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당신의 마나통은 안녕하십니까?-46화 (46/350)

46. 5%+100%

나호와 대장 새가 시끄럽게 재잘거렸지만 무시하고 산을 올랐다.

그리고 미우라 놈이 사는 절벽 아래에 도착했다.

놈은 이 시간에도 토굴 안에서 끊어지지 않는 생명줄을 근근이 붙잡고 있었다.

토굴 안을 들여다보았다.

하루 중 놈의 상태가 가장 좋은 시간이 이 시간이었다.

놈은 나의 발자국 소리를 기억하는지 내 발자국 소리를 듣자 몸을 움찔거렸다.

날마다 같은 시간에 찾아와서 던전쥐를 던져놓고 가는 사람에 대한 공포가 놈의 뇌를 잠식한 것 같았다.

"살려···. 살려주···."

놈이 애원조로 말을 하다말고 토굴 밖을 쳐다보았다.

다른 때 같으면 벌써 던전쥐를 던져놓고 발걸음을 돌렸을 내가 토굴 앞을 지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나와."

<집사? 저놈 불러내서 뭘 하려고? 저놈 나오면 집사 알아볼 텐데?>

항상 토굴입구에 바짝 붙어 섰기 때문에 놈은 내 얼굴을 확인할 수 없었다.

토굴의 높이가 높았다면 가능했겠지만 토굴의 높이는 내 허리에도 미치지 못했다.

"옛? 나오라···."

장례식장에서는 재수 없을 정도로 당당하던 놈이 지금은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었다.

토굴 앞에서 한 발 비켜섰더니 놈이 무거운 몸을 힘겹게 이끌고 벌벌 기어서 토굴 밖으로 나왔다.

그러더니 재빨리 눈을 가렸다.

갑작스럽게 환한 빛에 눈이 부신 모양이었다.

그런 놈을 발로 툭 치며 말했다.

"걸어!"

놈이 그대로 앞으로 푹 꼬꾸라졌다.

너무 힘없이 넘어져서 순간 당황스러웠지만 그뿐이었다.

"걸으라고!"

낮게 으르렁거렸더니 놈이 엉거주춤 일어나더니 어찌할 바를 몰라 했다.

<누가 미우라의 이런 모습을 상상이나 하겠어. 정말 오래 살고 볼 일이야. 그런데 집사! 정말 궁금해서 그러는데 뭘 하려는 거야? 설마 죽이려는 것은 아니지? 이런 놈 때문에 페널티를 안고 시작할 수는 없어. 알지?>

나호가 속사포처럼 말을 쏟아냈다.

"어, 어디로 가야···."

"절벽 위로 올라가."

"절, 절벽 위는 왜···. 알, 알겠습니다."

미우라가 고개를 들고 나를 봤다면 벌레만도 못하게 생각했던 한국 사람이라는 것을 알았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미우라는 공포에 잠식되어 차마 내 얼굴을 올려다볼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다.

놈의 질문에 대답을 해줄 내가 아니었다.

다시 발을 들어 올리자 미우라 놈이 재빨리 절벽 위쪽을 향해 발길을 돌렸다.

그리고는 자꾸 풀리는 다리를 부여잡으며 어찌어찌 절벽 위쪽을 향해 나아갔다.

처량해 보일정도로 힘겹게 걸음을 옮기고 있었지만 동정심 같은 것은 생기지 않았다.

이놈에게 이 정도는 그야말로 새발의 피였다.

보름 동안 앓으면서 제대로 먹지 못하고 던전쥐와 폭력에 시달린 놈은 몰라 볼 정도로 체력이 떨어지고 살이 빠진 상태였다.

보름 정도만 굶어도 저렇게 살이 많이 빠진다는 것이 신기할 정도로 살이 빠지기는 했지만 미우라는 여전히 통통한 상태였다.

그전에 워낙 뚱뚱했기 때문이었다.

무릎에서 피가 날 정도가 되었을 때 놈은 절벽의 위에 설 수 있었다.

하지만 절벽의 끝에서는 멀찍이 떨어졌다.

혹시라도 내가 절벽 아래로 떨어뜨릴까 겁이 나는 모양이었다.

절벽의 높이는 사오십 미터.

떨어지면 절대로 목숨을 부지하기 어려웠다.

놈의 눈은 내 발에서 떨어질 줄을 몰랐다.

내 발이 어디로 향하느냐에 따라 자신의 생명이 달려있음을 직감적으로 아는 것 같았다.

놈의 눈은 내 허리 위로는 향하지 못했다.

고개를 들 엄두조차 내지 못한다고 봐야 할 것이다.

놈을 이끌고 절벽에 올라서자 숲에 메시지가 울렸다.

물론 머릿속으로도 동시에 울리는 소리였다.

[띠링! 첫 번째 시험이 끝났습니다. 지금부터 정산을 시작합니다. 잠시 기다려주시기 바랍니다.]

메시지가 울리자 이제 살았다는 생각이 드는지 놈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화색만 도는 것이 아니었다.

놈의 자세도 달라졌다.

엉거주춤한 자세로 서있던 놈이 몸을 바로 했다.

조금 전까지 보였던 비굴한 자세는 착각이었다고 생각할 정도로 빠른 태세전환이었다.

모든 것이 끝났다고 했으니 당장 집으로 돌려보내 준다고 생각한 것 같았다.

하지만 이를 어쩌나.

그건 그야말로 놈의 착각인데 말이다.

무릎과 허리를 바로 하고 고개를 당당하게 치켜든 놈을 향해 걸어갔다.

"너, 너는?"

그동안 자신을 공포에 휩싸이게 한 장본인이 나라는 것을 확인한 놈의 얼굴은 경악으로 물들고 있었다.

처음에는 눈앞의 존재를 믿을 수 없다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까지 했다.

하지만 내 표정에서 진실을 읽었는지 놈의 얼굴에 수많은 감정이 들어차기 시작했다.

그중 가장 많이 드러난 감정은 불신과 분노였다.

발가락 사이의 때보다 못한 존재로 생각했을 것이다.

장례식장의 화로 속에 들어가 온갖 재를 뒤집어쓴 채 청소나 하는 하등한 인간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런 나에게 온갖 수모를 당하고 공포감에 휩싸여 있었으니···.

믿을 수 없고 믿고 싶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그런 감정이 스쳐지나가자 이내 그 자리를 분노가 차지한 것이었다.

"그래. 나야. 나를 모른 채 죽으면 안 되지."

"뭐? 죽어? 설마 죽인다는···? 야! 너! 미쳤···."

그렇지 않아도 나를 확인한 순간 분노에 휩싸였던 미우라였다.

그런데 죽음을 거론하자 처음에는 어이없어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하지만 내 눈을 마주한 순간 놈의 눈에 공포가 피어올랐다.

보름동안 학습된 공포이기도 했겠지만 정말 자신을 죽이려한다는 것이 느껴진 모양이었다.

당당하게 마주쳐오던 눈길이 방황하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이내 눈을 피했다.

어깨가 굽어지고 곧게 펴져있던 허리가 구부정해지더니 다리에 힘이 풀리는지 엉거주춤한 자세가 되었다.

기세가 확 꺾인 것이었다.

<집사! 저놈 쓰레기인거 내가 가장 잘 알 거든. 집사! 내 말 듣고 있지? 저런 놈 때문에 페널티를 먹을 수는 없어. 복수해야지. 길게 생각해야해. 길게.>

"죽일 거야. 이놈 이번에는 내 손에 열두 번 죽을 거야."

<집사! 그러다가 각성하지 못하면? 그럼 어쩌려고 그래! 집사아아!>

나호가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나는 놈을 절벽으로 몰아붙이고 있었다.

<야! 노랑이! 네가 어떻게 좀 해봐. 너 그동안 얻어먹은 값은 해야 할 거 아니야. 집사를 막든지 아니면···.>

나를 말리려다 되지 않자 대뜸 대장 새를 향해 도움을 요청하는 나호였다.

대장 새가 나호의 말을 들을 수 있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쪼롱! 쪼쪼로로로롱! 추추추추!

대장 새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내지 않던 소리를 냈다.

그러거나 말거나 미우라를 절벽 끝으로 몰아갔다.

놈이 틈을 봐서 달아나려 눈을 열심히 굴렸지만 틈이 보일 리 없었다.

창으로 찔러 죽일 수도 있었지만 그러고 싶지 않았다.

떨어지는 공포를 느끼게 해주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이놈 앞에만 서면 잔혹해지는 것 같았다.

전생에 미우라 놈이 했던 일을 생각하면 이건 아무것도 아니지만 말이다.

"네, 네놈 이러고도 네가···. 아아악! 아악!"

미우라는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마칠 수 없었다.

놈이 절벽의 끝으로 거의 다가갔을 때 갑자기 새들이 미우라를 공격했기 때문이었다.

이곳의 새들은 많기는 하지만 살아있는 사람을 공격하지는 않았다.

상처를 입은 사람을 봐도 던전쥐처럼 다친 곳을 공격하는 일도 없었다.

그런데 지금 수십, 수백 마리의 새들이 미우라를 향해 돌진했다.

그리고 그대로 절벽 끝으로 밀어붙이더니 그대로 아래로 밀어내버렸다.

순간 당황스러웠다.

이렇게 미우라가 절벽 아래로 떨어질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내 주위를 날고 있는 대장 새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마치 칭찬을 바라는 것처럼 어깨로 내려앉더니 제 머리를 내 얼굴에 비벼댔다.

"잘했어."

쪼로로롱! 쪼로롱!

칭찬을 하자 대장 새가 기분 좋은 소리를 내며 높이 날아올랐다.

<저 녀석 알고 그랬을까?>

나호가 심각한 표정으로 대장 새를 바라보며 말했다.

"알고 했든 모르고 했든 무슨 상관이야. 미우라 놈이 여기에서 죽었다는 것이 중요하지."

<페널티를 받으면 어쩌려고 그랬어? 그렇지 않아도 놈을 때려죽이고 싶은 걸 겨우 참고 있었는데 집사가 참지 못하면 어쩌자는 거야?>

"360시간만 살인과 약탈을 금한다고 했잖아. 360시간 지났으니까 괜찮아. 후반기였기는 했지만 전생에 이런 경우를 본 적이 있거든. 그렇지 않았다면 죽일 생각까지는 하지 못했을 거야."

<그럼. 미리 말을 했어야지. 식겁했잖아. 집사는 맡은 바 사명을 다해야 하는 몸이야. 알지? 아니 그렇다고 집사의 인생을 포기하라는 말은 아니야. 그런데 저렇게 죽으면 어떻게 되는···.>

나호가 질문을 하려는 찰나 메시지가 들렸다.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첫 소환인데 참으로 놀라운 분들이 계십니다. 아주 만족스럽습니다. 그럼 첫 소환을 해제하기 전에 정산에 따른 보상 지급이 있겠습니다. 먼저 전 인류를 통틀어하위 30%인 분들은 소환해제를 시키고 난 후 계속하겠습니다.]

아마 하위 30%인 사람들은 보상 내용을 들을 필요도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잠시 후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사람들이 하늘로 떠오른 것이다.

보통 저렇게 사람들이 타의에 의해 몸이 뜨면 놀라 몸부림을 할 것 같은데 아니었다.

하늘로 떠오른 사람들은 축 늘어져있었다.

의식이 없는 상태였던 것이다.

숲에 있었다면 사람들이 공중으로 떠오르는 장면이 이렇게 확연히 보이지는 않았을 것이다.

숲이 내려다보이는 절벽 위에 있었기 때문에 수많은 사람들이 떠오르는 광경을 확실히 볼 수 있었다.

높이 들린 사람들은 공중으로 사라져버렸다.

아마 소환이 해제되었을 것이다.

물론 저들이 먼저 소환이 해제됐다고 해서 먼저 지구로 돌아가는 것은 결코 아니었다.

공중으로 들린 사람들이 하위 30%인 것 같아서 그 안에 미우라 놈이 있는지 유심히 살폈다.

있었던 자리에서 들리기 때문에 하위 30%에 속했다면 분명 미우라도 공중에 들렸어야 했다.

그런데 미우라 놈은 보이지 않았다.

전반 보름만 제대로 활동을 했는데도 상위 70%에는 무난히 속한 모양이었다.

어이없었지만 내가 그렇게 느낀다고 해서 상황이 바뀌는 것은 아니었다.

공중으로 들린 사람들이 사라지고 나자 다시 메시지가 들렸다.

[그럼 보상을 시작하겠습니다. 이곳에서 30일을 사는 동안 이미 상태창을 발견하신 분도 계시고 그렇지 못한 분들도 계십니다. 이에······.]

70%의 사람들에게 상태창의 존재를 알리고 사용법을 자세하게 설명하는 시스템이었다.

물론 가장 기본적인 사용법에 관한 설명이었다.

상태창 사용법도 더 많은 정보를 원하면 마나를 지급해야 했다.

상태창에 대한 설명이 끝나고 난 후 숲에 울리는 메시지는 더 이상 들려오지 않았다.

그리고 그때부터 개별 메시지가 들리기 시작했다.

[띠링! 강대한님께서는 첫 소환 평가에서 1등을 하셨습니다. 이 그룹 내에서 1등을 하신 것은 물론이고 인류 전체에서도 1등을 하셨습니다. 이에 대한 보상을 지급하고자 합니다.]

<집사! 다행이다. 1등이야. 1등!>

나호가 좋아서 방방 뛰었다.

[보상은 세 가지입니다. 먼저 발현율 상승입니다. 인류 전체에서 1등을 하셨기 때문에 기존 발현율에 5%가 추가됩니다.]

[띠링! 강대한님의 기존 발현율은 100%입니다. 이에 100%+5%로 표시됩니다.]

"잠깐! 잠깐 궁금한 것이 있는데 물어도 되나?"

[인류 전체에서 1등을 한데다 강대한님께서는 특별서비스를 받고 계시니 대답하여 드리겠습니다. 단 보상에 관한 내용에 대해서만 답변을 드릴 수 있다는 점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당연히 보상 내용에 관한 것만 물어볼 거야. 발현율은 상승이 안 되는 것 아니었나? 어떻게 오르는 거지?"

[강대한님께서 인류전체에서 1등을 하셨기 때문에 드리는 특별 보상입니다.]

"혹시 2등은 4%, 3등은 3%, 4등은 2%, 5등은 1% 오른 거야?"

[강대한님의 보상내용이 아닙니다. 답변해드릴 수 없습니다.]

이것은 예상을 한 대답이었다.

그런데도 이런 질문을 한 것은 사실과 다르다면 즉각적으로 아니라고 대답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저렇게 말한 것으로 보아 비슷하게 보상이 지급된 것 같았다.

"알았어. 그럼 말이야. 정말 궁금해서 그러는데 100%이상이 되면 마나통을 넘어서는 마나를 발현할 수 있다는 말이야? 그것이 어떻게 가능해?"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100%가 넘어가는 만큼 강대한님의 마나통에는 압축된 마나가 저장이 될 테니까요. 그러니 충분히 가능합니다.]

100% 발현율도 놀라운데 100%를 넘어서는 발현율을 가지게 되었단다.

전생에는 꿈도 꾸지 못할 일이었다.

"그럼 혹시 말이야. 조금 엉뚱한 것이기는 하지만 발현율의 표시를 내가 원하는 대로 바꿀 수 있을까? 100%+5%가 아니고 5%+100%라고 표시하고 싶어. 이왕이면 100%는 가려주면 좋겠고."

<집사! 왜 그런 것을 원하는 거야? 아!>

소환 능력을 가진 각성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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