탈락하셨어?>

"정확하지 않아서 확인해 봤더니 아버지는 3월이고 어머니는 5월이더라."

소환에서 일정이하의 점수를 받는 사람들은 각성예외자로 분류가 되었다.

이런 사람들은 발현율이 0%가 되면서 마나통을 떼어낸 사람과 똑같은 취급을 받았다.

그런 사람들은 소환에서 돌아온 후 가슴통증과 입 냄새가 사라졌다.

마나통과 마나홀이 활발히 활동할 필요가 없어서 대변혁 전까지 활동이 멈추는 것이었다.

각성을 할 수 없다는 선고와 같은 것이었지만 이를 모르는 사람들은 오션 28에서 자연 치유되었다고 좋아했었다.

각성예외자로 분류되는 비율은 나라마다 달랐다.

상대평가가 아니라 절대평가이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어떤 것 때문인지는 알 수 없지만 한국인은 비세계에서의 시험에서 잘 살아남았다.

빠르고, 쉽게 포기하지 않는 국민성 덕분이라고 생각하는데 이는 그저 추측일 뿐 다른 이유가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자연 치유되는 비율까지 한국이 가장 낮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오션 28에 가장 취약한 나라로 꼽혔지만 이것은 사실 엄청난 축복이었다.

전생에는 이 축복을 제대로 살릴 틈도 없이 미우라 놈과 일본에 당했지만 말이다.

이번에는 그런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내년 1년 동안 오션 28에 놀랍도록 취약한 나라라는 말을 듣더라도 많은 사람이 각성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집사? 그런데 왜 이렇게 안 나오시지? 거의 나온 것 같은데?>

"글쎄. 나 주신다고 바리바리 싼다고 하셨으니까 챙길 짐이 많을 수도 있지. 조금만 더 기다려보자."

<전화 해봐야 하는 거 아니야? 아무래도 너무 늦으시는 것 같은데?>

"비행기에서 내려서 입국수속하고 짐 찾고 하다보면 정신없어. 그때 전화 오면 짜증날 수도 있고. 조금만 더 기다려보자."

<그런가?>

나호가 막 대답을 할 때였다.

휴대폰이 울렸다.

당연히 부모님에게서 걸려온 전화일 것이라고 생각하고 전화를 받았다.

그런데···.

급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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