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당신의 마나통은 안녕하십니까?-41화 (41/350)

41. 첫 사냥

아무런 준비 없이 자다가 낯선 공간으로 소환되는 것은 큰일이었다.

이곳처럼 환경이 좋지 않았다면 많은 사람이 죽었을 것이다.

하지만 시스템은 낯선 공간으로 소환했지만 죽게 내버려두지는 않았다.

벌거벗다시피 한 사람들에게는 최소한의 의복이 제공되었다.

이미 입혀진 상태로 소환이 되었는데 긴팔에 긴바지, 신발이 그것이었다.

하지만 시스템이 제공하는 것은 딱 거기까지였다.

다른 어떤 것도 그냥 제공되는 것은 없었다.

이제 이 알 수 없는 세상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것이었다.

사람들이 혼란스러워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알 수 없는 공간으로 불려온 것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 굶주림은 사람의 본능과 본성을 자극했다.

그래서 지난 보름동안 숲에서는 별일이 다 있었다.

여러 무리들이 생겨나 자리를 잡고 안정을 찾아가면서 평화와 공존이라고 부르는 폭력과지배가 판을 친 것이다.

무리 속에 있었다면 휩쓸려서 느끼지 못했겠지만 한 발자국 떨어져서 보니 무리가 형성되는 과정이 생생하게 보였다.

그걸 보면서 생각지도 못했던 것들을 많이 깨닫게 되었다.

모두가 무리를 이루고 생활을 하는 것은 아니었다.

나도 단독 생활을 하고 있지만 나처럼 혼자 생활하는 사람도 일곱 명이나 되었다.

이들은 한 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남자였다.

혼자 생활하는 사람들은 물고기이기는 하지만 사냥에 능하고 주변 환경을 잘 이용했다.

이 중에는 미우라 놈도 있었다.

미우라는 지금까지 어떤 무리에도 속하지 않고 홀로 생활을 하고 있는데 장례식장에서보다 이곳에서 더 편안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간혹은 노래까지 흥얼거리는 여유를 보여주었다.

어쨌든 보름이 지나자 사람들은 이곳 생활에 많이 적응이 된 상태였다.

보름이 지나도록 특별한 일이 없자 이번 소환은 이렇게 끝나나 하는 생각을 했다.

낯선 곳에 적응하는 것이 과제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뜬금없이 소리가 들렸다.

이 소리는 어디에 있든지 들을 수밖에 없는 소리였다.

숲에 소리가 울리기도 했지만 동시에 머릿속에 울렸기 때문이었다.

[띠링! 여러분이 속한 그룹은 지난 보름간의 평가에서 'D+'를 받았습니다.]

메시지가 울리자 사람들이 동요하기 시작했다.

소리가 나는 곳을 찾기 위해 움직이는 사람도 있었고, 여기가 어디이고 왜 이곳으로 데리고 왔냐며 소리를 지르는 사람들도 있었다.

어떤 사람은 자리에 주저앉아 울부짖기도 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시스템은 자신이 할 말만 뱉어냈다.

<저럴 것이 아니라 시스템이 하는 말을 새겨들어야 하는데···. 그치?>

"그렇지."

[분발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물론 그룹 평가로 개인을 평가하지는 않습니다.]

눈치 빠른 사람이라면 무리를 지어 사는 것이 개인에게는 이롭지 못하다는 것을 알아챌만한 말이었다.

이런 환경에서 혼자 산다는 것이 절대 녹록하지 않고 상당한 용기를 필요로 하는 일이지만 말이다.

[지난 보름 동안 편안히 보내셨을 테니 이제 슬슬 움직여 봐야겠죠? 지금부터 24시간마다 숲에 생명체가 추가될 것입니다. 이 생명체를 잡을 때마다 여러분은 마나를 비롯한 특별한 것을 얻을 수 있습니다.]

"뭔 소리야?"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죽을 만큼 힘들었는데 편했다고?"

"집으로 보내줘. 혈압 약을 못 먹은 지 보름이 지났어. 이제는 더는 견디지 못하겠어."

<징징징징! 아이 듣기 싫어. 저것들을 어디다 몰아넣고 입을 막든지 해야지.>

나호가 사람들의 투덜거림이 듣기 싫다는 내색을 팍팍하고 있었다.

<마나라는 생소한 단어가 나오면 말이야 마나가 뭔지 궁금해 하는 것이 정상 아니야? 왜들 저래?>

"처음이니까 그렇지. 잠시만 조용히 해봐. 뭐라고 하는지 들어보게."

[지금부터 정확하게 보름, 360시간 동안 살인, 약탈 등은 허용되지 않습니다. 그룹 사냥은 가능하지만 공헌도에 따라 보상은 분배될 것입니다. 그럼 지금부터 시작입니다.]

이곳에 왜 불려 와야 했는지, 마나는 무엇이고 보상은 어떤 것인지, 상태창이라는 것이 있으며 그것의 의미는 무언인지 그 어떤 것도 설명해 주지 않았다.

그저 지금부터 나타나는 생명체를 잡으라는 말만 하고는 더 이상의 메시지는 들려오지 않았다.

아마 질문을 해도 대답을 해주는 일은 없을 것이다.

"전생에 나도 참 답답했겠다. 저들의 입장이 충분히 이해가 돼."

<그래서 도와줄 거야?>

"내가? 미치기 전에는 그럴 일은 절대 없어. 움직이자."

함께 소환된 사람이 한국인이었다면 최대한 도와줬을 것이다.

하지만 모두 일본인이었다.

돕기는 고사하고 함께 소환된 일본인은 단 한 명도 각성자가 되지 못하도록 할 것이다.

<다행이다. 혹시라도 불쌍하다고 도와준다고 할까봐 조마조마 했거든.>

"별 걱정을 다 하고 있어. 어서 가서 준비하자."

빛의 나무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었기 때문에 빠르게 빛의 나무로 돌아왔다.

빛의 나무에 있는 구멍 안은 처음 왔을 때와는 달리 아늑한 보금자리로 완전히 탈바꿈 되어 있었다.

이곳에는 혹시 이런 상황이 되었을 때 이용하기 위해 만들어둔 창과 활 등이 있었다.

그것들을 챙기고 빠르게 나무를 나왔다.

나무를 빠져 나올 때 빛의 나무가 살짝 반짝거리는 것 같았지만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움직였다.

숲에 등장하는 생명체라고 했으니 짐승이나 몬스터가 등장할 것이다.

아마 한정된 수가 등장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한 마리라도 더 잡아야했다.

절대 평가이기 때문에 내가 많이 잡아버리면 이곳에 있는 일본인들은 각성하지 못할 것이 분명했다.

그런 생각을 하며 창을 들고 감각을 잔뜩 세운 채 숲을 걸었다.

바스락!

사람이 밟는 발자국 소리와는 확연히 다른 소리가 났다.

몸을 숨기고 소리가 나는 곳으로 시선을 향했다.

심쿵!

심장이 쿵하고 떨어질 정도로 놀랄 때 심쿵이라고 한다는데 정말 심장이 떨어지는 줄 알았다.

나호를 봤더니 나호도 바보 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우리 앞에 지금까지 본 적이 없던 생물이 있었다.

시스템이 말한 우리가 잡아야 하는 생명체인 것 같았다.

<집사! 이거 쉽지 않겠다. 저거 웬만한 사람은 잡을 수 없어. 저것 봐. 저렇게 귀엽고 순박하게 생긴 생명체를 어떻게 잡으라는 거야?>

사냥을 재촉할 것 같았던 나호가 난감해하고 있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 앞에 나타난 생명체는 너무도 순수한 눈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생긴 것도 너무 귀여워서 저 생명체에게 무기를 들이대는 것은 죄를 짓는 것 같은 느낌이 들 것 같았다.

하지만 던전에서는 더 심한 경우도 많았다.

그리고 위험성을 외모로 판단할 수는 없었다.

<왈라비하고 비슷한 거지?>

'맞아. 왈라비의 외양에 토끼 귀가 달렸네. 소리를 많이 내고 다니는 것을 보니 조심성은 없으면서 겁은 많나봐.'

귀가 큰 것으로 봐서 소리에 민감한 것 같아서 심상으로 대답했다.

<저 녀석은 이제부터 토끼 왈라비라고 부르면 되겠다.>

왈라비는 캥거루과 동물로 캥거루보다 몸집은 작은데 지금 우리 눈앞에 있는 생명체도 몸집은 왈라비만 했다.

꼬리까지도 딱 왈라비처럼 생겼는데 귀는 집토끼보다 훨씬 컸다.

현실의 토끼 왈라비보다 귀가 커서 그런지 훨씬 귀여워보였다.

그런데 이 녀석의 움직임이 특이했다.

캥거루나 왈라비처럼 두발로 점프를 하지 않고 오리처럼 뒤뚱거리며 걷고 있었다.

저러다가 급하면 점프를 하는 것 같았다.

예민한 녀석 같아서 창을 들고 조심히 접근을 했다.

귀를 쫑긋거리며 주위를 잔뜩 경계를 하고 있었지만 토끼 왈라비는 나의 접근을 눈치 채지 못했다.

그리고 그것은 그대로 토끼 왈라비의 죽음으로 이어졌다.

전생에 경험이 없었다면 녀석의 귀여운 외모에 쉽게 창을 찔러 넣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기에는 전생의 경험이 너무 풍부했다.

소리도 내지 못하고 죽은 토끼 왈라비는 나의 경험치와 마나가 될 것이다.

토끼 왈라비가 축 늘어지고 나자 메시지가 들렸다.

[띠링! 사냥에 의해 미량의 마나를 획득하셨습니다. 추가 획득물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대변혁 이후 몬스터나 짐승을 잡게 되면 듣게 되는 소리였다.

마나를 획득했다는 말은 공통적으로 듣는 것이고 몬스터를 잡는 것만으로 뭔가를 얻게 되면 추가 획득물에 대한 말을 듣게 된다.

아직 도축 스킬은 없지만 '마나통 수거(유일)' 스킬이 있기 때문에 몬스터의 마나통이나 마나홀이 있었다면 자동으로 수거가 됐을 것이다.

다른 각성자들과 달리 나는 마나통 수거 스킬로 몬스터의 마나통과 마나홀도 수거가 가능하다고 했기 때문이다.

물론 몬스터의 마나통과 마나홀은 마나통 저장고가 아닌 인벤토리로 수거가 됐을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다시 메시지가 들렸다.

[띠링! 축하합니다. 놀라운 성과입니다. 시험을 시작한지 3분 48초 만에 첫 사냥에 성공하셨습니다. 이 기록은 강대한 님께서 속한 그룹에서 가장 빠른 기록이며, 인류 전체에서 10위 안에 드는 기록입니다.]

인류 최초가 아니었다.

빛의 나무에 다녀오지 말았어야 했나 하는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분명 인류 첫 사냥에 대한 보상도 상당히 좋은 것이었을 것이다.

[첫 사냥에서 10위 안에 드신 보상으로 민첩 능력치 2를 영구적으로 지급하여 드렸습니다. 능력치는 상태창을 통해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이건 정말 궁금해서 묻는 건데 나는 몇 위야? 10위 안의 모든 사람에게 민첩 능력치 2를 지급한 것은 아니지? 아니 그것보다 아직 능력치 자체를 구매하지 못했을 텐데? 상점도 열지 못했을 거잖아.'

나야 이미 각성을 한 상태고 능력치도 가지고 있으니 문제가 없었지만 나 이외의 아홉 명은 어떤 식으로 보상이 지급되는지 궁금해서 물은 것이었다.

[보상은 본인에 관한 것만 알려드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사냥 순위 6위부터 10위까지는 일괄적으로 민첩 능력치 2를 지급하여 드렸습니다.]

<정말 세상은 넓고 사람은 많구나. 나는 집사가 1등이라고 생각했는데 집사보다 빨리 사냥한 사람이 최소 다섯 명이상이라는 거잖아. 1등 보상은 뭐였을까? 빠른 것에 대한 보상이었으니 영구적으로 속도를 올려주는 것이었을까?>

나호가 세상을 다 잃은 듯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나호가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계속 재잘거렸지만 지금은 그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어차피 놓친 보상은 아쉬워한다고 돌아오는 것은 아니었다.

조금 더 빨리 움직이지 못한 자신을 반성하고 조금 더 발 빠르게 움직이면 그만이었다.

사냥에 대한 보상이 있다면 분명 도축에 대한 보상도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재빨리 상점창을 열고 일반 상점으로 들어가서 스킬 '도축'을 구매했다.

[띠링! 스킬 '도축(F)'가 등록되었습니다.]

지금 인류 중 나를 제외하고는 누구도 스킬을 가지고 있을 수가 없었다.

그렇게 생각하고 도축을 하였다.

도축을 하자 토끼 왈라비는 사라지고 없었다.

인벤토리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인벤토리로 고기와 가죽이 들어왔던 것이다.

그런데 당연하게 기대해고 있던 보상에 대한 것이 나오지 않았다.

원래 첫 도축에 대한 보상이 지급되지 않는 것인지 아니면 다른 사람이 도축을 먼저 한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처음 사냥을 한 사람에게 도축 스킬이 주어졌다면 불가능한 일도 아니기 때문이었다.

처음 사냥한 사람뿐만 아니라 5위 안에 든 사람 모두에게 도축 스킬이 주어졌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남의 보상에 관한 내용은 물어도 답을 해주지 않는다고 했기 때문에 아쉬움을 달래며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첫 사냥은 놓쳤지만 가장 많은 사냥을 한 사람이라는 타이틀은 놓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토끼 왈라비는 사냥하기 마냥 쉬운 녀석은 아니었다.

치명적으로 귀엽게 생긴 외모는 나에게는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놀라울 정도로 발달한 귀가 문제였다.

작은 소리에도 덤불 속으로 몸을 숨겨버렸기 때문에 사냥을 하는 것보다 찾아다니는 것이 더 어려웠다.

"사람들이 없는 곳으로 가봐야겠어. 이 부근에서는 찾기가 쉽지 않을 것 같아."

<겁이 많은 녀석인데 인기척이 많으니 꼭꼭 숨어버린 거지. 가자.>

우리는 사람들과의 거리를 확실히 벌렸다.

그러자 토끼 왈라비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우리가 처음 소환되었던 곳에서 멀어질수록 토끼 왈라비의 덩치가 커지고 있었다.

덩치가 커지자 위협을 느끼면 달아나려고 하지 않고 맞서기 시작했다.

그래봤자 1미터 남짓밖에 되지 않는 녀석들이 커다란 눈을 마주보며 맞서는 모습은 기특해 보이기까지 했다.

토끼 왈라비들이 도망가지 않고 맞서기 시작하자 사냥이 한결 쉬워졌다.

이내 작은 인벤토리는 가득 차 버렸다.

그렇다고 해서 인벤토리를 더 구매하지는 않았다.

가죽은 버리지 않고 챙기고 있지만 고기는 한 마리 분량을 제외하고는 모두 버렸다.

허리춤에는 자꾸 토끼 왈라비의 가죽이 쌓이고 있었다.

그렇게 백여 마리의 토끼 왈라비를 사냥했을 때 밤이 되었다.

사냥하는 내내 보이지 않던 미우라 놈을 찾아볼 시간이 된 것이다.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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