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당신의 마나통은 안녕하십니까?-47화 (47/350)

47. 소환 능력을 가진 각성자

대변혁 이후의 세상에서 발현율은 각성자임을 드러내는 잣대 중의 하나였다.

그렇지 않아도 발현율 100%가 좋으면서도 걱정되는 이유이기도 했다.

대변혁 이후에는 따로 신분증이 필요하지 않았다.

상태창은 위조가 불가능했기 때문이었다.

어린 아이들을 제외하고는 모두 상태창을 가지고 있었고 시간이 지나 아이들이 성장하면 아이들도 상태창을 가지게 되니 다른 신분증이 굳이 필요하지 않았던 것이다.

상태창을 남에게 보일 때는 주로 이름만 드러내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각성자는 아니었다.

각성자는 발현율까지 드러내야하는 경우가 많았다.

던전에 입장하기 전 각성자임을 증명할 때도 발현율을 보이는 것이 가장 쉬운 방법이었다.

발현율은 다른 이름으로 재능을 뜻하기도 했다.

대변혁 이후의 세상에 얼마나 잘 적응할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수치였던 것이다.

낮은 발현율을 가진 사람은 부끄러워했지만 50%이상의 발현율을 가진 각성자들은 자신의 발현율을 드러내는 것을 서슴지 않았다.

발현율과 가장 일반적인 스킬 하나를 상태창에 드러나게 해서 보이면 각성자임을 가장 명확하게 드러낼 수 있었다.

물론 50% 이상의 발현율을 가진 사람에게는 스킬까지는 굳이 요구하지도 않았지만 말이다.

이번 생에도 이런 것은 달라질 가망성이 거의 없었다.

80% 이상의 발현율만 가져도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았는데 내 발현율은 100%였다.

이것이 알려지면 결코 평온한 일상을 살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일본에 대한 복수에도 차질을 가져올 수 있었다.

그런데 보상을 통해 해결책을 찾은 것 같았다.

[상태창의 표시는 임의로 변경하실 수 없습니다. 하지만 강대한님께서는 100%발현율을 가지고 계시기 때문에 특별히 강대한님께서 원하시는 방식으로 표시하실 수 있도록 해드리겠습니다.]

[평상시에는 5%+100%로 사용하시다가 원하실 때는 +100%가 보이지 않도록 하는 버튼을 상태창에 만들어 드릴 수 있습니다. 10마나만 투자하시면 됩니다. 투자하시겠습니까?]

또 마나였다.

"발현율 100%인 나에게만 제공하는 서비스인 거지?"

[그렇습니다. 발현율 100%를 넘지 않은 사람은 이런 서비스가 있다고 해도 사용하지 않을 겁니다.]

<그건 확실히 그렇기는 해. 누가 사용하겠어? 안 그래?>

"좋아. 마나 10을 투자하겠어. 버튼을 만들어 줘."

[띠링! 상태창에 새로운 버튼을 추가하였습니다. 원하실 때 직접 누르시거나 생각만으로도 조작이 가능합니다. 확인바랍니다.]

상태창의 발현율을 확인하니 5%+100%라고 표시가 되어 있고 그 옆에 작은 버튼이 하나 만들어져 있었다.

그 버튼을 누르자 +100%가 사라졌다.

버튼을 누른 상태에서는 발현율이 5%로 보였다.

이제야 발현율 5%를 새로 얻은 기쁨이 한꺼번에 밀려왔다.

매번 1등을 해서 5%의 발현율을 보상으로 얻는다면 12월까지 열두 번 소환에 60%+100%의 발현율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두 번째 보상입니다. 원래 준비한 보상은 일반 상점 개방이었습니다. 하지만 강대한님께서는 이미 일반 상점과 히든 상점의 일부까지 개방한 상태입니다. 이에 보상 내용을 변경하였습니다. 이 숲에서 원하는 한 가지를 가지고 나가실 수 있도록 해 드리겠습니다.]

"원하는 한 가지는 무조건 가지고 나갈 수 있는 거야?"

[그렇습니다.]

"빛의 나무라도 가능한 거야?"

[원하신다면 그렇습니다. 하지만 빛의 나무는 추천하지 않습니다. 이미 강대한님께서는 빛의 나무의 정기를 흡수하셨기 때문에 빛의 나무를 소유한 것과 같습니다. 아니 그 이상일 겁니다.]

무엇이든 가능하다고 해서 물어본 것이었다.

빛의 나무를 가지고 간다고 해도 둘 곳도 없었다.

물론 시스템이 뭔가 방법을 만들어주겠지만 말이다.

<집사! 우리 노랑이 데리고 갈까? 저 녀석 아무래도 나도 보는 것 같고 집사의 말도 다 이해하는 것 같아. 따라간다고만 하면 데리고 가도 좋을 것 같은데···.>

"나도 같은 생각이기는 한데 대장이 사라지면 나머지 새들은 어떻게 되는 걸까? 대장 새에게 의지를 많이 하는 것 같던데···."

웬만한 사람보다 영리한 것 같아 데리고 가고 싶지만 키우는 것도 문제였다.

이런 곳에 살다가 매연이 가득한 지구의 환경에 과연 적응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었다.

얼마 지나지도 않아서 이곳을 그리워한다면 가슴이 아플 것 같았다.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나를 제외한 사람들이 공중으로 들리고 있었다.

저렇게 소환이 해제되는 것 같았다.

숲을 오가던 사람들이 공중으로 사라지는 모습을 지켜보던 대장 새가 내 앞으로 날아왔다.

그리고 작고 총명해 보이는 눈망울로 내 눈을 지그시 응시했다.

쪼롱!

귀여운 소리를 내면서 공중으로 떠오르고 있는 사람을 고갯짓으로 가리켰다.

나도 저렇게 갈 것이냐고 묻는 것 같았다.

"나도 내 고향으로 가야해. 그동안 고마웠어."

대장 새가 고개를 갸웃했다.

이해를 못하는 것 같기도 했다.

"나 가야한다고. 내 집으로."

쪼로로롱! 쪼롱! 주우우주우우!

대장 새가 소리를 내어 울자 주변에 있던 새들이 내 주변으로 몰려들었다.

마치 작별 인사를 하는 것 같아서 괜스레 마음이 뭉클해졌다.

이곳에 와서 처음 수많은 새소리를 들었을 때는 걱정이 많았었다.

쉽게 위치가 노출될 수 있으니 걱정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영리한 녀석들 덕분에 사냥에 도움이 된 것은 물론이고 잠시도 심심하지 않았다.

이런 녀석들과 헤어진다는 것은 아쉽기 그지없는 일이었다.

"함께 갈래? 함께 가고 싶은데 그럴 수 없겠지? 한 마리만 데리고 갈 수 있대. 너희 중에 어떻게 한 마리를 선택할 수 있겠어."

쪼로롱!

대장 새가 소리를 내며 날아오르더니 내 손을 향해 날아왔다.

쪼로롱!

손을 보며 다시 귀여운 소리로 우는 대장 새였다.

손을 내밀라고 하는 것 같아 손을 내밀었다.

그러자 사뿐히 손 위로 내려앉는 대장 새였다.

지금까지 보름을 함께 다녔지만 이렇게 손바닥에 앉는 것은 처음이었다.

한두 번 배나 어깨에 앉은 적이 있기는 했지만 새들은 늘 일정한 거리를 유지했었다.

그런데 한꺼번에 그 거리를 확 줄여버리는 대장 새였다.

손바닥에 앉은 새가 손바닥을 톡톡 두드렸다.

먹이를 달라고 하는 것인가 싶어서 먹을 것을 챙겨주려고 했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 대장 새였다.

쪼로로롱! 쪼로롱!

"너 설마 함께 가겠다는 거야?"

쪼롱! 쪼로롱!

격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대장 새였다.

"이 애들은 어떻게 하고?"

쪼쪼로롱! 쪼쪼롱!

대장 새가 조금 다른 소리를 내자 몇 마리의 새들이 앞으로 나왔다.

대장 새가 종종 특별한 명령을 내릴 때 주로 임무를 수행했던 녀석들이었다.

"저 애들에게 맡기면 된다고?"

쪼로롱! 쪼롱!

<집사! 그냥 데리고 가자. 저렇게 따라가고 싶다고 하잖아.>

"이곳과 많이 다를 거야. 못 볼꼴도 많이 볼 거고. 후회하지 않겠어? 여기에서 나가는 것은 낙원을 박차고 나가겠다고 하는 것과 같아. 그러니 신중하게 생각해야 해."

쪼로로롱!

대장 새가 폴짝 날아오르더니 내 왼쪽 어깨에 와서 앉았다.

덩치는 성인 주먹보다 약간 큰 녀석이었다.

그런데 녀석이 왼쪽 어깨에 앉는 순간 이전에는 느낄 수 없었던 묘한 것이 느껴졌다.

마치 빛나정을 흡수했을 때처럼 안정감이 든 것이었다.

아마 그 안정감에서 오는 충동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래. 함께 가자. 후회해도 되돌릴 수 없으니까 다시 한 번 잘 생각하고."

쪼로로롱! 쪼로롱!

대장 새가 맑은 소리로 울며 내 얼굴에 제 머리를 비볐다.

함께 가겠다는 확실한 의사표현이었다.

<잘 부탁해. 알고 있겠지만 나는 나호야. 우리 집사는 강대한이고, 우리 집사 몸에 깃든 것은 빛나정이야. 느껴지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이야.>

쪼로로롱! 쪼로롱!

들을 수 있는지 확실하지도 않은데 나호는 대장 새에게 우리를 소개했다.

그 사이 나는 시스템에게 내 의사를 밝혔다.

"내가 이곳에서 가지고 가고 싶은 것은 내 어깨 위에 있는 새야."

[생명체를 데리고 가기를 원하시면 몇 가지 절차가 필요합니다. 이에 동의하시겠습니까?]

"동의하겠어."

데리고 가기로 마음을 먹은 이상 대장 새는 이제 우리 식구였다.

조금 복잡한 절차가 있더라도 감수해야 했다.

[강대한님께서 데리고 가려고 하는 새를 안전하게 관리하기 위해서는 특정 권능이나 스킬이 필요합니다. 권능이나 스킬을 구매하시겠습니까?]

<집사. 일이 너무 커지는 거 아니야? 새 한 마리 데리고 가는데 스킬까지 구매해야 한다는 것은 좀···.>

나호가 대장 새의 눈치를 보면서 말했다.

"함께 가기로 마음을 먹었어. 마음먹기 전이라면 모르겠지만 후잖아. 이미 가족이 되었는데 그런 걸 따지기는 싫어."

쪼로로롱! 쪼롱!

대장 새가 어깨에서 재롱을 부렸다.

내 대답이 상당히 만족스러운 것 같았다.

"어떤 스킬인데?"

[소환과 해제를 가능하게 해주는 권능이나 스킬입니다. 아직 소환에 관계된 권능이나 스킬을 가진 사람이 없으니 인류 최초로 '소환 능력을 가진 각성자'가 될 수도 있습니다.]

이제는 시스템이 아예 장사를 하려고 했다.

전생에도 시스템은 이런 식으로 스킬이나 아이템을 많이 팔아치웠다.

시스템은 거짓은 말하지 않지만 교묘하게 말을 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그걸 잘 구분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호구되기 딱 좋았다.

"스킬마다 그런 것이 지급되는 것은 아니잖아."

스킬이나 권능마다 인류 최초 꼬리표가 붙는다면 지금 가지고 있는 모든 마나를 가지고 스킬이나 권능을 구매했을 것이다.

[그렇습니다. 모든 권능이나 스킬에 '인류 최초' 보상을 지급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특별한 권능이나 스킬에는 보상을 지급하기도 합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소환'입니다.]

[물론 소환에 관계된 권능이나 스킬을 인류 최초로 구매한다고 해도 특성을 가지고 있지 않다면 '인류 최초' 보상은 지급되지 않습니다. 특성을 지니지 않는 사람이 최초 구매를 한다면 보상은 영원히 사라지게 되는 것입니다.]

이것은 전생부터 이미 알고 있던 것이었다.

이번 생에는 회귀한 날부터 특성을 두 가지나 알았지만 전생에는 단 하나의 특성도 알아내지 못했다.

자신과 잘 맞는 스킬을 얻으면 같은 스킬이라도 훨씬 효과가 좋다고 하는데 전생의 나는 어떤 스킬을 얻어도 그저 그랬다.

특성이 소환이었는데 계속 전사와 관계되는 스킬만 구매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스킬이든 권능이든 같은 이름, 같은 등급의 스킬이라고 해도 효과가 같은 것은 아니었다.

자신에게 잘 맞는 스킬이나 권능은 같은 스킬이라도 효과가 좋았다.

이런 점 때문에 전생에 각성자들이 마나를 많이 허비하기도 했다.

자신에게 맞는 스킬이나 권능을 찾아내기만 하면 대박이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자신에게 맞는 권능이나 스킬을 찾아낸다는 것이 어디 쉽겠는가.

그러다 보니 마나만 허비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던 것이다.

어쨌든 특성이 소환이니 소환과 관계된 권능이나 스킬을 구매하면 그에 따르는 보상이 있을 수도 있다는 말이었다.

이런 말까지 들었는데 망설일 이유는 없었다.

"권능으로 소환을 선택하는 것과 스킬로 소환을 선택하는 것은 어떤 차이가 있는 거야?"

전생이라면 이런 질문에 대답을 해주지 않는 시스템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특별 서비스를 받고 있으니 대답을 해줄 것 같아 물은 것이었다.

[권능은 스킬의 상위 개념이라고 생각하시면 쉽습니다. 권능으로 소환을 가지기란 쉽지 않죠. 특성이 없다면 구매를 해도 적용이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미치고 팔짝 뛸 일이 이것이었다.

상점과 마나만 있으면 어떤 권능이나 스킬을 구매할 수 있다는 것은 축복 같은 것이었다.

더구나 마나를 주고받을 수 있기 때문에 어떤 의미에서는 권능이나 스킬의 구매는 더 쉬웠다.

문제는 산다고 해서 모든 권능이 적용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었다.

같은 스킬이라도 개인마다 효과가 조금씩 다른 것은 정말 양반이었다.

권능이나 직업의 경우에는 구매는 가능하지만 특성과 일치하지 않으면 적용이 되지 않았다.

금쪽같은 마나를 투자해서 구매를 했지만 똥보다 못한 것이 되는 것이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직업을 구매하는 것에는 많은 사람이 망설였고, 직업이나 권능 없이 활동하기도 했다.

전생의 나도 마찬가지였다.

부모님이 돌아가시기 전까지는 직업을 가진다는 것은 꿈도 꾸지 못했다.

운 좋게 특성이 있어서 적용이 된다고 해도 스킬과 마찬가지로 개인마다 효과는 조금씩 달랐다.

그래서 자신에게 맞는 직업이나 권능, 스킬을 찾아내는 것도 어렵지만 그것을 잘 활용하는 것은 더 어려웠다.

지금 나는 특별 서비스 덕분에 이런 수고를 많이 덜고 있지만 말이다.

[소환을 예를 들어 설명하면 강대한 님처럼 특성이 있어서 권능 소환이 바로 적용되면 소환 권능에 의해 기본적인 것은 어떤 것이든 소환 하실 수 있습니다.]

[소환에 관해서는 문호가 개방되었다고 생각하시면 될 것입니다.]

<집사! 어떤 것이든 소환이 된다면 정령이든, 뼈다귀든, 반려동물이든 다 된다는 거잖아. 이거 괜찮네. 투자 가치가 충분해.>

나호가 옆에서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권능에 의해 모든 것이 소환 가능하지만 기본적인 것만 가능하기 때문에 좀 더 전문적으로 들어가시려면 개별 스킬을 구매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권능이 있는 상태에서 스킬을 구매하시면 스킬효과는 더 좋아집니다.]

"그러니까 제대로 된 정령을 소환하기 위해서는 정령소환 스킬을 따로 구매하는 것이 좋다는 거지?"

[그렇습니다. 그리고 직업은 전문적인 것으로 선택하시는 것이 더 효과가 좋습니다. 그냥 소환사보다는 정령소환사나 네크로맨서가 각 분야에서 훨씬 효과적입니다.]

전생에 들은 바로는 권능만 가지고 소환을 하면 거의 최하급만 소환이 된다고 했다.

최하급부터 착실히 성장을 시키면 되지만 그만큼 마나와 시간이 드는 것이었다.

물론 이것도 사람에 따라 조금 달랐지만 말이다.

"그렇다면 보유권을 사용할게."

소환 대기실

0