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당신의 마나통은 안녕하십니까?-35화 (35/350)

35. 능력치 개방

'나호야! 나호야?'

나호가 보이지 않았다.

급하게 사방을 확인했지만 나호는 그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았다.

순간 심장이 철렁했다.

아무래도 따라오지 못한 것 같았다.

걱정하기는 했지만 함께 오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집사! 집사?>

나호의 목소리가 아래에서 들렸다.

바닥으로 시선을 내리는 순간 내 발밑에서 쑤욱 나호가 나왔다.

'왜 거기서 나오는 거야?'

이곳이 어떤 곳인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도착하면서부터 심상으로 말을 하고 있었다.

땅속에서 나온 나호가 둥실 떠오르더니 눈을 마주했다.

'따라오지 못한 줄 알고 깜짝 놀랐잖아.'

<나는 더 놀랐어. 갑자기 시야가 바뀌더니 눈을 떠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거든. 집사의 발에 붙어서 이동될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지 뭐야.>

'몸은?'

<여전히 영체 상태인데 이상이 있을 리가 없잖아. 봐! 멀쩡해.>

자신의 건재를 보여주려는 듯 나호가 허공답보를 시연했다.

언제 봐도 나호의 허공답보는 귀여움 그 자체였다.

<그런데 여기는 어디야?>

나호가 주변을 살피며 물었다.

'모르지. 이제 슬슬 알아봐야지.'

<내가 알아볼게.>

나호가 주변을 살피기 시작했다.

<왜 아무 반응이 없을까? 적어도 왜 불러왔는지, 여기가 어딘지 정도는 말해주어야 하는 거 아닌가? 안 그래?>

반경 3미터 안을 이 잡듯 살피더니 내 앞에 와서는 축 늘어지며 나호가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했다.

<실체를 경험하기 전에는 말이야. 피곤이라는 것을 몰랐어. 24시간 잠을 자지 않아도 피곤하지 않았는데···. 참 이상하지? 내가 실체를 가진 것은 영겁에 가까운 내 삶 중에 고작 3년 남짓밖에는 되지 않아.>

"······."

<그 짧은 시간이 너무 강렬했나봐. 환상통처럼 그 이후로 몸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종종 피곤을 느껴. 웃기지? 내가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아. 그 이후로는 간간이 잠도 자곤 한다니까. 영체로만 있을 때는 잠이라는 것은 생각해본 적도 없는데 말이야.>

금세 지치는 자신이 이해되지 않는지 여러 감정이 섞인 목소리로 말하는 나호였다.

<집사! 왜 그리 말이 없어? 집사?>

'잠시만.'

나호의 재잘거림을 들으면서 주변 정보를 모으는데 집중을 하고 있었다.

던전에 들어왔을 때 가장 먼저 하는 일 중의 하나가 주변을 살피고 빠르게 환경을 파악하는 것이었다.

얼마나 빠르게 환경을 파악하고 거기에 적응하느냐에 따라 사느냐 죽느냐가 결정되기도 했기 때문에 낯선 공간에 들어갔을 때 주변을 살피는 것은 이제 몸에 배어 있었다.

지금 우리가 있는 곳은 숲이었다.

멀지 않은 곳에 물이 흐르는 것 같았다.

지금 있는 곳에서 물소리가 들리는 것은 아니지만 공기 중에 물 냄새가 났다.

어두워서 멀리까지 살필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집중을 하려고 노력했다.

<왜 이렇게 조용하지?>

"드르렁! 드르렁! 푸우우우!"

나호가 조용하다는 말을 하는 것과 동시에 누군가의 코 고는 소리가 들렸다.

소리는 제법 멀리 떨어진 곳에서 나고 있었지만 숲이 워낙 조용해서 바로 옆에서 나는 소리처럼 들렸다.

'이동하자. 안전한 곳을 찾아야 해.'

던전에 들어가면 몸을 피할 만한 안전한 곳을 확인하며 이동하는 것이 중요했다.

그런 곳을 많이 확인해둘수록 목숨을 오래 부지할 수 있었다.

익숙한 던전이라고 방심하는 순간 죽음이 찾아왔다.

코 고는 소리가 나는 곳과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면서 챙겨온 것들이 잘 있는지 확인했다.

가장 먼저 확인한 것은 상태창이었다.

상태창은 작동이 잘 되고 있었고, 인벤토리에 담은 것들도 다행히 그대로 있었다.

마나통 저장고 안의 마나통들도 잘 정리되어 있었다.

상태창과 인벤토리는 지구에서 봤을 때와 전혀 다른 점이 없었다.

그런데 마나통 저장고는 아니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마나통 저장고 안에 들어있는 마나통들의 상태가 평상시와 달랐다.

놀라서 걸음을 멈추고 자리에 앉았다.

어딘지도 모르는 숲에서 멍하니 서있는것은 죽음을 부르는 행위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마나통들이 왜 저러지? 무슨 문제라도 생겼나?>

지금 마나통의 상태는 문제가 생겼다고 보기보다는 문제가 해결되었다고 보는 편이 나을 것 같았다.

지금까지 마나통은 죽은 것처럼 보였다.

말라비틀어지고 바짝 구워진 상태.

마나통은 그런 상태였다.

살아있는 사람의 몸에서 떼어내고 여전히 활동하고 있는 마나통으로는 도저히 보이지 않는 모습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살아 숨 쉬는 마나통이라는 것이 실감되는 모습으로 마나통 저장고에 자리하고 있었다.

<집사! 이게 무슨 일이지?>

'이곳에 온 순간 모든 사람의 상태창이 활성화 되었을 거야. 아직 미약하지만 마나통이 생명활동을 시작했다는 말이 되겠지.'

말소리를 낼 수 없기 때문에 심상으로 대답했다.

<오오오! 그럼 집사에게 이 순간부터 마나가 공급되겠네? 쌓이는 족족?>

'처음에는 안에 담긴 마나가 그대로 내게 넘어왔지만 다음부터는 먼저 마나통 가득 마나가 채워져야 한대. 그러니 내게 마나가 넘어오는 것은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할 거야.'

<마나통이 활성화 되었으니까 미우라 놈이 그랬던 것처럼 마나통을 굴릴 수도 있나?>

'스킬을 사면 가능하겠지만 정보에 의하면 지금 굴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대. 적어도 마나통의 크기가 1이 되고 난 이후에 굴려야 한대. 미리 굴리기 시작하면 마나통의 성장이 더뎌질 수 있다고 했어.'

<에이. 꼼짝없이 1년을 기다려야 한다는 소리잖아. 일본 놈들 지금부터 제대로 굴리고 싶었는데.>

'상태창을 확인하는 순간 발현율 0%의 의미를 궁금해 할 거야. 빨리 깨닫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늦게 깨닫는 사람들도 있겠지. 언제든 의미를 깨닫는 순간 절망할 거야. 여기서는 그 정도에 만족하자.'

<어쩔 수 없지. 뭐.>

'대변혁 이후까지는 마나통 저장고에 입고된 마나통에서는 마나를 기대하지 않았는데 이제는 미량이나마 기대할 수 있게 됐잖아. 그것도 소환 때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기분이 좋아.'

아직은 마나통의 크기가 워낙 작아서 17만여 개의 마나통을 가지고 있지만 모이는 마나는 얼마 되지 않았다.

하지만 적은 양의 마나라고 무시할 수는 없었다.

꾸준히 모이고 모이면 10이 되기도 하고 100이 되기도 할 것이 때문이었다.

'움직이자.'

전생의 첫 소환 때는 자고 있었을 것이다.

아니 매번 소환 때마다 자고 있었을 확률이 높다.

그런데도 각성자가 되었던 것을 보면 소환되고 몇 시간 동안은 안전이 보장됐을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소환된 곳 근처에 계속 있는 것은 그리 현명하지 못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바로 일어나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밤이라 시야 확보가 어두웠지만 나에게는 나호가 있었다.

나호는 호랑이라서 그런지 밤인데도 불구하고 상당히 멀리까지 잘 보인다고 했다.

방향을 잡아주기만 하면 안전한지 살펴주니 이동에 어려움은 없었다.

우리는 처음 소환된 곳에서 상당히 떨어진 곳까지 이동했다.

작은 개울도 하나 건넜으니 누군가가 흔적을 쫓으려고 해도 쉽지 않을 것이다.

전생에 워낙 던전을 많이 다녀서 흔적을 지우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여기서 쉬자. 여기라면 우리가 소환 됐었던 곳도 보이고 괜찮네."

<왜 위로 올라온 거야? 시야 확보하려고?>

"그런 점도 없지는 않지."

대답을 하면서 바닥에 비닐을 깔고 그 위에 망토로도 쓸 수 있는 모포를 깔았다.

이렇게 해야 잘 때 바닥에서 습기가 올라오지 않는다.

그런 다음 잡목을 가지고 와서 작은 굴의 앞을 막았다.

<좀 자. 부모님 때문에 놀라서 은근 피곤할 거야. 내가 보초 서줄게.>

나호가 자라고 재촉을 했지만 지금 잠을 잘 수는 없었다.

"쇼핑은 해두고 자야지."

<능력치 사려고?>

"우선 능력치 창은 열어둬야지. 무슨 일이 있을지 모르니까."

<다 열려면 마나가 부족할 텐데?>

"꼭 필요한 것만 열거야."

인류최초 보상 덕분에 이번에는 엄청나게 많은 이득을 가지고 시작하게 됐지만 시스템은 원래 무척이나 이해타산이 명확했다.

어떻게 보면 악착같다고 느낄 정도로 철저하게 마나를 뺏어가는 것이 시스템이었다.

그러니 쇼핑할 때는 늘 정신을 바짝 차리고 있어야 했다.

체력, 근력, 민첩 등 능력치 항목은 무척이나 다양했다.

이 중에서 어느 것을 선택해서 자신에게 적용시키느냐는 각자의 선택에 달려있었다.

내가 처음으로 선택한 능력치는 민첩과 감각이었다.

체력과 근력도 선택을 하고 싶었지만 우선은 마나를 아껴야했다.

[띠링! 마나 100을 투자해서 민첩 능력치를 개방하시겠습니까?]

"개방하겠어."

[민첩 능력치가 개방되었습니다. 강대한님의 민첩 능력치를 측정 중입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능력치를 상태창에 표시하고 적용을 시키기 위해서도 마나를 지급해야 했다.

능력치를 개방하면 지금처럼 본래 가지고 있는 능력치를 측정해서 이를 표시하여 준다.

[띠링! 축하합니다. 강대한님의 민첩 능력치는 7입니다. 개방한 민첩 능력치를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마나를 투자하셔야 합니다. 민첩 능력치 7을 모두 활성화시키시겠습니까? 참고로 7을 모두 활성화시키려면 70의 마나가 필요합니다.]

<염병지랄! 개인이 본래 가지고 있는 능력치가 7이면 7에서 8로 올릴 때나 마나를 지불하게 할 것이지 왜 1부터 마나를 지불해야 하는데?>

전생에도 각성자들이 불만을 나타냈던 것 중 하나였다.

1부터 차근히 활성화를 시키지 않으면 개인이 본래 가진 능력치 이상을 가질 수 없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여러 능력치를 보유할 수 없었다.

그러니 자신에게 꼭 필요한 능력치를 개방하고 성장시켜나가는 것이 중요했다.

"그래도 자신이 본래 가진 것을 활성화하는 데는 10마나밖에 요구하지 않잖아. 그 이상을 가지기 위해서 더 많은 마나를 지급해야해."

<그러니까 문제지. 마나 좀 모아서 강해질 틈을 주지 않고 이래저래 뜯어가잖아.>

대변혁이후 세상이 많이 변했다.

어떤 사람은 게임처럼 변했다고 하는데 게임도 우리가 맞닥뜨린 현실보다는 심하지는 않을 것이다.

일반 상점에는 일반 능력치 항목과 특별 능력치 항목이 있었다.

물론 히든 상점에는 히든 능력치도 있었다.

아직 히든 능력치까지 가질 생각이 없기 때문에 논외로 하고 일반 능력치 항목을 개방하는 데는 마나 100이 필요하고, 본래 자신이 가진 능력치를 활성화 시키는 데는 마나 10이 필요했다.

내 경우에는 민첩이 7이었으니 70의 마나가 필요한 것이다.

민첩을 7에서 10까지 올리려고 하면 1의 능력치를 올릴 때마다 30의 마나를 요구했다.

11에서 20까지는 50의 마나를, 21에서 30까지는 100의 마나를 요구했다.

이것은 일반 능력치이고 특별 능력치는 개방하는 데만도 300의 마나를 요구하고 자신이 가진 능력치를 활성화하는 데는 30의 마나, 10까지 올릴 때는 50의 마나를, 11에서 20까지는 100의 마나를 요구했다.

히든 능력치는 이것보다 훨씬 비쌌다.

체력, 근력, 민첩, 지력, 정신력, 감각은 그래도 일반 능력치 항목에 속했다.

"70을 투자해서 민첩 능력치를 활성화시켜주고, 90을 추가 투자해서 민첩 능력치를 10으로 해줘."

[띠링! 개방된 민첩 능력치를 활성화했습니다. 추가 상승시킨 능력치까지 적용되어서 민첩 능력치가 10이 되었습니다. 상태창을 통해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이건 굳이 확인할 필요가 없었다.

상태창의 마나 아래에 각각의 능력치가 표시되어 있을 것이다.

마나통 저장고가 있는 나는 마나통 저장고 아래로 민첩 능력치가 10이라고 표시되어 있을 것이다.

<능력치 하나 올리는데 마나가 얼마야 도대체가···.>

나호가 투덜거리는 순간 메시지가 들렸다.

[띠링! 축하합니다. 강대한님께서는 '인류 최초로 능력치를 가진 각성자'가 되셨습니다. 이에 대한 보상으로 능력치 하나를 개방하실 수 있는 '능력치 개방권'을 지급하여드렸습니다.]

[띠링! 축하합니다. 강대한님께서는 '인류 최초로 능력치 10을 달성하신 각성자'가 되셨습니다. 이에 대한 보상으로 지정하신 능력치를 마나 투자 없이 10으로 조정하여 드리겠습니다. 단 마나가 천 이상일 때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와우! 그렇지. 이렇게 적절하게 보상이 있어야지!>

나호가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조금 전까지 뾰로통해있던 것은 거짓말인 것처럼 환한 표정이었다.

인류최초 보상으로 이런 것까지 챙겨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아무 능력치 항목이든 개방할 수 있는 건가?"

[이름을 정확하게 알고 계시면 어떤 항목이든 개방이 가능합니다.]

일반 상점에 보이는 능력치 항목은 모두 이름이 노출되어 있었다.

그렇다는 말은 히든 상점에 있는 능력치도 이름만 알고 있으면 개방할 수 있다는 말이었다.

"히든 상점에 있는 것도 가능하다는 거지? 아직 열지 않은 히든 상점에 있는 것이라도?"

[인류최초 보상이니 가능합니다. 참고로 히든 상점에 있는 능력치 항목은 500마나를 지불하셔야 개방하실 수 있습니다.]

능력치 개방권만으로도 엄청난 이득을 얻고 있음을 알라는 말 같았다.

<집사! 뭐로 할 거야? 히든 상점에 있는 능력치 항목 알고 있는 거 많지?>

"당연하지. 뭐가 가장 좋을지 잘 생각해서 선택해야지."

원소유자(元所有者)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