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당신의 마나통은 안녕하십니까?-36화 (36/350)

36. 원소유자(元所有者)

일반 능력치도 좋지만 히든 능력치는 더 좋았다.

단지 너무 비싸서 엄두를 내기 어렵다는 것이 문제였지만 말이다.

히든 능력치에는 행운이나 정령력, 교감력 같은 것들이 있었다.

특성 중에 소환이 있으니 정령력이나 교감력 같은 능력치도 괜찮을 것 같지만 단 하나만 선택하라고 한다면 행운을 선택할 것이다.

눈에 띄는 변화는 기대할 수 없지만 능력치는 분명치 그만큼의 능력을 발휘하기 때문이었다.

"행운 능력치를 개방하겠어."

[띠링! 대부분의 히든 능력치가 개방에 500마나가 소요됩니다만 행운 능력치는 1000 마나가 필요합니다. 1000 마나 대신 '능력치 개방권'을 사용하여 행운 능력치를 개방하였습니다. 강대한님의 행운 능력치를 측정 중입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띠링! 강대한님의 행운 능력치는 5입니다. 마나 500을 투자하여 행운 능력치를 활성화시키시겠습니까?]

"한 가지 능력치를 10으로 만들어준다고 했잖아? 그거 행운에 사용해줘. 지금 마나가 1173이니까 사용가능하잖아."

비세계로 오면서 마나통 저장고에 있는 마나통들이 활동을 시작했지만 언제 다시 마나가 보충될지는 알 수 없었다.

그러니 마나가 천이 넘는 지금 행운 능력치를 10으로 만드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 결정을 한 것이었다.

[띠링! 적용 중입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적용되었습니다. 더 하실 것이 있으십니까?]

"감각 능력치도 개방해서 10까지 능력치 올려줘. 마나는 알아서 가져가고."

[마나 100 투자하여 감각 능력치를 개방하였습니다. 강대한님의 감각 능력치는 6입니다. 강대한님께서 기존에 가지고 계신 능력치를 활성화 시키는데 60마나, 10까지 올리는데 120마나 총 180마나를 투자하여 감각 능력치를 10으로 상승시켰습니다. 능력치는 상태창을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이로써 인벤토리 구매부터 지금까지 총 590마나를 사용하고 남은 것은 793마나였다.

500마나를 사용하여 망토를 하나 구입할까 하다가 그만두었다.

500마나는 비싸다면 비싸고, 싸다고 하면 싼 가격이지만 지금으로서는 꿈도 꿀 수 없는 마나였다.

초기에 구입하는 망토의 성능이라면 500마나는 결코 아까운 것이 아니었지만 말이다.

인벤토리에 준비물을 충분히 챙겨왔으니 참기로 했다.

<민첩과 감각은 일반 성인의 두 배가 되었네? 어때? 느낌이?>

대변혁이 되고 능력치를 개방했을 때 본래 개인이 가지고 있는 능력치의 평균은 5였다.

이것은 건강한 성인을 기준으로 하는 것이었다.

건강한 성인을 기준으로 했기 때문에 각성자라도 5미만인 경우도 있었고 7, 8인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초기 측정값이 10이었다고 하는 사람은 없었던 것 같다.

아무리 빠르고 강하다고 하더라도 성인 평균의 두 배가 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내 초기 측정값이 민첩이 7, 감각이 6, 행운이 5였던 것은 대단히 만족스러운 값이었다.

전생에는 초기 측정값이 민첩이 4, 감각이 3이었기 때문이다.

초기 측정값이 낮을수록 더 많은 마나가 들어가기 때문에 초기 측정값은 의외로 중요했다.

전생에는 비세계에서 보냈던 1년까지 감안해서 측정이 되었을 텐데도 고작 4, 3이었다.

당시 집이 망했다는 이유로 엉망으로 살았던 것이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비세계를 기억했다면 노력을 했겠지만 비세계의 존재와 대변혁을 인지하게 되는 것은 마지막 소환에서 복귀하고 난 이후였으니 마지막 한 달로 능력치를 끌어올리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지난 1년간 일을 하면서도 잠시도 몸을 가만히 두지 않았던 것이 초기 능력치에 많은 영향을 준 것 같았다.

"민첩은 당장은 모르겠고, 감각은 확실히 달라졌어. 전생에 비하면 아직 멀었지만 말이야."

숲에서 나는 크고 작은 소리까지 확실히 더 잘 들렸다.

감각을 올리면 좋은 점이지만 불편한 점이기도 했다.

단점이 있다는 것을 잘 알지만 목숨을 담보로 활동하는 각성자이기 때문에 필수처럼 선택하는 능력치이기도 했다.

"소환을 하고 왜 아무런 말이 없을까? 이해가 되지 않네."

<집사. 집사는 지금 쉬어야 해. 피곤하면 머리도 잘 돌아가지 않아. 지력이나 정신력을 개방한 것도 아니니까 관리 잘 해야 해. 그러니 어서 자. 내가 보초 설게. 작은 변화만 있어도 깨울 테니까. 어서.>

정신력 능력치도 조만간 개방하기는 해야 한다.

세상이 변했다라고 단순하게 생각하기에는 너무 큰 변화였다.

더구나 날마다 생사를 넘나드는 활동을 해야 하는 각성자들의 정신 관리는 무엇보다 중요했다.

정신력을 무시했다가는 어느 순간 훅 가는 수가 있었다.

그런 면에서 나호와 함께 있는 것이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지 모르겠다.

나호가 없었다면 이렇게 잠을 자는 것은 꿈도 꾸지 못했을 것이다.

특히나 첫날은 불안해서라도 잠을 이루지 못했을 것이 분명했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잠이 들기 위해 노력했다.

잠을 청해보려 했지만 쉽게 잠이 들 리가 없었다.

지금쯤 이세계로 불려갔을 부모님과 큰아버지가 걱정이 되었다.

인벤토리 덕분에 바리바리 싸온 나와는 달리 환자복차림으로 소환되었을 세 분이었다.

잘하고 계실지 걱정이었다.

찾아갈 수 있다면 당장이라도 찾아가면 좋겠지만 불가능한 일이었다.

<자장가라도 불러줄까?>

나호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아니다. 자장가보다 좋은 것이 내 가르랑거리는 소리일 거야. 내 소리에 집중해봐. 그럼 어느새 아침이 되어 있을 거야.>

나호가 제 가슴을 가볍게 치면서 말했다.

지금 나호는 마치 사람처럼 앉아있었다.

회사에서 막 퇴근해서 거실 바닥에 주저앉은 중년 남자처럼 보이기도 하고, 늦잠 때문에 전쟁 같은 아침을 보내고 난 주부처럼 보이기도 했다.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지으면서 나호의 가르랑거리는 소리에 집중했다.

나호의 소리가 자장가가 되어 잠이 들었는지 새소리에 깜짝 놀라 눈을 떴다.

아직 주위가 어둑한 것을 보니 해가 뜬 것 같지는 않았다.

하지만 조만간에 해가 뜰 것 같았다.

슬슬 움직여야 할 시간이었다.

이곳에서 며칠을 보내야 할지 모르기 때문에 우선 가지고 온 음식은 최대한 먹지 않을 생각이다.

자리에서 일어나서 바닥에 깔았던 모포와 비닐을 정리했다.

최대한 작게 말아서 인벤토리에 보관하고 잠을 잤던 작은 동굴에서 나왔다.

그리고 이 주변에서 더 시간을 보낼 수도 있으니 동굴입구는 잡목으로 가려두었다.

'움직이자. 분명 뭔가가 있을 거야.'

동굴에서 나왔기 때문에 다시 심상으로 말을 했다.

우리는 주변을 살피면서 최대한 기척을 감춘 채 걸음을 옮겼다.

기척을 감춘다고 감췄는데도 새들이 놀라 뿌드득 날아오르기도 하고 더 시끄럽게 지저귀기도 했다.

새들은 자신들의 영역으로 다가오는 것이 싫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었다.

'유난히 새가 많은 숲이네. 그것도 무척이나 예민한 새들이야. 지금은 모르겠지만 예민한 사람들은 우리가 움직이는 것을 눈치 채겠어.'

<그럼 어떡하지?>

'위장을 해보고. 그래도 안 되면 여기에서 조금 벗어나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 소환된 장소 부근에 있어야 한다는 규칙 같은 것은 없는 것 같으니까.'

비세계는 각성자를 가리는 곳이라고 알려져 있었다.

내가 기억하는 비세계도 그랬다.

물론 전반부를 기억하지 못하지만 이건 변하지 않는 사실이었다.

그래서 소환이 되면 뭔가 알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냥 숲속으로 소환을 시켰을 뿐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나뭇가지를 이용해서 위장을 하고는 최대한 조용히 이동을 했다.

그렇게 움직이고 있는데 바닥에 누워 잠이 든 남자가 보였다.

그런데 그 순간 권능 마나의 눈이 반응했다.

[23,439번 이미가와 나카호시(일본, 남, 38세)]

마나홀 : 아직 수치로 나타낼 수 없습니다.

마나통 : 아직 수치로 나타낼 수 없습니다.(발현율 0%)

마나 : 아직 수치로 나타낼 수 없습니다.

특성 : 치유

직업 : 의사

현재 위치 : 미지의 숲

현재 상태 : 숙면 중

<여기에서도 이게 되네. 그런데 이거 꺼놓지 않았어?>

'이곳에 오면서 풀렸나봐.'

수거한 마나통의 원소유자를 만나면 저렇게 정보가 떴다.

처음에는 놀라 자빠지는 줄 알았다.

처음 이 사실을 알게 됐을 때는 다행히 장례식장이였다.

장례식에 참여한 사람이었는데 정말 기분이 묘했다.

그때만큼은 나호도 얌전히 그 사람을 살필 뿐이었다.

순간 전생에 인간의 마나통을 샀던 사람들도 나처럼 정보를 볼 수 있는지 물었더니 그렇지는 않았다고 했다.

전생에 인간의 마나통을 샀던 각성자들은 살 때는 물론이고 보유하고 있을 때에도 개인 정보는 알 수 없었단다.

정보를 볼 수 없는 것은 물론이고 어떤 마나통이 누구의 것인지도 구분할 수 없었고,살 때에도 '어느 지역의 몇 개' 이런 식으로 사는 것이지 '누구의 마나통' 이렇게 살 수는 없다고 했다.

특정인의 마나통이 매물로 나왔는지 확인하려면 어마어마한 마나를 지불해야 하고, 특정인의 마나통만 골라 사려고 해도 마찬가지였단다.

사더라도 입고를 하고 나면 각성자와 일반인, 지역별 구분 정도만 되었지 나처럼 개개인을 알 수는 없었던 것이다.

그러니 특정인의 마나통만 더 굴리거나 덜 굴리는 것이 불가능했다는 말이다.

보유하고 있던 마나통을 같은 스킬이 있는 사람에게 넘기거나 시스템에 다시 되팔 때에도 특정 마나통만 구분해서 파는 것은 불가능했다.

단지 발현율 몇 프로 짜리 몇 개에 얼마!

이런 식으로 값을 매기고 주고받았던 것이다.

이것은 앞으로 인간의 마나통을 살 수 있게 되는 사람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고 했다.

한마디로 마나의 눈으로 마나통의 정보를 읽을 수 있는 것은 나만 가능하다는 말이었다.

이렇게 읽을 수 있는 정보는 마나통이 입고되는 수에 따라 점점 늘어나고 있었다.

처음에는 기본 정보만 보이더니 특성은 1만, 직업은 5만, 현재 위치는 10만, 현재 상태는 15만 개의 마나통이 입고됐을 때부터 확인이 가능했다.

원소유자의 상태를 확인하면서 이곳이 어디인지도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다.

[띠링! 미지의 숲에 총 두 명의 원소유자가 존재합니다. 확인하시겠습니까?]

'혹시 어디에 있는지도 알려줄 수 있나?'

[그건 알려드릴 수 없습니다만 1만 마나를 투자하시면 상세 위치를 알 수 있는 기능을 추가하실 수 있습니다. 여기에 3만 마나를 추가로 더 투자하시면 원소유자가 있는 곳으로 안내하는 기능도 가능합니다.]

이건 지금 추가할 필요가 없는 기능들이었다.

차후에 마나통의 입고가 늘어나면 자연 개방될 수도 있는 정보였고 말이다.

'지구에서는 내 근방에 몇 명의 원소유자가 있는지 알려주지는 않았는데 왜 이곳에서는 알려주는 거야?'

[강대한님께서 범위를 설정해두시면 실시간으로 알림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현재 지구에서는 권하지는 않습니다. 사람들의 이동이 잦아서 알림이 너무 자주 발동하게 될 것입니다.]

계속해서 몇 명의 원소유자가 있다는 알림이 뜨면 불편할 것 같기는 했다.

[이곳은 새로운 곳이기 때문에 알려드린 겁니다.]

'어제 도착했을 때 알려주지 않고 지금 알려준 것은 내가 저 남자를 발견했기 때문이고?'

[그렇습니다. 기본적으로 알려드리는 정보입니다만 현재는 한 명이라도 원소유자를 발견해야만 알려드리도록 되어있습니다.]

나중에는 원소유자를 발견하지 않아도 알려줄 수도 있다는 말이었다.

입고가 많이 되면 생각보다 많은 정보를 받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알겠어. 나머지 한 사람의 정보도 보여줘.'

[134,245번 히가시 하루마(일본, 여, 8세)]

마나홀 : 아직 수치로 나타낼 수 없습니다.

마나통 : 아직 수치로 나타낼 수 없습니다.(발현율 0%)

마나 : 아직 수치로 나타낼 수 없습니다.

특성 : 속사(速射)

직업 : 학생

현재 위치 : 미지의 숲

현재 상태 : 당황, 공포

'여덟 살이라고? 무슨 여덟 살짜리가 마나통증을 느껴?'

시스템은 여기에 대해서는 대답이 없었다.

마나통증을 느끼는 나이는 일정하지는 않았다.

사실 더 어린 나이에 마나통증을 느낀 경우도 있었다.

이 아이는 마나통을 떼어냈기 때문에 평생 각성하지 못할 것이다.

이건 하늘이 두 쪽이 나도 변하지 않는 사실이었다.

이렇게 어린 나이부터 마나통증을 느끼고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아니. 무슨 생각으로 이렇게 어린 아이의 가슴에 칼을 댄 거야? 그것도 여자 아이인데? 그리고 왜 이 시간에 아이가 혼자 있는 거야?>

나호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부모가 함께 있겠지. 자정인데 아이가 혼자 있겠어? 수술은 아이만 시켰을 수도 있어.'

부모로 보이는 원소유자의 정보는 뜨지 않는데 아이의 마나통 정보만 뜨자 나호는 아이가 혼자 있다고 생각한 것 같았다.

<수술의 위험성이 거의 없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큰 수술인데 어떻게 아이에게···.>

'첫 통증도 그렇고 그 이후에도 그렇고 다른 사람에 비해 통증이 심했을 수도 있지.'

<그럼 각성 가능성이 높은 아이의 마나통을 떼어버렸다는 거네?>

'그렇지. 특성도 속사잖아. 특성이 없는 사람도 많은데 저 아이는 특성이 존재해. 우리에게는 분명 좋은 일이긴 한데 아이의 인생을 생각하면 불쌍하기는 하다.'

유난히 어린 나이부터 마나통증을 느끼는 아이들이 있었다.

이런 아이들은 성장하면서 강자가 되기 마련이었다.

그런데 이 아이에게는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전생에는 미우라 놈이 이 아이의 마나통도 가지고 있었을 확률이 높았다.

놈은 어떻게 했을까?

나처럼 개개인의 정보를 보지 못했으니 같이 굴렸을까?

아니면 같은 일본 사람이라고 덜 굴렸을까?

덜 굴렸다고 해도 일본 사람들의 마나효율이 우리보다 떨어져서 덜 굴렸을 뿐 불쌍히 여겨서 덜 굴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미우라 놈은 남이 괴로워하는 것을 즐기는 놈이었으니 말이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비명소리가 들렸다.

진액 덩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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