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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마나통은 안녕하십니까?-42화 (42/350)

42. 지금

백여 마리의 토끼 왈라비를 잡았지만 마나 이외의 것을 얻은 적은 없었다.

비세계이니 던전보다는 몬스터의 마나통이나 마나홀을 얻을 확률이 높아지지 않나 생각했는데 그런 일은 없었다.

토끼 왈라비를 잡고 얻은 가죽은 빛의 나무에 보관해두고 미우라 놈을 찾아 나섰다.

물론 밤이라고 해서 사냥을 그만둘 생각은 없었다.

세상에는 우리가 상상하지 못할 정도로 엄청난 사람이 의외로 많았다.

내가 첫 사냥을 놓쳤던 것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사냥을 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정말 부지런히 움직여야 할 것이다.

그런데도 미우라 놈이 머물고 있는 곳을 향해 가는 이유는 놈의 동태를 살피기 위해서였다.

미우라는 이곳에서 상당히 잘 생활을 하고 있었다.

전생에 왜 놈이 강자로 군림할 수 있었는지를 알 수 있게 해주는 모습이었다.

<집사! 드디어 마음을 먹은 거야? 그런데 살인이나 약탈은 안 된다고 했는데?>

"살인이나 약탈은 안 된다고는 했지."

<아닌데? 살인이나 약탈 '등'은 안 된다고 했는데···. 그 말은 각성자로 성장하는 것을 방해하면 안 된다는 말 아닌가?>

"알고 있어. 하지만 놈이 더 크게 둬서는 안 돼. 지금까지는 어느 선까지 가능한지 몰라서 그냥 뒀지만 살인과 약탈만 예시로 했으니까 어느 정도는 허용이 될 거야. 제재를 받지 않을 정도만 손을 봐줘야지."

<맞아. 모든 방해를 금한다는 말은 없었어. 시스템도 적당한 분란은 예측하고 있을 거야. 그렇다는 말은···. 드디어! 드디어어어!>

미우라 놈을 손봐준다는 말에 나호가 기쁨을 감추지 못하며 오두방정을 떨었다.

하지만 그 모습이 싫지 않았다.

지금 내 심정도 나호와 같았기 때문이었다.

놈이 살고 있는 토굴 근처에 가기 전부터 고기 굽는 냄새가 진동했다.

놈이 토끼 왈라비를 잡는 것에 성공한 모양이었다.

소환된 사람 중 사냥에 성공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무리를 지어서도 성공하지 못한 경우가 많은데 놈은 혼자서 사냥을 한 것이다.

가까이 접근하니 흥얼거리는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어쭈! 제법 즐거운 모양이네. 그래. 실컷 즐겨라. 즐겨. 그 기쁨도 지금이 마지막이 될 테니.>

나호가 날아갈 듯한 걸음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걷는 모습에 감정이 그대로 묻어났다.

토굴 근처에 접근해서 보니 놈은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잡아서 해체를 해온 토끼 왈라비 고기를 한 쪽에서는 굽고, 그 뒤 쪽에서는 말리고 있었다.

어디서 배웠는지 연기가 말리는 고기에 스며들도록 해둔 상태였던 것이다.

저 상태로 불을 오래 피우면 자연스럽게 훈제가 될 것이다.

놈이 아주 영리하게 움직이고 있었지만 그것도 딱 여기까지였다.

<집사! 저 놈 다섯 마리 이상 잡았나봐. 가죽이 다섯 장이나 보이는데?>

놈의 토굴 주위를 둘러본 나호가 말했다.

시간을 끌 필요가 없었다.

놈을 치기 위해 모습을 드러내려고 할 때였다.

멀지 않은 곳에서 다수의 인기척이 느껴졌다.

가만히 보니 무리를 지어 생활하는 공동체 중의 한 무리였다.

스무 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미우라 놈의 토굴을 향해 접근하고 있었는데 손에는 각자 몽둥이를 하나씩 들고 있었다.

저들이 뭘 하려고 하는지 묻지 않아도 알 것 같았다.

<어랍쇼? 저 미친놈들은 또 뭐야? 페널티 정도는 두렵지 않다는 거야?>

'배고픈데 뵈는 게 있겠어? 내 손을 더럽힐 일이 없어진 것에 감사해야지.'

<그럼 싸움 구경이나 해볼까?>

미우라 놈의 운명은 뻔할 것 같아 자리를 뜰까하다가 잠시 지켜보기로 했다.

스무 명 가량의 사람들은 조심성이라고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일정 거리까지는 기척을 감추고 접근을 할 것 같은데 저들은 그러지 않았다.

수가 많아서 그럴 필요성 자체를 느끼지 못하는 것 같았다.

바쁘게 움직이다가 사람들의 기척을 느낀 미우라 놈이 자리를 피하려고 했다.

하지만 무리 중에 유난히 빠른 사람이 있어서 뜻을 이룰 수 없었다.

"이야아아! 많이도 잡아놨네. 수고했어! 네가 사냥한 것은 우리가 고맙게 먹으마. 앞으로도 사냥한 것의 절반은 알아서 갖다 바쳐. 그럼 서로 얼굴 붉힐 일 없고 좋잖아! 알았어?"

"이놈 대답이 없네? 알았냐고!"

일부 사람들은 미우라 놈이 잡아둔 고기를 챙기고, 일부는 미우라 놈을 위협하고 있었다.

장례식장에서 본 미우라는 겁이 많은 놈이었다.

전형적인 강약약강인 사람답게 자신보다 강한 사람 앞에서는 기를 펴지 못하는 것이 미우라였다.

특히 자신의 아버지와는 눈도 제대로 마주치지 못했다.

그래서 이 상황에서도 납작 엎드릴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위협을 하는 사람들 중 가장 강해보이는 사람 옆으로 다가가더니 이내 그 사람을 낚아채서 목을 휘감았다.

항복을 하려는 듯한 자세를 취하며 다가갔기 때문에 누구도 미우라가 이렇게 행동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미우라는 잡힌 사람의 목에 뾰족하게 간 나무칼을 들이밀었다.

"그래. 와봐. 이 놈 죽기를 바란다면 오라고!"

푹!

미우라 놈이 망설임 없이 잡힌 사람의 목에 나무칼을 찔러 넣었다.

나무칼이지만 워낙 뾰족하게 만들어 놓은 거라 큰 저항 없이 목을 뚫고 들어갔다.

"으아아악! 으악! 으으으으!"

목이 찔린 사람이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찔린 목에서 피가 주르르 흘러내렸다.

"다 멈춰. 이놈이 죽기를 바라지 않는다면···."

미우라 놈이 낮게 으르릉거렸다.

미우라가 사냥해 둔 것을 빼앗고 노예처럼 부리려던 놈들의 움직임이 일순 멈추었다.

순식간에 찾아온 정적이었다.

미우라를 중심으로 세상이 얼어붙은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무거운 침묵을 깨고 미우라가 입을 열었다.

"다들 손에 쥔 거 내려놔."

스무 명 가량의 사람들이 서로 눈치만 보고 있었다.

"으윽! 내, 내려놔. 내려놔 새끼들아! 나 죽는 꼴 보고 싶어?"

미우라가 칼을 더 깊이 찔렀는지 잡힌 놈이 발악을 했다.

사실 함께 온 사람들이 움직이지 않은 채 서로의 눈치만을 본 것은 미우라를 어떻게 해보려고 한 것이 아니었다.

지금 저들은 공포에 사로잡혔다고 보는 것이 더 맞을 것 같았다.

문명사회에서 살던 사람들이었다.

먹고 살기 위해 물고기를 잡아서 어찌어찌 살아오고 있었지만 눈앞에서 사람이 목에 칼이 찔리는 것은 상상도 하지 못했을 것이다.

더구나 살인과 약탈을 금한다는 말까지 모두 들은 상태였다.

저들은 자신들이 어떤 짓을 하던 죽임은 당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눈앞에서 창에 찔려 피를 흘리는 모습을 보자 당황한 것이었다.

잡힌 놈이 소리를 지르자 그것이 신호라도 되는 것처럼 손에 든 것들을 모두 바닥에 내려놓는 약탈자들이었다.

"무기가 될 만한 것들은 이쪽으로 보내. 손으로 말고 발로 밀어."

미우라가 약탈자의 목에 나무칼을 찔러 넣은 채 다시 말했다.

죽창이나 몽둥이가 미우라 앞으로 보내졌다.

"너! 그래 쥐새끼 닮은 너 말이야. 저기 끈 보이지? 저걸로 다 묶어."

미우라가 유난히 겁이 많고 기회주의자처럼 생긴 사람을 지목하며 말했다.

미우라가 뭘 하려고 하는지 눈치를 챈 약탈자 놈들의 눈빛이 살짝 변한 것은 그때였다.

하지만 목이 찔린 우두머리가 먼저 눈치를 채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으으윽! 윽! 묶어! 묶어 새끼야. 빨리 빨리 움직여! 빨리이이이!"

우두머리는 겁에 질려있었다.

본능적으로 미우라의 본성을 느꼈는지도 모르겠다.

얍삽하게 생긴 사람이 미우라와 우두머리의 눈치를 보더니 미우라가 시키는 대로 사람들을 묶기 시작했다.

<어랴? 저놈 하는 짓 좀 보게? 저놈 미우라에게 잘 보이고 싶은 모양인데? 아주 야무지게도 묶네. 저렇게 까지 하지 않아도 될 텐데 말이야.>

'어디에나 저런 놈들이 있기 마련이야. 편견인지 모르겠지만 일본 놈들은 권력에 순응을 더 잘하는 것 같더라.'

<내가 보기에도 그건 그래. 쟤들은 그런 것까지도 대세를 따르는 지혜네 뭐네 하면서 말 같지도 않은 말을 끌어다 미화를 시키지만 말이야.>

"다 묶었습니다."

얍삽해 보이는 놈이 스무 명에 달하는 사람을 모조리 묶었다.

팔을 뒤로 해서 아주 야무지게 묶었기 때문에 어지간해서는 풀 수 없을 것 같았다.

소환 초기라서 저런 일이 가능했다.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다수가 저렇게 제압이 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잘 했어. 끈 가지고 이리와."

미우라는 얍삽해 보이는 놈에게 끈을 받아서는 제압하고 있던 놈의 팔을 뒤로 돌려 단단하게 묶었다.

그리고는 조금 전까지 자신을 도왔던 놈까지 묶고는 그 놈의 목에도 칼을 찔러 넣었다.

망설임이라고는 전혀 없는 몸짓이었다.

물론 깊이 찔러 넣은 것은 아니었다.

적당히 피가 날 정도로 찔러 넣고는 다른 놈들에게도 똑같이 했다.

약탈을 하러 온 사람 중에는 공포감에 오줌을 지리는 사람까지 있었다.

이런 것은 생각지도 못했을 테니 당연한 반응이었다.

<집사! 저놈 왜 저러는 것 같아? 설마 다 죽이려고?>

'절대 죽이지는 않을 거야. 아무래도. 지혈에 좋은 약초를 발견한 것 같아.'

<어떻게 알았을까?>

'저기 무릎의 상처 때문인 것 같아. 딱 봐도 미끄러져서 생긴 상처잖아. 계곡의 그 이끼에서 미끄러졌다면 알게 됐겠지.'

이곳 계곡의 돌 위에는 특이한 이끼가 자라고 있었다.

전생의 던전에서 아주 드물게 보던 이끼인데 이곳에서는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전생에 우리는 이것을 '지혈 아기별 이끼'라고 불렀었다.

대변혁 시대에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앙증맞은 이름이지만 생김새가 아기별처럼 앙증맞게 생긴데다 지혈효과까지 뛰어나서 그렇게 불렀었다.

생으로 살짝 짓이겨서 바르면 가장 효과가 좋지만 말려서 가루로 만들어서 뿌려도 효과가 좋아서 사랑받는 약초이기도 했다.

미우라 놈은 스무 명이 넘는 사람의 목에 창을 찔러 상처를 내고는 그들을 앞세워 이들의 본거지로 향했다.

그리고는 그곳을 손쉽게 장악했다.

중간에 놈을 제압을 할까 하다가 잠시 놈이 하는 꼴을 지켜보기로 했다.

<집사! 언제까지 두고 볼 거야? 저놈 손 봐야 하는 거 아니야?>

'몇 시간의 달콤한 휴식을 주는 거야.'

<저놈이 즐겨했던 것을 집사도 하겠다는 거야?>

미우라는 단숨에 상대를 제압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팔, 다리를 하나씩 잘라가면서 압박을 하는 것을 즐겼던 놈이었다.

필요할 때는 희망도 한 줌씩 뿌리는 것까지 놓치지 않던 성격의 소유자였다.

시간을 두고 상대가 괴로워하고, 좌절했다가 잠깐 기운을 차리고 희망을 좇다 또 좌절하면서 서서히 정신이 피폐해져가는 모습을 보는 것을 최고의 즐거움으로 여겼던 정신이상자였다.

놈의 희망을 단숨에 꺾어버리는 것은 놈을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뜨리는 것이 절대 아니었다.

저런 성격의 소유자일수록 같은 일을 당했을 때 더 괴로워하고 더 힘들어하기 마련이었다.

미우라는 이곳에서 쉽게 죽지도, 그렇다고 쉽게 포기할 수도 없게 될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미우라는 그동안 혼자 살았던 것이 무색할 정도로 자연스럽게 사람들 위에 군림했다.

원래 자신이 있어야 하는 위치라도 되는 것처럼···.

지금까지 누구 밑에 있어본 적이 없던 놈이니 저 위치가 더 잘 맞았는지도 모르겠다.

미우라는 자신을 약탈하려던 놈들을 장악하고는 지혈 아기별 이끼로 지혈을 해주었다.

그리고는 그동안 자신이 사냥해둔 음식으로 먼저 배불리 먹였다.

이것만으로도 불만을 종식시키는 것은 어렵지 않아보였다.

실제로 한두 명을 제외하고는 미우라 놈에게 매료된 것 같기도 했다.

치료를 해주고 배를 불려준 것뿐만 아니라 상태창의 존재를 사람들에게 알려주며 이곳에 오게 된 것이 결코 우연이 아님을 설파했다.

낯선 곳에 불려와 불안해하던 사람들에게 미우라는 생명수와 같은 존재로 인식이 되는 순간이었다.

미우라는 몇 시간도 되지 않아 추종자까지 만들어내는 기염을 토하고 있었다.

주변이 어느 정도 정리가 됐다고 생각을 했는지 내일 돌아온다는 기약을 남기고 미우라는 다시 자신의 거처를 향해 길을 나섰다.

약탈자들이 함께 머무를 것을 청했지만 거기에 응할 정도로 미우라는 호락호락한 놈은 아니었다.

호위를 차청하며 따르겠다고 하는 사람들까지 뿌리치고는 호기롭게 홀로 산을 오르는 미우라였다.

미우라는 길을 나서고 한동안은 다시 놈들이 자기를 치지 않을까 잔뜩 긴장을 한 채 움직였다.

하지만 그런 기미가 보이지 않자 아주 편안한 몸놀림으로 산을 올랐다.

<간이 배 밖으로 나왔네. 날 잡아 잡수쇼 하는 거 아니겠어? 집사 언제 놈을 칠거야?>

'지금!'

부산물 거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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