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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마나통은 안녕하십니까?-43화 (43/350)

43. 부산물 거래

놈이 자신의 거처로 거의 돌아왔다고 안심을 하는 순간 놈의 뒤를 쳤다.

놈을 치기 전 놈의 앞에 나타날까 하는 고민을 잠깐 했었다.

하지만 그러지 않기로 했다.

존재를 드러내는 것이 꺼려져서 그런 것이 아니었다.

원래 공포라는 것이 존재를 알지 못할 때 더 두려운 법이었다.

자신의 거처가 보이자 눈에 띄게 안심을 하는 놈의 뒤를 치고는 왼손을 부러뜨렸다.

생각 같아서는 목을 부러뜨리고 싶었지만 이 놈 때문에 페널티를 받을 수는 없었다.

비세계는 인류를 평가하는 장이기 때문에 지나친 위해를 가하면 페널티를 받을 수 있었다.

놈의 손목을 부러뜨리는 것은 단 몇 초도 걸리지 않았다.

누군가에게 직접 위해를 가하는 것이 처음이어서 심장이 순간 벌렁거렸지만 무시했다.

"으으으읍! 누, 누구우우으으읍!"

손목을 부러뜨리면 오두방정을 떨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이를 앙다물고 아픔을 참으며 상황을 파악하려고 하는 미우라였다.

<강자는 괜히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구나. 정말 나쁜 놈이지만 저런 면은 배워야겠다.>

나호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다.

미우라 놈은 그 손을 하고도 재빨리 몸을 숨기려고 애를 썼다.

하지만 뜻을 이룰 수는 없었다.

놈의 옆구리로 발길질이 먼저 이어졌기 때문이었다.

퍽! 퍼어억! 퍽!

딱 세 번 놈의 옆구리를 걷어찼다.

놈이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괴로워했다.

<우리 민족을 생각하면 때려 죽여도 시원치 않아!>

내가 놈을 걷어차는 사이 나호도 놈의 위에 올라타서 얼굴을 긁어 파고 있었다.

물론 영체 상태인 나호라서 아무런 상처를 남길 수는 없었지만 나호의 속은 시원한 모양이었다.

'이만하면 됐어. 가자.'

<왜? 조금 더 걷어차지 않고?>

'이 뒤는 저들에게 맡겨도 될 것 같아.'

<누구? 흐흐흐! 저들에게 맡기도 좋을 것 같기는 하네. 밥상 차려 줬으니 알아서 먹든지 걷어차든지 하겠지. 가자!>

전에 없이 나호의 목소리가 밝았다.

우리는 미련 없이 자리를 벗어났다.

우리가 자리를 벗어나고 미우라가 몸을 가누기도 전에 약탈자들이 들이닥칠 것이다.

미우라가 약탈자 무리를 휘어잡은 것 같았지만 아직 미우라는 약했다.

상태창을 파악했다고는 해도 전생처럼 상점이 열린 것도 아니었고, 무엇보다 아직은 마나를 1도 모으지 못했던 것이다.

그러니 보름동안 함께 한 사람들을 미우라 놈의 발아래에 두는 것은 시간이 더 필요했다.

내가 놈의 몸을 저렇게 만들지 않았다면 분명 놈은 저 무리를 자신의 발아래 두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발판 삼아 훨씬 수월하게 강자가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미우라는 그 꿈을 이루기 어려울 것이다.

멀찍이서 놈을 쫓던 이들에게 먹잇감으로 던져줬기 때문이었다.

저들이 미우라를 어떻게 요리하는 지까지는 굳이 지켜볼 필요는 없었다.

그렇지 않아도 놈 때문에 몇 시간을 허비한 상태였다.

그 시간을 보충하기 위해서라도 지금부터는 열심히 움직여야했다.

토끼 왈라비는 키가 작은 것은 45센티미터 정도 밖에는 되지 않았다.

너무 작고 귀엽게 생긴 녀석들이라 죽이는 것이 편하지 않았지만 잡아내야 했다.

한밤중의 숲은 고요하기만 했다.

하지만 나의 밤은 그렇지 못했다.

밤새 토끼 왈라비를 찾아 사냥을 했다.

푹! 푹! 푹!

동이 터올 무렵까지 토끼 왈라비를 잡고 또 잡았다.

그때 메시지가 들렸다.

당연히 미량의 마나가 들어왔다는 메시지가 들려올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메시지가 들려왔다.

[띠링! 몬스터의 마나통이 수거 되었습니다. 마나저장장치로 활용하실 수 있습니다.]

몬스터의 마나통은 당연히 인벤토리로 들어와 있었다.

회귀하고 처음으로 얻은 몬스터의 마나통이었다.

전생에는 주로 '몬나통'이라고 불렀던 것이었다.

<집사! 드디어! 드디어 몬나통이 들어왔네. 이걸 얻어야 직정한 각성자라고 했었는데 기억해?>

"기억하지 그럼. 전생에는 이걸 얻는데 까지 얼마나 힘이 들었는데···."

<집사는 언제쯤 몬나통을 얻었어?>

"대변혁이 일어나고 8개월 쯤 후였던 것 같아. 한참 무더웠을 때니까. 그때는 꼭 기억해야지 했는데 세월이 지나니 이렇게 잊게 되네."

이 말을 하는 순간 권능 기억이 반응을 했다.

[정확하게 2030년 8월 12일 오후 3시 30분에 입장한 던전에서 몬스터의 마나통을 얻었습니다.]

경험한 일이기 때문에 권능 기억이 반응한 것이었다.

비세계는 직접 경험을 한 일인데도 불구하고 시스템이 허락한 일을 제외하고는 기억할 수 없었다.

<집사! 꺼내 봐. 전생과 똑같이 생겼는지 보게.>

나호가 재촉을 했다.

인벤토리로 들어온 몬나통을 꺼내보았다.

연한 푸른색을 띤 수수만한 몬나통이었다.

<에이. 너무 작다. 이건 F10밖에는 되지 않겠다.>

"F9는 될 거야."

몬스터를 잡고 나온 마나통은 크기에 따라 등급을 나누었는데 F10에서 EX1까지 백 개의 등급이 있었다.

통상은 F, E, D, C, B, A, S, SS, SSS, EX로 열 개의 등급만 나누었는데 세밀하게 나눌 필요가 있을 때에는 같은 F급에서도 F10, F9, F8··· F1 이런 식으로 해서 백 개의 등급으로 나눈 것이었다.

이것은 감정사가 없이도 정확하게 구분이 되었다.

거래창을 개방하면 거래하기 전에 정확한 등급이 파악됐기 때문이었다.

물론 거래창을 개방하는데도 마나를 지불해야 했지만 말이다.

거래창을 개방하기 전에는 손해를 보는 경우가 있었지만 심하지만 않으면 이해하고 넘어갔다.

먼저 거래창을 개방한 것에 대한 존중의 의미도 있었고, 거래창을 개방하느라 그만한 비용이 들었으니 그것을 이용하는 데에 대한 값을 치르는 것이라고 생각하기도 했었다.

몬스터의 마나통인 몬나통을 수거하면 마나저장장치로 사용할 수 있다는 말 같은 것은 원래 나오지 않았다.

저 말은 특별 서비스 중의 하나였다.

모든 물건에 저런 식으로 설명을 해준다면 시행착오를 많이 줄일 수 있을 것이다.

"그래도 없는 것 보다는 낫지. 안 그래?"

<그렇기는 하지. 거래창은 개방하지 않을 거야?>

"지금은 필요하지 않으니까. 굳이 하지 않으려고."

당장 거래할 사람도 없는데 마나를 써가면서 거래창을 개방할 필요는 없었다.

그러다 문득 거래창도 가장 먼저 개방을 하면 보상이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거래창을 개방하려고 하는 순간 먼저 메시지가 들렸다.

[띠링! 인류 최초로 '몬스터의 마나통을 수거한 각성자'가 되셨습니다. 이에 대한 보상으로 몬스터의 모든 부산물을 시스템과 거래할 수 있는 권리를 드리겠습니다. 이를 위해 '부산물 거래창'을 개방해 드렸습니다. 상태창을 통해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몬스터의 부산물을 시스템과 거래를 할 수 있었던 거였어? 이런 말은 듣도 보도 못했는데? 집사는 들은 적 있어?>

"없어. 처음 듣는 말이야. 상태창부터 확인해 보자."

거래창은 당연하게 인간과 인간과의 거래를 원활하게 하는 것이었다.

마나가 화폐의 개념처럼 사용하는 세상을 위한 배려 같은 것이었다.

누구도 시스템과 부산물을 거래했다는 것은 들어보지 못했다.

시스템이 제공하는 상점에서 직업이나 권능, 스킬, 아이템 등을 구매하기는 했지만 일방적인 구매이지 파는 일은 없었던 것이다.

들은 적이 있었다면 권능 기억이 반응을 했겠지만 지금 기억도 반응을 하지 않고 있었다.

바로 상태창을 확인했다.

그러자 상점 아래에 거래창이 나타나 있었다.

여기까지는 전생의 상태창과 같았다.

그런데 거래창에서 끝나지 않고 두 개로 나누어져 있었다.

인간과 시스템.

인간은 당연히 인간과의 거래를 말할 것이고, 시스템은 시스템과의 거래를 말하는 것 같은데 시스템에서 부산물 거래가 개방되어 있다고 표시되어 있었다.

그렇다는 말은 부산물 이외에도 시스템과 거래할 수 있는 품목이 있을 수 있다는 말이었다.

전생에는 모르는 것이 참 많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생에도 분명 이것을 이용한 사람이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

혼자 조용히 사용했던지 아니면 길드나 소속 단체에서 철저히 감췄을 것이다.

<집사! 몬나통을 가장 먼저 얻은 사람은 시스템과 부산물 거래를 했겠지? 전생에 말이야.>

"그랬겠지. '몬스터의 마나홀'인 '몬홀'도 빨리 얻어야겠다. 몬홀이 또 뭘 줄지 모르잖아. 최초보상은 놓치지 말아야지."

<맞아. 최초보상이 만만치 않으니까 챙겨야지. 알고도 놓치면 바보지.>

자리에서 일어나려다 눈앞에 쌓인 토끼 왈라비를 시스템을 통해 거래하려고 했다.

[띠링! 몬스터의 부산물만 거래가 가능합니다.]

최소한 도축은 되어 있어야 한다는 말이었다.

이 말을 듣는 순간 의문이 하나 들었다.

그래서 바로 시스템에게 질문을 했다.

"혹시 도축 스킬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면 말이야. 가장 먼저 몬나통을 얻었다고 해도 시스템과의 부산물 거래창이 주어지지 않았을까?"

[대답할 수 없는 질문입니다. 타인의 정보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질문에 대해서는 답해드릴 수 없습니다.]

"시스템과 부산물 거래는 몇 명이나 가능한지도 대답해줄 수 없겠지?"

[그렇습니다.]

대답해주지 않았지만 이것으로 충분했다.

지금까지 시스템이 대답하는 패턴을 보면 나만 얻는 것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나만 얻은 것이라고 대답을 해주었다.

하지만 이미 남이 얻었거나 앞으로 얻을 수 있는 것에 대해서는 대답을 회피했다.

현재는 나만 시스템과 부산물 거래를 할 수 있지만 앞으로는 다른 사람도 가능하다는 말이었다.

물론 다수는 아닐 것이다.

다수였다면 전생에 알려졌을 테니···.

어쨌든 시스템과 부산물 거래가 가능해지면 이점이 많았다.

던전에서 가지고 오지 못해 버려지는 가죽이나 고기는 차고 넘쳤다.

그것들을 시스템과 거래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남보다 엄청난 이점(利點)을 가지게 되는 것이었다.

저절로 입꼬리가 올라가고 있었다.

도축을 하고 바로 시스템의 거래창을 열었다.

[거래창]

·인간-미개방

·시스템-부산물 거래-개방됨

전생이었다면 인간과 시스템으로 구분되어 있지 않아 바로 거래를 하면 되었지만 지금은 시스템을 선택한 후 부산물 거래를 눌렀다.

그러자 시스템의 메시지가 다시 들렸다.

[거래하실 부산물을 지정하시기 바랍니다.]

한 마리였다면 바로 거래가 됐겠지만 수량이 많아서 그런지 이런 메시지가 나오면서 바닥에 푸른 둥근 선이 보였다.

그 선은 내 의지에 따라 키우거나 줄일 수 있었다.

"이런 식으로 범위 지정만 가능한 거야?"

[그렇지 않습니다. 강대한님께서 거래하고 싶다고 생각하시는 부산물을 응시하시면 푸른 점이 찍히면서 지정됩니다. 한번 해보시겠습니까?]

"해봐야지."

대답을 하면서 바닥에 놓인 가죽과 고기들을 응시하자 시스템이 말한 대로 도축된 고기와 가죽에 푸른 점이 찍혔다.

푸른 점을 해제하고 원으로 범위를 설정한다고 생각했더니 그렇게도 설정이 되었다.

지정한 몇 개를 제외한 것만 판매를 하는 것도 가능했다.

다양한 설정이 가능하니 다양하게 이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거래 대금은 마나나 금으로 받으실 수 있습니다. 어느 것으로 받으시겠습니까?]

"매번 달리 받을 수도 있나?"

[그렇습니다. 미리 한 가지 수단을 지정해두시면 변경 전까지는 지정해두신 방식으로 지급이 됩니다.]

"그렇다면 마나로 지급받겠어."

눈앞에 있는 모든 토끼 왈라비의 부산물을 지정한 뒤였다.

지급 수단을 선택하자 이내 마나가 지급되었다는 메시지가 들렸다.

[띠링! F9, F8등급 몬스터의 부산물 거래로 3마나를 획득하셨습니다. 상태창을 통해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3마나!

수십 마리의 몬스터 부산물을 주고 겨우 3마나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결코 적지 않은 것이었다.

시스템과 거래하지 않는다면 버려질 부산물이니 미량의 마나만 준다고 해도 감지덕지할 일이었다.

상태창을 확인하려는 찰나 거래를 마친 부산물이 푸른빛에 휩싸이더니 사라져버렸다.

참으로 놀라운 광경이었다.

부산물이 있던 곳은 아무런 흔적이 없었다.

<흔적을 지우는데도 도움이 되겠다.>

나호가 조금 전까지 몬스터의 부산물이 쌓여있던 곳을 둘러보며 말했다.

<집사! 이렇게 팔 수 있다면 말이야. 아까 우리가 잡았던 것도 다 팔아치우자. 다 버리고 왔잖아.>

"지금까지 남아있을까? 과연?"

<안 남아있겠지? 무슨 새들이 그리 먹성이 좋은지 원.>

"빛의 나무 안에 보관한 것은 건들지 않잖아. 그거에 고마워해야지."

이곳에는 참으로 많은 종류의 새가 살았다.

그런데 하나 같이 먹성이 좋았다.

사람의 눈을 파먹지 않은 것을 다행으로 여겨야 할 정도로 먹성이 좋은 새들은 도축을 해두면 얼마 지나지도 않아서 게 눈 감추듯 먹어치워 버렸다.

도축을 하고는 매번 버려두고 자리를 떴더니 이제는 내 뒤를 따라다닐 정도였다.

<그런데 저 녀석들 계속 저렇게 둘 거야?>

온 몸이 엉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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